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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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오브 어스 스토리 총정리 1부 - 현재 페이지 ●
■ 라스트 오브 어스 스토리 총정리 2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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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어디서 났니?”
“마약이요. 엄청 쎈 마약을 팔거든요.”
“어이쿠야, 그럼 대출금 갚는 것도 도와줄 수 있겠네.”
“네네, 원하신다면요.”
아빠와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은 딸은 이내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이제 13살이 된 사라는 아빠의 생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빠가 손목시계가 망가져 투덜댔다는 사실도 기억했다. 따라서 그녀의 선물은 시계였다. 그러나 그녀가 준비한 선물을 건네줄 수 있었던 것은 밤이 늦어 자정이 되기 20분 전이었다. 아빠가 일이 바빠 집에 늦게 들어온 탓이다. 간신히 생일 날짜가 지나기 전에 목적을 달성한 사라는 안심하고 깊은 잠에 들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마 하루종일 선물 건네줄 생각만 했으리라. 조엘은 잠든 딸을 조심스레 안아 그녀의 방 침대에 뉘어주었다.
얘를 그럼 YG에 데뷔시켜야 하나...
2013년 미국 텍사스의 한 가정, 조엘은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목수 출신으로 건설 분야에서 종사하던 그는 현재 자영업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일은 쉽게만 풀리지 않았다. 조금 전 동생 토미와 짜증 섞인 전화통화를 나누다 끊은 것도, 밤늦게 잠들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딸에게 조금 짜증을 부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그녀의 작은 선물 하나에 조엘의 기분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별달리 큰 표현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조엘의 스트레스는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내일부터 괜스레 손목시계를 바라보는 횟수가 두 배는 증가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엘 역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딸이 죽었다.
사라를 쏴죽인 군인은 격발 순간에 많이 망설여 했다. 하지만 상부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다. 마을 일대가 모두 어떤 것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종류의 질병 같은 것이 아니었다. 감염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의심되는 사람은 전부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질 정도니 사태의 심각성은 두말할 필요 없었다. 그것은 모두에게 너무나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수시간 전, 전화 소리에 잠이 깬 사라는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빠는 보이지 않고, 뉴스에선 전염병과 폭동이라는 무서운 단어들이 흘러나오고, 창밖에는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간간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겁을 먹은 사라는 아빠를 찾아 조심스레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범벅이 된 이웃 지미와 대치하고 있는 아빠를 발견했다. 왜인지 지미는 아빠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 듯했다. 지미 뿐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 몸, 다리를 마구잡이로 물어뜯는 끔찍한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라와 조엘은 때마침 나타난 삼촌 토미의 차를 타고 서둘러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결국 끈질기게 쫓아온 습격자들에 의해 차량은 전복되고 만다. 조엘은 사라를 업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통제선에서 만난 군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군인은 내키지 않는 명령을 수행해야 했다. 사라가 총격을 맞은 직후 군인 역시 토미의 총에 맞아 쓰러졌고, 조엘은 필사적으로 사라의 상처를 누르며 지혈을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도 치명적인 총상이었다. 곧 아빠를 부르던 사라의 입이 멈추고, 눈에 초점이 사라졌다. 조엘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사건의 연속이었다.
비어있는 조엘의 집 거실, TV에서는 혼란스러운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 계엄령이 발령되었다던가, 거주민들을 격리 구역으로 이동하게 한다던가, 국제보건기구에서 최근 백신 실험에 실패했다는 정보가 유출되었다던가, 정부의 기능이 무너졌다던가, 전 세계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라든가... 믿기 힘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류는 오래 지나지 않아 곧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다지 비밀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어쩌면 이미 예견된 위협이었다.
‘인류는 동충하초로 인해 멸망한다.’
언뜻 농담 같지만, 학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던 말이었다.
