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여성 국가대표 선수를 소개하는 보도에서 ‘낭자’ 등의 부적절한 명칭을 붙이거나 ‘여신’, ‘미녀’ 등 외모를 부각하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현재 성차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구태스러운 보도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 같은 표현의 무분별한 사용이 성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 25일 대한민국 여자 양궁대표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할 때부터 부적절한 언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20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한국 공식 트위터 계정을 비롯한 많은 언론이 선수들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선수들을 ‘태극낭자’라고 칭했다. ‘낭자’는 과거 ‘처녀’를 높여 이르던 말이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낭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은 “태극낭자(라니) 진짜 제정신인가”, “남성 선수들한테는 ‘태극총각’, ‘태극도령’ 안 하지 않냐”, “모두 같은 국가대표인데 어떻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낭자라는 표현을 쓰나”, “지금이 조선시대냐” 등 비판이 잇따랐다.
또한 실력이 아닌 외모를 부각하는 표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선수들을 수식하는 용어로 ‘미녀 검객’, ‘올림픽 여신’ 등의 표현이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일부 언론은 ‘공주, 금발 여성’, ‘독일 육상 여신’ 등 선수의 이력을 소개하기보단 외모나 몸매, 의상에 주목해 보도했다.
이에 전문가는 성별을 부각하는 표현은 특정 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는 아시아경제에 “여성 선수들에 대해 ‘미녀’, ‘낭자’ 등 수식어가 붙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잘못된 표현”이라며 “남성 선수는 전문가의 모습, 능력을 보여주는 수식어가 붙지만, 여성 선수의 역량이나 커리어를 보여주는 표현은 덜 사용된다. 여성의 성을 부각하는 표현 자체가 이제는 차별적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과거부터 사용되어왔던 잘못된 표현을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문제의식 없이 이런 표현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한국의 방송 콘텐츠는 이제 한국 사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본다. 따라서 차별을 부추길 수 있는 용어를 지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청자들의 생각을 인지하고 이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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