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 흡혈귀씨…….」
「……너인가. 무슨 일이지?」
「저기, 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해서……」
「당신이 그때의 흡혈귀씨였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눈 앞의 일로만 머리가 가득해서, 저…….」
「아니……. 실은 나도 아직 네가 정말로 그 알티나라곤 믿기지 않는다.」
「설마, 그 성녀처럼 청렴했던 네가 이렇게 돈만 밝히는 여자가 되어있었을 줄이야……」
「정말! 그 얘기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좋아서 돈을 모은것도 아니라는 것, 당신도 알고 계시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네가 그렇게 눈을 시퍼렇게 뜨고 돈을 그러모으고 있었으니까.」
「……흡혈귀씨. 당신, 살짝 심술궃어지지 않으셨나요?」
「훗, 악마를 상대로 『심술궃다』니. 그 악마를 두려워않는 태도, 천사가 되어서도 여전하구나.」
「……그렇군. 넌, 정말로 알티나구나.」
「흡혈귀씨……. 전, 당신에게 사과하지 못해서…….」
「사과해?」
「예. 당신은,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말로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고 살아왔죠.」
「그리고 그 결과, 마력을 잃어 지옥으로 떨어져서. 정말 어떻게 사과드리면 좋을지…….」
「사과할 필요없다. 나는 약속을 지킨 것 뿐이니까.」
「그치만 당신이 약속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도 모르고, 저는 단죄자 네모의 일만…….」
「늑대인간씨의 말씀대로, 전 위선자에 지나지 않아요.」
「네가 어찌 생각하든 자유다만, 가령 위선이라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보단 하는 쪽이 100배 낫다.」
「게다가 난 지옥으로 떨어진 덕분에, 정어리라는 훌륭한 영양원과 만나게 됐지. 오히려 감사 인사를 하고싶을 정도다.」
「……흡혈귀씨는 참. 저는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거라구요?」
「아아. 나도 왕 진지하다.」
「후훗…… 역시 당신은, 이상한 흡혈귀씨네요.」
「이렇게 다시 만나는 날이 오게 되다니, 진심으로 다행이예요.」
「나도 기쁘게 생각한다. 이걸로, 그때의 약속을 지켜갈 수 있게 됐으니까.」
「……예. 400년이나 기다리게 해버렸지만요.」
「아아. 그때의 약속대로, 너를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그 피로 내 목구멍을 적셔주지.」
「후후훗……. 그럼, 어떤 식으로 두려움을 줄까. 앞으로의 즐거움이 한가지 늘었군.」
「……아뇨. 저를 두렵게 할 필요는 없어요.」
「……? 무슨 의미지?」
「저는 이미 충분히 두려운 경험을 했거든요.」
「당신이 『공포의 대왕』에게 홀로 휘말려 들어갔을때……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자, 다리가 떨리고, 두려워서, 두려워서…….」
「다른 분들이 모르게 소리를 죽이고 떠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알티나…….」
「……당신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자, 얼른. 저의 피를 마셔주세요.」
「그리고, 잃어버린 마력을 되찾으시길. 폭군 바르바토제…… 저의 흡혈귀님.」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