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DUALITY Noir』의 사이드 스토리가 그려지는 외전 소설 『SYNDUALITY Kaleido』가 스타트!
ep.01은 본편보다 조금 앞선, 토키오와 존가스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존가스메이커의 정비를 담당하는 카나타가 바라보는 토키오의 등.
그리고 토키오 또한 그런 카나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읽어보면 애니메이션 본편을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
STAFF
스토리 / 하타노 마사루
번역 / eito
CHARACTER
DRIFTER
토키오
MAGUS
무튼
ep.01 「존가스메이커」
───2241년.
맹독성의 비가 부서지고 낡은 고속도로에 내리치고 있었다.
무수한 물웅덩이와 구덩이들 사이를 폭포처럼 흐르는 빗물은 흐린 구름과는 반대로 새파랬다.
쿠웅! 쿠웅!
노후된 콘크리트를 밟고 빗물을 튀기며 땅딸막한 실루엣으로 이족보행하는 금속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의 색깔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화려하고 또렷한 보라색과 녹색의 배율을 가진 금속 덩어리는 사람으로 치면 오른팔에 장착한 총검을 휘둘러서 오렌지색의 거대한 결정체를 베었다.
"어이, 무튼, 순도는 어때?"
"도련님은 안목이 있으십니다. 이 AO결정이라면 상당한 금액에 팔리겠지요."
그들은 드리프터라 불리는 자들이다.
생활의 모든 것들을 지탱하는 에너지원, 오렌지색 결정체 【AO결정】을 채취, 매각하여 그 이익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모처럼 상등품을 찾아냈는데 찔끔찔끔 깎아내야만 한다는 건 좀 내키지 않는데. 뭐, 불평할 상황은 아닌가. 가져갈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자. 오늘은 연회야. 평소 가던 에드조의 자리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도련님."
이후 그들은 몇 차례 더 총검으로 AO결정을 채취하고 고속도로 너머로 사라졌다.
인류가 비를 피하게 된 지 벌써 150년 가까이 지났다.
그 사이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고 머지않아 새로운 도구를 얻었다.
하나는 인류의 이웃 【메이거스】. 인류쌍대사고형 AI 탑재 휴머노이드.
그리고 또 하나가 그 금속 덩어리, 크레이들 코핀. 정식 명칭 범천후 순항 2각.
흔히 코핀이라 불리는 그것은 가혹한 환경에서 살 수 밖에 없게 된 인류가 얻은 도구(메카)이다.
▽ ▽ ▽
해질녘을 맞이한 록타운에 유난히 시끄러운 가게가 있었다.
BAR 에드조.
「결정 수집」에서 돌아온 드리프터들이 각자의 벌이를 손에 들고 모여들었고 가게 안은 서서 마시는 손님까지 포함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위험한 일을 끝마치고 아드레날린이 가득 전개된 드리프터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이 가게의 명물이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VIP라는 세 글자가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테이블이 오늘 벌어진 소동의 중심이다.
비어버린 병들과 널브러진 여러 안주들.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테이블 주위에는 술에 취한 드리프터들이 시체가 겹겹이 쌓인 것처럼 나뒹굴고 있다.
"흥, 한심하군."
엷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넘긴 토키오는 소파에 털썩 걸터앉아 여유롭게 맥주잔을 기울였다.
"도련님."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고 신사나 집사를 연상시키는 초로의 메이거스, 무튼이 말했다.
"으응?"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이 있습니다. 방금 계산을 하려고 했지만 잔액이 부족하여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과하게 놀아버렸나."
토키오는 테이블의 끝에서 끝으로 빈틈없이 놓여진 형형색색의 멋진 병들을 보고 자조하듯이 웃었다.
"그럼, 외상으로 한다고 해 줘."
"가게 주인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만, 이미 외상값이 상한선을 넘었기 때문에 거절 당했습니다."
"낭패로군. 뭐, 하지만 이런 때야말로 돈 버는 이야기가 알아서 굴러 들어오는 법이지."
삐빅. 토키오가 가진 정보 단말기에 반응이 있었다.
착신 화면에는 테오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테오, 좋은 소식이겠지?"
"물론이야, 꽤 질이 좋아 보이는 AO파를 포착했어."