실제 전 세계에 약 600종 이상이 퍼져 있는 기생균 ‘동충하초’
동충하초란 본래 주로 곤충을 숙주로 삼는 일종의 기생 버섯이자 균류다. 한 마리씩 포식하는 것이 아닌 포자를 생산하고 퍼뜨려 일대 군집을 모조리 쓸어버리기도 하는 무서운 특성을 가진 균주. 대부분의 버섯은 죽은 나무나 풀을 분해하여 영양소를 얻어 자란다. 그런데 동충하초는 살아 있는 동물의 몸에 기생하여 살을 파먹고 사니 일종의 육식성 버섯이라 할 수 있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다른 버섯균들이 곰팡이처럼 생물의 시체를 분해하고 썩혀 없애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면, 동충하초는 반대로 감염시킨 숙주를 방부 처리를 하여 미라처럼 썩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동충하초의 포자는 바람을 타고 멀리 숙주가 되는 살아 있는 대상을 찾아 날아간다. 동충하초의 홀씨에 감염되는 것은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과 같다. 곤충의 몸속으로 들어간 포자는 곤충의 신경을 마비시켜 죽은 것처럼 만든 다음 뇌로 올라가 뇌사상태로 만들고 뇌를 조종하여 마치 좀비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다음 곤충의 몸통 구석구석까지 균사를 뻗어나가 단백질로 된 내장과 살을 모조리 먹어치운다. 동충하초의 포자가 잠복해있는 동안 숙주는 죽어있지만 겉으론 멀쩡하게 보이는데 이것이 동충(冬蟲)의 상태다. 그리고 다음 해 여름이 되면 풀줄기를 닮은 버섯대가 숙주의 머리 부분을 뚫고 길게 올라와 마치 숙주의 몸통에서 풀이 자라난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하초(夏草)의 상태다. 아래는 벌레의 몸이고 위는 풀이 자라는 것과 같은 모양이 되어 마침내 동충하초가 되는 것이다.
가상의 우주괴물 ‘에어리언’의 현실판에 가까운 생태를 가진 기생 균류. (식물이 아니다.)
모든 생물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다. 인간처럼 수명이 긴 생물은 진화가 느리고 수명이 짧은 생물은 진화가 빠르다. 그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가장 빨리 진화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다. 박테리아는 생물이지만 바이러스는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니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기생했을 때에만 생물이 된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므로 죽이거나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불로 태워도 없어지지 않고 진공 상태에 두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잠재우거나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오래전 동충하초는 ‘길앞잡이 벌레’에게만 기생할 수 있었다. 본래 그런 균류였다. 그러나 길앞잡이 벌레의 숫자가 줄어들자 동충하초는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했다. 거의 모든 곤충에게 감염될 수 있도록. 길앞잡이 벌레 고기만 먹고살던 버섯이 어느 날 식성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차츰 지구 환경이 변화할수록 동충하초의 포자는 진화를 계속하여 결국 곤충의 고기뿐만 아니라 육식동물의 고기도 먹을 수 있도록 식성이 바뀔 것이라는 게 대부분 학자들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를 유달리 빨리 앞당기는 짓을 스스로 하고 있는 생물이 있었다. 바로 인간이다. 동충하초는 물론 미래의 식량이라며 곤충의 단백질까지 체내에 쌓기 시작해 사람의 몸에 있는 단백질 구조에 변형이 온 것이다. 그렇게 동충하초는 또 한번 진화를 하여 마침내 사람에게도 기생할 수 있는 변종이 되었다.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그럴 법한 가설에서 시작한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관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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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문명사회가 무너졌어도 더위는 여전했다. 잠시 눈을 붙이던 조엘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함께 밀수 사업을 하는 파트너 테스였다. 조엘은 테스와 함께 보스턴에서 밀거래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썩 적성에 맞는 일은 아니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 했다.
밀수꾼으로 함께 일하는 조엘과 테스
지난 20년간 백신은 결국 개발되지 못했다. CBI(동충하초 뇌염)이라는 공식 명칭을 얻은 이 감염성 질병에 걸린 ‘감염자’들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기록에 따르면 인류의 약 60%가 이에 감염되거나 죽은 걸로 추정됐다. 물론 이는 정확하지 않은 최소한의 추정치일 뿐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갈수록 고단해져 갔다. 매일같이 폭동이 일어나고, 생존자들은 부족한 식량의 확보를 위해 싸웠으며,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격리구역에 갇힌 채 근근이 식량을 배급받아 삶을 이어나갔다. 뭣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백신이 개발될 거란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젠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살아남는 것이 전부인 세상
계엄령을 선포했던 정부군은 질서유지를 위해 통제구역을 벗어나는 자들은 모두 사살하는 공포통치를 행했다. 때문에 <파이어플라이>와 같은 반정부 테러 단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물론 정부군으로서도 좋아서 학정을 벌이는 건 아니었다. 배급도 나날이 줄어드는 데다, 이를 메꾸려고 민간에서 밀수를 일삼다 감염돼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정부군의 장비나 인원이 이걸 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므로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철저히 관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밀수꾼인 조엘과 테스는 정부군의 감시를 항상 피해다녀야 했다.
