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 제노블레이드 2 | 발매일 | 2017년 12월 1일 |
제작사 | 모노리스 소프트 | 장르 | RPG |
기종 | 스위치 | 등급 | 15세 이용가 |
언어 | 비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본 리뷰는 1.11 패치 이전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PS1 시절 제노기어스라는 게임이 있었다. 1990년대 일본 RPG 붐에 나왔던 이 게임은 틀 자체는 당시엔 흔했던 스퀘어제 턴제 RPG였지만, 다나카 쿠니히코의 미려한 일러스트와 심리학과 다중인격에 기반에 두고 세기말의 우울함을 반영한 설정, 매력적인 메카닉 디자인, 흡입력 있는 전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컬트적인 팬덤을 이끌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제작비 부족과 파이널 판타지에 집중했던 스퀘어의 사정상 게임은 미완성이 되었고 후속작은 나오지 못했다.
얼마 후 제노기어스의 제작진은 스퀘어를 떠나 모노리스 소프트로 독립한다. 그들은 반다이남코의 지원을 받아 제노기어스의 프리퀄 타이틀인 제노사가 시리즈를 만든다. KOS-MOS라는 지금도 언급되는 인기 캐릭터를 배출하기도 했고, 팬덤의 지지는 여전했지만 애매하게 코어한 난이도와 더불어 그렇게 잘 팔리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6부작으로 구성되었던 제노사가는 3부작으로 급 마무리되고, 모노리스 소프트는 닌텐도에게 합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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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기어스를 실시간으로 기억한다면 당신은…(생략) |
요새는 출장 활동이 많은 KOS-MOS가 출연한 제노사가. |
닌텐도에 흡수된 뒤 모노리스 소프트는 고전 일본 RPG와 액션 RPG, 오픈 월드 간의 조화를 고심했다. 오랜 고민 끝에 2010년 닌텐도 기기로는 첫 작품인 제노블레이드가 완성되었다. 제노기어스나 제노사가와 연관은 없지만, 제노 연작의 정신적 후속작을 자처하며 코어한 전투 시스템과 파밍 시스템, 드넓은 오픈 월드와 수많은 사이드 퀘스트를 내세우면서 제노 팬덤의 갈증을 해소했다. 제노블레이드는 곧 닌텐도 진영이 내세울 만한 RPG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는다.
판매량은 여전히 대단치 않았지만 평가가 좋았기에 닌텐도는 만족한 듯 하다. 5년간의 침묵 끝에 모노리스 소프트는 스토리 대신 오픈 월드 요소를 강화하고 보다 현실적인 SF에 가까워진 외전 제노블레이드 크로스를 내놓았다. 좀 더 이전 제노 시리즈의 톤에 가까워진 이 게임은 찬반양론이 갈렸지만, 오픈 월드의 구축과 활용이라는 점에서는 전작보다 확실히 발전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재빠르게 크로스가 아닌 제노블레이드의 정식 후속작을 들고 왔다.
