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이제 아이의 아빠가 된 처제의 남편에게
호주산 소고기를 사주었다
산후조리원 앞
프랜차이즈 식당
나는 그를 여태 무엇이라 불러야 할는지 모른다
전화번호도 없다 게으르다 무지몽매하고
남반구의 소가
우리 둘보단 쓸모 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우리 둘보다 유용할 것이다 둘은
소와 양처럼 어색해 고기를 많이 먹는다
처제는 며칠 한우 미역국을 많이 먹는다
그는 암소가 새끼를 낳는 장면을
이야기한다 하필 소를 먹으며
이런 점이 둘을 어색하게 한다 지나치게
시골에서 온 사람 시드니랑 안 어울리는 사람
그의 시골이 우리 처제를 끝내 괴롭힐 것 같다
나의 시골이 처제의 언니에게 그러고 있다
둘의 시골 북반구의 시골 소 키우는 시골
아빠가 되면 더 비굴해지고 더 약아빠지고 더
고기를 찾게 되고 더 악해질 것이다 짐짓
소를 사주는 사람으로서의
충고와 예언
화염과 분노
고기가 탄다 귀한 것이 탄다
이제 아이의 아빠가 된 처제의 남편에게서
계산서를 뺏고 어엿한 아저씨답게 계산대 앞에서 연극적
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먼나라에서 온 소를 그르륵 뱉어내고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나와
산후조리원 면회실로 간다
나는 이걸 지금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동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소처럼 웃는다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그를 닮은 송아지가
아비의 쓸모를 찾아
감긴 눈 안의 눈을 굴리고 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서효인, 문학동네시인선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