통제하는 정부군과 그에 맞서는 파이어플라이
방에 들어온 테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얼굴에 상처도 나있었다. 거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습격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바로 그들에게 무기를 공급해주던 무기상인 로버트의 패거리였다. 지난밤 테스는 조엘과 다퉜다. 사소한 일이었지만 테스는 그 때문에 오늘 혼자서 거래 현장에 나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로버트의 배신으로 무기를 빼앗기고 말았다. 조엘은 자기 몰래 혼자 나갔다가 일을 당한 테스에게 잠시 화를 냈지만, 이내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준 후 함께 로버트를 찾아 나섰다. 그것은 그들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로버트의 말에 따르면 무기는 이미 민병대인 파이어플라이에게 넘어간 후였다. 열받은 테스는 그 자리에서 로버트의 머리에 두 발의 총알을 박아주었다. 다행히 파이어플라이는 찾으러 다닐 필요 없었다. 로버트가 숨진 직후 근처 벽 모퉁이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보였다. 파이어플라이의 지도자 마를린이었다.
왜인지 배에 총격을 당한 상태로 모습을 보인 파이어플라이의 리더, 마를린.
마를린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정부군의 파이어플라이 소탕 작전 때문에 요원이 전부 죽고 자신 역시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들의 사정이 어찌 되었건 테스는 로버트가 넘긴 물건을 다시 돌려줄 것을 마를린에게 요구했다. 물론 마를린은 거절했다. 그녀의 입장에선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얻은 물건이기에 돌려줄 이유가 없었다.
다만 마를린은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어떤 것’을 도시 밖 파이어플라이의 집결지인 <중앙청>까지 밀반출해주면, 무기를 돌려주는 것은 물론 덤도 얹어주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밀수꾼에게 제안한 밀수 의뢰였다. 약속만 확실하다면 현재 조엘과 테스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그 밀반출해야 할 화물이라는 것이, 물건이 아닌 사람이었다. 엘리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
역대 게임 소녀 캐릭터 중 가장 욕을 잘하는(...) 캐릭터 엘리.
엘리의 나이는 14세. 조엘의 딸 사라가 죽었을 당시와 비슷한 나이 또래였다. 물론 그녀가 살아온 환경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대재앙이 인류를 덮친 뒤로 6년이 흐른 2019년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어린 나이에 활과 총을 능숙하게 다루고 말도 탈 수 있을 정도로 조숙한 면이 있었지만, 또한 입이 험하고 성격도 거칠었다. 그래서인지 조엘과의 만남은 시작부터 칼질에 욕이 난무했다.
서로 격하게 환영하는 엘리와 조엘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엘리를 목표지로 데리고 가는 일은 그들 파이어플라이에게 매우 중요한 일 같았다. 그런 일을 왜 생면부지의 자신에게 덜컥 맡겼는지 의아했지만 마를린의 입에서 나온 한 남자의 이름으로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조엘의 동생 토미. 오래전 파이어플라이에 몸담았던, 그들이 신뢰하는 그 남자가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조엘에게 의존하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파이어플라이의 상황이 달리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는 것도 한몫했다.
조엘은 내키지 않았지만 의뢰를 수락했다. 다만 엘리와는 대화를 최소화하고 특별히 호의적인 면을 보이진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엘리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시니컬한 태도로 대했다. 이는 조엘의 원래 성격이기도 했지만, 또한 엘리를 보면 본능적으로 죽은 딸 사라를 떠올리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그 사실을 엘리가 알 리는 없었다. 때문에 엘리는 한동안 거의 테스와만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라가 선물했던 고장 난 시계를 여전히 차고 다니는 조엘
조엘과 테스, 엘리 일행은 곧 도시 밖으로 나섰다. 역시나 도시 밖에는 감염자들이 득시글 거렸다. 생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감염자들은 비록 빛을 인지하진 못했지만 나머지 감각으로 조엘 일행을 인식하는 족족 덤벼들어 왔다. 균사체가 뇌세포를 장악해 기억과 이성을 잃은 감염자들은 다른 인간에게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띠었다.
