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빠르게 올려봅니다.
딱 뭔가 촉이 오면 새벽에도 쓰는 것도 제법 재밌네요.
정진하겠습니다.
휙! 휙! 파박!촤아악!숨 막히는 공방전. 조활이 암기를 던지면 채찍의 풍압이 여지를 남기지 않고 날카로운 칼날을 잠재운다. 그러나 질 수 없다. 계속해서 조활의 암기는 형홍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쏟아져 나오지만 채찍과 생체 방패막을 선두로 몰아치면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치잇!!"조활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보지만 형홍의 채찍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였다. 게다가 그녀를 타의적으로 지켜주는 중독된 자들은 훌륭한 방패막이면서 동시에 공격 수단이 되는 잔악무도한 광경이 펼쳐졌다. 형홍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난 듯, 희열이 느껴지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닐 텐데?"촤아악!!푸악!"젠장할. 정말 지독하군!"형홍은 싸늘한 미소와 함께 다시 한번 채찍질을 쏟아냈다."연편(聯鞭)!"채찍의 초식이 조활에게 쏜살같이 덮쳤다. 조금만 잘못해도 살점이 뜯겨나가는 공격이 계속되었다. 조활은 아쉬운 대로 탈수표를 던지면서 어떻게든 거리를 벌렸지만 채찍의 거리는 너무나도 길었다. 팔을 피하면 나뭇가지가 철렁였고, 다리를 피하면 흙먼지와 함께 땅이 움푹 파였다. 조활은 상황을 살폈다.'사방이 그녀의 공간이다. 조금이라도 들어갔다간 살점을 주게 된다.'조활은 던지던 암기를 손에서 떼고 뒷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적였다. 그리고 공중으로 땅을 박차 올라 무언가를 입에 가져가 힘껏 싸물었다.콰직!"웁!!"푸학!!공중에 있던 조활의 입에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감추듯 연막이 뿜어져 나왔고, 곧바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형홍은 이를 갈며 곧장 채찍으로 퍼진 연막을 와해시켰다. 당연하게도 조활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은 달도 비추지 않는 새까만 밤이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술수를 썼구나. 채찍을 휘둘러서 주변을 정리해야 하나?...... 아니. 그러면 소리가 객잔까지 닿겠지. 증원이 올 거다. 그렇다면......'형홍 역시 채찍을 돌돌 말아 허리춤에 걸고 면포로 입을 가리고 자신도 몸을 숨겼다. 형홍의 눈이 가늘고 얇게 떠졌다. 주변의 상태를 소리 없이 살피기 시작했다.툭.형홍의 위치에서 제법 먼 곳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연막이다. 저건 가짜.'그리고 별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더 먼 곳에서 소리가 났다.툭.형홍은 생각했다.'의도를 알아야 한다. 암기는 소용없다는 것을 간파하다니. 스스로가 숨어서 심리를 이용해? 하. 제법 고수의 냄새가 나는군. 하후란이 제자는 제대로 키웠구나.'한동안 조용하자 형홍은 두 눈을 굴렸다.'슬슬 일 텐데......'형홍은 일어나 마치 들어오라는 듯,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왔다.툭.그때 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었는지 형홍이 풀어놓은 중독자들이 나타나 소리가 난 장소로 일제히 튀어나갔다.우오오오!!!순식간에 그 자리는 어수선한 소리와 의미 없는 메아리만 가득했다."하아압!"조활은 어수선해져 버린 틈을 타 형홍이 있는 자리를 덮쳤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조활은 당황했다."어, 없다니. 설마 덫을 이용했단 말인가?! 그걸 간파했다고?!"조활은 일단 소리로 중독자들을 한 곳에 모으고 그곳을 연막 삼아 뒤에서부터 암습하려 한다는 생각을 하도록, 심리전을 걸었었다. 게다가 일석이조로 중독자들 쪽으로 채찍을 날려 일망타진되기를 바란 수였다. 하지만 형홍은 그것을 이미 간파하고 어수선한 소리를 장막 삼아 어둠에 숨은 뒤였다.조활은 당황해서 주변을 살피고 서둘러 숨으려던 그 순간."어딜 숨으려 하느냐?""윽!!"촤아악!!순간 조활의 뒤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등이 화끈해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순식간에 고통이 조활의 온몸을 강타했다."크으으...윽."조활은 그대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고통에 식은땀이 등줄기와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두 눈은 고통에 찡그려졌고, 그것을 감내하느라 입술을 물어뜯으며 선혈을 보였다.
