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됨에 따라 향후 40년 동안 소요될 예산이 연평균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기초연금 지급 대상의 확대로 매년 약 50조원이 소요되는 등 복지예산 급증에 따른 면밀한 재정지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30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에 따른 재정소요 추계’ 자료에 따르면 내년부터 2040년까지 매년 평균 최소 28조6000억원에서 최대 34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8월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은 완화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시작된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부모, 자식 등 직계혈족과 배우자 등의 가족이 국가보다 앞서 부양 의무를 해야한다는 제도이다. 그러나 부양자가 있더라도 실제 함께살지 않거나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바람에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는 빈곤 사각지대가 커지는 점도 정부의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 결정을 앞당겼다.
예정처는 정부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방침과 수급 대상자 변동 추이에 맞춰 추계했을 때 내년에 생계·의료급여에 최소 12조6019억원에서 12조7011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폐지로 26만명의 신규 지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완화로 19만9000명에게 새롭게 예산이 지원된다. 점진적인 지원 대상 확대에 따라 생계·의료급여에 드는 예산은 2030년 20조7000억원에서 2040년 31조794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60년에는 최소 42조6087억원에서 최대 59조4224억원이 들 것이라고 예정처는 전망했다.
또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40%에게 월 최대 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이 내년부터 소득 하위 70%로 확대되면서 기초연금 재정소요도 내년에 19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처는 2060년까지 저위 시나리오로 연평균 47조3000억원, 중위 시나리오로 연평균 49조5000억원, 고위 시나리오로 연평균 51조5000억원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초연금 지급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 시절 내건 공약에서 비롯됐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당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최대 3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예정처는 지난 29일 발간한 ‘2021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수급자 확대에 따른 생계·의료급여 재정지출 관리와 기초연금 지출 확대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부양의무자 제도 폐지에 따른 생계급여 지원 예산으로 4조6078억원을 편성했다. 약 18만7000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의료급여에는 7조6804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예정처는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기대하면서도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지원 가구 수 증가 등 수급 가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체계적인 생계급여 수급자 전달체계 마련 등 사업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초연금 사업에 대해서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대상자 증가와 기준연금액의 상향 조정 등 지출 규모의 확대에 대응하여 법령에 따른 적정성 평가 등을 실시하여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장기적인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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