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군단 병력들이 지금 무장을 해제하고 있습니다!!!”
- “맞아?! 확실해?!?! 잘못본 게 아니고?!?!”
“확실합니다!!! 전 병력 모두 무장을 해제하고 앞으로 나와서 투항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파주와 동두천에서 개성대로 재출동 하던 55기동사단과 17기동사단의 앞에, 반란군의 지휘를 받으며 개성대를 사수하고 있던 5군단 예하의 병력들이 백기를 든 채로 나타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의사를 밝히듯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55사단장 이휘주 소장은 제3보병사단 병력들이 자진하여 투항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얼떨떨해 하였지만, 이윽고 투항한 이들의 신변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는 비단 수도군단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원산개성고속도로를 타고 진격하던 제8기갑사단 쪽도 마찬가지였다. 5군단 제5보병사단 뿐만 아니라, 출동 대기 중이었던 제6보병사단도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의사를 밝혔고, 제1기갑여단과 제5포병여단은 투항의 의사로 포구를 위로 올리고 그 끝에 투항하는 의사를 뜻하는 백기를 추켜세웠다. 덕분에 계엄사령관 민하준 대장은 자신이 우려했던 상황을 피하여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었다. 진압군은 절차에 따라 투항하는 반란군 병력들의 신변을 확보하고 대우하며 한 곳으로 격리시켰다.
그래서 합동참모본부 계엄사령부에서 민하준 계엄사령관이 전속부관 라인하르트 대위와 전속 통역장교 리처드 버질 대위와 함께 육/해/공군합동본부가 있는 개성대에 도착했을 때 이미 개성대 바깥 상황은 완전히 정리가 된 후였다. 무장은 물론이고 결속된 군장과 방탄모마저 벗어놓은 채로 오로지 전투복 차림으로 모여있는 반란군들의 모습을 보니, 흡사 포로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실제로 민하준 대장이 군사반란 사태가 터지자 반란군에 대하여 국지도발 경계태세가 아닌 전면전 전투준비태세 1단계를 발령하고, 실제로 전투까지 치러졌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법적으로 포로가 맞긴 했다. 다만 진압군이 그럴 의도로 이들을 바깥에다가 수용한 것은 아니겠으나, 눈까지 내리고 있으니 그 행색이 가히 초라해보이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거나 말거나, 라인하르트 대위와 리처드 대위의 보좌를 받으며 UH-60에서 내린 민하준 대장은 금방이라도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서슬퍼런 표정으로 3군 합동본부 본청사를 향해 묵묵히 걸었다.
그 때였다.
“저... 계, 계엄사령관님...”
포로들의 무리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일어서며 자신을 불렀다.
진압군 병력이 제지하려고 했으나, 민하준 대장은 그들의 제지를 저지하였다.
금발 벽안에 짱딸만한 키를 가진 대위 계급의 어린 장교는 진압군의 부축을 받으며 민하준 대장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계엄사령관님, 저는 제3보병사단 본부근무대 소속 행정장교인 한보라 대위라고 합니다...”
“저희 모두 계엄사령관님의 투항 권고 방송을 듣고... 투항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단 병력들에게도 진압군이 오면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하라고 전파했습니다...”
“반란 지시를 내린 사단장들과 그 휘하 참모진들도 저희 병력들이 구금시켰습니다.”
“그렇군.”
“사령관님,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병사들, 초급간부들... 휴대폰까지 전원 압수당하고 외부랑 단절되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상관의 지시에만 따랐습니다.”
“부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시십시오.”
3사단 본부근무대 소속 행정장교인 C-79G 하베트롯 한보라 대위는 계엄사령관인 민하준 대장의 앞에서 자신들이 투항하게 된 이유와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하였다.
민하준 대장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행정장교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었다.
“알겠다. 반란을 주도하지 않은 병사들에게는 그 어떠한 위해도 가해지지 않을 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가, 감사합니다...!”
경례 대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는 이 어린 장교를 뒤로 한 채로, 민하준 대장은 3군 합동본부 본청사로 향하였다.
이미 무장을 해제하고 자진하여 투항한 5군단 병력들과는 다르게, 본청사 안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본청사 입구를 지키는 병력 하나 없었고, 그마저도 707특임단 대원들이 전부였다. 이들은 처음에 총을 겨누며 저항하였지만, 이내 민하준 대장이 온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그들도 5군단 병력들과 마찬가지로 자진하여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하였다. 개중에는 초임 하사 시절 707특임단장으로 부임하였던 인자한 표정의 민하준 대령을 기억하는 이도 있었다.
“!!!!”
“길 비켜.”
“아... 알겠습니다...”
