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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먼저 고생스럽게 헌혈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식으로 보답드리지 못하여 대단히 죄송합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러 오기엔 뵐 낯이 없어서 차마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가 일단 어떻게라도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5월 12일 저녁부터 갑자기 상태가 조금씩 악화되시더니 5월 13일 새벽 급작스레 상황이 안좋아 지기 시작하였고, 당일 13시 40분 경 임종선고를 받으셨습니다.
결국에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조차 못하게 된 상태로 어머니를 떠나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 두시간 정도 넋놓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뭐가 잘못된걸까 하고 생각을 하던 도중 지인이 아직도 지정헌혈을 받냐고 여쭤봐 주셨고, 그때 더이상 어머니께 지정헌혈이 오는것이 무의미한 상황에서 다른 분들께 필요한 혈액이 갈 수 있도록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전해드려야 한다 생각하여 인터넷에 글을 남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의를 표해주시고 위로의 말씀을 보내주셨으나, 차마 죄송스러워서 읽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한평생 알지도 못하고 본적도 없는 생판 남을 위하여 귀중한 시간과 헌혈을 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자식놈 때문에 어머니는 홀로 먼길을 가셔야 했고 여러분께는 갚을 길 없는 은혜를 입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 대기중인 아동들을 입양갈때가지 집에서 돌봐주는 활동을 하셨었습니다.
작년 7월에 핏덩이 같은 애가 집에 왔었는데, 갑작스레 어머니께서 그렇게 되시니 아이를 다시 복지회를 통해서 다른 위탁가정에게 보낼수밖에 없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낯을 가리던 아이는 다시 우리에게 오겠다고 팔벌리고 안아달라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그 아이를 냅두고 뒤돌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니 억울하고 미안해서 도저히 뒤를 돌아볼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사회활동이 적으셨고 아이를 돌봄에 보람을 느끼시던 어머니께서는 "이제 좀만 더 하면 아동복지회에서 10년 근속 상장(상장인지 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을 받을 수 있다. 일전에 암 투병때문에 2년정도 공백이 있었어서 못받은게 아쉬웠는데 이번엔 상장 한번 받아볼 수 있겠다" 라고 말씀하셨던것이 기억에 나서 차안에서 정말 엄청나게 울었던것 같습니다.
다행이 얼마 전에 아이는 잘 적응하고 있다는 연락과 사진을 받게 되어서 우리 가족은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장례도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하고 연애하시던 시절 어머니께서 작은 화상을 입으신 적이 있으셨다는데, 그때 화상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뜨거운걸 별로 안좋아 하셨다고 합니다.
그때문에 화장이 아닌 매장을 하고 산소를 하려고 했는데, 하필 어머니 화장하는 날에 비가 예고되어 있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도저히 진흙탕에 모실수가 없다고 하셔서 어쩔수 없이 화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답답한것도 싫어하시는데 납골당도 유리창으로 되어서 안 밖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대리석으로 막혀있는 구조더군요.
진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어이가 없고 너무나도 억울하여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을거같다 이해해라 라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본인도 원치 않았던 상황이었고, 그걸 설득하시는것에 얼마나 슬프셨을지 알기 때문에 다른 의견은 내지 않았습니다.
사진찍는걸 좋아하는 어머니였기에 카메라라도 넣어드릴까 했지만 화장시 고무나 플라스틱같은건 환경오염과 잔여물 때문에 못넣게 되어있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까지 진짜 뭐 하나 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한탄스러웠습니다.
피는 RH-여서 당장 필요한 혈액도 못드리지,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헌혈을 해 주셨지만 당시 헌혈을 부탁드릴 때에는 "인생을 대충 산건 나인데 왜 어머니가 아프셔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었고, 뜨거운거 싫어하시는 분을 화장하고, 답답한거 싫어하시는 분을 폐쇄된 대리석 납골당에 모시고...
