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칼렛 스트링스.
십덕풍의 시네마틱(?) 액션 알피지 게임이다.
* 클로저스나 소울워커 같은.
뭐 차원이 열리고 괴물이 튀어 나오고 그걸 중고딩들이 때려잡는다는 이능력 라노베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랜만에 보는 진짜 정통파 라노베 같음.
* 이능력 라노베의 분위기 비주얼을 잘 살렸다.
특히 배경이 그런 판타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편.
근미래 배경이라 홀로그램 오브젝트가 많은데,
이 홀로그램 오브젝트에 특유의 자글거리는 표현이 있어서 스샷빨을 못 받는데 실제로 보면 꽤 멋지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다기보다는 잘 그리고 잘 연출한 편.
* 전투도 제법 잘 뽑혔다.
염력이나 기타 초능력을 다룬다는 느낌을 잘 표현했고 연출이나 타격감도 뛰어나다.
전략적인 요소도 충분한 편.
* 다만 전투가 너무 수동적이다.
몹들마다 파훼법이 정해져 있어서 여기에 맞춰서 반드시 기능을 써야 한다.
내 멋대로 싸우고 싶어도 공략법이 정해져 있어서 나중에 가면 피곤해진다.
또한 전투 속도는 빠른 편이지만 캔슬이 자유롭게 되지 않아 걸핏하면 공격 도중에 쳐맞기 일쑤다.
차라리 몬스터 헌터의 액션이 더 자유롭게 느껴질 정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건 사실이나 게임 전체를 지배하고 캐리할 정도까지는...
* 사정이 있었는지 시네마틱의 대부분은 정지 화상을 만화컷처럼 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갑다 하지만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듯?
* 초반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유치하긴 해도 뭐 소싯적에 라노베 이능력물을 보기도 했었고.
딱히 흠 잡을 만한 구석은 없었으니까.
문제는 초반을 지나면서 일어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 본 게임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메인 파트와 섭퀘 및 신변잡기를 하는 자유 파트로 나뉜다.
일본 RPG 좀 해봤다면 떠오르는 게임이 있을 것이다.
* 페르소나 시리즈.
페르소나는 주인공들이 학생이라서 낮시간에는 학교 생활을 하고, 밤이 되면 던전에 들어가 악마를 때려잡는다.
때문에 던전 파트와 일상 파트가 완벽하게 분리된다.
던전 파트는 전투와 밀접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고,
일상 파트는 서브퀘스트 및 동료들의 이야기, 그리고 전투와 거리가 먼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식이다.
메인과 서브 투 트랙으로 돌리면서 이야기가 두텁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스칼렛 스트링스도 이런 식일 줄 알았다.
메인 미션에서는 큼직한 스토리를 진행하고 일상 파트에서는 데이트를 한다거나,
여캐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등의 까르륵한 섭퀘가 나오겠지?
까르륵.
그런데 이게 웬 걸.
이 게임은 극초반이 지나면 전개를 뒤틀어버린다.
기껏 구축한 스테이지를 파괴해버린다.
* 페르소나로 치면 뭣 좀 시작하나 싶더니 학교가 폭발해서 없어지고 뜬금없이 옆 학교와 시빌 워를 찍는 셈이다.
진짜로 전개가 저런다.
시작하자마자 패턴을 없애버린 것이다.
* 문제가 뭐냐면.
맺고 끊는 단락이 없다.
그저 선형적으로 거침없이 전개가 이어진다.
연속으로 진행된다.
갑작스런 사건으로 이야기가 캐릭터의 멱살을 끌고 가는데 그 와중에 일상 파트가 존재는 한다는 거다.
서로 싸우다가 만나서 차 마시고,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 잡담 나누고 이런다.
맥락과 분위기가 하나도 안 맞는다.
어거지로 일상 파트 끼울 거면 왜 전개를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일상 파트가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일상 파트를 예쁘게 올려놓을 기반을 파괴한 게 문제다.
