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라스트 캠프파이어 | 출시일 | 2020년 8월 28일 |
개발사 | 헬로 게임즈 | 장르 | 퍼즐 어드벤처 |
기종 | PC, PS4, XONE, 스위치, iOS | 등급 | 전체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Graz'zy |
‘인디’란 자본 독립적이거나 혹은 그저 소규모로 개발한 게임들이 곧잘 내거는 간판이다. 이들 작품은 대체로 독특한 시스템이든, 한 폭의 그림 같은 비주얼이든, 개발자의 통찰이 깃든 스토리든 어느 부분에서 작가주의적 개성을 표출한다. 물론 이 바닥도 로그라이크니 덱 빌딩이니 유행 따라 흐르는 경향이 있지만 어쨌든 주류 대작들과 뭔가 다른 냄새를 풍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한 특유의 ‘힙’한 느낌이 바로 흔히 말하는 인디 감성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인디 감성에 쉬이 이끌리는(낚이는) 편이다. 게임쇼 등지에서 독특한 게임을 보면 얼른 디지털 스토어를 뒤져서 장바구니에 넣는다. 각각의 가격은 주류 대작에 비해 절반 가량 저렴하지만 불행히도 ‘심봤다’보다 ‘낚였다’가 잦다. 오늘 소개할 ‘라스트 캠프파이어(The Last Campfire)’도 2년 전 첫 공개 당시 인디 감성을 뿜어내며 필자를 사로잡은 작품인데… 아뿔싸, 개발사가 한때 ‘노 맨즈 스카이’로 악명 높았던 헬로 게임즈다.
감성이 느껴지는 트레일러, 비주얼과 BGM부터 '나 힐링 게임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개발사는 '노 맨즈 스카이' 졸속 출시로 욕을 먹었던 헬로 게임즈, 최근에는 명망을 좀 회복했다.
다만 그렇다고 ‘라스트 캠프파이어’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헬로 게임즈가 수년간 ‘노 맨즈 스카이’를 보수하며 어느정도 명망을 회복하기도 했거니와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그보다 훨씬 작은 프로젝트다. 애당초 헬로 게임즈가 소규모 스튜디오임을 감안하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고 할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노 맨즈 스카이’ 바로 다음 개발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헬로 게임즈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겠다.
게임의 배경은 형형색색 후드를 걸친 소인 ‘잉걸불’들이 끊임없이 어딘가로 여정을 떠나는 동화적인 세계. 분위기로 승부하는 작품이 대개 그렇듯 잉걸불이 무엇이고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여정을 계속하고 피치 못하게 낙오하거나 스스로 발걸음을 멈춘 자는 그대로 석상이 되어 ‘허망’이라 불린다. 주인공 역시 길을 잃고 표류한 잉걸불 가운데 하나로 어느 어둑한 수로에서 눈을 뜨며 게임이 시작된다.
어딘가로 여정을 떠나는 잉걸불들, 그러다 낙오하거나 스스로 포기하여 희망을 잃으면 허망이 된다.
그렇게 허망이 되어버린 이들을 잉걸불로 되돌리고 모닥불(Campfire)로 이끄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
이제 주인공은 수로와 숲, 늪지, 동굴을 오가며 허망이 되어버린 동료들을 찾아 다시금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여기저기 숨어있는 허망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퍼즐이고 발견한 허망을 잉걸불로 되돌리는 방식도 퍼즐, 즉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순도 100% 퍼즐 어드벤처다. 구조적으로 ‘모뉴먼트 밸리’나 ‘GO’ 시리즈(히트맨, 라라 크로프트, 데이어스 엑스)와 유사하다. ‘GO’ 시리즈에서 기믹으로나마 존재하는 전투나 죽음조차 없다는 점에서 매우 평화로운 게임이다.
모든 대사나 상황 설명은 차분한 음색의 여성 나레이터가 해준다. ‘배스천’과 ‘트랜지스터’처럼 분위기로 승부하는(물론 둘 다 게임성도 훌륭하다) 작품에서 즐겨 쓰는 ‘이야기꾼’이다. 몽환적인 그래픽, 귀여운 캐릭터, 크고 작은 퍼즐로 채워진 스테이지, 신비로운 느낌을 한껏 살려주는 나레이션까지.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우리가 인디 감성을 뿜어내는 퍼즐 게임에서 기대할만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남은 것은 그 각각의 완성도가 얼마나 받쳐주느냐 뿐.