"엔더즈는?"
"지금은 없지만 몰려드는 것도 시간 문제일 거야."
"땡큐."
토키오는 감사 인사와 함께 정보 단말기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내 말이 맞지?"
"연이어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군요, 도련님."
토키오는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일어났다.
"자, 그럼. 술이나 깰 겸 카나타의 엉덩이라도 걷어 차러 가줄까?"
▽ ▽ ▽
토키오는 자신이 소유한 개러지의 셔터를 열었다.
그러자 이내 친동생처럼 지내는 카나타와 눈이 마주쳤다.
카나타는 토키오가 애용하는 기체 【존가스메이커】를 한창 정비하는 중이었다.
"카나타~ 미안, 존가스메이커, 지금 당장 출격할 거야."
"우와앗! 술 냄새!"
"그닥 많이 안 마셨어. 그렇지, 무튼?"
"대답하지 않아도 돼, 무튼. 어차피 또 에드조 선반을 한쪽 구석에서부터 비우는 승부라도 하고 있었지?"
"역시 카나타 님이십니다. 도련님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다."
"카나타, 지금 단계에서 몇 %정도야?"
"저기요, 토키오 씨. 불과 몇 시간 전에 돌아오셔서 저한테 이것저것 정비 해달라고 부탁해놓고 어느 샌가 술을 마시러 가더니 이번에는 바로 출격한다니 제멋대로인 것도 정도가 있다고요!"
"뭐야, 카나타, 잔소리하는 마누라처럼 그러지 말라고. 네 실력이니까 지금 출격할 수 있지?"
"무, 물론이죠!"
"그럼, OK."
"아, 하지만, 이전에 제안했던 새로운... 읍!"
카나타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토키오의 검지가 그의 입술에 닿아 가로 막혔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는 게 드리프터야."
히죽, 하고 토키오가 웃었다.
"샤워하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토키오는 개러지를 빠져나갔다.
카나타는 친한 형의 조금은 제멋대로인 행동에 진저리가 났다.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다니까, 저 사람은..."
하지만 토키오의 등을 배웅하는 카나타는 미소 짓고 있었다.
방약무인에 퉁명스러운 사람이지만 코핀에 타면 정말 강하다.
모두가 꺼려하는 힘든 장소도 단독으로 돌파해 파격적인 가격에 팔리는 AO결정을 가져오는 것이 토키오 씨였다.
그야말로 고고한 드리프터.
지금은 아직 정비 담당에 만족하는 카나타라는 소년의 눈에 토키오의 등은 동경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뭐하지만, 카나타 님."
무튼이 카나타에게 말은 건다.
"응? 뭐야?"
"도련님은 카나타 님의 정비에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도련님이 이만큼 벌 수 있는 것은 카나타 님의 정비 덕분입니다."
"고마워, 무튼. 그렇긴 해도 토키오 씨의 조종 기술은 정말 대단해. 매일 상처투성이의 코핀을 보고 있는 나는 알아. 코핀의 손상 상태로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손에 잡히듯이 알 수 있으니까."
"그것 또한 훌륭한 재능입니다. 두 분의 콤비라면 저도 안심하고 지켜볼 수 있습니다."
"......"
"이거, 실례했습니다. 카나타 님은 드리프터가 되길 원하셨었죠."
"언젠가는, 말이지. 뭐, 아무튼 지금은 토키오 씨의 기대에 부응해야지... 지금은 말이야."
"카나타 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요?"
"그럼, 다리 파츠의 체크를 부탁해. 나는 전기계와 왼팔의 연계를 확인할 테니까."
무튼은 조용히 서 있는 존가스메이커의 왼팔을 바라본다.
얇은 천이 쓰워진 채 크게 부풀어 오른 왼팔의 실루엣은 무튼이 지금까지 본 것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아니, 이 왼팔은..."
"토키오 씨에게 부탁 받은 녀석이야. 아직은 시작품 단계지만."
카나타의 얼굴은 득의만면했다.
드르르륵, 하고 크레이들 코핀을 운반하는 캐리어가 험한 지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날씨는 쾌청. 「결정 수집」에는 안성맞춤이다.
"좋았어, 우리들이 1등인가?"
