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8화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95023?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087654
-----------------------------------------------------------------------------------------------------------------------
“실험체 1과 3이 그쪽 진영에 배치된다는 겁니까? 그리고 신형 실험체가 하나 더 들어올 예정이라는 것이군요.”
다만 캄뮤 대위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상대방의 대화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 단장이 블랙 리버 관계자와 대화하던 걸 엿들었기 때문에, 용병단장이 하는 이야기를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동등한 실험을 위해 실험체 1. 3과 2가 조우하게 되면 병사들을 전부 뒤로 빼도록 지시해두겠습니다.”
캄뮤 대위는 금속구 안에 들어간 채, 마치 염동력자처럼 금속 덩어리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던 바이오로이드를 떠올렸다.
‘실험체? 혹시 이전의 그 블랙 리버랑 관련된 실험 얘기의 연장인가?’
확실히 펙스 콘소시움과 삼안 산업이라면 몰라도, 블랙 리버는 이곳과 황국군 양측에 무기와 바이오로이드를 동시에 뿌리고 있었다. 실험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양측에 물자를 뿌리는 게 멀쩡한 장사로 보일 수도 없는 행동이다.
“그건 그렇고 지금 부대에 특수한 변동 사항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 용병단장은 캄뮤 대위의 추행들을 낱낱이 보고한 뒤, 이에 대한 처분을 기다리려는 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캄뮤 대위는 여차하면 용병단장에게 한발 쏠 생각으로 권총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예? 그런 놈을 그대로 놔두라는 겁니까? 분명 02번은 굉장히 귀한 실험체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뒤이어 용병단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투와 잔뜩 화가 난 투가 섞인 채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대로 원래 있던 부대에 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도 통신 회선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용병단장은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블랙 리버 측에 한마디 하고 바로 통신을 끊었다.
“그러면 보수는 저녁에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용병단장과 블랙 리버의 통신이 끝나고, 용병단장은 바로 캄뮤 대위를 불러왔다.
“히히 히히히 이거 블랙 리버 덕분에 조금은 더 버텨볼 수 있겠는데. 히히히히.”
캄뮤 대위는 권총의 안전장치를 잠그고, 바로 용병단장의 호출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용병단장은 바로 캄뮤 대위를 불러들였고, 그는 오만해 보일 정도의 미소를 담은 채 용병단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용병단장은 미간과 이마에 잔뜩 주름을 잡은 채 캄뮤 대위에게 간략하게나마 부머 03과 네오딤. 레이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이 셋이 바로 블랙 리버의 실험체라고 하는 것이다. 전기와 자기장 능력을 가진 바이오로이드 둘은 황국군 측에, 그리고 우리 쪽에는 AGS 한 대를 각자 실험용으로 배치했다고 하더군.”
캄뮤 대위는 황국군에 소속된 정체불명의 바이오로이드라면 몰라도, 여기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나 AGS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양산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실험체? 우리 쪽에도 실험체가 있다는 겁니까?”
캄뮤 대위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물어보자, 용병단장은 더 줄 게 없다는 투로 딱 잘라 말했다.
“여기보다 더 깊고 자세하게 파고들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녀석과 이 녀석이 보이게 되면 다른 병력들은 전부 철수시킨다. 부머 03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나는 거대한 구체 안에 갇혀 두 손만 드러난 바이오로이드. 다른 하나는 부머와 비슷하지만, 등에 로켓런처 대신 통신장비와 레이더. 안테나가 장착된 스파르탄 타입의 기종이었다.
금속 구체 안의 바이오로이드는 확실히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통신장비를 붙인 스파르탄 기종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캄뮤 대위는 아직 영문을 잘 모르지만, 지금 상황을 넘기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두 기종입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네게도 이걸 주겠다.”
용병단장은 영 탐탁치 않다는 투로 손바닥 반절 크기의 콘솔 하나를 던져줬다.
“이건 또 뭡니까?”
“스폰서와 바로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다. 잃어버리지 말라고.”
그는 분명 즉결처분을 당할 만한 행동을 했다. 그럼에도 용병단장은 이것저것 챙겨주고, 그마저 자기 의지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캄뮤마저도 여러 가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일단 단장이 시키는 대로 금속 구체와 신형 부머의 사진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나갔다.
“분명 실험체라고 했겠지? 단장이 블랙 리버의 어느 거래처와 길을 터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슬쩍 이득을 챙겨볼까. 어차피 기회가 되면 이 용병단을 내가 먹어 치울 생각이니까.”
그렇게 캄뮤 대위는 시커먼 생각을 품은 채, 부머나 시아누크의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장교용 개인 막사로 기어가듯 돌아갔다.
그리고 여전히 싸늘한 냉기가 가득한 다음 날 오후. 캄뮤 대위가 지휘하는 스파르탄 분대는, 민간인 거주구역의 순찰을 맡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아누크와 브라우니의 표정은 확 썩어들어갔다. 그리고 부머 역시 언제라도 캄뮤 대위를 다시 붙잡을 기회를 볼 생각인지, 그를 카메라로 주시하고 있었다.
‘납득하기 힘들군.’
아침에 용병단장이 ‘지휘관급 인사가 없다.’라는 이유로 캄뮤 대위를 다시 부머 분대에 붙여버렸다.
부머는 이런 경우에는 분명 뭔가 뒤에서 구질구질한 일이 벌어졌던 걸 떠올렸고, 시아누크 역시 캄뮤 대위가 뭔가 정치질을 벌였을 것이라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캄뮤 대위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부머와 시아누크. 브라우니를 욕하며 그들을 이끌고 민간인 지역으로 들어갔다.
‘여차하면 내가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군.’
시아누크는 쓰려오는 속을 감출 생각도 없이, 캄뮤 대위를 노려봤다. 그리고 부머는 저 자가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괜한 불안감에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을 풀지 않았다.
-----------------------------------------------------------------------------------------------------------------------
오늘이 만우절이네요. 뭔가 여러분들에게 거짓말이라도 할 게 있나 생각해봤지만 딱히 거짓말은 생각나는 게 없네요. 다만 노벨피아 연재 계획이 잡힌 신작은 다음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걸 오늘 제 만우절 거짓말로 생각하고 아무쪼록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IP보기클릭)58.227.***.***
(IP보기클릭)58.143.***.***
바지 단장이라면야 뭐 애매한 상황이겠죠 | 21.04.01 19:45 | |
(IP보기클릭)121.143.***.***
(IP보기클릭)58.143.***.***
후반부에 캄뮤를 담가 버려야죠. | 21.04.01 20:09 | |
(IP보기클릭)211.201.***.***
(IP보기클릭)58.143.***.***
뭐 저런 인간의 끝이 좋지 않을 테니 그걸 기대해야죠 | 21.04.01 21: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