요리를 준비해놓고 눈 앞에서 접시를 깨고 앉았다.
그냥 초능력 부대에 들어가서 명령 내려오면 몬스터 잡고, 숙소나 도시에서 동료들과 일상 파트를 즐겼으면 아무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거 몇 번 반복하다가 시리어스한 음모나 비밀 같은 건 중반 중후반에 풀어도 충분할 텐데 초장부터 풀쓰로틀 땡겨버린다.
* 십덕물 답게 캐릭터는 프레스기로 짓누른 것처럼 납작하고 전형적으로 기호화 되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야기가 캐릭터 머리채를 강제로 잡아 끄니 더더욱 매력을 구축하고 발산할 틈이 없다.
그냥 다 기호일 뿐이다.
정해진 대사만 기계적으로 친다.
나는 누님캐니까 대사 칠 때마다 아라아라~ 해야지~ 난 누님캐니까~
난 꿍꿍이가 있는 실눈캐니까 말 끝마다 야레야레~ 해야지~ 난 실눈캐니까~
난 차카운 여캐니까 말끝마다 베쯔니 붙여야지~ 주인공이고 게임 하는 사람조차 속을 모르겠지만 암튼 배쯔니~
노래 나오기 전에 JYP라고 속삭여야지~ 난 박진영이니까~
그냥 세모 네모 동그라미 각각 기호들을 백화점마냥 늘어 놓고 니가 좋아하는 게 하나 쯤은 있겠지 라는 얄팍한 술수다.
애초에 게임이 캐릭터의 매력에 그다지 진심이 아니야
그랬으면 이렇게 캐릭터를 짓뭉개는 식의 일방적인 스토리를 짰을 리가 없지.
유일하게 의외인 점이 있다면 십덕물치고는 섹드립이나 섹시어필이 없다는 거다.
이건 진짜 의외였다.
* 주인공조차 이야기에 끌려 다니기만 한다.
진짜 3박 4일 동안 끌려 다니기만 한다.
모든 전개와 설정이 주인공이 자기 의지대로 하지도 못 하고 개별적인 판단이나 선택을 못 내리게 철벽을 친다.
할 것도, 생각 할 것도 없다.
이러니 주인공도 매력이 없지.
베쯔니만 한다.
애초에 여기 여주인공은 옛날 라노베 보면 남자 주인공 옆의 잘 싸우고 비밀이 많고 신비로운 쿨뷰티 여캐에나 어울리지,
단독 플레이어블 캐릭으로는 안 맞는다.
* 가뜩이나 이야기와 플레이의 비율이 2 : 1로 불균형한데 스토리가 저 모양이니 미칠 것만 같드라.
극후반에 가면 심지어 주인공조차 공기가 된다.
악역에게 비중을 몰아줘서 악역이 오열하고 소리 치면서 드라마를 펼칠 때 주인공은 그냥 멀뚱멀뚱 구경한다.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 스토리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다.
스토리 때문에 일상 파트의 존재가 계륵을 넘어 목구멍의 가시가 되었고,
불도저식 스토리 진행 때문에 각 캐릭터의 매력을 뽐낼 시간이 없고,
액션을 즐기고 싶어도 스토리 진행한답시고 틀어막고(후반에는 배 터지도록 퍼주기는 한다),
대본이 안 좋으니 성우 연기도 뻔하고,
2회차를 상정한 게임인데 스토리 때문에 늘어져서 지치게 만든다.
ㅅ발 올킬!
* 스토리가, 무너지는 도미노의 첫 조각이 되어버렸다.
하나가 무너지자 그 뒤로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애초에 게임에 어울리는 스토리가 아니다.
게임보다는 소설에 어울리는 스토리인데 그걸 억지로 게임에 이식했다.
그 결과 합이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인데 억지로 끼우다가 퍼즐판이 구겨지고 찢어진 셈이고.
괜찮은데 이 점이 별로야~ 하는 수준이 아니다.