게임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여기저기 숨어있는 허망을 찾는 과정에서 스테이지의 퍼즐을 풀고,
발견한 허망에 접촉하면 각각의 영역으로 들어가 또 퍼즐을 푼다. 전투 같은 건 없는 평화로운 게임이다.
그러면 하나씩 살펴보자. 이 장르의 진선미는 퍼즐, 스토리, 비주얼이다. 장르가 장르인만큼 얼마나 영리하고 독창적인 퍼즐을 고안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며, 명작으로 오랫동안 회자되려면 스토리와 비주얼도 그에 걸맞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라스트 캠프파이어’의 경우 우선 비주얼은 합격점이다. 용량 2GB에 권장 GPU NVIDIA GTX 1660/AMD RX 5600 XT라는 극히 가벼운 사양임에도, 주어진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며 한 폭이 그림 같은 세계를 구축해냈다.
당연히 자세히 보면 그리 대단한 그래픽은 못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인디 게임은 스크린샷으로 볼 때는 괜찮아도 막상 플레이해보면 움직임이든 조작감이든 뭔가 하나는 어설프기 마련인데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양쪽 다 만족스럽다. 잉걸불의 뜀박질은 경쾌하고 반동에 따라 가방이 들썩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빛과 색채의 표현 또한 훌륭하며 이를 통한 여러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기도 한다.
요구 사양도 용량도 매우 낮지만, 게임을 하는 내내 시각적으로 칭찬하면 칭찬했지 흡잡을 데가 없다.
특히 빛과 색채의 표현 및 활용이 뛰어나다. BGM, 나레이션과 더불어 감동을 배가 시키는 요소.
반면 스토리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필자에게는 별다른 울림을 주지 못했다.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전반적으로 과묵한 게임이지만 주제 자체는 명료하다. 이 작품은 삶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그로인한 좌절, 그럼에도 우리를 나아가게 만드는 의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허망이 되어버린 잉걸불을 위해 퍼즐을 풀다 보면 나레이터가 저마다의 사연을 속삭여준다. 누군가는 사고를, 누군가는 배신을, 누군가는 실연을 당하고 나아갈 힘을 잃었다.
의지와 희망, 물론 좋은 이야기지만 그렇게 특별하거나 극적일 게 없는 주제기도 하다.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그렇다. 허망들의 사연은 사실 별게 아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칭찬해줘도 자신은 발전이 없는 것 같다든가, 본심은 그게 아님에도 남들 앞에서 ‘척’하는데 지쳤다든가. 우리가 살면서 마음이 꺾이는 경우를 모아둔 모양인데 다소 밋밋하다. 그만큼 게임 막바지에 이제껏 쌓아온 주제의식을 하나로 모아 승화시키는 순간에도 벅찬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
여정을 이어가라, 도전을 계속하라, 삶을 살아가라, 희망을 잃지 마라. 맞는 말이지만 '왜?'가 빠진 느낌이다.
무조건 희망을 강조하는 잉걸불이나 안주하길 종용하는 숲의 왕이나, 이야기의 핵심인 주제의식이 좀 밋밋하다.
뭐가 문제일까. 일단 주제도 주제인데 주인공의 존재가 어째서 희망을 상징하는지, 어떻게 허망을 구원하는지가 와닿지 않는다. 모든 허망은 각자의 퍼즐을 제시하므로 이 퍼즐 풀이 영역이 곧 심상 세계인 셈이다. 즉 그 영역의 꾸밈새와 퍼즐 풀이가 허망의 사연과 맞닿아 있어야 하는데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작품은 ‘모뉴먼트 밸리’처럼 말 한 마디 없이도 시각적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해야 함에도 매번 나레이션만 공허이 떠돈다.
퍼즐에 대한 아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모든 장르와 마찬가지로 퍼즐 게임 또한 ‘이전에 있던 것을 더 잘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거나’가 명작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모뉴먼트 밸리’는 시점 전환과 착시로, ‘고로고아’는 수많은 그림의 확장 및 축소와 상호작용으로 독창성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스스로 내세울 만한 참신한 퍼즐 기믹이 전무하다. 그렇다고 이전에 있던 것을 더 잘 했느냐면 그것도 애매하다.
이 잉걸불은 낚시를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서 낙담한 나머지 허망이 되었다. …그게 그리 안타까운가?
심상 세계와 퍼즐의 연관성도 부족하고, 퍼즐의 해결이 어떻게 희망과 구원으로 이어지는지도 잘 모르겠다.
