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에릭 탈리아코초
역자 - 이재황
출판사 - 책과함께
쪽수 - 656쪽
가격 - 35,000원 (정가)
아시아의 바다는 한순간도 잠잠하지 않았다
거대한 물길은 500년간 어떻게 흘러왔고,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가?
일본과 한국에서 시작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를 거쳐 중동과 동아프리카에 이르는 아시아 해로의 교통량은 수 세기 동안 급격히 증가해 어느새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항로가 되었다. 중국이 팽창주의를 내세우고, 인도와 동남아시아 각국이 급성장하면서 아시아의 바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을 향한 태평양에 쏠려 있는 듯하다. 아시아 해양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오늘이 있게 한 바다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코넬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에릭 탈리아코초는 이 책에서 아시아 해양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5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약 500여 년에 걸쳐 아시아의 바다가 거대한 아시아 대륙의 역사를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살펴본다. 일찍이 해로를 통해 아시아 동-서의 교류가 시작되었지만, 이를 특히 촉진시킨 것은 15세기 명나라 정화의 원정이었다. 16세기 이후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 등 서방의 열강이 아시아로 진출해오면서 교류가 더욱더 활성화되고 이곳 바다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외부 세력의 압력이 서서히 증가했고, 이 현상에 토착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채로운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20세기 중반 제국주의 세력이 물러간 이후 아시아의 바다는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아시아의 바다에서 일어난 변화들이 오늘날까지 남긴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무엇보다 권력과 정치사에 집중하기보다는 거대하게 결합된 바다라는 관념에 초점을 맞춰 바다에 속한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여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아시아 해양사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섯 가지 핵심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 500년 해양사를 서술한다는 점이다. 그 키워드는 바로 연결·무역·종교·도시·산물·기술이다. 그리고 역사학뿐 아니라 인류학·고고학·미술사·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방법론을 각 키워드에 맞게 활용한다. 주제마다 흐름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관련된 특정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등 시야의 넓이와 깊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아시아 근현대 해양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연결’을 다룬 1부는 2장에서 아시아 해상의 연결 회로 전체를 다루는 반면, 3장에서는 베트남 한 곳만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큰 틀과 세부적인 개별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밀수, 진주, 등대 등 각 키워드를 대표하는 소재들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이렇게 이질적인 관념들을 주제별 창을 통해 하나의 연구로 연결함으로써, 이 세계 최대 대륙과 그 역사를 육지가 아닌 바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오랜 현지 답사는 역사의 흔적과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밑바탕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연구활동을 펼친 저자는 오랜 시간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각지 등을 포함해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지역을 답사하며 현지어 자료를 조사하고 번역하거나 현지인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아시아가 농경과 유목 중심의 대륙이라는
오리엔탈리즘적 오해를 벗기다
다양한 키워드와 방법론, 가지각색의 소재들을 활용하는 만큼 이 책에서 펼치는 아시아 해양사는 매우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우선 정규적인 무역뿐만 아니라 ‘밀수’가 인도양,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해양 전반에 펼쳐져 있을 정도로 해양 무역이 활발했다. 불교·이슬람교·기독교를 비롯한 종교, 진주·해삼·향신료를 포함한 다양한 산물 등 다양한 관념과 물질이 전파되고 있었음은 새삼스러울 정도다. 바다 곳곳에 위치한 도시와 항구들의 변천을 탐구하여, 제국주의 세력이 어떻게 각 장소들을 연결시키며 이 넓은 공간을 하나의 체계 안에 포함시키려 했는지를 살피면서 지금의 해로가 어떤 노력을 통해 완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기술 발전의 측면에서 서방 열강들이 등대로 바다를 통제하고, 지도 개발을 통해 현지인들의 지식을 앞지르면서 그들을 더 효율적으로 지배하게 된 과정은 바다가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음을 드러낸다.
이렇게 500여 년의 아시아 해양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그동안 아시아가 농경과 유목 중심의 대륙이었음을 강조하며 바다의 역할을 얼마나 과소평가해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은 우리 안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르지만, 이 바다를 통해 전달되었을 오리엔탈리즘적인 인식 탓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의의는 우리 앞에 펼쳐진 바다를 다시금 바라보게 하면서 다가올 미래를 새로운 자세로 준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결론에서 근세 시기 중국인들의 해양 진출과 지금 중국의 팽창주의의 닮은 점을 발견하는 저자의 의미심장한 통찰은 그런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목 차
- 1장 서론: 나가사키에서 남쪽으로, 호르무즈에서 동쪽으로
1부 해상의 연결
2장 중국에서 아프리카로
3장 베트남의 해상무역권
2부 해역
4장 남중국해의 밀수
5장 중심과 주변부
3부 물결 위의 종교
6장 부적의 이동
7장 민다나오섬 삼보앙가
4부 도시와 바다
8장 ‘광역 동남아시아’에서의 항구도시의 형성
9장 아덴에서 뭄바이까지, 싱가포르에서 부산까지
5부 대양의 산물
10장 지느러미, 해삼, 진주
11장 부두에서
6부 바다의 기술
12장 푸코의 또 다른 원형감옥, 또는 식민지 동남아시아 밝히기
13장 지도와 인간
14장 결론: 중국이 바다를 지배한다면
부록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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