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울펜슈타인: 영블러드 | 출시일 | 2019년 7월 26일 |
개발사 | 머신게임즈 / 아케인 스튜디오 | 장르 | FPS |
기종 | PC, PS4, Xbox One, 스위치 | 등급 | 청소년 이용불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FPS 게임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나쁜 놈들을 총으로 쏴서 없애는 거죠.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장 나쁜 인간의 대명사는 나치였고, 판타지적인 존재 가운데서는 악마가 으뜸가는 악이었습니다. FPS 장르의 기틀을 닦은 ‘울펜슈타인 3D’와 ‘둠’의 악역이 각각 나치와 악마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밀도 있는 스토리를 원하는 대중의 니즈와 특정 국가 또는 세력을 악으로 묘사하기 힘들어진 정치적 사정 때문에 미디어 매체에서도 절대악보다는 입체적인 악역이 더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과거에는 마음껏 죽여도 전혀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나쁜 놈들과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 꽤 많았습니다. 슈팅으로 시작해서 슈팅으로 끝나는, 그리고 내가 먼저 쏘지 않으면 당할 수밖에 없는 FPS에서 이러한 ‘절대악’의 존재는 장르의 본질과 매우 잘 어울리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오늘날의 FPS에는 스토리텔링의 비중이 매우 커졌고 슈팅 이외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많이 더해졌지만, 나치라는 절대악을 내세운 ‘울펜슈타인’ 시리즈만큼은 단신으로 적진에 침투하여 나쁜 놈들을 신나게 썰어 버리는 학살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워낙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작품마다 성향도 조금씩 다릅니다. 현세대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울펜슈타인’은 머신게임즈에서 개발한 2014년 작, ‘울펜슈타인 : 더 뉴 오더(이하 더 뉴 오더)’를 모태로 하는데, 이 계열 작품의 특징은 현세대적인 토대 위에 얹은 고전적인 슈팅감각과 비선형적인 레벨 디자인, 싱글플레이 전용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전투의 시작은 잠입이지만 일단 적에게 발각되면 지원병을 부르는 지휘관을 가능한 빨리 찾아 처치해야 하고,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다 보니 플레이어가 죽기 전에 적을 먼저 찢어야 하는 상당히 하드코어한 슈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울펜슈타인’ 시리즈의 학살은 단순한 슈팅의 반복이 아닙니다. 초대작인 ‘캐슬 울펜슈타인’의 영향을 받아 미궁처럼 꾸며진 요새를 탈출하는 형태로 복잡한 레벨 디자인을 탐색 및 돌파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죠. 미시적으로 보면 하드코어하고 스피디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계획적이고 정교한 게임플레이인 것입니다. 그러나 본 리뷰에서 다룰 최신작인 ‘울펜슈타인 : 영블러드(이하 영블러드)’는 미시적 관점의 하드코어 슈팅은 간직했으되, 새로이 추가한 협동 플레이와 RPG적인 반복 요소를 위해 거시적 관점의 정교함은 일정 부분 포기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변화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공존합니다. 부정적인 변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다소 안타깝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머신게임즈에서 제작한 이전 ‘울펜슈타인’ 시리즈에 비해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Xbox One 컨트롤러를 기준으로 Y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바로 양손에 총기가 장비되도록 했고, 2단 점프가 생겨서 전작들에 비해 지역 탐색이 훨씬 용이해졌습니다. 컨트롤러로 플레이할 때 미묘하게 답답했던 전작의 조작감과 여타 FPS에 비해 제어하기 힘들었던 에임 조절 문제점도 해결되었습니다. 전작들의 경우 탄약과 방어구, 체력 등의 아이템이 제각각 따로 배열되어 있었는데, ‘영블러드’에서는 일부 아이템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바뀌어 훨씬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적이 흘린 아이템에 한해 자동으로 흡수하도록 바뀐 2편에 이어 ‘영블러드’에서 또 한 번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총기의 개성이 한층 부각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이전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일부 특수무기를 제외하면 무기별 개성이 뚜렷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소음총을 쓰느냐 소총을 쓰느냐 샷건을 쓰느냐 정도의 선택지만 주어져 있었죠. 하지만 ‘영블러드’부터는 특정 보호막을 깎는데 특화된 총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여러 가지 총기를 바꿔가며 써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적을 죽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보호막 타입에 알맞은 총기를 골라 쓰면 그다지 체감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다만 개성이 부여된 것과는 별개로 총기의 성능과 얻는 시점 등의 문제로 인해 특정 총기가 다소 편애 되는 감이 있으며, 그에 따라 탄약 부족 현상이 생기는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은 편이 아니긴 합니다.