본작에서 주로 접하는 퍼즐은 한정된 공간을 두고 장애물 옮겨 통과하기, 발판을 요리조리 움직여 길 연결하기, 바람을 피해 화로에 불 붙이기, 배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부착하기, 거울의 각도를 조절하여 빛줄기 보내기 등등. 퍼즐 게임을 즐겨한다면, 아니 그냥 퍼즐이 곁들어진 아무 액션 어드벤처나 자주 플레이했다면 한두번은 접했을 기믹들이다. 뿔피리를 불어 사물을 움직이는 요소가 있긴 한데 연출의 차이지 결국은 그냥 사물을 움직일 뿐이다.
애초에 뻔한 기믹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시쳇말로 ‘신박하다’고 하는, 이중 삼중으로 꼬리를 무는 재기발랄한 풀이도 기대하기 어렵다. 좀 야멸차게 말하자면 퍼즐이 1차원적이다. A라는 퍼즐을 위해 B라는 소품이 필요하다면, A를 풀기 직전에 주변에서 B를 얻고 그 후로 더는 쓰이지 않는 식이다. 지나쳐온 장소에서 조금씩 모은 단서가 기가 막히게 합쳐진다거나 예상치 못한 경로로 두 장소가 이어지는 그런 놀라움이, 지적 쾌감이 부족하다.
'라스트 캠프파이어'만의 독창적인 퍼즐 기믹이 하나도 없다. 퍼즐 게임으로선 아무리 잘 봐줘도 이류.
거기다 풀이 구조도 좀 1차원적이다. 그만큼 뭘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다거나 진행이 막히는 경우는 없지만.
그리고 퍼즐이 전반적으로 쉬운 점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뻔한 기믹이라도 얼마든지 복잡하고 귀찮게 만들 수 있는데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낮게 유지한다. 아마도 명색이 힐링 컨셉인데 퍼즐로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니라 판단한 모양. 사실 어려운 퍼즐 게임이 곧 좋은 퍼즐 게임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명작은 쉬운 경우가 많다. 문제는 참신한 퍼즐이 없으면서 동시에 시시하기까지 하니 편안함 보다 지루함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건 이 와중에 퍼즐 대부분을 제거한 탐험 모드를 별도 제공한다. 초심자도 무난히 깰 법한 난이도임에도 혹여 퍼즐에 막혀 게임을 접는 사람이 나올까 봐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필자의 상식으론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과정이 퍼즐 풀이인 퍼즐 어드벤처에서 퍼즐을 빼면 뭐가 남나 싶지만. 그만큼 헬로 게임즈는 ‘라스트 캠프파이어’ 스토리, 비주얼에 자신감이 넘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과연 그 정도의 서사인지는… 흠.
힐링 컨셉에 걸맞은 편안한 난이도의 퍼즐지만, 이 정도면 편안함을 넘어 살짝 지루하지 않나 싶은데.
헬로 게임즈는 그것도 모자라 퍼즐 제거 모드를 지원한다(1회차부터). 그 정도로 스토리에 자신이 있는 모양.
결론적으로 ‘라스트 캠프파이어’는 별로인 퍼즐, 미적지근한 스토리, 훌륭한 비주얼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스토리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므로 가능하면 직접 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디지털 스토어에 올라온 평가 가운데 ‘엔딩을 보고 행복해졌다’느니 ‘울음을 터트렸다’는 긍정적인 감상도 있으니까. 게임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필자의 심성이 너무 썩어버렸거나 어설픈 한국어 번역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레이션은 확실히 간드러진다.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아무래도 리뷰인지라 단점 위주로 지적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별로인 게임은 아니다. 퍼즐 어드벤처로서 완성도는 수작도 망작도 아닌 딱 평작. 동화책 한 권 읽듯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을 찾는다면 조심스레 추천할 정도는 된다. 가격은 PC 에픽게임즈 스토어 기준 16,900원이며 넉넉잡아도 7시간이면 깬다. 짧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퍼즐 게임으론 평범한 수준이다. 더 길어서 좋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러면 모쪼록 본작을 통해 희망과 의지의 가치를 발견하기 바란다.
사실 그렇게까지 나쁜 게임은 아니다. 복잡한 퍼즐이 싫고 잔잔한 동화책 한 권 읽고 싶다면 괜찮을지도.
작성 및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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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 접대용 게임으로 딱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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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재밌게 했습니다. 펴즐도 간단하고 재밌어서 스위치로 재밌게 했었네요. 가격도 크게 안비싸니 귀여운 게임 좋아하시는 분은 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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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 만든 게임사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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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라 이거 생각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