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刑)
나도 맞고 싶어요. 형은 우리 동네 깡패죠. 으슥한 골목
길에서 수금하던 방식은 이제 먹히지 않아요. 토요일 오후
가 되면 우리 모두 줄을 서죠. 머리가 허옇게 될 때까지 고
시 공부를 하던 삼촌도, 한 번 더 성형 관광을 가고 싶은
메텔도 가금씩 그 줄에 끼어 있죠. 형에게 맞고 싶어요. 한
방 제대로 맞으면, 천국도 우스운데. 지금까지 감질나게 맞
아서 천국 근처에도 못 가 봤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형 생각이 나죠. 아니, 그냥 심심할 때도 생각나요. 똥
줄 타는 이승보다, 돈벼락 맞고 가는 저승이 더 나을지도
몰라요. 다음 주말을 또 이렇게 보낼 수는 없으니까, 가요.
하나도 안 맞는 것보단, 얼마라도 맞으면 기분이 풀릴지도
몰라. 토요일 오후 8시 45분. 모두들 그곳에서 만나요.
써칭 포 캔디맨
송기영, 민음의 시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