오로지 싱글플레이로만 즐길 수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본작부터는 협동플레이를 지원합니다. 엔딩을 본 이후에도 게임을 다시 붙잡을 이유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변화임이 틀림없습니다. ‘더 뉴 오더’ 이후의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싱글플레이 전용이라는 콘셉트를 꾸준히 고수해왔지만, 2편인 ‘더 뉴 콜로서스’에서 상급 지휘관을 제거하는 서브 미션을 도입하는 등 재플레이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습니다. ‘영블러드’는 바로 그러한 의도를 극대화한 결과물로서, 협동플레이 지원과 더불어 RPG적인 요소를 추가해 캐릭터와 총기를 육성하고 전체 레벨을 오픈 월드 형태로 구성함으로써 같은 지역을 여러 번 반복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긴 했어도 상업적으로 흥행할만한 요소는 부족했던 ‘울펜슈타인’ 시리즈에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너무 이질적이고 얄팍합니다. 재플레이 가치를 높이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내던진 나머지 ‘영블러드’는 전작들과 심히 다른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시리즈의 정체성은 둘째 치고 ‘영블러드’만의 독창적인 개성이나 재미를 창출한 것도 아닙니다. 새롭고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라도 보이면 그래도 이해할 텐데, 현재의 ‘영블러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들이 지닌 요소를 가져와 어떻게든 ‘울펜슈타인’이라는 게임에 욱여넣으려는 안일한 시도만이 엿보입니다. ‘파 크라이’ 시리즈처럼 볼륨이라도 풍성했다면 그래도 참작할만하겠으나 지독하게 적은 볼륨을 여러 번 반복 플레이하도록 구성한 게임의 면면을 보면 콘텐츠 부족으로 비난받은 바 있는 ‘데스티니’ 1편의 초창기 악몽이 떠오릅니다. 물론 풀프라이스 게임이 아니니 이해할 구석이 있긴 하지만, 똑같이 싼 가격에 출시되었으면서도 나름 알찬 콘텐츠를 꽉꽉 눌러 담은 ‘울펜슈타인 : 디 올드 블러드’라는 선례가 있기에 역시나 비교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전술했듯이 게임플레이에 반복성이 너무 짙다는 것입니다. 메인 퀘스트는 분량이 매우 적고 사이드 퀘스트는 어딜 가서 누굴 죽이거나 물건을 가져오라는 식의 매우 피상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뺑뺑이 돌리는 일이 많아 몰입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걸로도 모자랐는지 일일도전과 주간도전 등 정말 수많은 반복 요소를 잔뜩 마련해놨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반복적인 플레이 방식은 ‘울펜슈타인’ 시리즈 고유의 비선형적 레벨 디자인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사실 ‘영블러드’는 레벨 디자인 부분만 따로 떼놓고 놓고 보면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머신게임즈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작들과 달리 본작은 아케인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는데, ‘디스아너드’ 시리즈가 워낙 치밀한 구성으로 유명한 작품인 만큼 본작의 레벨 디자인 역시 오밀조밀하면서도 밀도 높은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2단 점프 능력이 새로이 생긴 만큼 복층 구조를 잘 활용한 구성이 돋보이고 숨겨진 수집 요소도 대폭 늘어나 지역 탐색의 동기도 한층 확장되었습니다.
