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 아노 117: 팍스 로마나 | 출시일 | 2025년 11월 13일 |
| 개발사 | 유비 마인츠 / 유비소프트 | 장르 | 시뮬레이션 |
| 기종 | PC / PS5 / XSX&S | 등급 | 12세 이용가 |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 |
※ 유비소프트로부터 프리뷰 버전을 제공받아 플레이하였습니다.
시티 빌더나 건설 시뮬레이션은 어떤 특별한 특성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장르이다. 시뮬레이션은 여러가지 정형화된 요소를 갖추고 플레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최종 형태가 상당히 닮아가기 마련이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던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대체로 두가지 중 하나로 귀결됐다. 특색에만 몰두해 기본기가 부족하거나, 또는 특색은 아주 조금만 있고 결국 기존 다른 게임의 약한 변주에 그쳐버리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두가지 대표적인 방법론을 가져왔으니 게임은 자연히 풍부해지고, 양쪽 모두의 취향을 한데 아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노’ 시리즈도 부침은 있었다. ‘아노 2205’ 같은 게임이 시리즈를 완전히 부숴버릴 뻔했지만, ‘아노 1800’ 으로 불씨를 되살려냈다. 이유는 결국 ‘아노’ 시리즈도 첫 시작은 창의적이었어도 지속된 시리즈 하에서 정형화되었고 새로운 시도를 해오는 과정에서 부침이 있었던 셈이다.

■ 도시 건설부터 무역, 지상전까지, 모든걸 넣은
‘아노 117’ 은 전통의 아노 플레이를 계승하면서 로마다움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의 아노 시리즈 플레이어라면 여러모로 플레이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지만 어느 지점에서부터 조금씩 다르고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로 로마라는 시대적 컨셉과 아노 시리즈의 컨셉이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다. 바다와 섬이라는 지형을 중시하는 아노 시리즈와 고대 유럽 문명 중 지중해 패권 그 자체를 상징하면서 또 수산자원과 친숙한 편이었던 로마는 컨셉적으로도 매우 잘 맞고, 플레이 방향성에서도 다음을 예측하기 쉽다.

물론 이 게임도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들처럼 각 분야들이 게임에 맞게 간결화되어 있지만 구성 자체는 굉장히 풍부하다. 때문에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들과 1대1로 비교하면 그 게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요소를 ‘아노 117’ 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쟁 시뮬레이션과 비교하면 ‘아노 117’ 은 도시 건설과 자원 관리, 무역 등의 요소가 부각되고 ‘문명’ 시리즈와 비교하면 ‘아노 117’ 에는 시티 빌더적인 요소가 있다.
그렇다면 보통 게임이 과포화된 콘텐츠로 터져나가는게 정상이지만, ‘아노 117’ 은 각 요소를 앞서 이야기했듯 적절히 간결화하여 이 총량을 억제한다.

시뮬레이션은 고도화와 효율, 그리고 낭만을 모두 잡아야 한다.
그리고 아노 117 은 모두 일정량 해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아노 117’ 의 도시 건설은 계획적이지만 동시에 상당히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최하층민만을 위해 계획한 거주구에 학술원을 둘 필요가 없듯, 어떤 구획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건물과 구조가 달라지고 이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작은 단위로 구획을 쪼개어 구상할 수 있다. 그 구획들을 모아 하나의 도시와 섬을 구성하는 식이다. 그리고 건물을 복사하고, 그룹으로 뜯어 옮기고, 업그레이드 하는 UI툴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구획 한 번 잘 만들어놓으면 여기저기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훨씬 플레이도 간단해진다.

기자의 표준 1형 주거지 모델

물론 구시가지는 이렇게 박살난 멋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도시 건설 요소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형과 섬 상황에 맞춰 정형화되고 섬이 발전하는 단계에 따라 무엇을 해야할지도 플레이어 내재적으로 패턴화된다. 즉 도시 건설을 할 때 성능적인 부분을 아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 상한선이 비교적 널널하여 어느정도 성능 안배를 하고나면 이제 자유롭게 이쁘게 꾸미는 시간이며, 로마라는 고대 건축의 정점에 이른 문명을 다루다보니 더더욱 이에 쉽게 빠져드는 면이 있다. 콜로세움을 짓고 문화지구를 짓는다니,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행복한 상상을 그리지 않는가?

도시를 예쁘게 꾸미는데 노력을 조금씩 들이다보면, 시간이 엄청 잘 간다
동시에 ‘아노 117’의 도시는 멋짐과 효율을 모두 담아낸다. 효율 추구가 널널하기는 해도 다양해진 지상전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를 고려한 설계도 필수적이다. 여기에 게임에는 수많은 자원이 등장하지만, 이 자원들은 유기적인 소모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섬의 특산물로 제약이 걸릴 때에도 이를 직접 개척해 수송해올지, 무역으로 충당할지 선택하고 내가 남는 자원도 무역으로 해소하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군을 양성해 무역로를 보호하고, 외교 관계에 따라 적대적인 세력에게는 칼을 들이밀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게임 내 모든 활동에 접근이 가능해지며, 무역, 외교, 전쟁으로 각각의 세력을 대응하게 된다.


