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님?”
“이 시간에 집 안가고 여기서 뭐해?”
“... 네오딤?”
“흐흠~ 우리 의장님이 이 시간까지 있을 사람이 아닌데~...”
“어쩐 일로 늦게까지 집에 안 가고 있는 걸까나~?”
“뭐야, 에키드나도 있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네오딤과 에키드나였다.
둘이 어울리지 않게, 랩실 가운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서 그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의장님, 왜 아직도 퇴근 안 하고 있어?”
“나야말로 물을 소리다. 너희야 말로 이 시간까지 늦게 집 안 가고 여기서 뭐 하고 있는거야?”
“닥터의 연구를 도와주느라고.”
“닥터의 연구?”
“아~...”
네오딤과 에키드나. 그녀들은 제1차 연합전쟁이 끝난 후, 버뮤다 프로젝트라고 불리우는 블랙리버 산하의 바이오로이드 연구팀의 실험용 쥐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 인간들이었다. 블랙리버社에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 군인들의 제식 화기 및 AGS들을 생산한 자회사인 그룬더 인더스트리가 아닌 블랙리버 그룹 산하의 자체 연구팀 소속으로서, 그 정체는 바이오로이드를 이용한 생체 전기 및 초능력, 그리고 신체개조 실험 등 잔악하고 잔혹하며, 극악무도한 인체 실험을 자행하던 곳. 실험용 쥐였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네오딤과 에키드나도 구 인류, 그러니깐 기업인들의 희생양이고 피해자들이었다. 그녀들 외에 레이시, 스카디, 팬텀 소령도 원래는 버뮤다 프로젝트 팀 소속으로 기업의 이윤을 위하여 잔학하게 희생되었던 이들이었다. 그러다가 인류가 멸망하고 나서 라비아타 통령에게 구출되고 난 이후, 지금은 오르카 인류 저항군 정보국 겸 기술국인 080기관 소속으로 닥터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도와주는 랩실 보조 연구원이었다. 다행이도 말 그대로 연구 보조 인력이었던지라, 그녀들도 닥터의 대학원생 만들기 마수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들이 이 늦은 시간까지 합동참모본부에 남아있는 이유는 닥터의 연구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닥터의 연구실이 바로 합동참모본부 분청 겸 육군본부를 겸하는 분관 건물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보조 연구원이라고 한다지만, 닥터는 이 늦은 시간까지 퇴근도 안 시키고 있다니, 나중에 한 소리 해야겠다 싶었다.
“흐음~ 표정 보니 우리 의장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겠네~”
“걱정하지마, 우리가 원해서 늦게까지 도와준다고 한 거니깐.”
“호오... 그런 거야?”
“그럼~”
“그리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먹는 야식이야 말로 정말 꿀 맛이거든.”
“그냥 먹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미식이지.”
“여전히 밤에 뭐 먹는 걸 좋아하는 구만...”
“계속 그렇게 밤에 뭐 먹다가 살 뒤룩뒤룩 찌면 어쩌려고 그래?”
“그럴 일 없으니깐 걱정하지마. 난 살 안 찌는 체질이거든.”
“맞아, 에키드나는 진짜 살 안 쪄.”
“아니, 뭔...”
“... 근데 그거 어디가서 말하고 다니진 마라. 육군참모차장이 들었다간 진짜 발끈하겠네.”
“발키리!!!!!!!!!!!!!!!!!!!!!!!!!”
“아오 깜짝이야!!!”
“왜 그럽시니까, 이번엔 또?!?!?”
“또 쪘어, 또 쪘어, 또 쪘다고!!!!!!!!!!”
“1키로나 또 쪘다고!!!!!!!!!!!”
“1키로 찐게 대숩니까? 빼시면 되잖아요.”
“너 남 일이라고 막말하는 거지, 그지?!?!”
“아오 진짜, 밤 마다 드시니깐 살이 찐 걸 가지고 저한테 뭐라 그러면 어떻합니까, 정말?!?!?!”
