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PS3와 Xbox 360으로 출시된 바 있는 락스타 게임즈의 오픈 월드 액션 게임 'GTA 5'는 여러 의미로 많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하나의 장르를 확립해낸 인기 시리즈의 최신작인 동시에 PS3와 Xbox 360의 황혼을 장식하는 대형 타이틀이었으며, 출시 직후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락스타 게임즈가 제작해온 모든 오픈 월드 게임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타이틀로 완성된 GTA 5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시리즈 최초 공식 자막 한글화 타이틀이었기에 국내 게이머들에게 더욱 많은 인기를 누린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PS4와 Xbox One이 출시된 후 락스타 게임즈는 새로운 소식을 공개했습니다. GTA 5의 PC 버전 출시와 함께 PS4와 Xbox One으로도 FHD 버전을 출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락스타 게임즈는 정식 발매를 앞둔 지난 11월 4일 아시아 미디어를 대상으로 PS4/Xbox One 버전 GTA 5의 실기 시연회를 진행했습니다. 미디어 시연회는 관계자가 직접 PS4 버전 GTA 5를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요소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시연회에 참가한 아시아 미디어 기자들도 한글 버전으로 몇몇 미션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한글로 출시된 지난 세대 버전. 참고로 이번에도 굴림입니다. |
도둑놈들이 돌아왔어요!! |
사실 HD 에디션(이제는 FHD 에디션이겠죠)에 관해 호의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시리즈 팬들이 옛 추억을 기분 좋게 음미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정성 들여 만들어진 작품도 분명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비율적으로는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GTA 5라는 거대한 세계를 겨우 1년 약간 넘은 지금 새로운 하드웨어로 불러오는 것은 단순히 비주얼적인 측면만 업그레이드되고 약간의 구색 맞추기 용으로 몇몇 요소만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저의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GTA 5를 새로운 하드웨어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개발진은 게임의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뜯어고쳤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언덕을 지나갈 때나 슬쩍 볼 수 있는 구조물의 모델링을 다시 작업했으며,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각종 포스터도 고해상도 버전으로 벽에 붙였습니다. 트레버의 머리숱을 연상케 했던 황량한 들판은 풍성한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아쉽게도 시연회에서의 사진 촬영은 절대 불가였지만,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GTA 5로 탄생한 느낌이었습니다.
더욱 세밀해진 PS4/Xbox One 버전. |
수풀이나 동물이나 훨씬 풍성해진 모습을 자랑한다. |
개발사가 새로운 GTA 5에서 가장 크게 내세우는 것은 역시 1인칭 시점 모드일 것입니다. 시리즈 최초로 1인칭 시점 모드를 추가했는데, 이는 단순히 그래픽만 고해상도로 바꾸는 것으로는 뭔가 모자라 보이니 구색 맞추기 용으로 시점만 강제로 바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3,000개가 넘는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오로지 1인칭 시점 모드를 위해 추가했고, 덕분에 캐릭터들이 기지개를 펴거나 총기류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할 때는 화면 오른쪽 하단에 바로 손에 쥔 휴대폰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PS3 버전 GTA 5의 휴대폰 사용 화면. |
1인칭 시점 모드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때의 화면. |
1인칭 시점 모드가 완전히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만능약은 아니며, 여전히 GTA 5의 메인은 3인칭 시점 모드라 할 수 있지만, 도보 이동과 차량 운전, 전투 상황에 이르기까지 게임 내의 모든 상황을 제법 신선한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워진 재장전 모션과 조준 화면을 확인할 수 있으며 길거리를 걸을 때 화면이 조금씩 울렁이는 것 또한 옵션을 통해서 ON/OFF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가 났을 때 분을 못 이기고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것 또한 1인칭 시점 모드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연출 상의 문제로 모든 장면이 1인칭 시점 모드를 지원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사진은 PS3 버전). |
개발사는 단순히 시점만 바꾼 것이 아니라 시점 전환에 따른 다양한 세부 옵션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제공하며, 어떻게 게임이 진행되는지 다양한 상황을 구분해서 그에 맞춰 자동으로 시점이 바뀌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총을 사용할 때는 1인칭 시점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3인칭 시점으로 바뀌도록 설정할 수 있으며 평상 시엔 1인칭 시점 모드지만 차량에 치일 경우 어떤 상황이었는지 바로 알 수 있도록 자동으로 3인칭 시점으로 전환된다는 식으로 시점에 따라 게임 진행이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합니다.