제노블레이드는 명백히 모노리스 소프트의 새로운 장이었다. |
메카닉이 등장하는 행성 개척 SF를 내세운 외전 크로스. |
"그래요 기억하세요 우리들의 이름은 제노블레이드 2" (겐부!) |
우선 제노블레이드 2는 큰 스토리 없이 오픈 월드에 집중했던 크로스와 달리 1편처럼 선형적인 스토리로 회귀했다. 전체적인 틀은 메인 스토리-장소 해금-부가 활동 해금/블레이드 모으기-메인 스토리 구조를 반복하면서 이뤄진다. 플레이어는 선형적으로 구성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장소를 열고, 스토리 도중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뽑기로 블레이드를 모으고 레벨업을 하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 여기에 채집 지점인 샐비지 포인트로 대표되는 금전/아이템 파밍, 상점 거래를 이용한 마을 육성, 남는 블레이드를 보내 경험치와 돈을 벌게 하는 용병단 시스템, 파우치 같은 부수적인 요소들이 곁들어져 있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파고들 요소가 상당히 많다. |
1편과 달라진 점을 적자면, 장비 개념과 플레이 캐릭터 스킬 셋이 상당히 간결해졌다. 이제 플레이 캐릭터는 장비를 갖추는 게 아니라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으로 능력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젬 크래프트 개념 역시 어시스트 코어 개념으로 바뀌어 재료와 설계도만 있으면 마을 가게에서 만들 수 있다. 재료를 스킬 포인트를 얻고 레벨업을 하는 방식 역시 마을 여관에 숙박해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아이템도 시간제 버프형으로 변경되었으며, 전리품 습득 역시 스토리 전개가 아니면 수동 습득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키즈나와 키즈나 그램으로 대표되던 NPC와 파티 캐릭터 간의 관계 시스템이 대거 삭제되어 일반적인 RPG스러워졌고 대신 레어 블레이드와 플레이 캐릭터 간의 관계 묘사가 강해졌다. 한편 1편에서 중요했던 미래시 개념은 이벤트 수준으로 격하되어 시스템에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
진행을 위해 필수로 하게 되는 샐비지 작업. |
제노블레이드의 심리스 오픈 월드는 비슷한 게임들과 달리 독특한 구석이 있다. 사실 제노블레이드의 오픈 월드는, 완벽한 세계에 집착하는 서구 게임 회사의 오픈 월드와는 달리 단순한 편이다. 실제로 제작진들 역시 제노블레이드의 예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제노블레이드는 오픈 월드에서 상호작용 요소를 비롯해 퀘스트 전개, 채집과 제작을 많이 간략화했다.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오픈 월드 게임을 하나 만들 때마다 블록버스터급 예산과 인재가 동원되는 서구 게임 회사들과 달리 모노리스는 그런 동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신 제노블레이드의 오픈 월드는 큰 붓으로 쓱쓱 그려내는 경제적이면서도 대담한 매력이 있다. 모노리스 소프트는 최첨단은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준수한 그래픽, 거대한 스케일과 복층 구조로 이뤄진 생동감 넘치는 레벨 디자인, 날씨 변화, 기후 효과로 오픈 월드 개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모노리스 소프트는 일본 RPG가 그렇게 바랐지만 포기했던 '세계를 모험하는 재미'를 이뤄냈고 무서운 신예로 올라왔다. 이런 제노블레이드의 성과는 21세기 게임의 걸작인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제작진엔 제노블레이드 제작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픈 월드 구축이라는 점에서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대안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
제노블레이드 2는 그 점에서 한층 진보한 모습을 보인다. 우선 세계 설정을 상당히 잘 잡은 편이다. 일반적인 땅이 아닌, 운해라는 거대한 구름 바다 위에 아르스라는 거대 생물 위에서 산다는 설정과 비주얼은 천공의 성 라퓨타나 라스트 엑자일,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최근에는 메이드 인 어비스로 이어지는 서사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잘 잇고 있다. 세계별로 개성도 확고하며 숨겨진 장소와 독특한 기믹으로 무장한 대담하고도 정교한 필드 설계도 여전하다. 제노블레이드 2는 그 점에서 일본 RPG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풍경의 매력을 잘 아는 게임이다. 1테라나 쓰인 사운드트랙 역시 인상적이다.
다만 제노블레이드 2의 실기 구동은 닌텐도 스위치에 잘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독 모드에서 해상도가 720p 고정이라는 사실은 넘어가더라도, 휴대 모드에서는 독 모드보다 확실히 해상도가 떨어지는 데다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프레임이 처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팝인 현상이나 텍스처 로드 문제 같은 치명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그래픽과 고난도의 심리스 오픈 월드 개념, 기기 성능 간의 조화라는 점에서 제노블레이드 2는 종종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후술할 게임 내 단점들 하고도 연관되어 있다.