저벅. 저벅.형홍은 조활이 고통에 빠져 덜덜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그림자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으...으윽. 설마 수를 더 읽혔을 줄은......""대개 암습을 일삼는 자들은 이중의 수를 계획하곤 하지. 그래서 수를 더 읽기 편했다."형홍은 조활의 앞에 앉아 그의 턱을 손으로 끌어올려 시선을 마주쳤다."하지만 너는 당문. 정면으로 올 게 뻔했지. 왜냐? 나는 너를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그, 그런......"조활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형홍의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네가 무림대회에서 직접 말했었지? 암습 당하면 그림자에 숨어 그들의 숨통을 끊을 것이며, 정면으로 도전한다면 당당하게 정면으로 부딪힐 것이니. 참으로 좋은 구절이었지만 너무 정직하구나. 오히려 암습을 가한 것은 너였고 덫을 깐 것도 너였으며 정면으로 들어오는 나에게는 정면으로 부딪힐 것이라 여겼다. 그 결과는? 보기 좋구나."조활은 허탈했다."역시 정면으로 당신 같은 고수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나...? 으윽...!"형홍은 조활의 턱을 부여잡고 강하게 흔들었다. 턱에 강한 압박과 고통이 고스란히 들어왔고 입에서 흐르는 선혈을 사방에 흩뿌렸다. 형홍은 조활의 고통을 확실하게 즐기고 있었다."후후후. 재밌어. 하후란의 유산을 짓밟는 것은 짜릿해. 즐거워. 이게 바로 사는 맛이야. 참고로 말이지? 네 등의 상처에는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는 조치를 취해놨다.""뭐... 뭐라고?""흑진귀열편(黑振鬼裂鞭). 내 채찍에 발린 것은 매우 특수한 독이지. 등의 출혈이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조활은 이를 악물며 되뇌였다."무정혈곡(無停血曲)......""호오? 그걸 안다고?""독 중에서도 금기라는 극락의 독... 내가... 모를 것 같소?"형홍은 조활의 이야기를 듣고 폭소했다."하하하하!! 과연 대단해. 대단하다고, 사제. 역시 당문이야. 금기도 전부 꿰고 있다니."퍼억!!"으윽...!!"형홍은 조활의 턱을 잡던 손을 놓고 일어나 그대로 발로 걷어찼다."크큭. 그래. 말 그대로 멈추지 않는 피의 노래. 재밌지 않아? 상처가 아물지도 못하고 출혈로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죽인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독이거든? 그래서 채찍으로 음요후(音妖吼)에 걸린 중독자를 후려치면 아주 깔끔하게 절단된다, 이 말이야. 그래서 애용해. 아주 보기 좋은 광경을 위해서."조활은 쓰러진 상태에서 형홍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혐오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악취미군."형홍은 반갑게 맞이했다."칭찬 고마워?"퍼어억!!"크헉!!!"형홍은 곧바로 쓰러져있는 조활에게 달려가 걷어차고 피가 흘러나오는 등을 짓밟았다. 조활은 쏟아지는 고통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유지한 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형홍은 조활의 끈기에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당문의 대표는 다르다니까? 고통의 결이 다를 텐데 그걸 이 악물고 버텨? 괴롭히는 보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하아악...... 으윽. 그, 그렇지?"형홍은 조활의 어투에 위화감을 느끼곤 그대로 멀리 걷어찼다.퍼억!!"크윽!"'뭐야. 생각보다 단단하네? 아니면 무언가 노리는 게 있나? 왜 저리 아직도 여유가 있지?'조활은 씨익 웃고 있었다. 