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과 언어, 그리고 생존을 조종해온
‘보이지 않는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다코’의 아버지, 스즈키 고지.
우리는 스즈키 고지라는 이름을 늘 《링》과 함께 떠올리곤 한다. 1991년 출간된 《링》은 기록적인 판매로 일본 호러 문학사의 결정적 이정표가 되었고, 영화화 이후에는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는 사다코’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대중문화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유비쿼터스》를 읽고 나면, 스즈키 코지를 그저 ‘호러 작가’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작품 세계를 지나치게 축소해서 보는 관점임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분명 공포를 다루지만, 그 공포는 유령이나 원한, 심령 현상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생명의 질서와 세계에 대한 인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순간 발생하는,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다룬다.
남극에서 채취된 얼음, 과거 신흥 종교 단체의 집단 사망 사건, 실종된 여성의 행방, 그리고 현재 벌어지는 동시다발적 돌연사.
주인공들과 함께 단서를 좇으며 사건의 실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보이니치 필사본, 알칼로이드, 엽록체, 시아노박테리아, 인간 언어의 발생에 관한 기원 등을 다루면서, 인간의 문명을 식물의 시점에서 다시 읽는 대담한 가설을 선보인다.
스즈키 고지가 노래하는 ‘인간 찬가’
거대한 이야기의 서장 《유비쿼터스》를 만나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누구도 경계하지 않는 존재였던 식물. 이 소설에서 식물은 지구 생명의 진정한 설계자이자 조정자이다. 《유비쿼터스》가 만들어내는 공포는 우리가 너무 흔해서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것, 창밖과 길가와 정원에 늘 존재하는 식물이 사실은 인간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거대한 의지를 품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제목인 ‘유비쿼터스’가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은 곧, 그 위협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간의 삶과 문명 내부에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공포에 무너지는 인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최악의 사태가 다가오지만 등장인물들은 무작정 도망가거나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멸망을 코앞에 둔 인류를 구하려 애쓴다.
이 세상에 편재한 위험과 공포를 극복한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 인간의 힘과 가능성을 믿고 공포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즈키 고지의 ‘인간 찬가’ 《유비쿼터스》. 이후 4부작으로 이어질 거대한 이야기의 서장을 통해 스즈키 고지가 새롭게 선보이는 호러를 만끽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