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요즘 계속되는 밤샘작업로 심신이 지쳐있만, 그래도 동료대원들의 분투를 보니 적당히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거주구를 나오니 일출이 맞아주었다.
언제나 똑같은 붉은 풍경과 햇살...
계속된 지하실 수면생활이 계속 이어지니 밤낮이 바뀔때도 많고 이렇게 일출을 보는것도 가끔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신체리듬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눈을 뜨자마자 시원한 공기에 깜짝 놀랐었는데,
몇일동안 SBG2005대원이 배관을 뜯어고치더니, 기여코 냉방장치를 고쳤다고 했다.
피곤에 쩔어있는 모습이 안스럽지만, 적어도 이제 시원한데서 잘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생각해보면 앞으로는 조금 더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본인도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을것 같다.
일주일전쯤 SBG2005대원이 가연성 빙결정 해동작업중 과도하게 투입한 나머지 폭발해버려서 반파된 정제실복구를 오늘 겨우 끝냈다.
아직 재발생할 지 모를 폭발사고를 대비해 긴급배출 관련 시설을 추가해야하지만, 나에겐 자원도, 시간도, 체력도 항상 부족하다.
안전보다는 당장 합금 가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눈감고 차일로 미루기로 했다.
고사리가 다 자라 싹 수확하고 모종을 새로 심었다.
고사리는 알고 있을까? 저 방탄유리창이 무너지는 순간 들어닥칠 혹독한 외부환경에, 자신은 그냥 아무 의미없는 흙더미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라는 모습을 보면 위안을 얻을 순 있지만, 저들이나 나나 풍전등화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하니 고사리를 겁줄 처지가 아님을 새삼 깨닳는다.
다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거주구의 수면장치실로 돌아왔다.
문득 자고 있는 대원들을 바라봤다.
개인침대를 따로 정하지 않아 아무 수면장치에서 보이는데로 쓰러지듯 누워잔다.
채광벨트를 차고 그대로 잠든 대원, 우주복을 벋기도 귀찮았는지 그대로 들어가서 자고 있는 대원...
여유 장비가 없는 상황인 만큼 서로 돌려써야 하기 때문에 장비좀 벗고 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들도 이 척박한 곳에서 사는 하루하루는, 그런 사소한것 하나하나도 피로로 다가오는 것임을 알기에 차일로 미루기로 했다.
어짜피 소리친다고 들릴 것도 아니고...
몸이 어서 자라고 비명을 지른다.
빠르게 수면장치에 몸을 뉘었다.
내일 눈을 떴을때, 아니 과연 나에게 내일이 올 수 있을까?
불의의 감압사고가 있어 자다가 그대로 세상과 이별하지 않을까? 폭발사고는? 이산화탄소 질식? 유독가스 중독? 실내온 상승으로 열사병으로 죽거나, 온도저하로 얼어죽을 수도 있다.
이런 저런 걱정이 들지만 그런 걱정따위가 이길 수 있을 피로가 아니다.
내일의 기대 하나 없이, 잠에 빠져든다.
- MARS, D+67... 68?-
- 개척대원 마너 -
- 성간 통신상태 : 교신불가 -
- 오늘의 메시지 : We Are Alive in SEF St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