갑작스러운 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낡은 폐건물 안으로 캐리어를 정차시킨 토키오는 짐칸을 펼쳤다.
그러자, 멀리서 총성이 들려왔다.
"쳇, 발빠른 녀석이 있잖아. 아방튀르인가?"
"예, 도련님. 그런 것 같습니다."
아방튀르는 록타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10명 정도의 드리프터가 모인 집단이다. 그 필두인 마이클은 토키오를 라이벌로 여기며 무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쟁하고 다투는 관계였다.
"저 녀석들에게 뺏기기 전에 한바탕 일을 벌려 보자고."
존가스메이커의 콕핏에 재빨리 몸을 밀어 넣은 토키오는 기체를 통합 관리하는 OS를 능숙하게 기동시켰다.
"준비 됐어? 무튼."
"완료입니다."
"가자!"
토키오가 힘차게 풋 페달을 밟으니 존가스메이커의 각부 바이포트가 접히고 고속 기동용 3연 롤러가 대지를 박찬다.
기기기기긱, 하고 바퀴가 고속 회전을 시작하자 그에 연동하여 무릎 부분이 살짝 접히고 충격 흡수 자세를 취한다.
"출발한다!"
탄력을 받은 존가스메이커는 폭발하듯이 가속.
좌우로 선회하며 총성이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 ▽ ▽
두 산간 지역 사이에 위치한 골짜기에는 거대한 AO결정이 솟아 있었고 그곳에는 이미 두 대의 크레이들 코핀이 모여 있었다.
두 기 모두 아방튀르에 속한 기체였다.
"이 사냥터는 우리 아방튀르가 지배한다!"
그렇게 외친 마이클은 자신이 애용하는 전용 기체 리아리드의 오른쪽 어깨에 있는 화염방사기 【AO 플로어】로 사족수형 엔더즈, 체이서들의 무리를 불태웠다.
"한 마리도 남김 없이 구축해주겠어!"
"아, 잠깐! 마이클! 고작 체이서를 상대로 아깝게!"
"바보냐! 잘 들어! 엘리! 어떤 상대에게도 전력으로 맞서는 것이 드리프터라는 거다!"
"정말, 부자들은 그런 부분이 귀찮단 말이지. 절약이란 말을 모른다니까."
"역시 마이클 님, 소형 엔더즈에게도 거리낌이 없으시군요."
마이클의 메이거스인 밥이 덧붙이듯 말한다.
"밥, 칭찬하지 마. 쑥스럽잖아."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뭐라고 했어? 엘리."
"아니, 아무것도! 제대로 벌 수만 있다면 문제 없어."
흩날리는 핑크색 트윈테일의 소녀, 엘리는 아방튀르의 중견 드리프터이다. 전투 경험도 나름대로 가지고 있지만 전선에 서는 것보단 지원을 담당하는 일이 많다.
돌진형인 마이클과 함께 페어로 출격하는 일이 잦은데, 다시 말하자면 전투 시 폭주해버리는 마이클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엘리, 어쩔 수 없어. 마이클, 낮의 벌이로 토키오를 이겼으니까. 지금이 제일 즐거울 때잖아?"
엘리의 메이거스인 안제가 작은 목소리로 엘리에게 속삭였다.
"어린애도 아니고..."
"오라오라오랏! 이것이야말로 승자의 싸움이다! 어?"
삐빅, 삐빅, 하며 요란한 경보가 울렸다.
신종 엔더즈의 접근 경보였다.
"어디서 오는 거지!?"
"위에서! 1, 2, 3... 게이저 다섯 기! 낙하 예상 지점을 보낼 게."
안제가 곧바로 전황을 분석해 엔더즈, 게이저의 낙하 지점을 알아냈다. 그 정보는 엘리의 바이저를 통해 지상에 투영되어 가시화됐다.
엘리 일행은 낙하 지점 한복판에 있었다.
"거짓말이지!? 안제, 가속해!!"
"하고 있어!"
엘리 전용 리아리드가 급가속함과 동시에 왼팔의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 고속으로 접근하는 게이저를 조금이라도 늦추자는 안제의 판단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게이저의 기습을 피한 엘리는 순간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곳에 마이클의 리아리드가 달려왔다.
"엘리!"