“안 그래도 최근에 또 찐 것 같던데...”
“레오나 대장이?”
“응.”
“하여튼 닥터의 연구를 돕고 있었다고, 이 시간까지?”
“응, 닥터 말로는 세기의 대발명이랬어.”
“정확히는 발명이라기 보단 실험이지만.”
“세기의 대발명? 실험이라고?”
“이 시간까지 남아서 대체 무슨 실험을 하길래.”
“그건 비밀이야.”
“비밀?”
“응. 닥터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뭘 실험하는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그랬어.”
“내 와이프도 아는 거야?”
“오이겐 국장님도 몰라. 그냥 무슨 실험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어.”
“난 상관없다만, 괜히 이상한 짓 했다가 너네까지 국장님한테 혼나도 난 모른다.”
“이상한 거 아니니깐 걱정하지 마.”
“오히려 수상한 건 의장님이지.”
“안 그래, 네오딤?”
“응, 맞아.”
“뭐? 누가 수상해?”
“의장님이 지금 이 시간까지 남아있는 거. 평소에는 항상 시간 되면 집으로 바로 가시잖아.”
“내가 오늘은 바빠가지고 늦게까지 잔업해서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잖니.”
“그치만 의장님은 오늘 합참차장님 문제 때문에 본부장님이랑 부인분들이랑 다들 평의회에 가 있었잖아.”
“다들 알고 있는 걸?”
“아... 그렇지 참...”
합동참모본부 본관, 분관에 오가고 다니는 사람이 몇인데 합동참모의장이 무슨 용무로 자리를 비우는지는 굳이 당일 부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건너 건너 들으면 다 알만한 사안이었다. 그들이 오늘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오늘은 어느 부대를 방문하는지, 오늘은 누가 평의회에 참석하는지 정도는 분관과 본관을 몇 번 다녀보다보면 저절로 알게된다. 벨리코프 합참의장이 오늘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운 것도, 사라진 합동참모차장과 관련하여 현재 제2신속대응사단장인 칸 소장과 함께 러시아로 사격하러 떠난 것에 대해 의논을 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네오딤과 에키드나도 잘 알고있었다. 사실 합동참모의장이 일과 업무 중 어디가서 무얼 하는지, 오늘은 어떤 업무를 보는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합동참모의장은 오르카 인류 저항군의 최선임 지휘관이었으니깐. 합동참모의장은 통수권자인 라비아타 통령과 평의회에 군사 자문을 담당하고, 군령권에 근거하여 각 예하 부대에 대한 작전지휘를 하는 최고 작전지휘권자로서 그 책임을 지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이처럼 군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므로 부재 중일 때에는 어디를 가는지, 재실 중일 때에도 어떤 업무를 보는 지 사람들이 아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넘어, 합동참모본부로 출입하는 사람들이라면 응당 알아야 할 사항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상관이 업무차 어디를 다녀오는지는 부하들이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괜히 합동참모의장이 최고사령관 대리 칭호로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오르카 저항군 개편 초창기에는 합동참모의장이 아니라 최고사령관으로 불렸었고. 비단 합동참모의장 뿐만이 아니라 합동참모차장, 그리고 수석 본부장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저항군 중 일부는 저항군 최선임자인 이 셋을 더러 “삼장관” 이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였다.