문득 혼자 다니는걸 무서워 하시는게 생각나서 "나라도 엄니 따라가봐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때부터 생각을 고처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따라간다고 해도 어머니께서 좋아하실것 같지도 않고, 남아있는 가족들은 어쩔것이고, 어머니께서는 가셨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은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데 내가 여기서 이렇게 기죽어만 있으면 뭐가 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옛날에 제가 어머니께 생신선물로 사드렸던 사진인화기가 생각이 나서 친척에게 부탁하여 집에 있는것을 가져와달라 하였고, 친인척들한테 말해서 "어머니 가시는 길에 같이 보내드리고 싶은 사진 있으면 나에게 전해줘라, 내가 인쇄해서 어머니 관에 같이 붙여서 어머니께 보내드리겠다" 라고 하였습니다.
다 합쳐 보니 40장 정도의 사진이 나왔고, 장례지도사에게 부탁하여 잠시 시간을 내서 어머니 관에 붙였고, 그렇게 같이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가족중 누군가가 부탁했는지 장례지도사가 어머니 관 안에 꽃을 한가득 넣어줄 수 있게 준비해주더군요.
어머니 좋아하는 꽃길 걸으시면서 추억 담긴 사진 보시면서 가시라고, 가셔서는 제발 아프시지 말고 다음생엔 부디 나같은놈 낳지 마시고 능력있고 좋은 아들 만나서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라고, 근데 만약 내가 그래도 괜찮은 아들이었다고 하면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그때는 정말 잘 하겠다고 하면서 어머니를 보내드렸습니다.
그렇게 장례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후는 유가족이 흔히 하는 사망신고, 병원비 장례식장 비용 정산과 서류정리, 집안 정리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어머니의 흔적이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튀어나오곤 합니다.
오늘은 또 가족관계증명서 뽑으려고 USB를 연결했더니 거기에 제꺼와 어머니꺼 공인인증서가 들어있는데, 어머니의 공인인증서 만료일이 4일 남았으니 빠른 시일 내에 갱신하라는 메시지를 보고 다시 펑펑 울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무력하게 느껴질 수 있나 싶더군요.
아마 한동안은 계속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어머니 가시는길 뒤돌아 보시지 않게 잘 살아보기위해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에 저희 가족은 희망을 봤었고, 좋은 쪽이든 나쁜쪽이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헌혈해 주신 것 중 어머니께는 약 80여명분의 혈액이 수혈되었고, 나머지 혈액은 필요한 분들께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께 받은것이 있는 만큼, 저도 앞으로 꾸준히 헌혈하고자 합니다.
가족과 친인척들은 제가 희귀혈액형이라 헌혈 후 사고라도 나면 감당할 수 없으니 가능하면 피흘리는 일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생각해보니 오히려 희귀혈액이니 헌혈을 좀 더 자주 했어야 했습니다.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도 여러분들을 본받아 모르는 사람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것은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저처럼 후회하시는 일 없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제 어머니의 진정한 효자십니다.
P.S 장례식 첫날에 헌혈 커뮤니티에서 보고 오셨다는 조문객 분을 찾습니다. 분명 장례식장 관련 정보는 올린적이 없었던것 같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고 오신건가 당황스러워서 그때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IP보기클릭)222.109.***.***
헌혈 인증 했던 라붕이로써 조금이라도 솔직히 응원 많이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 또한 충격이 컷습니다. 하지만 허튼 생각하지 마시구 정말 열심히 강하게 사시는게 멀리 떠나신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효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IP보기클릭)117.111.***.***
명복을 빕니다.
(IP보기클릭)124.62.***.***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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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상상만해도 먹먹하고 슬퍼집니다.. 어서 기운차리시길 바랍니다.
(IP보기클릭)211.51.***.***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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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인증 했던 라붕이로써 조금이라도 솔직히 응원 많이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 또한 충격이 컷습니다. 하지만 허튼 생각하지 마시구 정말 열심히 강하게 사시는게 멀리 떠나신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효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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