제노블레이드 2의 오픈 월드는 전작의 성과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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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기 구동에서는 어딘가 나사 빠진 모습을 보인다는 게 흠. |
한편 제노블레이드 시리즈의 매력을 꼽으라면 전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모노리스 소프트는 제노블레이드를 만들면서 평타를 자동 공격으로 맞췄다. 일반적으로 RPG에서 평타 역시 수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제노블레이드의 전투 리듬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타 대신 플레이어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플레이어가 직접 버튼을 눌러서 사용하는 고유기 아츠다. 제노블레이드는 고유기인 아츠 효과와 이에 따른 효율적인 조합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게임이다. 붕괴-전도-기절 순으로 이어지는 상태 이상, 그리고 평타와 돌발 인연으로 모은 파티 게이지를 이용한 파티 연계 기술 체인 어택까지 아츠의 모든 것을 숙지해야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제노블레이드 2의 전투 시스템은 전작을 가져오면서도 많은 변화가 가해졌다. 상술한 오토 어택, 붕괴-전도-기절, 체인 어택은 여전하다. 하지만 조작 체계가 상당히 간략해되었고, 아츠를 전투 개시 직후 바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드라이버 키즈나 링크를 통해 해금할 수 있긴 하다), 평타 적립과 빠른 아츠 충전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평타가 들어가는 순간 아츠로 이어가는, 캔슬 아츠 개념이 도입되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전작과 달리 평타로 꾸준히 아츠 게이지를 적립하면서 쿨타임이 되는 순간 아츠를 찔러 넣어 최대한 빠르게 적을 밀어붙어야 한다.
평타 역시 움직일 수 없게 고정 공격이 되었기에 회피와 자리 선정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또한 붕괴-전도-기절 시스템이 드라이버 콤보로 재정립되면서 브레이크-다운 Topple-라이징 Launch-스매시 4단계 콤보로 늘어났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와 파티원의 블레이드가 가지고 있는 브레이크-다운-라이징-스매시 아츠 조합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포션 개념이 전작과 달리 아이템 개념이 아닌 아츠와 연계되도록 변경되어 체력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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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시스템이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해서 설명하기 까다로운 편. |
여기다 2편은 블레이드의 캐릭터성이 상당히 강해진 데다 전작과 달리 드라이버의 무기로써 싸우기 때문에 존재감이 늘어난 편이다. 먼저 드라이버 콤보에 대응해 블레이드의 속성 필살기를 이어주는 블레이드 콤보가 추가되었으며, 드라이버 콤보와 블레이드 콤보를 섞어 사용하는 퓨전 콤보라는 개념도 추가되었다. 또한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블레이드에게도 키즈나 링크라는 스킬 트리가 제공되면서 블레이드 육성 개념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클래스 개념이 동조하고 있는 세 개의 블레이드 간의 조합으로 결정되는 쪽으로 변하면서, 공격-방어-힐러 블레이드의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해졌다.
전반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는 친절한 게임은 아니다. 우선 게임 자체가 슬로 스타터에 가깝다. 스토리 자체는 질질 늘어지진 않지만 개별 챕터의 변곡점들이 난이도가 높아 그 변곡점을 통과하기 위해 고생을 해야 한다. 챕터 3 보스가 플레이어들의 첫 고비가 될 것이다. 또한 초반부 전개는 상당히 느긋한 편이라 적어도 챕터 2까지 가야, 이 게임이 어떤 형식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튜토리얼이 챕터 4까지 있는 게임이다). 한마디로 제노블레이드 2는 캐릭터만 믿고 사기엔 상당한 중노동과 감각, 시간을 요구하는 하드코어 RPG다.