이들의 감염 경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른 감염자에게 물려 직접적으로 균이 체내에 들어오는 혈액 감염, 또 하나는 공기 중의 포자를 마시고 호흡계를 통해 체내에 침투하는 포자 감염. 균에 감염되면 1~2일 내로 균사체들이 뇌와 그 주변 신경계를 장악하여 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서서히 자라난다. 곰팡이가 퍼질수록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잃어버리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표출하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은 비감염자를 향한 폭력적 행위와 식인 요구를 동반하여 나타났다.
감염자 종류는 러너, 스토커, 클리커, 블로터라는 단계로 나뉘었다. 후자일수록 감염 상태가 진전된 것이다. 러너에서 스토커까지는 아직 숙주의 의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곧 산 채로 기생균이 자신의 내장과 살을 파먹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감염체마다 감염 진전속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수명이 다하거나 손상된 감염자는 공통적인 습성을 보였다. 뇌신경계를 장악한 균의 조종을 받아 비좁고 폐쇄된 곳 또는 습기가 있는 장소로 향하는 것이다. 여기서 균은 숙주를 죽이고 신체 전체를 뚫으며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돋아난 곰팡이는 엄청난 크기로 비대하게 성장해 주변 벽이나 바닥을 뒤덮고 뻗어나가며 숙주가 사망한 곳 주변의 어떤 표면이든 착 달라붙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났다. 그리고 공기 중에 포자를 대량으로 뿜기 시작하는데, 이 곰팡이 군체가 모여 주변 지역 전체를 유독성 포자 지대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기에 생존자들은 방독면을 소지하고 다니곤 했다. 다행히 이들 감염자들에겐 약점이 있었다. 모든 감염자들은 공통적으로 불에 취약했다. 몸에서 자라나는 곰팡이 각질이 불에 잘 타기 때문이었다.
‘블로터’가 되기까지 평균 약 1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조엘 일행은 행여나 감염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염자들을 피하거나, 쓰러뜨리며 나아갔다. 도중에 군인들에게 붙잡히기도 했지만 엘리가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조엘과 테스는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군인들은 일행을 붙잡았을 때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기기로 일행의 몸을 체크했는데, 테스가 엘리를 측정했던 기기를 집어 들어보니 거기에 ‘감염됨’이라는 경고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조엘과 테스는 경악했다. 엘리는 감염자였다. 파이어플라이는 도대체 감염된 여자애를 왜 밀반출하려 했던 걸까. 마를린이 뒤통수친 것일까. 이해할 수 없었다. 감염자는 감염되고 길어야 이틀 이내에 반드시 변한다. 때문에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이었다. 혼란스럽고 짜증이 났다. 엘리는 일행에게 자신이 물렸던 팔뚝의 상처를 드러내며 설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엘리의 감염 사유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테스는 총구를 거머쥐었다. 감염자는 아무리 어려도 자비를 보여선 안됐다. 즉각 사살만이 유일한 답이다. 그런데 그다음 엘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모든 상식에 반하는,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녀는 팔뚝 안쪽의 물린 자국을 보이며 말했다.
“3주 된 거예요.”
감염된 지 3주. 엘리는 평범한 감염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감염되고도 변하지 않는 이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도 주변인들도 아무도 이유를 모르지만, 눈앞에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정말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3주 전, 엘리는 친구 라일리와 함께 러너에게 물린 후 혼자만 살아남았다. 뇌의 곰팡이 기생 조직이 기현상을 일으켜 변이가 진행되지 않을뿐더러 더 이상 추가로 감염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곰팡이 포자가 자욱한 지하 터널 같은 곳에서도 방독면 없이 다닐 수 있는 면역성까지 보였다. 엘리에게서 감염 포자 치료의 가능성을 본 마를린은 그녀를 도시 밖 격리 구역에서 아직도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보내고자 했다. 즉 그녀는 마침내 인류가 백신을 개발해낼 수 있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종의 열쇠였다.