이러니 비록 군인은 아니지만 닥터의 연구실로 출퇴근을 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드나드는 네오딤과 에키드나도 당연히 벨리코프가 오늘은 어디를 다녀왔는지 정도 아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네오딤과 에키드나가 보기에는 합동참모차장의 건으로 평의회를 다녀왔다가 진즉에 집으로 가야 할 사람이, 굳이 이 밤 늦은 시간에 다시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돌아와서 업무를 본다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애초에 벨리코프 원수는 업무가 밀렸으면 집에 가져와서 할 사람이지, 결코 집무실에 남아서 밤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벨리코프 원수를 블랙리버의 버뮤다 프로젝트 실험 팀에 있던 시절부터 본 네오딤과 에키드나는, 그의 업무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밤 늦게까지 남아서 야근을 할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굳이 집에 가서 일을 하겠다고 이 늦은 밤 시간에 다시 합동참모본부를 들려서 집무실에서 업무할 거리를 가져오는 모양새도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했다. 이 시간에 벨리코프가 집무실에 있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상황이었다. 마치 분위기가 이상하게 네오딤과 에키드나가 벨리코프 원수를 취조하는 것처럼 흘러가는 가운데, 벨리코프가 말했다.
“근데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잠시 가지러 올게 있어서 들렸어, 됐어?”
“그럼 이만 난 먼저 가보도록 하지.”
“...”
벨리코프 원수는 그녀들에게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며 거칠게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무실을 나가려 하였다.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난데 없이 노크도 없이 들어와서는, 왜 이 시간까지 남아있냐 묻는 것이 마치 취조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아니고 민하준 그 자식이라고 생각하며, 벨리코프는 그녀들의 사이를 일부러 비집고 들어가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네오딤이 물었다.
“그거 합참차장님 관련 서류야?”
“그래, 맞아. 근데 알아서 뭐하게?”
“우리가 알아서 뭐 할 건 없지.”
“하지만...”
벨리코프가 들고 나가는 서류의 정체를 네오딤이 묻자 벨리코프가 무심하게 대답하며 복도로 향했고,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에키드나는 자신의 강철의 뱀을 이용하여 벨리코프의 손에 들려있는 서류 봉투를 낚아 챘다. 당연히 실내였으므로 실내 규모에 맞게 그 만큼 뱀의 크기는 많이 축소되어졌으나, 뱀이 가지고 있는 힘은 그대로였으므로 입으로 물어 낚아 채는 힘에 벨리코프는 순간적으로 들고 나가려던 손에서 서류를 놓치고 말았다. 벨리코프로부터 서류 봉투를 낚아채자 마자, 에키드나는 호기심이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서류 봉투를 천천히 뜯어서 안의 서류를 열어다 보기 시작했다.
“아, 아니?!”
“흐음~ 이건 무슨 서류일까나?”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현역복무부적합 신청서...”
“대상자는...”
“... 민하준 육군 원수.”
“장난 칠 시간 없어, 그거 빨리 이리 내 놔.”
“현역복무부적합이란게 뭐야?”
“질병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군에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신청하는 거란다.”
“그렇구나.”
“에키드나, 장난 할 시간 없어. 어서 그거 빨리 이리 내.”
“싫다면 어떡할거지?”
에키드나는 벨리코프 원수로부터 낚아 챈 서류를 가로로 두 손으로 잡아 찢으려는 자세를 잡아보이며 물었다. 그리고 에키드나는 이것이 곧 장난이 아님을 보여주듯, 바로 현역복무부적합 신청서 서류의 가장자리를 살짝 찢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벨리코프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장난 칠 시간 없다니깐 몇 번을 말해?! 대체 지금 뭐 하자는 건데?!”
“우리야 말로 묻고 싶은 거야.”
“이 서류. 뭐 하려고 하는 거야?”
“봉투에서 꺼내서 봤잖아. 현역복무부적합 신청서!”
“민하준 그 녀석 전역시키려고 그러는 거야, 왜?”
“왜?”
“지금 내가 먼저 물었잖아!”
“아냐, 우리가 먼저 물었어.”
“그치, 에키드나?”
“그럼~”
“뭔?!...”
“... 하아아아아...”
말려들었다. 확실하게 말려들어버렸다. 이 두 사차원의 여인들에게.
벨리코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땅이 꺼져라 한 숨을 푹- 내쉬어 보이고는 복도의 벽에 기댄 채로 팔짱을 끼며 그녀들에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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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이 난입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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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방구는 못참는다조! | 23.12.05 13:4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