그런데 복잡한 레벨 디자인은 처음 돌파할 때나 재밌지 여러 번 돌면 피곤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지역과 지역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반복플레이는 ‘파 크라이’ 같은 개방적인 지형에나 어울리는 게임플레이인데, ‘영블러드’의 레벨 디자인은 폐쇄적인 형태라 입구와 출구를 찾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습니다. 전작들과 달리 지역 맵이 없고 오로지 미니 맵만 제공하는 것도 이 문제를 한층 가중시키는 원인입니다. 퀘스트 마커를 한 번에 여러 개 지정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지역이 겹치는 퀘스트를 수행할 때도 쓸데없이 동선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미 한번 클리어한 지역도 나중에 재방문하면 전투를 처음부터 다시 치러야 하는데, ‘울펜슈타인’ 시리즈 자체가 다른 FPS에 비해 적들의 체력이 많은 편이라 반복적인 전투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히 크게 와 닿습니다. 말이 오픈 월드지 실상은 일직선 진행 게임에서나 쓰일 법한 레벨 디자인 몇 개를 이어 붙여놓고 그 안에서 오픈 월드 게임에나 어울리는 탐색과 반복 전투를 콘텐츠로 내세웠으니 쉽게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아마도 ‘울펜슈타인’ 시리즈를 ‘파 크라이’처럼 잘 팔리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유비소프트의 오픈 월드 게임들이 반복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재미있는 이유는 새로운 지역과 레벨 디자인을 끝없이 수혈하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슈팅이고 똑같은 암살일지라도 환경이 바뀌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전술한 레벨 디자인의 개방성과 폐쇄성의 차이점도 있지만, 애초에 이 장르 자체가 방대한 볼륨이 뒷받침될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영블러드’는 절대적인 볼륨이 지나치게 부족하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정복지를 하나하나 늘려가고 달성률을 높이는 성취의 맛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건만, 본작에서는 적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계속 되살아나니 싸우는 의미가 없습니다. 유비소프트식 게임플레이만 가져오고 그에 필요한 광활한 오픈 월드는 도외시했으니 게임플레이는 반복으로 점철되고 자연히 지루해집니다. 저예산 게임이라 큰 월드맵을 제공하는 것이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만들 거라면 애초에 저예산 게임으로 기획해선 안 되는 거였습니다.
그나마 캐릭터 및 무기 성장요소가 게임플레이에 동기를 부여하긴 합니다. 특정 액션을 수행할 때마다 퍽이 주어졌던 전작과 달리 본작은 레벨업을 통해 얻은 포인트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이고 미션 수행 및 탐색으로 얻은 코인을 소모하면 총기에 파츠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총기류의 경우 파츠로 강화되는 수치와는 별개로 자주 사용할수록 대미지 수치가 오르는 별도의 업그레이드 요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RPG 요소가 부차적인 콘텐츠가 아닌 게임의 목적이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를 키워봐야 할 거라고는 총질뿐이니 결국엔 나치 학살을 위해 나치 학살을 하는 공허한 굴레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게다가 슈팅이 메인인 FPS 게임에 레벨에 따른 대미지 차등을 적용한 것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잡졸은 레벨 스케일링이 적용되어 있긴 합니다만, 레벨 하한선이 정해져 있는 일부 강한 적의 경우 초반에는 피해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눈앞을 가로막는 적은 죄다 찢어버리는 ‘울펜슈타인’ 시리즈의 정체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입니다.
