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데스 갬빗 | 출시일 | 2018년 8월 14일 |
개발사 | 어덜트스윔게임즈 / 화이트 래빗 | 장르 | 횡스크롤 액션 RPG |
기종 | PC, PS4 | 등급 | 국내 미발매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Eclaire |
모든 게임은 장르라는 틀에 갇힌 채 태어납니다. 아버지 없이는 아들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장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게임의 형태를 규정하는 상위 격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게임들, 혹은 장르의 대명사가 된 게임들은 그래서 매우 특별합니다. 과거로 눈을 돌려보면 FPS의 완성형이자 수많은 아류작의 모태가 된 ‘둠’이 있었고, 근래에는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를 규정한 ‘PUBG’ 같은 게임이 있었습니다. ‘데몬즈 소울’과 ‘다크 소울’, ‘블러드본’ 등 프롬 소프트웨어가 만든 일명 ‘소울 시리즈’도 그중 하나입니다. 소울 시리즈는 형태만 봐서는 액션 어드벤쳐, 혹은 액션 RPG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어려운 난이도와 무거운 조작감, 비선형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레벨 디자인, 모호한 스토리텔링 등 고유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여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조해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일명 ‘소울 라이크’라 불리는 새로운 장르의 모태가 되었죠.
소울 라이크 장르는 그 지향점이 지극히 마니악하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AAA 타이틀보다는 저예산 게임과 더 어울리는 편입니다. 소울 시리즈 그 자체는 분류로만 따지면 AAA 타이틀에 더 가깝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다소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특히 2D 횡스크롤 액션과 소울 라이크의 결합은 상당히 괜찮은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래의 2D 횡스크롤 게임은 대부분 유기적인 레벨 디자인을 갖춘 메트로바니아 스타일로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장르의 특성상 비교적 어려운 난이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소울 라이크와의 유사점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솔트 앤 생츄어리’, ‘할로우 나이트’, ‘데드 셀’처럼, 저예산 게임 시장에서 비평적,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수많은 2D 소울 라이크 게임들이 존재합니다.
본 리뷰에서 다룰 ‘데스 갬빗’은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소울 라이크의 감성이 가미된 횡스크롤 액션 RPG 게임입니다. ‘데스 갬빗’은 본래 2015년에 처음 공개되어 컬트적인 기대를 모았던 작품으로, ‘악마성’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호러적인 분위기와 복고적인 향수가 물씬 풍기는 도트 그래픽으로 레트로 마니아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2D 횡스크롤과 소울 라이크의 결합이 흔한 사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선구적인 역할을 한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발매일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게임이 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오랜 침묵을 깨고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사실 어떤 게임이든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데스 갬빗’의 경우엔 어떨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트 그래픽’, ‘소울 라이크’, ‘메트로바니아’, ‘2D 플랫포머’, ‘액션 RPG’ 등, ‘데스 갬빗’은 이 모든 키워드를 한데 버무려 만든 작품입니다. 사실상 최근 저예산 게임계의 트렌드를 아주 정직하게 따라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바꿔 말하면, ‘데스 갬빗’이 지지부진하게 발매일을 늦추는 동안 이미 비슷한 형태의 수많은 게임들이 이 바닥을 거쳐 갔다는 뜻입니다. 그중에는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이렇다 할 세일링 포인트를 내세우지 못해서 금새 게이머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게임도 있었습니다. ‘할로우 나이트’처럼 치밀하면서도 정교한 완성도를 갖추던지, 아니면 ‘데드 셀’에서 보여준 로그 라이크와 메트로바니아의 결합처럼 무언가 유니크한 요소라도 있어야만 쏟아지는 저예산 게임의 홍수 속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데스 갬빗’의 경우엔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어둡고 시리어스한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여타 경쟁작들과의 차별점으로 제시합니다. 죽음 그 자체를 게임의 주제이자 그래픽 콘셉트로 내세움으로써 소울 시리즈의 본질을 잘 계승하고 있죠. 단순히 픽셀아트의 완성도만 따져봤을 때는 퀄리티가 엄청나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80~90년대 일본산 게임들을 연상시키는 도트 일러스트와 다소 의도적인 투박함으로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데스 갬빗’ 고유의 분위기를 잘 연출하고 있습니다. 2D 액션 플랫포머 장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큰 규모의 웅장한 보스전 등을 적극 도입한 것도 본작만의 특징입니다.
