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음유시인의 기록문 OP
Eteral Fantasy - 유니의 꿈
잠시 귀를 의심했다. 혹시나 잘못들은게 아닌가 해서 눈을 깜빡였다. 저 군복 입은 미이라 아저씨의 입에서 방금 무슨 말이 나왔는지 잠시 되새겨보았다. 한 단어 빠짐 없이 말이다.
기억하는것이 맞다면은 이렇게 말하였다.
자신의 딸을 다시 보게 해달라고.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동시에 뜬금없는 소리인가 해서 저 미이라 얼굴 속에 숨겨진 눈빛을 바라보았다.
표현하자면 이러했다. 텅 비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그의 눈빛은 텅 비어진 물통 그 자체였다. 빛도 생명이 가져야할 생기 조차 존재하지 않아 그냥 시체의 얼굴 부분을 때서 붕대로 칭칭 감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건 무슨 소리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저 미라 아저씨의 눈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저는 그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지 의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법사나 강신술사 같은 사람도 아니고요."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자네에 대한 뒷조사는 이미 끝냈다고."
저 쪽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온기를 잃었지만 그 온기 잃은 눈동자로 통해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허튼 수작하지 말고 내 얘기를 들어.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네에 대한 평을 이렇게 내리더군. 음악을 듣는 순간 오래전 사별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고. 자네의 음악을 통해서 말일세."
"그것은 그냥 헛소문 아닐까요? 제가 원래 잘 치는것은 사실이지만 죽은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것은 불가능 합니다."
말그대로다. 내 음악은 그냥 음악일 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음악을 듣고 기운내게 한다던가 신나서 칼싸움을 잘하게 된다면 모를까 죽은자를 볼수 있다고? 내가 무슨 네크로맨서도 아니고.
뭐 정확히는 아주 불가능한것이 아니긴 하다. 음악을 집중하면은 사랑하던 사람과의 추억이 머리속에 떠오르거나 환영 비슷한것을 볼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 사람 본인이거나 유령이 아니었다. 말그대로 환영. 유령의 현상을 한 그림이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겠다.
"무엇보다 저는 지금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군요. 정 그렇게 제 하프 소리를 듣고 싶으셨다면 공손히 데려오면 될것을 멀쩡한 사람 기절까지 시켜가면서-"
쨍강!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귓가를 찢어버릴거 같았던 소리에 놀란 가슴을 진정 시켜보니, 저 미이라 아저씨 씨의 장갑 낀 손에 병이 들려져 있었다. 깨어진 병이. 그의 주변에는 밟기만 해도 살을 파고 들어갈 병의 파편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상황 파악을 못하나 보군. 두가지 사실을 모르면서."
미약하게 씨익-씨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드레스 언니분이 회장님-이라고 말하는것을 아랑곳 하지 않은 체 노려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먹이를 노려보는 포식자로 보이려는 듯. 딱 봐도 어떻게든 흉내내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겠지.
한손에 들고 있던 부숴진 병은 나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것도 가까이. 내 얼굴에 상처를 낼 정도의 거리로. 날카로운 부분은 나의 예쁜 눈에 향해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 하면 눈을 찌르겠다는 듯.
"하나는 내가 오히려 자네에게 자비를 베푸는 중이네. 밀입국을 한 시점에서부터 총살을 당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지. 둘. 내가 자네의 목숨을 쥐고 있다는것이네. 조금이라도 내 비위를 건드리는 순간 지금 당장 모가지를 잘라 거리에 매달게 할수 있어."
그래 밀입국은 100프로 내 잘못 인정. 원래 타국에 들어가려면 시민증인가 뭔가가 있어야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고 그냥 남몰래 들어왔으니까. 벌받아도 할말 없지.
"기억해 두게.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지."
남자는 접시에 담겨진 웨하스 하나를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과자의 겉표면은 거대한 손가락 앞에 부셔져 남겨진 것은 가루 뿐이었다. 검은 손가락에는 미약한 크림이 붙여졌고.
"이렇게 자네 생명의 촛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수 있어?"
손가락으로 부숴진 웨하스와 미라를 번갈아가보았다. 손가락에 눌러진 과자에게서 투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죄도 없는 이 맛있는것은 사람의 입 대신 미이라로 인해 부숴지고 있던것이다. 가루가 되가면서 낼수 없는 비명소리를 내뱉고 있겠지. 살려줘-라고도 못하고.
나는 하프를 들었다. 갈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위아래로 각 길이마다 연결 되어 있는 하늘색의 현의 줄을 한가닥 튕기니 부드러운 음이 방안을 맴돌았다. 주변을 돌던 음은 금세 다른데로 떠났는지 사라졌고.
"원하신다면 켜드리겠습니다."
한가닥 두가닥 세가닥...
하나씩 튕기면서 서서히 음을 모아갔다. 작은 소리들을 모아서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질 때까지 그리고 동시에 소리의 크기도 키워가면서.
눈앞에 있던 미이라 아저씨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치 찾고 있던 보물을 찾았다는 듯,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던 온기가 그의 눈에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부숴진 병은 여전히 내 눈가 쪽에 있었다. 딴 생각말고 연주하라는 듯.
".....제 방식대로 말입니다."
주의! 귀아파오는 소리
이들에게 내 음악을 연주해주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에 남을 연주를. 고막속에 제대로 박아주었다. 바삭바삭-하게. 망치로 못을 두들겨서 못나오게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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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올리는 소설이네요.
다음편이 이번 소설 마지막이 되겠네요.
p.s 이번에는 문법 바꾸는 연습좀 해볼겸 만연체 쪽으로 써보려고 했습니다. 지난번 라이트노벨 썼을떄의 피드백을 듣고 한번 바꿔봐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오래전부터 애용하던 문법이기도 했습니다. 전민희 작가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할까요) 여전히 대충 쓴 티가 난거 같지만 어떘나요?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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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생각을 못한게 아니긴 합니다. 웹소설을 잘보면은 만연체보다 간편체를 많다는것을 알수 있죠. 사람들이 읽기 편하니까요. 그렇다고 제다 안하던 것을 하려 하니까 오히려 글씨가 안써지는거 같기도 하고...가야할길 많네요 하핫. | 24.01.20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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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여신입니다. 어떤 음이든 연주가 가능하죠. | 24.01.22 20: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