결국 본작에서 건질만 한 건 협동플레이뿐입니다. 아는 사람과 음성채팅으로 대화하면서 플레이하면 협동하는 맛도 있고 수집물 위치를 서로 공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 마련된 소통시스템과 협동 기믹이 워낙 조악하다 보니 매치메이킹으로 만난 유저와 손발을 맞춰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AI의 수준이 높은 편도 아니라서 혼자 플레이할 때는 그만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레벨 디자인의 특성상 AI가 플레이어를 잘 따라다니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영블러드’에 이르러 잠입이 다소 힘들어진 것도 협동플레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데, 싱글플레이 전용이었던 전작들에서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은신 동선을 짜는 등의 주도적인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본작부터는 모든 상황을 협동 플레이어와 합의하기가 어렵다 보니 그냥 돌진해서 적을 썰어 버리는 전투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오밀조밀해진 레벨 디자인과 적들의 배치 때문에 혼자 플레이할 때도 잠입플레이를 하기가 번거로워졌는데, 협동시스템은 거기에 부정적인 시너지를 더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적인 요소를 떠나 비주얼이나 사운드, 타격감 등의 외양적인 요소들도 많이 퇴화했습니다. 몇몇 특수무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무기를 양손에 한 자루씩 들 수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본작부터는 오로지 권총계열의 무기 두 종류만 양손에 장비할 수 있도록 제한되는 바람에 액션의 파괴력과 슈팅의 마초적인 맛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작들의 경우 쇠로 쇠를 내리치는 듯한 날카로운 타격감이 일품이었는데 그마저도 뭔가 둔탁한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밖에도 어딘지 모르게 탁해진 그래픽, 퀄리티가 하락한 모델링, 기억에 남지 않는 사운드 등 자잘한 결점이 정말 많습니다. 전투 도중에 쓰러지더라도 살려줄 자매의 존재 때문인지 ‘내가 죽기 전에 널 먼저 죽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미친 듯이 총알을 쏟아 붓던 전작의 긴장감도 더 이상 없습니다. 이제는 그냥 기계적으로 총을 쏘고, 쓰러지면 자매의 구원을 기다리고, 일어나면 엄지손가락 한번 치켜세워준 다음 또 총을 쏘는 과정이 반복될 뿐이죠.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스토리의 완성도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두 딸의 이야기는 사실상 처음과 끝만 있을 뿐 중간 단계가 너무나도 허술하며, 그마저도 다음 시리즈를 위한 떡밥을 던지는 수준에서 끝나버립니다. 때로는 과격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상황을 연출하면서도 은근히 일관되었던 전작들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심각한 퇴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 뉴 콜로서스’에서 보여준 매끄러운 기승전결과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주인공 자매는 현실의 10대 소녀들이 지니고 있을 법한 선머슴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그게 귀엽게 보일지 아니면 그냥 정신 나간 돌아이로 보일 것인지는 유저의 시각에 따라 다를 겁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작의 주역들에 비하면 진중한 매력도 유머러스한 면모도 많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울펜슈타인 : 영블러드’는 편의성과 시스템적인 일부 개선점, 그리고 협동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실망스러운 게임입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근본적인 이유는 전술했듯이 마니아 게임인 ‘울펜슈타인’을 대중적인 타이틀로 바꾸려는 시도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블러드’라는 제목은 게임의 주역들이 젊은 피로 대체되었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게임 내적으로도 현세대 FPS에 두루 쓰이는 시스템을 대거 채용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기획자는 ‘울펜슈타인’ 시리즈가 (긍정적인 의미에서) 매우 꼿꼿하고 고리타분한, 한마디로 꼰대 같은 FPS였다는 사실을 간과한 듯합니다. 늙은이에게 젊은이의 피를 수혈한다고 해서 갑자기 회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질적인 혈액이 서로 섞이면 단단히 응고해버리듯이, 현재의 ‘영블러드’는 젊은 피와 늙은 피가 질서없이 뒤섞여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되어버린 모양새입니다. 스핀오프작이니 원작의 지향점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완성도가 너무나도 안일합니다. 마치 선머슴마냥 날뛰는 주인공 자매처럼 이 게임 역시 사춘기 청소년스러운 미숙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해 ‘더 뉴 오더’에서부터 시작된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긴 했어도 시스템적으로 잘 다듬어진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FPS 마니아층이 전작들의 불친절함과 불합리함을 기꺼이 감내했던 이유는, 이 시리즈의 지향점이 고전에 대한 경의를 향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제작인 ‘둠’ 리부트 시리즈가 히트스캔 판정으로 공격하는 적을 사실상 거의 없애고 적을 죽일 때마다 체력과 탄약이 자동 수급되는 식으로 고전적 게임성과 현세대가 중시하는 합리성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면, ‘울펜슈타인’ 시리즈는 자동회복도 없는 시스템적 제한 속에서 히트스캔 총알이 무자비하게 빗발치는 전장으로 정면돌파해야 하는 고전의 매운맛 그대로를 택했습니다. 그만큼 고난이도에서는 플레이어의 피지컬과는 별개로 적의 위치와 동선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모르면 죽어가면서 깨우쳐야 하는 불합리한 면도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최적화된 동선을 연구하게 만드는 고유의 재미도 존재하였습니다.