블레이드 육성이라는 개념이 전작보다 강해졌다. |
하지만 그 문턱을 간신히 넘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전작에서 쩍쩍 달라붙는 매력을 자랑했던 전투 시스템이 심화되면서 플레이어의 지능과 순발력, 센스를 시험한다. 키즈나 링, 블레이드 성능, 장신구, 파우치, 무기를 전담하는 코어 칩 같은 장착물부터 시작해서 전투시에 기술 조합까지...... 제노블레이드 2는 RPG 장르 전문가들의 자신감과 확신이 흘러 넘치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시련을 헤쳐나온 플레이어들에게, 제노블레이드 2는 달콤한 보상을 안겨준다. 전투의 리듬은 교활하게 흘러가며 4단계 필살기 연출은 상당히 공을 들인 편이다. 여기다 블레이드 콤보-드라이버 콤보-퓨전 콤보-체인 어택으로 이어지는 필살기 연계로 엄청난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다. 어찌 보면 제노블레이드 2는 소울 시리즈나 인왕 같은 최근 하드코어 RPG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 자체가 슬로 스타터라는 것을 감안해야 덜 피곤하게 느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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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탄생전대 스자쿠를 감상하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
제노블레이드 2의 단점이라면 시스템을 익히는 과정이 썩 직관적이지 못하고 불합리한 디자인이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한다는 것이다. 튜토리얼 자체는 친절한 설명과 실전을 넣는 등 전작에 비해 나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긴 쉽지 않다. 심지어 튜토리얼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필자는 챕터 3까지 블레이드 콤보는 커녕 전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헤맸고 중반에 들어서야 전투에 익숙해졌다. 게다가 비현지화가 상당히 치명적인 게임이다. 스토리 이해는 그렇다 쳐도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계속되는 죽음에(그나마 죽음엔 페널티가 없지만) 짜증과 분노만을 느낄 것이다.
튜토리얼을 봐도 전투 시스템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
튜토리얼이 아쉬움을 남긴다면, 이 게임의 핵심을 이루는 블레이드 동조는 제노블레이드 2의 근본적인 단점을 보여주고 있다. 제노블레이드 2는 블레이드의 동조를 모바일 게임식 뽑기로 구성하고 있다. 전투 도중 코어 크리스털을 수집하고 그 코어 크리스털을 파티원들과 동조시켜 블레이드를 뽑으며, 낮은 확률로 레어 블레이드라는 특수 블레이드를 뽑을 수 있다. 유명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초청한 레어 블레이드 일러스트, 성우, 전용 이벤트까지 있는 것을 보면 모노리스 소프트가 이 블레이드 시스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덕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과 달리 본 작품의 뽑기는 천장 없는 지옥과도 같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레어 블레이드가 나오지만, 어느 순간 거의 나오지 않고 레벨 2~3짜리 일반 블레이드가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스킬 셋도 상당히 중요한지라 일반 블레이드를 쓸 일이 좀 있는데(블레이드 콤보 없이도 속성 구슬을 붙일 수 있는 볼메이커 Orb Mastery는 엔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필수적인 스킬이다), 원하는 스킬 셋을 구비한 블레이드도 잘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플레이어는 코어 크리스털 수집과 운 수치 올리기에 혈안이 되지만, 최고 코어 크리스털에서도 쓸모 없는 일반 블레이드가 줄줄이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심지어 블레이드를 다른 파티원에게 넘겨주는 아이템 오버드라이브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구하기 힘들다. 모바일 게임 특유의 뽑기 시스템이 싫다면 제노블레이드 2는 그야말로 최악의 게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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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가 상당히 짜증나기 때문에 소환 영상이 NOT SKIP MOVIE였으면 큰일날 뻔 했다. |
뽑기 이외에도 자신감이 방만함으로 빠지는 지점도 있다. 우선 맵 시스템이 상당히 불편하다. 전체 지도는 웨이 포인트 기능인 스킵 트래블 항목에서만 볼 수 있고, 미니 맵은 축소 배율과 플레이어 화면을 다 잡아먹는 확대 배율 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도 불편하고 웨이 포인트가 없는 지역명은 지도에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아서 찾아가기 힘들다. 여기에 몬스터나 채집 요소 도감 부재가 겹쳐지면 게임을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다. 그리고 파티원 토라의 인공 블레이드 하나는 미니 게임 보상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이 미니 게임이 지독히도 1980년대풍 아케이드 게임인지라 중도 포기자가 속출할 게 보인다.
