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워요......
다들 감기조심하시고 따숩게 입고 다니세용.
정진하겠습니다...
채찍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통쾌함이란 감정이 공존하는 푸른 옷의 여협이 짜릿한 몸짓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은 제법 서늘해졌지만 채찍 때문에 공기가 찢겨져나간 자리는 왠지 모를 공허함이 남아 모래먼지만이 흩어지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결과적으로 하후란, 그 계집이 죽은 것은 그나마 통쾌하군. 내 손으로 직접 죽이지 못해 아쉽긴해도 장파인과 호연국에 대한 죄책감 덕분에 자살이라는 끝을 볼 수 있어 통쾌하도다. 하지만..."
그러다 무엇인가 생각난 듯, 통쾌함이란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직 무언가가 남았다는 사실에 그저 쓴 미소만 곱씹기 시작했다.
"다만 그 용상이라는 계집. 금나라의 사자들에게 의뢰를 받아 급습하긴 했지만 그년을 다 죽여놓고 살려보내다니... 마음에 안들어. 게다가 그 못생긴 놈 때문에 의뢰기간이 늘어나 버리다니..."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내가 말했다.
"뭐야, 그래도 목적은 달성한거 아니었나, 형홍(荊紅)? 이제 그만 본교로 돌아가지 그래? 여기서 짜증만 내봤자 분풀이도 안될텐데? 그러다 늙겠다."
"원무헌(袁無憲), 제 일이 아니라고 막 내뱉는 것 아니냐?"
그녀의 버럭임에 이골이 난듯, 한숨 푹 쉬고는 살살 살갑게 그녀의 심기를 농락하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미 개인적인 목적은 이뤘잖아? 용연 공의 따님은 보통이 아니라는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 여마두 탈백유란이 죽었다지만, 그녀와 같이 행동했던 여자다. 필히 너 같은 년은 문제거리도 안 될것 같은데? 오히려 탈백유란보다 그녀를 더 위험시 해야하는 것 아니냐?"
그의 쓸데없는 비아냥에 여간 귀가 거슬린 것이 아니었다. 공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지면에서부터 용오름이 작게 올라와 기분 나쁜 기운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원무헌!! 네놈 지금 내 실력에 꼬투리를 잡는 것이더냐?!"
원무헌은 그녀의 신경질에 질렸다는 듯 질색했고. 자신은 갈길 가겠다는 듯이 그녀의 정반대의 방향으로 자신의 무기를 살살 휘두르며 걸어나갔다. 덧붙여 그녀의 기분을 일부러 조금 더 고양시키기 위해 있는 힘껏 신경을 긁어냈다.
"됐다, 됐어. 내 관심사는 무림대회에 등장할 그 어리석은 남궁의 어린 도련님 뿐이야. 너도 알아서 처신 잘 하라고? 괜히 나섰다가 뒤지지만 말고. 말뽄새를 보니 말로가 눈에 훤하다 훤해. 미리 염불이라도 읊어야 하나?"
"너 이자식!!"
원무헌의 끝없는 도발에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격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형홍은 자신이 애용하는 무기인 흑진귀열편(黑振鬼裂鞭)을 있는 힘껏 당기며 자칫 더 이상한 소리를 했다간 아군이어도 찢어버릴 것 같은 독사 같은 기세를 뿜어냈다.
"킥킥. 그 꼴을 보아하니 왜 탈백유란의 끄트머리에서 떠도는지 알겠군. 나무 아비타..."
쫘아악!! 촥!!
채찍의 묵직하고 청천벽력 같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사방을 울려퍼뜨리며 원무헌을 향해 꽂혔지만, 어느샌가 이미 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실컷 그녀의 심기를 건들여놓고 유유히 사라진 원무헌에 의해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열이 받아버린 형홍은 주변을 채찍질로 땅이든 나무든 새하얗게 핀 꽃까지도 포함해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한참을 채찍질에 온 신경을 집중하던 형홍은 어느새 응어리가 다 풀어졌는지 황홀한 표정으로 뚫린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화풀이를 했더니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 가관이었다.
"뭐, 됐어. 이번 무림대회에서는 이번처럼 적당히 봐주진 않겠다. 용상. 금나라의 황제를 죽이려다가 비협을 볼모로 살아남은 계집. 의뢰는 의뢰이니 큰 돈이 걸린 만큼 제대로 손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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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도복과 저마다 한 가지 악기를 지니고 다니는 여협들의 총본산인 금향궁(錦香宮). 무림초출의 명패를 벗고 받은 별호인 백운화(白雲花) 용상의 안내를 받고 긴 여정 끝에 드디어 금향궁에 도착한 당문 사형제들과 조활. 금향궁의 첫 발판을 밟음과 동시에 수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고는 당문 사형제가 저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가 금향궁? 이곳 여협들과 용 여협의 백색 도복처럼 하얗고 절제된 모습이 말 그대로 단아하고 지조가 넘치는 구나. 당문의 수수함과는 다른 웅장함에 압도되니 무림계는 정말 넓고 신비롭구나."
그때 용상은 금향궁의 시장에서 어느샌가 기분좋게 닭다리를 한 손에 들고 꼭꼭 씹으며 그동안의 피로를 풀어내며 다가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듯 용상의 곁으로 발맞추어 동문 사저, 사매들이 다가오자 용상은 이들을 당문의 사형제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자! 여기 제 사저, 사매들이 당문 사형제분들을 숙소로 안내해 드릴 것 입니다. 부디 부담없이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숙소에서 짐을 푸시고 시간이 난다면 금향궁 내를 둘러보아도 좋으나, 특히 남협 분들께서는 몸가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여성 협도들의 총본산인 만큼 남녀간의 예의를 중히 여기므로 이를 어길시, 궁주께서 직접 당문에 책임을 엄히 묻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 당부드리겠습니다! 당문 조 소협은 잠시 남아주시오!"