그리고 형홍의 눈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표정이 짓이겨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형홍이 물었다."너, 여유가 있어.""그렇소.""너...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구나?"조활은 자신에 찬 기분으로 대답했다."그렇소. 이 싸움의 시작부터 내가 무얼 했는지 기억이나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군?"..."뭐?"순간 형홍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소리. 정확히는 두 가지 소리였다. 하나는 상황 파악을 위한 암기를 던지는 소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객잔 근처로 던져진 암기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너 설마."조활은 최대한 웃어 보였다. 형홍의 표정은 그의 웃음에 찌그러졌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이럴 때일수록 웃어야지 않겠소? 소생은 암습에 능하지만 정면돌파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오. 하지만......""윽!?"촤아악!!갑자기 형홍의 시선에 섬광이 뿜어져 들어갔다. 그것을 눈치챈 형홍은 재빨리 땅을 박차 섬광을 가까스로 피해냈고, 그것이 자신을 향해 뻗어 온 방향을 바라보았다."......큭. 제법이야. 내가 그걸 잊고 있었다니."조활은 간신히 땅을 짚고 일어서다 휘청거려 다시 넘어지려 하고 있었다.그리고.턱."하지만 정면돌파는 이 사람 특기라서 말이지."용상이 나타났다용상은 쓰러지는 조활을 팔로 받쳤고, 천천히 나무에 기대어 쉬게 해줬다."고, 고맙소, 누님...""......금방 끝낼게. 조금만 참아.""으으...윽."스릉.용상이 검을 빼어들고 형홍을 쳐다보았다."감히."...."감히 내걸 건드려?"형홍은 뭔지 모를 오싹함이 온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들었다. 손이 왠지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강자를 만나서 반기는 기쁨? 강자를 앞에 둔 두려움? 공포? 무엇이 진실인지 형용할 수 없었다.'뭐, 뭐야. 이 더러운 기분. 하... 하후란? 아니야. 그년이 아니야. 그런데... 내가 왜, 왜 이러지?'형홍은 눈을 크게 뜨고 용상을 바라보았다."네년... 네년은---"투확!!날카롭고 강렬한 투기를 실은 검기가 순식간에 형홍의 왼쪽 뺨을 스쳐 지나갔다.투욱.뺨에는 상처가 검기의 결을 따라 일렬로 그어져 있었고, 선혈이 볼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뜨거운 피가 자신의 얼굴을 적시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고 자신의 시선은 용상에게 고정되었다.용상이 입을 열었다."......지금 내 낭군께서 상처가 깊으니 오래 안 끌 거야."형홍의 왼쪽 눈의 상처가 갑자기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세 줄의 상처. 마치 갈퀴나 손톱에 의해 할퀴어져 생겨난 상처로 보이는 부위가 그날의 고통이 연장선 마냥 다가오듯 아파왔다. 형홍은 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쌌다."제길... 제길 하, 하후란, 그 빌, 빌어먹을 년이 아직도 나를 방해, 해 하다니. 우욱."형홍은 구역질과 동시에 눈의 열상을 마구 긁어대기 시작했다. 괴로워 보였고, 즐거워 보였고, 혼란스러워 보였다. 동공은 매우 흔들렸고 정신줄을 놓고 눈 부위를 계속해서 긁으니 결국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상처가 점점 깊어졌다."하아, 하아... 윽. 우욱."용상은 그녀의 이상한 모습에 미간을 찡그린 채 갸우뚱거렸다. 그때 형홍의 팔이 굴절을 하며 거세게 휘둘러졌다.