"마이클, 이거 좀 위험한 것 같아. 점점 더 모여들고 있어."
엔더즈는 AO결정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AO결정이 가진 에너지를 엔더즈도 탐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순도가 높은 AO결정일수록 그에 비례해서 모여드는 엔더즈들도 강력해지는 것이다.
마이클은 히죽 웃었다.
"이만큼 모인다는 건 상당한 물건이라는 거야 저 AO결정. 반드시 아방튀르의 실적으로 만들겠어."
"나도 그럴 생각이야. 있잖아, 마이클, 게이저는 촐랑거리며 날아다니니까 내 머신건은 상성이 안 좋아. 내가 유인을 할 테니까 아까 그걸 부탁해."
"OK, 불태워주겠어!"
"간다~!"
신호에 맞춰서 엘리의 리아리드가 적진 한복판을 가로 질렀다.
게이저는 엘리는 노렸다. 여기까지는 작전대로다.
구불구불 나아가며 게이저를 유도한 엘리는 굳이 골짜기의 막다른 곳으로 나아갔다.
물론, 게이저의 행동 범위를 좁혀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다.
"마이클!"
"좋았어, 파이어!!"
마이클이 힘차게 트리거를 당겼다.
슈욱...!
"파, 파이어!?"
슈욱...!
"마이클 님, 연료가 떨어졌습니다."
"아니!? 아뿔싸!"
"바보! 마이클! 바보!"
"어쩔 수 없잖아! 낮에 출격하고 나서 그렇게 시간도 많이 안 지났고, 정비도 적당히 하고 나왔으니까!"
"그렇다면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라구!"
"엘리, 불평은 나중에! 앞에 적! 엔더즈!"
"불평하고 있는 건 너잖아~!"
그렇게 내뱉은 엘리는 눈앞의 위기로 눈을 돌렸다.
바이저에는 공격 반응을 나타내는 붉은 문자가 격렬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막다른 곳으로 몰아 붙이겠다는 생각 때문에 구석으로 몰린 엘리에게 게이저들이 일제히 조준을 한 것이었다.
다섯 기의 게이저가 엘리를 에워싸듯 다가선다.
도망갈 곳을 잃은 작은 동물을 노리며 하늘을 선회하는 매처럼 여유마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한 기의 게이저가 공기 중을 가르며 돌진해왔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섯 기 모두 엘리에게 달려든다.
다섯 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마치 우렁찬 외침 같았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었다.
"회피, 늦을 거야! 견뎌!"
안제의 분한 듯한 목소리가 울린다.
슈웅!!
격렬한 빛이 한 기의 게이저에서 방출되었다.
팍, 콰과가가강!!!
직후, 조금 늦은 타이밍에 중저음이 울려퍼졌다.
"어?"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엘리가 눈을 뜨자, 게이저들이 급히 산개하여 요격 태세로 이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한 기 줄어있어. 어째서, 조금 전 게이저들은 날 노리고..."
하지만 그건 엘리의 착각이었다.
게이저는 스스로 빛을 발한 것이 아니라 폭발한 것이다.
정확한 사격으로 코어를 꿰뚫려서.
"자자~ 비켜비켜!"
무선을 통해 엘리의 귀에 목소리가 닿았다.
"이 목소리는..."
엘리가 위를 올려다보자 골짜기 아래에 있는 엘리 일행을 내려다 보듯이 서 있는 존가스메이커가 눈에 들어왔다.
"토키오!?"
투쾅! 하고 존가스메이커의 뺨 부근에 세팅된 도핑 릴이 불을 뿜었다.
"날아가겠습니다, 도련님. 혀를 깨물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단숨에 스러스터가 분사되자 존가스메이커가 공중을 날았고 중력에 이끌려 골짜리 아래로 급가속해왔다.
"우와아아아아!!"
내장이 쏠릴 듯한 중력을 느끼면서도 낙하를 즐기는 토키오는 도핑 릴로 기체를 제어하고 착지하면서 오른팔에 있는 베요넷 라이플에 고정된 총검으로 게이저를 또 한 기 쓰러뜨렸다.
"자, 또 한 마리 보냈다고."
거기부터는 토키오와 무튼의 독무대였다.
원위치로 되돌린 칼로 또 한 기의 게이저를 베어낸다.
