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이 에메리 아스널 감독이 25일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아스널이 좋은 찬스를 놓치자 얼굴을 찡그리며 아쉬워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아스널이 그런 시스템을 들고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25일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맞붙은 아스널의 포메이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나이 에메리 아스널 감독이 미드필더 4명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하는 4-4-2 다이아몬드 시스템을 들고 나온 것이다. 가로로 조 윌록과 마테오 귀엥두지를 세우고 세로로는 포백 앞에 그라니트 샤카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다니 세바요스를 포진시켰다.
중앙으로 좁게 서는 다이아몬드 시스템은 측면 수비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현대축구에선 잘 쓰지 않는다. 더구나 리버풀은 앤디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라는 유럽 최고의 공격형 양쪽 풀백을 보유하고 있는 팀. 아스널의 다이아몬드 시스템이 리버풀엔 선물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올 만도 했다. 실제로 로버트슨과 알렉산더 아놀드는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아스널 측면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오른쪽 백 알렉산더 아놀드(슈팅 3개, 크로스 13개)와 왼쪽 백 로버트슨(슈팅 3개, 크로스 10개)은 슈팅 6개, 크로스 23개를 합작했다.
에메리의 다이아몬드 전술이 ‘자책골’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무시무시한 노림수가 숨어 있었다. 로버트슨과 아놀드가 마음껏 공격하도록 유도한 뒤 스피드가 뛰어난 니콜라스 페페와 오바메양을 활용해 그 뒷공간을 노려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자신의 살을 먼저 내주고 상대의 뼈를 취하는, 에메리의 ‘육참골단(肉斬骨斷)’ 전술인 셈이다. 에메리의 신선하면서도 과감했던 전술이 리버풀의 허를 찌를 수도 있었다. 특히 전반 36분 페페의 슛이 아까웠다. 골키퍼와 1-1로 맞선 상황에서 페페가 날린 슛이 너무 약해 리버풀 골키퍼 아드리안의 발에 걸렸다. 50경기 동안 드리블 돌파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버질 반 다이크를 뚫어내기도 했던 페페는 간발의 차이로 영웅이 될 기회를 놓쳤다. 리버풀은 아스널과 달랐다. 리버풀은 전반 막판 요엘 마티프가 헤딩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무함마드 살라흐가 멀티골을 꽂아넣어 승부를 갈랐다. 3-1로 이긴 리버풀은 지난 시즌 9연승을 포함, 프리미어리그 연승 기록을 12연승으로 늘리며 자체 리그 연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아스널은 빅6를 상대로 한 원정 징크스를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 23번의 원정에서 8무15패. 그러나 아스널 팬들이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스널이 졌지만 굴복하진 않았다”는 스카이스포츠 칼럼니스트 아담 베이트의 평가처럼 아스널이 지난 시즌보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리 네빌의 평가도 그랬다. “아스널이 오늘 같은 경기력만 보여주면 올 시즌 원정에서도 많은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