전투 상황에서의 커버 시스템과 조준 시스템을 새로운 시점 모드를 위해 추가했으며 시점에 따라 조작 시스템도 자동으로 변경되어서 최적의 조작 체계를 유저가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PS4 버전일 경우 듀얼쇼크4의 터치 패드 클릭을 통해서 시점을 재빠르게 바꿀 수 있으며, 시점 전환에 따른 딜레이 역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시점 고정 옵션으로 컷신이 끝나면 바로 1인칭 시점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으며, 헬리콥터를 운전하기 위해 헬멧을 쓰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쓸 때도 화면에는 그에 맞게 각기 다른 화면을 뿌려줍니다.
물 속에서 치열하게 1인칭 시점으로 싸울 수 있다. |
헬멧을 쓰면 화면과 사운드 효과에도 변화가 생긴다. |
개인적으로 자동차 운전과 1인칭 시점 모드가 결합되었을 때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차량의 1인칭 시점 모드를 지원하며, 자동차 내부 또한 시트의 박음질과 계기판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운전 상황에 따라 계기판과 라디오 파츠도 모두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전 세대 버전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할 때 게임 내의 캐릭터가 들고 있던 작은 휴대폰의 화면도 그대로 연동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새로운 GTA 5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거대함 속에서 세밀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자랑했습니다.
게임 내의 모든 탈것은 1인칭 시점 모드를 지원한다. |
1인칭 시점 모드를 위해 3,000개가 넘는 모션이 추가. |
피사계심도 효과가 추가되어서 그냥 거리를 바라볼 때는 평범한 화면이지만 거리에 세워진 자동차 등에 포커스를 맞추면 뒷쪽 화면이 날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이 연출은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적용됩니다. 그 외에도 새로운 하드웨어에 걸맞은 조작 체계가 적용되었습니다. PS4 버전은 조작 캐릭터나 범죄 레벨에 따라 내장 라이트의 색상이 바뀌기도 하며 각종 터치 패드 조작을 지원하고 내장 스피커로 전화 통화나 경찰의 무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Xbox One 버전은 게임 상황에 맞게 진동 트리거 기능을 지원합니다.
1080p 해상도와 고해상도 텍스쳐를 지원해서 오리지널 버전에 훨씬 깔끔해진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으며(2015년 1월에 발매될 PC 버전은 4K 해상도를 정식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프레임도 30 프레임을 유지해서 많은 차량과 캐릭터, 각종 특수 효과가 뒤엉켜도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줍니다. 가시거리가 오리지널 버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서 높은 곳에서 배경을 감상할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할 때의 팝인 현상이 크게 체감될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광원은 오리지널 버전에 비해 3배로 늘어났습니다.
차량 커스터마이즈 옵셜을 통해서 차량 밑바닥에서 도로를 비추는 라이트 효과를 낼 수도 있으며, 아스팔트의 표현 또한 고해상도 텍스쳐의 힘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실제 도로처럼 여러 군데 대미지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올 때의 도로에는 웅덩이가 생기고 그 위로 굉장히 자연스러운 빗물 표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수를 할 때는 바다 속까지 들어오는 광원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저녁 시각대에 높은 산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 볼 때는 아주 먼 거리에서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작은 불빛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가시거리가 넓어지고, 먼 곳에서 움직이는 차량의 불빛도 확인 가능해졌다. |
캐릭터의 표현 또한 향상되었습니다. 각종 액세서리와 문신은 고해상도 텍스쳐로 더욱 정교해졌고 옷의 질감은 사실적인 그림자 효과와 합쳐져서 컷신 연출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셀카를 찍을 수 있는 화면에서는 방향키를 조작해서 각종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도 있으며, 컷신에서 캐릭터의 표정과 피부색이 감정에 따라 변하는 요소 또한 추가되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각종 동물은 털 표현이 더욱 부드러워졌고,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없었던 육지와 바다의 동물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길거리에는 더욱 많은 보행자를 볼 수 있으며, 많아진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자동차의 수도 많아졌습니다. 인공지능 개선으로 거리의 보행자와 도로의 자동차는 현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통행량 등도 실제 LA의 도로에서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개발사는 밝혔습니다. 덕분에 특정 미션을 플레이할 때는 도로 상황에 따라 무조건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가 조금 힘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각종 폭발 효과가 강화되었고 물이나 피가 튀는 액체 표현을 비롯해서 바람이 옷이나 깃발, 나뭇잎 등을 펄럭이게 하는 효과도 개선되었습니다. 굳이 이런 부분까지 건드릴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짧게 스쳐가는 부분의 모델링도 새롭게 만들고 실제 게임 상황과 연동하는 부분은 그저 GTA 5가 스케일만 키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게임 내의 TV 쇼와 영화도 고화질로 교체했으니까요. 마치 개발진이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에 불가능했던 작업을 PS4와 Xbox One으로 모조리 풀어낸 느낌이었습니다.
