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중 10위. 바닥까지 떨어진 롯데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훈련의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출근 시간과 훈련 양부터 다르다. 보통 마무리캠프는 말 그대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강도가 높지 않다. 대개 1군 경기에 출전을 많이 하지 않았던 선수들 위주로 마무리캠프 명단을 꾸린다. 일정도 사흘 훈련, 하루 휴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지난 10월초 시작된 이번 캠프는 완전히 다르다.
외국인 인스트럭터와 훈련하는 롯데 포수들. 김해 | 김하진 기자
롯데는 지난해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하던 마무리캠프지를 올해 2군 구장인 김해 상동구장에 차렸다. 선수들은 새벽 별을 보며 오전 6시30분까지 사직구장으로 출근하다. 그리고 곧바로 30~40분 거리의 상동구장으로 이동한다. 늦으면 오후 4시까지도 훈련이 진행된다. 체력 훈련부터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을 한다.
이대호, 손아섭 등 고참 선수들도 참가한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고된 훈련이 다시 시작됐지만 선수들은 올 시즌 성적의 책임을 통감하는 분위기다. 훈련은 주 6일제로 진행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훈련 일정이 잡혀있다. 수요일, 토요일은 ‘하프데이’로 훈련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날이다. 오전 7시반 집합해 오후 1시 정도까지 훈련을 진행한다. 이날 오전에는 심신을 단련하는 요가 수업도 진행한다.
타격 연습장에서 쓰이는 엑스배트. 빨간색, 초록색이 각각 무게 중심이 다르게 만들어졌다. 김해 | 김하진 기자
이같이 마무리캠프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성민규 롯데 단장은 “11월까지 선수들 월급이 나오지 않나. 당연히 운동을 해야하는 기간이다”고 했다. 시설도 달라졌다. 롯데는 일본행을 포기하면서 아낀 돈을 상동구장에 투자하고 있다. 구단 측이 밝힌 투자 금액은 약 10억원. 그 중 절반은 첨단 장비를 구비하고 외국인 인스트럭터를 데려오는데 투자했다. 상동구장의 실내연습장인 자이언츠 돔 1층에는 즐겁게 타격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자이언츠돔의 웨이트트레이닝룸. 롯데 김원중이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김해 | 김하진 기자
핵어택 피칭머신으로 다양한 구종을 경험할 수 있다. 엑스배트라는 전용 배트와 공인구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고무공으로 타격 훈련을 한다. 빨간색,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엑스배트는 색깔에 따라 배트에 무게 중심을 다른 곳에 실어둬서 다양한 느낌의 타격을 경험할 수 있다.
자이언츠 돔의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새롭게 바뀌었다. 기존 웨이트장 공간 외에 새로운 공간을 웨이트장으로 만들었다. 고급 헬스장을 방불케하는 곳에서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또한 데이터 분석 기계인 랩소도를 타자와 투수 쪽 하나씩 구비해뒀다. 지난 5일 상동구장을 ‘깜짝’ 방문했던 허문회 롯데 감독도 이 기계를 통해 투수진의 불펜 피칭을 유심히 봤다. 수비 훈련을 할 때에도 핵어택 주니어 머신을 통해 내야수들이나 포수진이 타구를 받을 수 있는 연습을 한다.
이밖에도 미국에서 사들인 장비들이 상동으로 속속들이 오고 있는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블라스트 모션이 오면 배트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동구장의 실내연습장인 자이언츠 돔 1층에 마련된 타격 연습장의 전경. 김해 | 김하진 기자
각 파트별로 외국인 인스트럭터들을 투입해 선수는 물론 코치들도 함께 배우고 있다. 문규현, 나경민 등 다음 시즌부터 지도자로서 길을 걷게 되는 이들도 진지한 자세로 외국인 인스트럭터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박세웅은 “인스트럭터가 와서 함께 내 투구 영상을 봤는데 내 느낌으로만 던졌던 것을 확인하고 그동안 몰랐던 부분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식단은 물론 영양제 섭취까지 신경쓰고 있다. 선수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에는 기본적으로 비타민이 구비되어 있으며 실내연습장 입구에는 각종 영양제들을 배치해놨다. 영양제의 효능과 섭취 방법 등에 대한 설명도 적혀있다. 손아섭은 “프런트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다. 구단의 지원들과 선수들의 발전하려는 마음이 조화를 잘 이뤘으면 좋겠다. 다른 선수들도 이런 지원을 잘 활용해서 최대한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롯데는 상동구장 숙소도 증축하는데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 절반인 5억원 정도는 기숙사를 바꾸는데 쓴다. 구단 측은 “현재 2인실밖에 없는데 1인실 방을 10개 정도 더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