게임플레이 부분은 전술한 대로,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의 2D 액션 RPG에 소울 라이크의 테이스트를 더한 형태입니다. 전체 월드맵은 유기적인 구성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게임의 진행 상황에 따라 조금씩 개방되는 일종의 중앙 통로 같은 것이 존재해서 말을 타고 지역과 지역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습니다. 본작에는 빠른 이동 기능이 없기 때문에 원활한 게임플레이를 위해서는 이 통로를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로우 나이트’ 같은 작품의 경우 맵 디자인의 완성도가 상당하긴 했어도 진행 방향이 일정치 않아 게임 도중 헤매기 쉬운 편이었는데, ‘데스 갬빗’은 비선형적인 구성 속에서도 진행 방향을 일관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게임플레이의 직관성을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흔치 않은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한 것도 눈에 띕니다. 스토리 그 자체는 다소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편이라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지만, 일정 횟수 이상의 죽음이 누적될 때마다 과거 회상, 혹은 환상을 보는 듯한 연출을 삽입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데스 갬빗’은 모호한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는 소울 시리즈와 달리 내러티브의 방식이 매우 적극적이며, 그럼에도 죽음 그 자체를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썼다는 점에서는 소울 시리즈와의 유사점이 발견됩니다. 몇몇 아이템의 경우 일정 횟수 이상의 죽음이 누적되어야만 얻을 수 있고,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일종의 버튼 액션 방식으로 풀어가야 하는 보스전도 존재합니다. 죽음과 게임플레이, 그리고 스토리 사이의 연관성을 극대화하려 한 개발진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죠. 아름다운 선율의 배경 음악 역시 본작의 게임플레이와 스토리를 즐기는데 시너지를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소울 라이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플레이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난이도를 추구하는 장르이니만큼 잦은 죽음이 불합리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난이도의 호흡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죠. ‘데스 갬빗’의 경우, 보스전에서만큼은 이러한 덕목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스가 무시할 수 없는 난이도를 지녔음에도 패턴이 정직한 편이라 도전이 반복될수록 패턴에 대응하는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여 결국에는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적지 않은 수의 보스가 등장하는 게임임에도 각기 다른 패턴과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중간 길목을 잘 탐색하면 보스에게 5% 추가 대미지 버프를 부여하는 저널을 최대 두 권까지 수집할 수 있는데, 이는 보스전에 앞서 맵 탐색에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로서 기능합니다.
개성적인 도트 그래픽,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 유기적인 맵 구성, 난이도와 도전 욕구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춘 보스전 등, 앞서 서술한 내용만 놓고 보면 본작은 비주얼적으로나 게임플레이적으로나 여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요소를 많이 갖춘 수작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데스 갬빗’은 도트 그래픽을 선호하는 레트로 마니아들과 소울 라이크 장르의 팬들이 놓쳐서는 안 될 그런 게임일까요? 아쉽게도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No’입니다. 뒤에 좀 더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2D 액션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들과 맵 디자인 등의 기본기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문제는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결정짓는 액션 파트의 애매한 완성도입니다. 일단 모션이 뻣뻣하고 피격과 타격 판정이 애매한데다가 방패를 든 적을 제외하고는 적과 플레이어 사이의 충돌 판정이 없다 보니 상호작용적인 측면에서 직관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동작이 큰 몇몇 공격의 경우 전방으로 휘두르는 공격이 후방에까지 대미지를 입히는 경우가 많아서 적의 모션과 공격 방향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대부분의 상황을 경험에 의존하여 풀어가게 됩니다. 3타까지 이어지는 기본 콤보와 점프 공격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행동에 선딜레이와 후딜레이가 있어서 게임플레이의 맥이 자꾸 끊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소울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술 공격마저도 일반 공격에 콤보로 섞어 쓸 수가 없고 적에게 피격당할 경우 캔슬되어 버리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초반에 등장하는 몇몇 잡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적들이 슈퍼아머 판정을 지니고 있어서 기술 공격을 할 기회를 잡기가 상당히 애매합니다. 회피에 소모되는 스태미너량이 너무 많아서 소울 시리즈 즐기듯이 회피 위주로 플레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게임플레이를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제약이 많은 플레이어의 액션과 달리 적들의 공격은 상당히 매섭게 들어옵니다. 대부분의 적들이 플레이어의 행동을 무시한 채 빠르고 변칙적인 연타 공격을 퍼붓는데다가 오른쪽을 향해 무기를 치켜세워놓고는 갑자기 왼쪽으로 휘두르는 불합리한 패턴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플레이어는 방패를 든 적을 기절시키는 발차기와 패링을 제외하고는 적의 패턴에 개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도 발차기는 너무 긴 선딜레이와 지독하게 짧은 사정거리 때문에 후방으로 물러서는 적에게는 통하지가 않고 패링은 빈틈이 너무 큰데다가 연타 공격이 기본 패턴인 게임의 특성상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드, 회피, 뒤 잡기, 패링, 약점공략 등 적의 패턴을 무력화할 수많은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소울 시리즈와 달리, 이 게임의 전투 양상은 연타공격 후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적을 노려 공격을 찔러넣는 것만이 유효합니다. 기존 소울 라이크 게임의 전투가 서로의 패턴에 영향을 주고받는 인풋과 아웃풋 방식이라면, 이 게임은 적의 패턴을 통째로 읽고 그사이의 빈틈을 파고드는 인풋의 비중이 훨씬 큰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대부분의 요소들이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게 설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밸런스는 그럭저럭 맞는 편인데, 이는 회피와 방어의 성능이 지나치게 좋기 때문입니다. 회피는 스태미너 소모가 극심하긴 해도 무적 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고 방어는 극히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적의 공격 대부분을 무력화시켜버립니다. 전술한 대로 적과의 충돌 판정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전투는 그냥 적을 뚫고 걸어 다니면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몇몇 판정은 플레이어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고 몇몇 판정은 지나치게 불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전투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액션과 기술을 유연하게 활용하기보다는 몇몇 정형화된 패턴을 강요하는 식으로 굳어지게 마련입니다. 조잡한 시스템적인 완성도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피상적인 해결책으로 극복하려 한 결과물인 것이죠.