폭발 효과 및 광원 효과가 더욱 멋지게 바뀌었다. |
특히 레일 건의 화력이 장난 아닙니다. |
보는 재미만큼이나 듣는 재미도 쏠쏠해졌습니다. 150곡이 넘는 새로운 음악이 추가되었고, 기존에 존재했던 방송에 새로운 DJ의 코멘터리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PS4 버전일 경우 터치 패드를 쓸어서 라디오 주파수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며 음악에 맞춰 캐릭터들은 머리를 흔드는 등의 소소한 애니메이션도 추가되었습니다. 1인칭 시점 모드로 헬리콥터를 운전하면 헬멧을 쓰기 때문에 소리가 묻혀서 주변 소음이 작게 들리지만 헬리콥터를 뒤에서 바라보는 3인칭 시점 모드로 변경하면 소리가 커지는 등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 모드에서의 스토리 진행은 오리지널 버전과 동일하게 이루어지지만, 사냥을 하는 등의 부가적인 미션이 늘어나거나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약 30종류의 차량이 이번 작품에 새롭게 추가되었으며, 스토리 모드에서도 무료로 추가 차량을 몰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1인칭 시점 모드로 스토리 모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으며, GTA 온라인에서는 1인칭 시점이나 3인칭 시점으로만 수행할 수 있는 직업 옵션이 있는가 하면 두 시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GTA 온라인 역시 새로워진 요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1인칭 시점 모드의 추가와 함께 온라인 플레이어 수는 30명까지 증가하며 관중도 2명 추가됩니다. 크로스 세이브 기능을 지원하며 캐릭터 커스터마이즈 요소 또한 강화될 예정입니다. 개발자 툴에는 150개 이상의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며 아이템 배치 제한이 두 배로 증가됩니다. 모든 업그레이드 요소와 추가 콘텐츠는 PS4와 Xbox One, PC 버전에서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며, 앞으로 온라인 모드에서 새롭게 추가될 요소들은 지속적으로 싱글 플레이 모드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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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A 온라인의 업데이트는 현재진행형. |
PS3와 Xbox 360으로 발매된 오리지널 버전을 플레이했던 유저들을 위한 추가 요소도 존재합니다. 락스타 게임즈는 보도자료(바로가기)를 통해 복귀 유저를 위한 독점 콘텐츠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마이클을 플레이하면서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단서를 추적해서 게임 화면의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필터를 얻을 수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서 도전 과제를 클리어하면 새로운 차량를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예전 GTA에 등장한 바 있는 도도 수상 비행기를 얻어서 바다 위를 떠다닐 수도 있습니다.
오버 테크놀로지의 진수를 보여주며 혼자서 전쟁을 치를 수도 있는 엄청난 위력의 레일 건과 원시적이면서도 잔혹한 손도끼 등 새로운 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마샬 몬스터 트럭과 제로 비행선 등 새로운 탈것이 추가되었습니다. 게임 복귀는 소셜 클럽 멤버쉽을 이용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PS3나 Xbox 360 유저나 상관 없이 PS4와 Xbox One 중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로 자유롭게 복귀할 수 있으며, 추후 발매될 PC 버전으로도 복귀가 가능합니다. 연동 횟수는 한 번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이전 세대로의 데이터 복귀는 불가능합니다.
빈티지 스타일 필터를 얻을 수 있는 미스터리 살인 사건. |
도도 수상 비행기가 도도도도. |
1시간 30분 정도의 체험 시간이 끝난 뒤의 감상은, PS3와 Xbox 360으로 발매되었던 GTA 5의 FHD 에디션이라기보다는 그냥 처음부터 PS4와 Xbox One을 위해 개발한 GTA 5에 가까운 인상이었습니다. 단순히 해상도만 올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뜯어고치고 모델링을 새롭게 하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콘텐츠를 추가해서 오리지널 버전도 그랬지만 차세대 버전은 더욱 방대해지면서도 섬세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락스타 게임즈는 여전히 많은 콘텐츠를 GTA 5와 GTA 온라인에 추가할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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