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Audio
2023
작곡: 박준식
편곡: 박준식
작사: 윤종신
"당신의 '그때'는 언제인가요?"
이제는 돌아보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돌아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요즘 들어 어쩔 수 없이 '그때'를 입에 담는 일이
잦아졌거든요. 특히 또래를 만나면 더 그래요. 술자리든 업무 미팅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든, 몸풀기 토크처럼 일단
'그때'를 공유하며 공감대 형성을 하곤 하니까요. 웬만큼 살아낸 사람들의
'그때'에는 아련함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별말이 아닌데도 그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단숨에 무장해제가 되면서 사교의 장이 펼쳐지죠. 일종의
동료 의식이랄까요, 같은 시대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굳이 말은 하지 않아도 그때를 지나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거죠.
이번 가사는 수천 가지의 '그때' 중에서도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그때,
그러니까 풋풋하고 덜 영글었을 때의 그때를 떠올려보면서 썼는데요.
시작할 때는 분명히 사랑 이야기였는데, 다 쓰고 보니 단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에게 나타났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들어가
있는 것 같고요. 쓰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괜찮은 사람이
될 때쯤 괜찮지 않은 사람 돼버리더라'였는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두 번의
'괜찮다'는 그 뜻이 달라요. 어렸을 때 흔히들 되고 싶은 '괜찮은 사람'이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내가
정작 그럴듯해진 다음에는 스스로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많죠. 이제는 남들의 시선보다 내 시선이 더 중요해졌기에 내 눈에
비친 나는 지금 충분히 좋은 사람인지 묻게 되는 거예요. 이 '괜찮다'의
의미가 점점 달라지는 걸 몸소 느껴보는 게 어쩌면 인생 아닐까요?
==========================================================
2023 월간 윤종신 10월호 입니다.
Audio
2023
작곡: 박준식
편곡: 박준식
작사: 윤종신
"당신의 '그때'는 언제인가요?"
이제는 돌아보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돌아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요즘 들어 어쩔 수 없이 '그때'를 입에 담는 일이
잦아졌거든요. 특히 또래를 만나면 더 그래요. 술자리든 업무 미팅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든, 몸풀기 토크처럼 일단
'그때'를 공유하며 공감대 형성을 하곤 하니까요. 웬만큼 살아낸 사람들의
'그때'에는 아련함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별말이 아닌데도 그때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단숨에 무장해제가 되면서 사교의 장이 펼쳐지죠. 일종의
동료 의식이랄까요, 같은 시대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굳이 말은 하지 않아도 그때를 지나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거죠.
이번 가사는 수천 가지의 '그때' 중에서도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그때,
그러니까 풋풋하고 덜 영글었을 때의 그때를 떠올려보면서 썼는데요.
시작할 때는 분명히 사랑 이야기였는데, 다 쓰고 보니 단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에게 나타났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들어가
있는 것 같고요. 쓰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괜찮은 사람이
될 때쯤 괜찮지 않은 사람 돼버리더라'였는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두 번의
'괜찮다'는 그 뜻이 달라요. 어렸을 때 흔히들 되고 싶은 '괜찮은 사람'이란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내가
정작 그럴듯해진 다음에는 스스로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많죠. 이제는 남들의 시선보다 내 시선이 더 중요해졌기에 내 눈에
비친 나는 지금 충분히 좋은 사람인지 묻게 되는 거예요. 이 '괜찮다'의
의미가 점점 달라지는 걸 몸소 느껴보는 게 어쩌면 인생 아닐까요?
==========================================================
2023 월간 윤종신 10월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