스크린샷만 봐서는 잘 와닿지 않겠지만, 직접 해보면 전투가 상당히 어색합니다.
슈퍼아머 판정이 많아 적의 패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가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순간적으로 대미지를 몰아넣거나 눈치 봐서 짤짤이를 치는 식의 편법적인 전투가 더 유용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빈약한 레벨 디자인의 구성입니다. 앞서 맵 디자인이 유기적인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고 서술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지역과 지역 사이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만 그렇고 정작 지역 각각의 구성을 살펴보면 시작 지점에서 보스까지 닿는 경로가 상당히 짧은데다가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아서 탐색할 가치가 많이 떨어집니다. 본작은 여타 메트로바니아 게임과 달리 전체 월드맵이나 미니맵이 제공되지 않는데, 언뜻 봐서는 소울 시리즈처럼 유저 스스로가 레벨 디자인에 익숙해지라는 개발진의 의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별도의 월드맵 시스템이 필요할 정도로 확장성 있는 필드 디자인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 게임 플레이 시간과는 무관하게 엔딩을 보고 나면 게임의 볼륨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적들이 슈퍼아머 판정과 위협적인 패턴을 지니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레벨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갓 시작한 유저가 쉽게 보스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얄팍한 술책인 것이죠. 어려운 난이도는 소울 라이크 장르의 특징이긴 하지만, 상대하기 쉬운 적과 어려운 적을 유기적으로 배치하고 절묘한 레벨 디자인을 통해 긴 호흡의 게임플레이를 추구하는 소울 시리즈의 미덕을 이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함정, 한 번의 점프 실수로 먼 길을 돌아오게 만드는 레벨 디자인, 제한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아이템 습득 방식, 주변에 적이 있을 경우 휴식을 취할 수 없도록 한 의도적인 불합리함 등, ‘데스 갬빗’은 탐색의 가치가 있는 풍성한 레벨 디자인으로 채웠어야 할 요소를 피상적인 수법으로 땜질함으로써 게임플레이 양상을 단발적, 휘발적으로 변질시켰습니다. 실상은 이마저도 레벨을 한껏 올리고 적의 패턴에 익숙해지는 후반, 또는 다회차로 넘어가면 통하지 않는 방식이죠.
전술한 내용만 놓고 보면 게임플레이가 상당히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의외로 할만한 이유는 사망 시 패널티가 체력 회복 아이템인 깃털 하나를 잃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죽은 자리로 되돌아가면 되찾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사망하면 휴식 지점에서 지금까지 모은 샤드를 소모하여 레벨을 올릴 수 있고, 그렇게 강해진 캐릭터로 어려운 구간을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되죠. 긍정적으로 보면 유저친화적인 시스템이지만, 레벨 디자인과 적의 패턴을 차근차근 공략하지 않아도 높은 능력치에 기대 클리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기존의 소울 라이크 장르에 비해 성취감이 많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소울 시리즈와 달리 스탯을 아무리 많이 높여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특정 탤런트에 포인트를 투자할 경우 레벨 업 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는 점도 후반부 난이도를 낮추고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됩니다.