4성 장군을 달고 눈 앞에 나타난 상관과의 오랜만의 재회가 이토록 비극적일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자신들을 향한 경멸과 분노 섞인 표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땅을 치며 후회하였지만,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어버린 뒤였다.
총성하나 없이 반란군을 완전히 진압하고 나서야, 민하준 대장은 본청 지휘통제실 문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해버린 반란군들과 다르게, 과연 문 뒤에 있을 반란군 주동자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내가 전차를 몰고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다고 했으니, 만약에 이들이라도 거세게 저항을 한다면 진짜 그렇게 해줄 생각이었다. 여차하면 지휘통제실 전체를 포격으로 날려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윤도철 대장 말마따나 민하준 대장은 협박이란 걸 안 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민하준은 머릿 속으로 거의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굳게 닫힌 지휘통제실 문을, 같이 뒤 따라온 해군 UDT 대원들이 브리칭을 하기 위해 벽 쪽에 기대어 자세를 잡았다. 곧 이어서 대원 한 명이 벽에서 살짝 앞으로 나와 슬레지해머를 등에서 꺼냈고 지휘통제실 문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퍽-!!! 하는 나무 목제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닫혀있던 지휘통제실 문이 열렸고, 슬레지 해머를 휘두른 대원이 빠지기 무섭게 바로 뒤에 있던 인원 섬광탄을 지휘통제실 안으로 던졌다.
- 펑!!!!
뒤 이어서 들려오는 섬광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벽에 기대어 대기하고 있던 UDT 대원들은 우레와 같은 목소리를 내지르며 지휘통제실로 진입하였다.
“좌측 클리어!!!!”
“우측 클리어!!!!”
“좌우측 확인, 클리어!!!!”
UDT 대원들이 완전히 진입하고 나서야 지휘통제실 장악이 끝났다.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
민하준 대장은, 5분 전도 아니고 개판 5분 후나 다름 없을 지휘통제실 안의 상황을 보고는, 조금 전까지 머리 끝까지 들끓고 있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 드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폭풍우를 맞고 식어가는 용암마냥, 분노의 감정은 곧 차분함으로 바뀌었다.
얼굴을 보면 면전에다 대고 온갖 쌍욕과 폭언을 전부 퍼부어줄 작정이었건만, 이 꼴을 보니 도저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육군특수전사령관 사망했습니다.”
“5군단장도 사망했습니다.”
“7군단장 살아있습니다.”
“비서실장, 진민기 대령, 고영도 대령 외 나머지 인원들은 사망했습니다.”
“육군참모차장 아직 숨을 쉬고 있습니다.”
UDT 대원들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이들에게 다가가 상태를 체크하였다. 거의 대부분은 사망하였고, 그나마 살아남은 인원들도 몇 안 됬다.
바닥와 벽, 천장에 새겨진 총탄자국, 그리고 끝내 주인을 잃고 바닥에 나뒹구는 권총들.
민하준 대장은 지휘통제실 안에 벌여진 난장판을 보고는 굳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았도 이 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은하수.
독일 유학파 출신 사조직 독사파에서 시작된 육군사관학교 출신 고위급 장교들로 이루어진 군내 사조직. 스스로를 하나회와 알자회의 정신적 후계라고 자칭하며, 대한민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들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라고 자부하던 불법적인 비밀결사조직.
저 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이지지 않을 은하수처럼 영원하자며 맹세했던 사조직의 끝은 결국 내부분열로 인한 공멸이었다.
민하준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정말 자기들의 인연이,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을까? 의리니, 혈맹이니 하면서 결국 눈 앞의 권력과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인 탐욕가들의 집합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텐데. 대체 이들을 무엇이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일까? 애초에 이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름답게 과거의 빛에 사로잡혀 끝임없이 손을 뻣어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허상만을 ↗고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영원히 알게 될 날은 없을 것이다.
구태여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알더라도 필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니이며, 민하준은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주저 앉은 윤도철을 향해 다가갔다.
“육군참모총장... 아니.”
“윤도철, 너를 국가내란 및 반란혐의, 합동참모의장의 납치, 살해교사 혐의, 그리고 외환원조 혐의(여적죄)로 체포한다.”
“...”
“데리고 가게.”
“예, 알겠습니다.”
분노도 경멸도 없는, 그 어떤 일말의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은 선언을 끝으로...
... 은하수의 혁명은,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다.
----------------------------------------
https://novelpia.com/viewer/3315660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답니다!
가시는 길에 댓글 꼬옥! 추천 꼬옥 한 번 부탁드리겠읍니다!
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드디어 끝났네요. 은하수의 쿠데타와 키리시마 게이트...
둘 다 처벌을 받아야겠죠.
(IP보기클릭)119.206.***.***
(IP보기클릭)125.179.***.***
역모는 맞아 죽어야 할 죄...!! | 24.02.28 01: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