배후로 돌아가려는 또 다른 게이저의 행동을 예측한 무튼은 코핀을 고속으로 반전시켰다.
"지금입니다."
쾅!
완벽하게 계산된 탄도를 따라 탄환이 날아갔고 탄도에 끌여당겨진 듯이 움직이던 게이저의 코어는 일격에 꿰뚫렸다.
팟! 슈우우우우우...
코어를 잃은 네 기의 게이저는 즉시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흩어져갔다.
"라스트!"
공격할 방법을 잃게 된 마지막 게이저가 토키오에게 돌격한다.
"흥이 없어, 흥이."
토키오는 풋 페달을 꽉 밟았다.
슈우우우웅, 하고 엔진이 새된 굉음을 내었지만 그 동력은 아직 각부 롤러에 전달되지 않았다.
게이저를 아슬아슬하게 끌어들인 토키오는 격돌 직전에 조종간의 트리거를 당겼다.
도핑 릴과 스러스터가 동시에 분사되어 팟! 하고 코핀이 고속으로 그 자리에서 반회전.
돌출된 총검이 반달 모양의 호를 그렸다.
게이저는 엇갈리며 두 동강이 났으며, 분단된 게이저는 관성을 거스르지 않고 암벽에 격돌.
쿵하고 한 번 튀어오른 뒤 잔잔한 소리를 내며 흩어져갔다.
"정확히 1분입니다. 도련님."
"좋았어! 정점 찍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이클과 엘리는 호흡하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이후 마이클은 뒤늦게 소리쳤다.
"젠장! 뺏겨버렸어!!"
마이클은 콕핏의 내벽을 쾅쾅 두들겼다.
"야, 마이클. 이 녀석, 너도 채취해도 돼."
토키오는 존가스메이커로 거대한 AO결정을 가로채듯이 코핀의 팔꿈치를 결정에 올려둔 상태로 말했다.
"내가 캐고 남은 거라도 괜찮다면 말이지~"
"누가 부스러기로 만족하겠냐!!"
"어? 거기가 고집부릴 부분이야?"
순서 따윈 상관 없다고 말하고 싶은 엘리였지만 마이클에게는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마이클이 귀환을 결정했기에 엘리는 투덜거리면서도 그를 따라 록타운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존가스메이커가 빙글빙글 왼팔을 돌렸다.
그러자 토키오의 의도를 파악한 무튼이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했다.
"왼팔에 장착된 건 스파이크 파일 벙커입니다. 작약의 위력에 의해 고속으로 발사되는 말뚝으로 대상을 관통하는 무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용도는 그뿐만이 아니라 AO결정을 부수는 데도 탁월하다고 합니다. 결정의 굴착량에 한계가 있는 존가스메이커를 위해 카나타 님께서 제안하여, 오늘 시작품이 완성된 모양입니다.
"한 번 시험해볼까."
존가스메이커의 오른쪽 손등을 AO결정 겉몉에 접촉시킨 토키오는 긴장된 표정으로 트리거에 손가락을 걸었다.
"새로운 무기라는 건 언제나 로망인 법이지."
딸칵, 하고 단숨에 트리거를 당겼다.
그 순간 작약이 섬광을 뿜어냈다.
운동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 발사된 말뚝이 AO결정에 충돌하자 그 반동으로 총 중량 몇 톤의 존가스메이커가 살짝 떠올라 10m 이상을 날아갔다.
"으아아아아악!?"
콕핏에 가해진 충격도 적지 않아 토키오는 콕핏 내벽에 강하게 머리를 부딪쳤다.
"아야야... 그 녀석 이건 너무 심하잖아!"
"바이탈 정상. 두부의 내출혈 없음. 다행입니다. 내벽에 쿠션을 깔아둔 것 같습니다."
"카나타 녀석... 돌아가면 설교해주마..."
토키오는 눈을 깜빡이며 원망의 말을 내뱉었다.
"아뇨, 도련님. 오히려 칭찬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파일 벙커에 의해 AO결정은 뿌리부터 뚝 부러져 있었다. 그 조각... 이라기 보다 거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결정체는 가져가면 엄청난 값을 받을 것이다.