촤아악!챙!형홍의 채찍이 용상을 향해 작열했다. 하지만 그 강렬했던 채찍질은 용상의 검에 너무 쉽게 와해되었다. 그러나 형홍의 완력도 보통은 아니었기에 용상의 눈꼬리가 살짝 흔들릴 정도였다.'완력은 채찍의 움직임 덕분인지 충격이 그렇게 센 것은 아니지만 손목이 저릿할 정도구나. 조 동생이 그녀의 체력을 깎아놓아서 망정이지, 온전한 상태였다면 검으로 튕겨내는 것도 고작이었겠지.'형홍은 두통과 뭔지 모를 압박감 속에서 용상의 태연한 상태에 놀랐다. 마치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 벌어진 것처럼 동공이 커졌다."제, 제길... 웃기지 말라고. 고작 금향궁 무사일 뿐인데 내 흑진귀열편이 안 먹힌다고?"형홍은 흐트러진 자세를 간신히 잡고 흑진귀열편을 휘두를 준비를 취했다. 심장부터 시작해 팔, 손목, 채찍 순으로 넘어가는 흐릿하고 탁한 진기를 불어넣고 그것을 가누기 힘든 몸 상태로 아주 가볍게 휘두르자 용상의 신경이 집중을 시작했다."난화란편(亂花亂鞭)!!!"쫘아아악! 촥! 촥! 촤악!!갑자기 채찍이 비 오는 날, 바다 위 폭풍우처럼 용상에게 퍼부어졌다. 모래바람이 회오리쳤고 채찍은 말 그대로 빈틈도 없이 난사되었다. 흐트러지는 공기가 순식간에 탁해지며 그 자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에 빠졌다. 그러나 형홍의 손끝에는 '맛'이 나질 않았다. 형홍의 표정이 다시 한번 찌그러졌다."이...이년이 감히 같잖은 속임수를!"형홍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려 재빨리 채찍을 휘둘렀다.촤악!!.....휘잉...그러나 그녀의 뒤는 완전히 비어있었다. 그때 형홍은 순간, 아차 싶었다."방금 조 동생의 말을 잊은 거야? 난 정면돌파가 특기라고. 적의 뒤는 일부러라도 노리지 않아.""크윽!!"투확!!용상은 공중에서부터 그대로 형홍에게 떨어져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형홍의 반사 신경 덕분에 목을 베어내진 못했지만 어깨에 큰 상처를 남겼다. 검의 열상을 따라 피가 솟구쳤고 형홍은 어깨를 움켜쥐었다.
"으아아악!! 네, 네년!!"어깨가 썰리는 아픔도 잊은 채 형홍은 또다시 채찍을 휘둘렀고 용상은 위력이 떨어진 그녀의 채찍을 손으로 붙잡고 재빠르게 잡아당겼다."꺄아악!!"턱!형홍의 몸이 용상에게로 빨려 들어가듯 끌려갔고, 그녀의 손에 목이 잡혔다."켁!!"형홍의 시선이 용상의 눈과 마주쳤다. 용상의 눈은 싸늘했고, 순식간에 형홍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용상의 오른 주먹이 형홍의 안면을 강타하기 시작했다.퍽!퍽!퍽!퍽!퍽!형홍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 갔고 피가 사방으로 난자했다. 용상은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형홍의 얼굴이 박살 나기를 바라는 일념 하나로 주먹을 쉴 틈도 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형홍은 입도 열리지 않았고, 숨이 점점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기어코 형홍의 눈이 뒤집어지고 정신이 점점 나가기 시작할 때쯤 용상의 주먹이 멈추었다. 그리고 용상의 손이 형홍의 가슴 소매에 들어가 이리저리 뒤적이기 시작했다. 형홍의 품에 넣은 손이 무언가를 꺼내들었고 그것을 확인했다. 무정혈곡의 해독제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소매에 넣고 용상은 그대로 형홍을 건너편의 나무에 그대로 던져 패대기쳤다."......?"무언가 부딪히는 소리는 났지만, 작정하고 던진 그녀의 신체가 나무에 부딪혔다는 둔탁한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을 느낀 용상이 그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형홍을 어깨에 걸쳐 들고 있었다. 그리고 용상은 검을 빼어들었다."당신. 그녀와 한패인가?"형홍을 걸쳐들은 사내는 그저 웃고 있었다."일단은? 그나저나 엄청 패셨네. 얼굴을 못 알아보겠어. 뭐, 여자 대 여자라서 이성끼리의 제한이 없던 건가?"용상은 검을 든 채로 그에게 다가가려 하니 사내는 손바닥을 펴 보이고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다."항복! 항복! 나는 그쪽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소. 그러니 난 이 여자를 데려가고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생각이니 그쪽도 서두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용상은 그때 조활을 바라보았고, 그는 숨을 가삐 쉬면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서둘러 용상은 조활에게 달려가 그를 안아들었다."아까 형홍의 가슴 주머니를 확인했겠지요? 그 주머니에 든 것은 무정혈곡의 해독제가 맞으니까 그 형씨에게 쓰셔도 무방합니다, 여협.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쪽들과 단 1도 엮일 생각이 없으니까 내가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지요. 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그리 말하고 사내는 서둘러 형홍을 어깨에서 등으로 해서 업어들었다. 그러고는 무언가 곤란한 어투로 혼잣말을 했다."에휴. 항상 뒤처리는 내 담당이라니까."
