레바논전을 하루 앞둔 13일(한국시간) 손흥민 등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최종훈련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베이루트 참사 악몽을 지울까.
파울루 벤투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올해 원정으로 치르는 마지막 공식 대회에 나선다. 14일 오후 10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레바논과의 4차전이 그 무대다.
한국은 2차예선 H조에서 2승1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북한과 승점이 같다. 레바논에 승리해 북한과 승점차를 벌려야 3차 예선까지 순항할 수 있다.
문제는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가 대표팀에는 기분 나쁜 장소라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91위로 약체인 레바논이 유독 베이루트에서는 한국(39위)을 상대하면 강호로 변신한다. 지금껏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A매치 4경기 성적표는 1승2무1패(전체 9승2무1패). 유일한 승리는 26년 전인 1993년 미국월드컵 1차예선이었다. 8년 전 브라질월드컵 2차예선에선 1-2로 패배해 ‘베이루트 참사’를 남기기도 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레바논이 안방에서 유독 강한 원인을 팀 컬러에서 찾는다.
H조에서 2위권 전력으로 분류되는 레바논은 밀집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역습을 펼친다. 레바논을 상징하는 측면 날개 하산 마투크(알 안사르)를 비롯해 저돌적인 돌파가 매서운 라비 아타야(알 아헤드), 독일 3부리거 골잡이 히랄 엘헬위(메펜)가 경계 대상이다. 레바논은 1골만 넣으면 중동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침대 축구’를 구사하기에 더욱 까다롭다. 한국으로선 레바논의 공세를 철저히 틀어막으면서 무실점 수비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베테랑 수비수 이용(전북)은 “상대가 빠른 데다 왼쪽 윙어는 오른발잡이, 오른쪽 윙어는 왼발잡이여서 적극적으로 골을 노린다”며 경계했다.
수비가 안정되면 골 사냥에도 힘이 실린다. 레바논의 밀집 수비를 깨는 방법 중에 하나는 페널티지역 밖에서 날리는 중거리슛이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 A매치 19경기에서 가장 많은 9골을 터뜨린 황의조(보르도)는 프랑스 보르도 입단 후에는 측면 날개로 뛰고 있다. 대표팀과 소속팀의 포지션 엇박자에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이번 시즌 보르도에서 3골을 모두 중거리슛으로 뽑아내 성장했다. 황의조와는 반대로 소속팀에선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는 측면 날개 황희찬(잘츠부르크)과의 연계가 살아난다면 득점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한국 선수 유럽 최다골을 자랑하는 손흥민(토트넘)이 유독 대표팀에선 집중 견제로 힘을 못 쓰고 있는 터라 두 선수의 활약이 더 절실하다.
다만 벤투 감독이 베이루트 현지 적응을 생략한 것도 변수로 거론된다. 보통 원정 경기는 미리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13일 오전까지 아부다비에서 마지막 훈련을 소화한 뒤 베이루트로 건너가 결전에 나선다. 레바논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불안정한 정국을 감안한 결정이지만 선수들이 현지 적응을 생략한 뒤 경기만 치러야 한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축구를 배운 선수들이 많이 있는 레바논과 경기가 2차예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며 “사실상 한 골차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경기에선 정신력을 다잡는게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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