세 번째 문제는 캐릭터 육성의 다양성과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 고를 수 있는 7개의 클래스는 첫 번째 탤런트를 제외한 모든 탤런트 트리를 공유하며, 전반적으로 무기와 스킬의 개수가 많이 적은 편이라 굳이 새로운 캐릭터를 키울 필요도 없고, 여러 가지 무기를 바꿔가면서 쓰는 재미도 부족합니다. 이 게임에서 캐릭터 육성은 사실상 메인 스탯을 무한히 올려 곱연산으로 적용되는 무기 대미지를 뻥튀기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이러한 캐릭터 육성이 아예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엔딩을 본 이후에는 적과 사물의 배치가 더 어렵게 변형되는 다회차로 무한히 넘어갈 수 있으며, 더 정교한 패턴 공략을 요구하는 Heroic 난이도의 보스전도 존재하는 등 파고들기 요소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리뷰에서 내내 언급했듯이 ‘데스 갬빗’은 기본적인 완성도 자체가 워낙 부실한 게임이라 굳이 여러 번 플레이할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레벨 디자인에 익숙해진 유저라면 중간 아이템을 챙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보스까지 길어봤자 1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데, PVP도 코옵도 없는 게임에서 굳이 그처럼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번째 문제는 편의적인 부분의 미숙한 완성도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치고는 컷신이 많고 또 긴 편인데도 스킵이 불가능하다는 점, 인벤토리 정리 기능이 없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아이템 화면이 난잡해진다는 점, 빠른 이동 기능이 없다는 점, 게임 도중 저널을 획득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화면을 가리는 바람에 적과의 교전을 방해한다는 점 등, 게임 진행에 은근한 불편함을 초래하는 자잘한 문제점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현존하는 게임들 중에서는 아마도 거의 유일하게 사다리 타기 버튼이 따로 배정된 게임인데(Xbox One 컨트롤러 기준으로 LB), 그마저도 토글이 아니라 홀드 방식이라 사다리를 타는 도중 손가락에 조금이라도 힘이 빠지면 밑으로 떨어져 버리는 상황이 꽤 자주 발생합니다.
결국 이 게임의 문제는 총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 번째는 개발진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조잡한 만듦새와 부족한 볼륨입니다. ‘데스 갬빗’은 소울 라이크이기에 앞서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며, 장르의 토대를 규정하는 레벨 디자인과 액션성, RPG 요소 등에서 너무나도 많은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문에 언급했듯이 개발 기간이 늘어진 게임들은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데스 갬빗의 경우 2015년에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을 공개했으니 실제 개발 기간은 4년 이상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무엇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콘텐츠와 파고들 요소가 적은데다가 그나마 구현된 요소들도 조악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있었으되 그에 뒷받침되는 능력은 이 게임의 개발진에게는 없었다고 보는 것이 냉정하지만 정확한 시각이겠지요.
두 번째는 소울 라이크 장르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데스 갬빗’은 정교하게 계산된 요소들에 의해 어려운 난이도를 합리적으로 극복하도록 만들어진 게임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전반적으로 불합리하게 짜여진 게임의 구성에 맞서 다소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You died.’라는 문구가 상징하듯 소울 시리즈는 이제 어려운 게임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정작 소울 시리즈에서 죽음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플레이어를 옥죄는 족쇄 같은 것이었습니다. 죽음에 따른 패널티가 크긴 했어도 한편으로는 경험과 도전으로 극복 가능한 요소였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성취감과 긴장감에 취해 사람들은 소울 시리즈에 열광했던 것입니다. 반면, ‘데스 갬빗’에서 죽음은 너무 쉽게 찾아오고 또 너무 쉽게 떠나갑니다. 그래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죽음에 맞서 이겨냈다는 희열을 느끼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힘겨운 그런 게임인지 묻는다면, ‘데스 갬빗’은 그 정도로 못 만든 작품은 아닙니다. 적어도 1회차 때는 최소한 고전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된 컷신과 스토리, 그리고 세계관을 즐기는 맛이 있고, 다양한 패턴을 선보이는 보스와 대결하는 재미도 갖추고 있습니다. 허나 소울 라이크 장르는 여타 싱글플레이 게임들과 달리 도전적이고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를 통해 다양성과 깊이를 추구하는 영속성이 특징입니다. 소울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불사자의 존재는 죽음이란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소울 라이크의 본질을 은유하는 것입니다. 반면 ‘데스 갬빗’에서의 죽음은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게임의 컨티뉴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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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하고 솔트 앤 생츄어리랑 할로우나이트가 정말 잘 만든 게임이었단걸 알게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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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없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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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악마성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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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오브 파이터즈가 이렇게 심오한 스토리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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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오파 스토리 보려고 들어왔더니만 -_-;;; 링크연결 잘못됬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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