적어도 록타운의 기록 경신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토키오의 뇌리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카나타의 얼굴이 떠오른다.
"헷, 건방 떨게 둘까 보냐."
하지만 그 표정은 다정한 형을 떠올리게 하는 상냥한 것이었다.
▽ ▽ ▽
"있잖아, 토키오. 아방튀르에 들어올래? 아니, 그냥 들어와."
"싫은데."
이날의 BAR 에드조는 역시나 떠들썩했다.
토키오가 전세를 냈다는 말을 듣고 록타운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점내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토키오는 그 분위기를 즐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옆에서 딸기 주스를 마시고 있는 엘리는 토키오에게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도 전할 겸 아방튀르에 권유하러 온 것이었다.
"어차피, 마이클이 반대할 거 아니야."
"마이클 외에는 모두 찬성하니까 괜찮아."
"그게 뭐야."
"그럼, 가끔 도와주는 정도로도 괜찮으니까."
"됐어,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니까."
"혼자? 카나타가 있잖아. 돌봐주고 있는 거지?"
"그 녀석은..."
카나타의 얼굴이 떠올랐다.
거기에 또 하나, 다른 얼굴이 떠오른다.
카나타를 닮은 곧은 눈동자를 가진 얼굴.
"그 녀석은... 제멋대로 들러붙을 뿐이야."
"너무해! 너 너무 냉담해! 카나타도 말이지, 네게 도움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너, 카나타 이야기만 나오면 엄청 진지해지네."
"아, 아냐... 그런 거 아니야, 아닌 게 아니긴 한데... 아니! 아, 정말! 나도 몰라!"
"뭐야, 저 녀석. 자기 혼자 화내고, 혼자 가버리네..."
토키오는 문득 눈을 가늘게 떴다.
"혼자서 화내고, 혼자서 가버린다라..."
토키오는 "아~!" 라고 외치고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도련님."
"뭐야, 무튼. 새로 한 잔 가져다 준 거야?"
"네, 드시죠."
토키오는 넘겨 받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메이거스는 요령이 없는 존재들이라 잊어버린다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령 있게... 잊어가는 법이지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잊을 수 없다는 건 조금 괴로운 일이군요."
무튼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토키오는 가슴이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그건 토키오가 록타운으로 오기 전의 이야기다.
"벌써, 잊었어."
"도련님, 카나타 님은 따라와 주신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해주는 게 도리겠지요."
"시끄러, 할아범."
▽ ▽ ▽
토키오가 개러지의 셔터를 열자 작업복 차림으로 오일 범벅이 된 카나타가 있었다.
얼굴은 그을음으로 얼룩져 있지만 눈빛만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사용한 거죠? 그쵸? 어땠어요? 내 스파이크 파일 벙커! 도움이 되었나요!?"
토키오는 카나타의 뒷통수를 쿡 찔렀다.
"아얏, 뭔가요?"
"죽는 줄 알았다고! 절반으로 줄여, 작약."
"에에엣!? 폭발의 에너지를 그대로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 로망이잖아요. 반으로 나누면 재미가 없다고요!"
"나를 죽이려는 거냐!?"
"음... 그렇다면 기체에 피드백 되는 충격을 감당하기 위한 구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동시에 스러스터를 분사해서 충격을 감쇠, 아니 그러면 위력이 떨어지니까..."
중얼중얼 고속으로 말을 뱉어내는 카나타를 보며 질린 얼굴을 한 토키오는 카나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아~ 울적하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 하지만, 아직 왼팔에 추가 예정인 파츠의 클리어런스 조정이..."
"됐으니까, 가자. 오늘은 내가 산다!"
"켁, 아파요. 토키오 씨, 잠깐 기다려요. 적어도 옷은 갈아입게 해주세요."
탁탁 뛰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는 카나타를 보며 토키오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알겠어, 카나타? 오늘은 내가 드리프터의 방식이라는 걸 철저하게 알려줄 테니까."
이로부터 약 1년 후, 토키오와 카나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화는 느와르의 에피소드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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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번역을 해봤습니다. 다음화도 나오면 번역할 예정입니다. 원문으로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은 출처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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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멋진 번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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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to
고생하셨습니다. 멋진 번역 감사합니다 | 23.08.08 20:5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