이 화면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 딴 멤버들 레벨 업 하기도 바쁜데 내가 왜 디그더그를 해야 하지? |
이외 챕터 4의 폐공장처럼 지나칠 정도로 괴랄해지는 레벨 디자인과 퀘스트 디자인, 적/아군 막론하고 아이템 회수는커녕 허무하게 낙사한다는 점, 잦은 멤버 교체 요구로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필드 스킬, 그다지 센스가 없는 UI 디자인도 들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는 야심만만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게임이고 그 야심을 제한된 제작 기간 동안 대부분 실현했지만, QA와 마무리 작업에서는 어딘가 촉박하거나 엉성한 티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하드코어 RPG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통찰력은 좋았지만, 거기에 걸맞은 철저함과 객관성이 필요했다.
제노블레이드 시리즈가 불합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부분은 그냥 제작진의 어설픔을 강요하는 모습도 보인다. |
제노블레이드 시리즈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SF를 내세웠던 게임이었다. 특히 크로스는 판타지 요소를 확 줄이고, 우주 개발과 메카닉을 다루는 게임이었다. 2편은 어떨까? 기본적인 노선 자체는 그렇게 변하진 않았지만, 비주얼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편이나 크로스는 비교적 담백하고 현실적인 디자인이었다면, 2편은 낙원추방으로 유명한 사이토 마사츠구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노무라 테츠야가 참여했다. 때문에 제노블레이드 2는 전작들에 비해 캐릭터 게임적 요소나 모에 요소가 강해졌다. 메인 히로인이나 파티 멤버 중 형님 포지션을 맡고 있는 1편의 단반과 2편의 지크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명백하다.
노무라가 디자인한 캐릭터와 사이토가 디자인한 캐릭터가 같이 나오면 왠지 모르게 필자 혼자만 따돌림 당하는 느낌이었다. |
1편과 2편의 차이.jpg |
총감독 타카하시 테츠야는 게임 발매 전 '그동안 지나치게 살벌한 게임을 만들었던 것 같다.' '쥬브나일 모험기, 보이 미츠 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제노블레이드 2의 서사는 그야말로 왕도적인 소년소녀 모험기다. 일상의 소년과 비일상의 소녀가 만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 복잡하게 꼬인 세계 설정과 그와 대비되는 명쾌하고 단순한 주인공 캐릭터, 각 캐릭터에게 부여된 속성, 인연과 성장을 강조하는 스토리 전개 등 일본 애니메이션 창작자가 상상할 법한 대하 서사적 요소로 가득하다. 크로스는 물론이고 1편과 비교해도 제노블레이드 2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테일즈 시리즈에 가까운 게임이다.
각본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어차피 왕도적 전개로 가겠다고 못 박은 이상 기대치는 정해져 있고, 제노블레이드 2는 그 기대치에 충실하게 부응한다. 파티 성장은 납득할 만 하며, 적 캐릭터의 사연 역시 감정 이입할 구석을 제공한다. '나카마오 마모루'라는 문장으로 종종 조롱당하는 일본 RPG적 관습도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 하다. 기반이 되는 캐릭터 조형 자체가 생각보다 허풍이 적고 담백해 파티원이 '누군가를 지킨다!'라고 해도 정말 그런 심정이구나, 라고 납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서브 히로인을 담당하는 니아의 각성은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있어 절절하게 다가오는 구석이 있다.
왜 저 인물들이 '지킨다'라는 말을 하는지 납득할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평균 일본 RPG 서사보다는 좋은 편. |
이외에도 흥미로운 설정들과 전개가 많다. 전작 슈르크와 모나도의 관계를 확장한 듯한 드라이버-블레이드 간의 관계도 그렇고, 결국엔 드라이버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는 블레이드라는 존재에 대한 고뇌가 의외로 심도 있게 다뤄진다. 사실상 불로불사의 삶을 부여받은 대신 언젠가 소멸될 기억과 관계에 집착하는 블레이드들의 묘사는 사물의 덧없음(모노노아와레)으로 대표되는 일본 특유의 감수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제노블레이드 2는 그 점에서 1편이나 크로스와는 차별화된 서사를 구비하고 있다. 또한 소년 만화적인 피가 끓어오르는 전개가 무색하게 의외로 비정하거나 현실 풍자적인 부분도 주목할 만 하다. 내용 누설은 적지 않겠지만, 제노블레이드 2는 종교에 대해 냉소적이고 현실 세계의 난민 문제에 대해 상당히 신랄한 면모를 보인다.