또 게임 특유의 풍부한 느낌에는 제대로 구성된 지상전이 힘을 보탠다. 아노 시리즈에서 보기 드물게 제대로 된 육군을 동원한 전쟁이 가능하고, 지상군은 가장 기초적인 근접병사-사격병사-공성병기의 축으로 돌아가지만, 필요한건 다 있다. 따라 병력 구성, 운용을 고민하게 된다. 여러가지 사용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로서 플레이어가 추구할 수 있는 플레이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아노 117’ 에서 군대를 준비해 전쟁을 대비한다고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노동력 관리이다. 각 부대, 함선은 그 유지에 들어가는 계층의 시민이 그대로 노동력으로 묶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많은 부대를 동원하게 되면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도시가 연쇄적인 생산구조 붕괴에 직면하게 되며 때문에 도시 전체가 실제로 이러한 병력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 풍부한 시뮬레이션 요소에 따라오는 멀티태스킹 과부하
게임의 풍부한 콘텐츠, 그리고 이를 적절한 규모에서 컨트롤한 점은 ‘아노 117’ 만의 특별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너무 과부하로 이어질 때가 있다.

알비온은 새로운 플레이지만, 그만큼 부하가 커진다
물론 라티움과 알비온은 서로 확연히 다른 지역이며, 환경에 따른 적응 법도 다르고 빌드도 큰 맥만 공유하고 다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상당한 재미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이처럼 두 속주 플레이는 그 자체로는 제법 괜찮은 컨셉 플레이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풍부함에 맞물려 쉽게 플레이어를 과부하 시킨다. 보통 하나의 속주에서 플레이어는 섬 하나만으로 플레이하지 않는다. 최소한 두세개의 섬은 굴리게 되며, 이렇게 되면 2개 속주를 통틀어 최소 다섯개 이상의 섬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즉,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멀티태스킹 정도가 상당히 높다. 이 부분은 어쩌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안그래도 여러가지를 관리해야 하는 게임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한 맵이 아닌 두 맵을 로딩으로 오가기 때문에 번잡함은 더 커진다.
물론 전체적인 그림은 정말 아름다운 편이다. 각각의 속주를 관리하고 거기서 나오는 산출 자원을 가지고 한데 모아 무역하고 전체적인 상승을 이루어 낸다. 분명 이 두 속주 플레이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림이 있는 만큼 장단점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캠페인이 사실상 튜토리얼 격의 역할로서 2개의 장만이 존재하며, 라티노에서 기초적인 게임 플레이 방법과 알비온으로 이동해 알비온 스타일 속주 운영을 익히고 나면 샌드박스로 나가게 된다는 부분도 아쉬울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캠페인은 애초에 튜토리얼 격인 콘텐츠가 맞기는 하지만, 야심차게 컷씬과 전용 콘텐츠를 담고 있는 것 치고는 구성이 다소 단촐해보이는건 사실이다.


액트2만 끝내면 바로 샌드박스로 사출된다. 결국 샌드박스 반복이 주력이 될 수 밖에.
그래도 샌드박스 한판이 다른 게임의 한판에 비해 훨씬 길게 느껴지는건 다행일까?
이점과 두 속주 플레이와 다방면에서의 관리가 필요한 게임 특성이 어우러져, 한 판을 마무리하고 나면 다소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이는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회차 플레이의 매력이 채권 방식의 콘텐츠 해금 하나에 걸려있는 것도 사실이라, 향후 DLC 출시에 따라 이 부분이 얼마나 잘 채워지는가에 중장기적인 평가가 달려있다.

■ 아노만의 시뮬레이션, 그 맥을 이으며
‘아노 117’ 은 아노 시리즈의 큰 맥을 다시 이어가면서, 로마 제국 특유의 요소를 잘 살려내고 있다. ‘아노 2205’ 가 거의 시리즈를 죽여버릴 뻔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아노 1800’ 이 다시 시리즈의 최고 명작 소리를 들으며 부활시켰고, ‘아노 117’ 은 그러한 ‘1800’ 의 노선을 충실히 이어나가 이를 로마 시대로 옮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두 속주 플레이가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나는 점, 로마라는 시대적 컨셉의 한계가 보이는 점, 캠페인의 완성도가 낮은 점, 아직 DLC 를 비롯한 반복성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 등이 그렇다. 다만 이들이 게임 자체의 심각한 결점이 되는 수준은 아니며, ‘아노’ 시리즈의 팬이라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그리고 모든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함축하고 있는 만큼 신규 플레이어도 시뮬레이션 경험만 있다면 적응하기 쉽다.

잘돌아가고 아름다운 도시를 보며 느끼는 뿌듯함
▶긍정적
- 로마시대와 찰떡궁합인 게임 시스템
- 효율과 편의, 낭만 사이를 잡은 시뮬레이션
- 지상전 추가, 무역과 섬 중심의 강점
▶부정적
- 튜토리얼 수준의 완성도 낮은 캠페인
- 두 속주 운영의 지나친 과부하, 부족한 반복성
- 자잘한 버그, 100%는 아닌 퍼포먼스 최적화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IP보기클릭)2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