비로소 밝혀지는 엘리의 비밀
긴 얘기를 할 틈도 없이 다시 감염자들에게 쫓긴 일행은 마침내 목표했던 중앙청에 도착했다. 사실 조엘은 엘리의 말을 별로 믿지 않았다. 엘리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런 같잖은 희망 따위 숱하게 봐왔고, 그 희망이 무너지는 것 또한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히 상관없었다. 어쨌든 엘리를 파이어플라이에게 인계만 해준다면, 조엘과 테스는 약속대로 무기를 돌려받을 것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낙관조차 현실은 용납하지 않았다. 중앙청의 파이어플라이 단원들은 정부군에게 이미 살해당한 상태였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조엘은 평소대로 현실을 빨리 받아들였다. 이정도 변수는 밀수업을 하다 보면 비일비재하게 겪는다. 그건 테스도 마찬가지였다. 조엘은 테스에게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런데 테스가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쿨하고 침착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쩔 줄 몰라하며 죽은 단원들의 품을 뒤지는 등 불필요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급기야 그녀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며 이곳이 자신의 종착점이라는 선언을 한다. 조엘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시간 전, 그녀는 감염자들에게 쫓기던 와중에 쇄골 근처를 물렸다. 그녀는 감염이 시작되고 있었다.
감염 부위를 보이는 테스
테스의 감염 상처는 불과 1시간 만에 엘리의 상태를 넘어서고 있었다. 테스는 엘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제 남의 일도 아니었다. 테스는 조엘에게 호소했다. 엘리의 말은 사실이라고. 엘리를 토미에게 데려간다면 뭔가 방법이 생기지 않겠냐고. 평소라면 헛희망으로 치부했을 실낱에 테스는 매달리고 있었다.
조엘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테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테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간 자신과의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이 일을 끝마쳐 달라며 끈질기게 부탁해왔다. 그리고는 격리 구역 외부를 순찰하는 군인들을 홀로 막아서 조엘과 엘리가 도주할 시간을 벌다가 결국 죽고 만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테스는 인간으로서 최후를 맞았다.
조엘에게 의뢰를 끝마칠 것을 부탁하고 희생한 테스
테스는 딸을 잃고 지난 20년간 마음을 닫고 살았던 조엘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친구이자 동료였다. 그녀도 죽었다. 조엘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있었다. 차량을 빌리기 위해 만난 옛 친구 빌은 조언했다. 누군가 돌봐줘야 할 사람을 만드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고. 조엘은 엘리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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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너무 좋으십니다 뇌리에 쏙쏙 박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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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예전처럼 루리웹 잘 오지도 않고 겜 할 시간도 없고 가지고 있는 콘솔은 한세대 뒤쳐지고 PC는 최소 5년은 뒤쳐진 전직 게이머지만, 루리웹에서 이 분 게시물이 제일 좋다. 대리만족 쩜. 아 요새는 이런 게임들 하는구나 하고. 그리고 라오어처럼 그나마 플레이해본 겜 나오면 또 반가운 맛이 있음 잘 읽었습니다. 늘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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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현실로 복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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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게임 하던때가 생각나는군요 2편 나오기전에 한번 더 해봐야겠어요 2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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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은 그냥 농담으로... | 19.11.01 04: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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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현실로 복귀하시길 | 19.11.01 07: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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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안해보신듯 | 19.11.12 1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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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이신듯. | 19.11.12 16: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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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다 게임 이양반아 누가 보면 현실 인간한테 오명이라도 씌운줄알겠네 세상을 사세요 현실을 매난 게임 애니만 쳐보니까 저런 캐릭터한테 인간적 존엄을 느껴서 불편함을 느끼시나.. 어휴 찐 특 | 19.12.24 1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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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 나와요 ㅎ | 19.11.01 10: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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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정리인데 당연히 스포죠. | 19.11.19 22: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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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딸이 그당시 3살이었고 지금 10살인데 쵸큼.... | 20.01.19 0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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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 똑같으시네 ㅋㅋ | 20.03.17 09: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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