무한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유한한 블레이드들의 삶이 흥미로운 주제를 만들기도 한다. |
다만 제노블레이드 2의 왕도적 매력은 생각보다 좁은 취향에 어필할 공산이 크다. 2편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1편이나 크로스보다도 일본 애니메이션적 문법에 가깝다. 어떤 이에게 이 부분은 장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제노블레이드 2의 서사는 시대착오적이지만 야심 찬 게임 디자인과 더불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제노블레이드 2는 받아들이기 버거울 수도 있다. 한마디로 왕도의 매력에 빠져들 만한 타겟층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진지한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게 튀어나오는 낡은 유머 연출이나 큰 문제는 없되 어딘가 좀 뭉텅뭉텅 넘어가는 세부 묘사(각 나라의 알력 문제가 좀 설렁설렁 해결된다거나) 같이 객관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정체불명의 신출귀몰 우리들의 이름은 '얼티밋 겐부'! |
1편의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다면 2편은 좀 과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
제노블레이드 2는 만인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 명백한 결함, 높은 난이도, 특정 코드에 맞춰진 서사까지 이 세 개의 요소가 만드는 허들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슬로 스타터인 게임 특성상 익숙해지기까지 10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총감독 타카하시 테츠야는 발매 발표 당시 '우리 납기일 맞출 수 있냐'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제노블레이드 2를 여전히 빡빡한 환경에서 제작했다는 것을 실토하는 블랙 유머가 되어버렸다(실제로 콘텐츠 양을 생각해보면 크로스 개발 도중 사전 제작을 시작했다고 해도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차라리 발매일을 1년 늦춰서 대대적인 QA를 받았으면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닌텐도가 왜 그런 빡빡한 스케줄을 고수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허들을 넘으면, 제노블레이드 2가 제공하는 재미는 확실히 강렬하다. 정교한 전투 시스템과 간결하면서도 매력적인 심리스 오픈 월드는 일본 RPG의 최전선에 서기 충분하다. 제노블레이드 2는 삐걱거리면서도 하드코어 RPG다운 고난과 희열을 안겨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사기 전에 자기 취향이 맞는지 자문해보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구입해도 괜찮을 것이다.
좀 더 넓은 벌판으로 좀 더 깊고 큰 어딘가로 예측할 수 없는 세계로 향해 갈 뿐...... |
P.S. 그래도 사후지원은 보장되어 있으니 이 리뷰가 올라올 무렵엔 개선될 지점도 있다. 패치 노트에 따르면 미니 게임 타이거 타이거엔 이지 모드가 추가되며, 웨이 포인트와 맵 시스템도 좀 더 편하게 개선된다고 예고되어 있다.
편집 :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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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보고 팡팡 울엇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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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한글화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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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사고 너무재미있어서 태어나서 처음한정판샀음.. 진심 너무재미있네요..mcable올때까지 봉잇할랬데..못참고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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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RPG계의 모자란 젤다급일듯.. 이걸 한글화 해줬으면 캐리 대박일겁니다.. 목 마른 사람 꽤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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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 게임의 고비가 딱 두개 있는데 1.게임 시스템 이해하기까지의 시간 2.휴대모드 해상도 이것만 어찌어찌 버티면 핵갓겜. 게임 시스템 이해는 언어 한글도 아니라 더 빢쎈감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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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보고 팡팡 울엇음...
(IP보기클릭)121.159.***.***
팡팡 | 17.12.23 00: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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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말하는 하드코어는 파밍이나 뽑기 난이도를 말하는게 아니고, 흔히말하는 코어게임(씹덕게임)을 말하고있는거지. jrpg하면서 노가다타령은 번짓수 제대로 잘못찾은듯 | 17.12.24 05:51 | |
(IP보기클릭)218.153.***.***
진짜 이 게임의 고비가 딱 두개 있는데 1.게임 시스템 이해하기까지의 시간 2.휴대모드 해상도 이것만 어찌어찌 버티면 핵갓겜. 게임 시스템 이해는 언어 한글도 아니라 더 빢쎈감이 있음..