다 무너졌다.
고작 하나 때문에.
* 남자 주인공편이 남긴 했는데, 사실상 같은 구도에서 캐릭터와 대사만 바꾼 2회차라서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거 니어 오토마타에서 써먹었던 방식이잖아...
그나마 니어는 양심이 있어서 전혀 다른 느낌의 회차를 하나 넣어주기라도 했지.
그리고 니어는 가만히 앉아서 스토리 보는 시간은 거의 없고 하루종일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며 싸우기라도 했지.
비교 불가다.
이 게임은 플레이 하는 시간보다 컷씬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컷씬이라는 게 누가 대사 치면 동료들이 로테이션으로 리액션을 하는 수준인데 등장 인물이 바뀌어도 의미가 없다.
텍스트의 양만 늘려서 감정선을 강요할 시간에 텍스트의 질을 올렸으면 어땠을까.
* 참으로 플레이 하기 괴로운 게임이었다.
게임이 온 몸 비틀면서 필사적으로 개지랄을 떠는데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드라.
정말 못 만든 스토리는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고, 게이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자기가 게임 스토리에 신경 안 쓰는 편이라면 이 게임을 해보자.
그 신념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증명해 보라.
* 십덕물은 이젠 거의 디지털 퇴화에 이르렀다.
맨날 ㅂㅅ같은 십덕물에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을 받은 거에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받은 거에 영향을 받고, 그렇게 계속 내리받음 하면서 다운 그레이드만 유전 되니 디지털 퇴화가 일어나는 거다.
캐릭터를 양식에 따라서 지나치게 정량화 기호화 하고,
인물 감정선이나 대사에 최소한의 현실성이 없고,
그런 주제에 전개는 맥락이나 흐름 안 따지고 ㅈ대로 폭주한다.
취향 차이라느니 원래 장르가 그렇다느니 하는 건 변명처럼 들린다.
영화에서 캐릭터가 10분 내내 슬로우 모션으로 오열해도(액션 영화인데도)
'한국 영화는 원래 이러니까'하면서 이해해야 하나?
국정원 나오는 첩보 드라마인데 홍삼 스틱 먹고 연애질 해도 '한국 드라마는 원래 이런 거야'하면서 넘어가나?
솔직히 안 그러잖아?
아니, 신파나 홍삼 스틱, 로맨스는 어른의 사정이라는 변명이라도 있지 이건 그저 개인의 욕심으로 전체를 무너트린 꼴이다.
페르소나나 니어처럼 탈 십덕 게임으로 뽑힐 만한 각이 보였는데 이래버리니까 더 처참한 기분이 든다.
반다이남코는 일단 스토리에 관여한 사람들을 전부 참수하고 재정비해서 후속작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특징 : 액션이 조금 첨가된 애니메풍 이능력 토크쇼.>
* 장점.
<이능물의 판타지가 살아 있는 멋진 연출과 비주얼.>
<괜찮은 액션 감각.>
<낭낭한 분량.>
<의외로 저용량 저사양.>
<음악은 좋다.>
* 단점.
<뻔하고 납작한 캐릭터.>
<역겹고 양 많은 텍스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1살한 스토리.>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의 맥락이 하나도 안 맞음.>
<지나치게 수동적인 전투.>
<섭퀘가 직관적이지 않고 귀찮은 조건이 덕지덕지 붙어 있음.>
<너무 많은 대화 컷씬.>
<움직임 없이 만화책 스타일로 진행하는 컷씬.>
<초반에는 전투가 너무 없고 후반에는 전투가 토 나오게 많음.>
<어거지로 분리해서 권장하는 2회차.>
<알트탭 할 시 음소거 옵션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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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쿨은 소비 템으로 어떻게 커버가 가능하지만... 여하튼 단점이 장점마저 묻어버리는 게임이었네요 | 22.12.07 23: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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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모르죠. 취향에 맞으실지도 | 22.12.07 23: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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