반면 오늘날의 ‘영블러드’는 고전의 매운맛과 현세대의 세련된 맛 둘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취하지 못했습니다. 고전 FPS와 현대 FPS를 나누는 기준은 시대적인 차이도 있지만, 시스템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FPS라는 공통분모는 있을지라도 디테일을 뜯어보면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장르에 대한 이해 없이 억지로 섞으려 한 결과물이 좋을 리 만무합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각 잡고 만들었으면 완성도가 좀 나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게임은 저예산 실험작으로 만들어놓고 소액결제까지 넣으면서 자본주의적인 야욕을 드러냈으니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고운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정도면 싼 값에 제대로 실패를 경험한 셈이니, 다음 작품부터는 다시금 시리즈의 본질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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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작도 좀 답답하더라구요. 암살을 하자니 지휘관이 너무 많아서 목 따다가 들키면 결국 다 몰려오고.. 닥돌을 하자니 총알이 너무 부족하고 피통도 넘 약한.. 스킬도 써먹기 애매한 것들만 모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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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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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악의 울펜슈타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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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뭔가 이상하게 안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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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 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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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도 할배가 되었으니 히틀러도 늙어죽지 않았을까요 | 19.08.22 2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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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영블러드 설정에선 이미 B.J 가 히틀러를 죽였다고 하는데.. 다음작들에선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네요. 팬들은 대부분 이번 영블러드가 울펜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놀라움이나 경파함등을 모두 가져다 버리고.. 그 가능성까지 가져가버린 졸작 평가네요. 여기저기 읽어보니.. | 19.08.23 0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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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점은 bj가 이미 히틀로뚜따해놓은 상태임 문제는 나치가 아직도 존재하고 다시 세계를 침공하려하고 있음. 개인적우로 올드 블러드가 이번 울펜의 프리퀄 적인 잠품인거처럼 영블러드도 이번스리즈의 프리퀄적인 작품같아보임 다만 bj가 히틀러 뚜따하는 내용이 있는 울펜슈타인은 만들어냐하지 않을까 싶음 | 19.08.23 22: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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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killer
말이 뭔가 이상하게 안맞다 !! | 19.08.31 22: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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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작도 좀 답답하더라구요. 암살을 하자니 지휘관이 너무 많아서 목 따다가 들키면 결국 다 몰려오고.. 닥돌을 하자니 총알이 너무 부족하고 피통도 넘 약한.. 스킬도 써먹기 애매한 것들만 모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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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은 뉴오더랑 올드블러드까지가 진짜 쵝오였던거 같아요. 2도 이상하게 뭔가 구려요 | 19.08.31 22: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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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싸이코라서 그런가봄 | 19.09.04 1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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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찾아보니 ㅋㅋ 울펜 -et 였음 ㅋㅋ | 19.09.20 02: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