(IP보기클릭)119.196.***.***
사실 해상도보다 프레임이 더 거슬림 | 17.12.24 05: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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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없데요 아쉽지만.. | 17.12.20 14: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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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처럼 1년 넘어서라도 한글화 되어주면..고맙긴 할텐데 | 17.12.20 17: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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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 하면 2개 산다 ㅠㅠ 한글화 보장만 있으면 일부러 안하고 기다릴텐데... | 17.12.21 08: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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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는칸쵸
숨겨진 RPG계의 모자란 젤다급일듯.. 이걸 한글화 해줬으면 캐리 대박일겁니다.. 목 마른 사람 꽤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스토리.. | 17.12.22 03: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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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2회차 하고 싶어요 한글로 젤다도 한글로 나오니 너무 좋음 알아먹기가 수월 | 18.02.17 20: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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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노블2 즐기고있는데도 비추를 줄수밖에 없는 댓글;; | 17.12.22 13: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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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손실압축음원이라면 가능한 부분 | 17.12.24 05: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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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는 그거좋아하는데 ㅋㅋ. 아이도르마스따! | 17.12.23 03: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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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약점속성이 시시각각변하고 순간판단력으로 실시간 전략구성하라고 짜놓은 시스템인데 전략짜는 맛이 너무 있는데요? 블레이드 스위치는 일부러 속성다르게 구성하라고 만들어논것이고, 드라이버콤보는 획일적이지만 템드랍으로 보상받고, 구슬깨면 폭딜로 플탐(피로도)줄일수잇습니다. 그냥 평타랑 렙빨로 30분씩 전투하시느라 잘차려진 밥상을 맛없게 드시네요. | 17.12.24 06: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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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속성 변해봐야 (시시각각 변하는것도 아니지만), 어짜피 속성구슬 골고루 만들려면 약점속성 생각 안하고 구슬만 만들죠. 적 별로 속성구슬 다르게 만드나요? 다 똑같지. 블레이드 스위치는 결국 드라이버 콤보, 블레이드 콤보 용도죠. 그외에 무슨 쓰임새가 있나요... 적이 달라도 하는건 똑같습니다. 4장까지 이어지는 튜토리얼 하고나면 결국은 드라이버 콤보 할수있게 도끼쓰는 블레이드 하나, 스자쿠 고정 해서 계속 쓰게 되고, 막판에 배틀스킬에 볼 메이커 있는애로 바꿔쓰는게 대부분의 패턴이죠 뭘 그럼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이정도 전투가 전략적이라고 할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냥 액션성이 있어서 손맛이 있는 전투라고 하면 모를까... | 17.12.26 10: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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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감. 전투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할게 없어서 재미 없음 중반에는 이제 좀 알아가니 재미있어짐 나중에는 구슬 여러개 만들고 + 누르는거 반복... 전투 시스템의 다양성이 별로 없는게 아쉽네요 | 17.12.28 12: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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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한글화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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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처럼 존과 존을 이어놓은게 아니고 운해라는 트릭을 써서 존과 존을 분리해놓아서 오픈월드는 아니죠. | 17.12.24 06: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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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사고 너무재미있어서 태어나서 처음한정판샀음.. 진심 너무재미있네요..mcable올때까지 봉잇할랬데..못참고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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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팩에 수록된 음원 파일 용량이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원음 용량이 1테라 분량이라는 얘기일겁니다. 본게임의 녹음을 지휘한 미츠다 야스노리(대표작:크로노 트리거)가 저번에 밝혔을걸요. | 17.12.24 19: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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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그렇군요! | 17.12.24 2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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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의견이랑 비슷하네요. 특히 단점은 진짜 맵이랑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뭣같다는겁니다. 혈압터짐. 그좋은 게임성을 가지고 굉장히 짜증나게만들어놨어요. | 17.12.27 06: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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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니까 한 반년정도 묵혀놓고 패치좀하면 사야겠네요ㅋㅋㅋ 보니까 그래도 빠른패치를 해주는거같던데 | 18.01.08 19: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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