형홍을 업어든 사내는 그 뒤로 곧장 사라졌다.그것을 확인한 용상은 다시 조활을 업어들고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조 동생! 조 동생! 괘, 괜찮아??""으으으... 무섭구만. 그놈의 천살성이라는 거.""윽! 그, 그걸 다 본 거야?""보기는. 장작 뭉치를 손으로 패는 소리가 눈을 감고 쉬고 있어도 다 들릴 정도였는데. 후우...윽! 아파..."용상은 그의 가벼운 말투에 아까의 잔혹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걱정에 겨운 어린아이처럼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호통치듯 조활에게 말했다."이 바보야! 왜 혼자 밖을 돌아다니는 거야! 미쳤어?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하하... 다행히도 그녀는 무림의 인물이 아니오. 오히려 극락의 인물이었지. 게다가 단순히 나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인물이었고."용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원한? 조 동생.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원한 살 짓 한적 있어?"'나...말고?'조활은 통증에 아파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한숨을 한 번 쉬고 답했다."방금 그 형홍이라는 여자는 설산파 직계 제자였소.""설산파?? 혹시 란 언니와 연관이?""음... 그렇소. 마치 깊은 원한이 있는 것 같았는데, 란 사부가 없어졌으니 그 원한을 나에게 전가시킨 게 지금의 소동이오.""세상에......""그리고......"용상은 잠시 머뭇거리는 조활의 말에 의아해했다."그리고?""저번 금나라 자객 사건의 주동자였소. 누님을 기습해서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그 여자더군.""......그렇구나."용상은 당시 너무 허무하게 당해버렸던 지난날이 떠올라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여지는 있었지만 너무 쉽게 당해서 자신의 실력을 다시금 살펴보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되려 형홍의 여파로 그리 당한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음으로 지금의 조활과의 관계도 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것을 좋게 봐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조활과의 관계는 가슴 깊이 다행이라 생각했다."그래도 누님이 객잔에 던져둔 철감람을 알아챈 게 신의 한 수였소. 으윽.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겠군."용상은 그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급 열이 올라 한 소리 했다.
"허, 헛소리마! 네가... 너마저도 없어지면... 나는...!"조활은 두 눈을 감은 채로 떨려오는 용상의 어깨를 툭툭 쳤다."......사랑하오. 누님."용상은 떨려오는 입을 악물고 말했다."나, 나도 사, 사랑한...다고! 이제 다물어! 출혈이 심해질 거야!"ㅡㅡㅡㅡㅡㅡㅡㅡ"......""......"......"......""......"......."......헉!!""아이씨! 깜짝이야."극락교. 어느 허름한 의원실. 형홍은 상처를 얼굴 가득 천으로 싸맨 채로 잠들어있었다. 그 옆은 왠지 모르게 원무헌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녀의 한 번의 탄식에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경계하고 있었다."어? 깼네?""......으?"원무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안심하라고. 여긴 금나라야. 극락교로 다시 돌아왔다. 참. 지금 얼굴 상당히 안 좋으니까 말하려고 하지 말라고? 얼굴뼈가 여기저기 골절 났으니까 움직이는 대로 바로 통증이 올 거야."
