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게임은 제로의 궤적, 그리고 벽의 궤적.
(이하 영벽궤. 제로의 궤적은 영의 궤적이라고도 하는데 줄여서 영궤라고 부르더라).
궤적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두 개로 나뉘지만 팔콤 게임이 다 그렇듯, 사실상 하나의 게임이므로 묶어서 설명하겠다.
* 하늘의 궤적의 후속작이지만 등장인물과 배경을 완전히 일신하였다.
배경이 현대적이 되었고 등장 인물 전원이 경찰 신분이다.
* 사실 게임성만 따지면 하궤와 크게 다를 건 없다.
캐릭터 도트나 배경 그래픽 소스도 그대로 갖다 쓴 게 다 보일 정도.
차이라면 필드를 이동할 때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거나, PSP 기반이라 자유로운 시점 변경이 안 된다거나,
필드에서 몹을 직접 때려서 스턴을 건다거나, 전투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거나.
변화가 있다만 편의성 위주로 살짝 다듬은 정도에 불과하다.
애초에 팔콤 게임이니까.
변화를 줄 만한 체급이 안 된다.
계속해서 다듬고 조금씩 발전시키는 방향성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애초에 변화가 없다고 떨어져 나갈 거였으면 하궤 삼부작부터 못 넘으니까.
* 근데 내 입장에서는 신선하게 느껴지더라.
공무원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배경이 현대와 흡사하기도 하고, 그리고 현재에 빗댈 수 있는 정치적인 설정들까지.
이것들이 내 취향이라서 몰입감을 자아냈다.
하궤가 정통 판타지스러운 모험담이라면 영벽궤는 현판에 가깝다.
* 사실 하궤 삼부작은 트레이너나 세이브파일을 이용해 전투를 스킵하고 스토리만 봤는데,
영벽궤는 그러지 못 했다.
트레이너도 없고 클리어 파일도 없드라.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순정으로 플레이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전투가 간결하고 직관적이며 고민할 거리도 적당히 있고, 와중에 속도감도 있다.
마침 영벽궤에 와서 전투를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들어온지라 턴제 특유의 지긋지긋함은 거의 없었다.
* 가장 마음에 든 점은 이야기였다.
영벽궤에 와서는 파워 인플레가 많이 낮아졌고 주인공들도 이런 장르치고는 설정이 무난한 편이어서 오히려 몰입감이 있었다.
어쩌면 취향 문제일 수도 있겠지.
나는 하이 파워보다는 로우 파워가 더 재밌거든.
별로 안 센 애들끼리 아등바등하는 그런 맛.
* 주인공들의 로우 파워는 설정적으로도 탁월한데.
주 배경이 되는 크로스벨이 강대국 사이에 낑겨서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설정이라 딱 알맞다.
한국인 입장에서도 이입하기 되게 좋고.
정치적인 드라마나 갈등, 반전 등도 잘 썼다.
하궤와의 연계점도 재밌었고.
* 벽궤의 미니 게임인 뿌요뿌요 비스무리한 거.
별 건 아닌데 재밌어서 틈 날 때마다 했다.
* 한 가지 기이한 점은.
내 기준에서는 본편이라 할 수 있는 벽의 궤적보다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제로의 궤적이 더 재밌었다는 점이다.
하궤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이렇단 말이지.
벽궤가 재미 없는 건 아닌데 빌드업이 너무 길어서 중반까지 너무 지루하더라.
* 영궤로 빌드업 충분히 한 거 같은데 벽궤에서도 중반까지 또 빌드업을 실컷 하는지라 사람을 되게 짜증나게 만든다.
영궤가 최소 40시간이 걸리는데 벽궤에서도 20시간 넘게 빌드업을 하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궤적식 스토리가 원래 좀 이런 식이긴 하다.
긴 이야기랍시고 초반 빌드업을 집요하게 하는데 이게 후속작에 가서도 똑같은 걸 반복하는 식.
하나의 게임을 둘로 쪼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쓸데없이 배려심이 넘쳐서 그런 건지.
전환점에 다다르기 전까지의 구간이 너무 길어.
그래서 어설픈 주인공들의 아기자기한 우당탕탕 공무 집행 소동이었던 영궤가 더 재밌었다.
벽궤가 더 스케일 크고 반전 팡팡 터지고 전개가 박력 넘치긴 하는데... ... 중반까지 지루한 게 흠.
* 특히 벽궤에서 중반에 이야기가 전환되는 구간이 있는데,
오, 이제 시작인가? 하고 기대를 했는데 대뜸 휴가를 떠나는 부분에서 현타가 심하게 왔었다.
휴양을 떠나는 가벼운 에피소드도 나쁘지 않다만 타이밍이 좀...
도저히 넣을 타이밍이 없어서 어거지로 쑤셔 넣었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더라.
* 결과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인상 깊게 플레이 했다.
특히 본작의 주인공들이 겪는 위기가 세계 멸망이니 대악마의 부활이니 하는 것과 달라서 좋았다.
그런 것들보다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기가 닥쳐오는 게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이 위기를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 정도.
PSP 시절 물건이라 함부로 권하기 뭣하지만, 옛날 게임에 거부감이 없다면 지금 해도 무방한 것 같다.
끽해야 그래픽 정도?
그래픽 문제를 제외하면 게임적으로 의외로 모던한 편.
jrpg 몇 개 해봤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 하궤 삼부작은 너무 오래된 물건이기도 하고.
너무 왕도적인 작품이라서 그렇게 깊게 인상에 남지는 않았다.
(전투를 스킵한 영향도 아주 없진 않겠지만)
하지만 영벽궤는 확실히 다르다.
팔콤이 게임 커뮤에서 심심하면 까이는 동네북이긴 하지만 저력이 있는 개발사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
나아진 그래픽으로 리메이크 해줬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 특징.
팔콤의 대하 서사극 두 번째 장.
* 장점.
풍부한 플레이 타임.
현대와 엇비슷한 배경 설정.
빠른 템포의 턴제 전투.
몰입감 넘치는 전개와 흥미진진한 전개.
* 단점.
전작의 인물들이 중요한 비중을 지니는지라 모르면 좀 아쉬울 수 있음.
전개가 느리고, 시원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음.
너무 긴 플레이 타임.
너무 많은 대사와 텍스트.
처음 접하면 복잡한 세팅 요소.
일부 유치하고 뻔한 캐릭터들.
시점 변경이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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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게 세일즈 포인트 인 것처럼 굴 때가 있죠 ㅋㅋ | 25.08.20 16: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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