형홍은 있는 힘껏 몸서리쳤다."으!...으으!""말하려고 하지 말라고 그러네. 지금 네 턱뼈가 완전히 아문 것도 아니야. 그냥 그렇게 입 다물고 있어라."형홍의 움직임은 점차 줄어들었다."으으......""하하하! 그렇지, 그렇지."원무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도 뻥긋도 못하는 형홍을 보고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형홍은 뭐라고 한 마디 하면서 그에게 호통치고 싶었지만 입을 열고자 하면 격렬히 쑤셔오는 통증에 인내심만 길러질 뿐이었다."거 참 웃기는 구만. 맨날 면박만 주던 암컷 뱀이 입을 싸물고 힘없이 누워만 있는 걸 보니까 세월 참 살아있기 다행이라고까지 생각나게 된다니까? 진짜 엄청 웃기네. 하하!!""......으으..."형홍은 그를 죽일 듯한 기세로 째려보았다."어이쿠. 그래도 뱀은 뱀이라 이건가? 눈빛은 제대로 살아있네. 이러다 나 물어 죽이겠어?""......"아픈 자는 말이 없다.원무헌이 형홍의 모습을 잔뜩 즐기고는 자리에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그의 옷깃이 어딘가에 걸려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하... 참. 왜 잡아?""......"형홍은 그의 시선을 피했다."뭔데?""......"
원무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숨을 푹 쉰 다음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궁금한 거 있어?""......"형홍은 미세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원무헌이 그 모습을 보고는 씨익 웃었다."자. 우리 암컷 뱀께서 뭐가 그리 궁금하실까? 내가 한 번 맞춰볼까?""......"형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무헌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손바닥을 탁 치고 입을 열었다."지금이 얼마나 지났을까?""......"형홍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얼마나 지났냐면...... 네가 줘 터진지 한 이틀째? 쭈욱 정신을 잃었었지. 자, 다음."원무헌이 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의원에게 물어보니까 보통 타박상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조금만 더 맞았으면 턱이 아예 박살 나서 평생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니까? 어디 보자 다음은......""......"그때 형홍이 쥔 원무헌의 옷깃을 흔들었다."응? 왜?"형홍은 눈빛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달리 방도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그의 옷깃을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원무헌은 미소 지었다."아하. 그럼 손을 빌려주지. 한 번 써봐.""......"형홍은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한 가지 글자를 덤덤히 썼다.'生'"응? 뭔 의미야.""......"형홍은 다시 같은 글자를 썼다. 원무헌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제야 뭔가 알았는지 입을 열었다."아. 왜 살려줬냐고?""......"형홍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내 할 일은 다 끝냈으니, 뭘 해야 좋을까 싶어서 돌아다녔을 뿐이야. 그 와중에 웬 암컷 뱀이 백운화 여협에게 붙잡혀서 줘 터지고 있더라고? 그래서 도와준 거야.""......"형홍은 원무헌의 손에 다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어째서?'"어...째서라니 뭘 묻는 거야?"형홍은 원무헌의 손에 또다시 글씨를 쓰며 되물었다."되게 웃긴 여자네. 그럼 거기서 사람이 줘 터지고 있는데 그냥 내비두면 퍽이나 기분 좋겠다? 그것도 그냥 아는 사이도 아니고 목적 때문에 같이 움직인 사이잖아.""......"형홍은 고개를 돌렸다."왜 그래. 그새 뭐 정이라도 들었어? 맨날 면박만 주던 건 연기였냐?""......"형홍은 대꾸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저 고개만 돌리고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하여간 이상하다니까. 그나마 시끄러운 그 입이 조용해서 보기만 좋네. 어때? 평생 그렇게 입을 틀어막고 사는 건?"형홍이 그의 말에 발끈하여 시선을 다시 마주쳤지만, 왠지 마주치기 어려웠다. 원무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이봐? 왜 피해?""......"원무헌은 그제야 자신의 옷깃을 잡지 않고 떼어버린 그녀의 손을 보고는 툭툭 털고 일어섰다."병자는 자면서 푹 쉬어라.""......""그리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죽지 못한 산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말고 쉬기만 해라. 그러고 나서."원무헌은 문 앞까지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형홍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입이 다시 돌아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나 하자. 조용히 짧게 이야기만 나누니까 얼마나 건설적이야?"그러고선 원무헌은 손을 흔들며 유유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바보 등신새끼....'(16) 끝.
* 의외의 이야기? 오로지 사심 채우기 팬픽이니, 적당히 아량껏 넘어가주세요~
* 다음 소설은 제 개인 소설 -마이라-입니다. 링크는 밑에.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마이피도 운영합니다. 마이피에서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