그리 이야기하고는 저마다 금향궁의 사저, 사매들이 당문 사람들을 데리고 숙소로 안내를 받았다. 다들 가버린 뒤, 용상과 조활이 남았고 금향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자, 당문의 대표인 조 동생은 나를 따라 스승님을 알현하러 가자! 참고로 예의와 몸가짐 하나하나를 중요시 하시니 부디 누나의 얼굴에 먹칠하지는 말아줘?"
조활은 당문의 대표로서 금향궁주를 직접 알현하려하니 긴장감에 살살 떨고 있었다.
"이, 이거 떨리는데. 내가 정말 과거 최고의 미인을 대표로 만나게 되다니...!"
탁!
자신의 스승이 미인이라는 소리에는 동감하는 뜻을 가졌으나 그가 그리 이야기하니 뭔가 괘씸함이 몰려와 그의 어깨를 자신도 모르게 툭 쳤다. 갑작스레 친 것이라 자신도 놀라고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조활의 옷가지를 정성스레 고쳐 잡아주었다.
"자자, 설레는 것도 잠시다, 동생. 너는 당문의 대표로 직접 사부님을 알현하는 것이니 예의범절에 특히 유의하라고? 결코 봐주거나 그러진 않으실 거야."
조활은 용상의 영양가있는 충고에 마음을 다잡고 눈을 부릅떠 정신을 집중했다.
"아, 알겠소. 누님의 충고. 내, 가슴깊이 새기겠소."
"그래그래. 그래야 내가 인정한 동생이지. 자, 그럼 따라오도록."
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막상 궁주와 조활이 서로를 마주치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궁주는 조활의 용모에 살짝 놀란 감이 있었지만 자신의 지내온 세월의 노련함에 작은 균열의 떨림조차 미동도 안느껴질 정도로 자제력을 뽐냈다. 하지만 조활은 오랜 대선배의 여전히 곱고 단아하며 군더더기 없는 맑은 눈동자에 집어 삼켜진듯 망부석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용상은 그의 의중을 조심히 살피고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며 불렀다.
' 동생? '
용상의 자그마한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옷가지를 다시 한 번 정돈하고는 금향궁주에게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올렸다.
"이, 인사가 늦었습니다, 금향궁주 악기(樂妓) 소영향(蘇迎香) 온(溫)부인이시여. 소생은 이번 무림대회의 당문 대표로서 당도한 당문의 외성제자 조(趙)가 활(活)이라고 합니다. 후배가 대선배님을 뵙습니다."
"...활? 초면에 미안하오나 본 궁이 그저 궁금해서 묻는 것이니, 이름은 무슨 자를 사용하십니까, 조 소협?"
문득 그의 이름에 호기심이 생긴 궁주는 그에게 질문했고, 순간 난처했지만 그깟 이름을 이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질문에 답했다.
"살 활(活) 자를 씁니다, 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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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궁의 질문에 답해주어 고맙소, 조 소협."
순간 조활의 이름의 의미를 깨달아버린 궁주는 어느샌가 미안함이 몰려들었지만 이 역시도 노련하게 피해 나갔다. 그저 마음속으로 그의 이름을 되새길 뿐이었다.
' 활(活)이라고? 시대가 시대인 것을 감안한다 해도 참으로 슬픈 이름이군. 소협의 용모가 이름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슬픈 현실이로다. 처음 봤을 때는 그의 용모에 대단히 놀라 평정심과 얼굴 표정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이름에 정말 많은 감정이 오가는구나. 내 마음가짐이 삐뚤어져 있다는 사실에 저절로 숙연해지는군. 부끄럽구나, 소영향. '
온부인은 차분히 자그맣게 눈을 감고는 다시 천천히 눈을 떠 조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법 재밌는 소리를 하시는 군요, 조 소협. 악기(樂妓)라니. 과거, 본 궁의 별호까지 꿰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참으로 섬세하고도 사려깊은 언행이십니다."
온부인은 조활의 세심한 배려에 감격하고는 그를 자애로이 여겨 말을 건네자, 그녀의 마음을 파악한 조활이 좀 더 당당한 자세로 말하기 시작했다.
"선배님께서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궁주께서는 후배를 부디 굽이 살펴보시지 마시고, 그 고개를 펴 당당히 하시기를 청합니다."
조활의 의기로움에 속으로 감탄하고는 눈을 감았다 뜨고는 그의 권유에 묵묵히 답했다.
"조 소협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선배로서 지엄히 대하겠습니다. 부디 본 궁의 언행에 귀기울여 준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여 한참 어린 후배가 감히 물어보건데, 무림대회에 당문을 그 어떤 사문보다도 먼저 초대한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조활이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질문해오자 온부인은 그의 당당함과 협심으로 뭉친 절도있는 언행에 감탄하며 말했다.
"호호.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시는 군요? 좋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무림대회의 주축이 되는 상관세가(上官世家)는 조정을 등에 업고 있는 관직의 무리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는 금향궁이 조정을 등지고 다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이니 후보에서 제외됩니다."
조활은 그녀의 이야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남궁세가(南宮世家) 역시 금향궁과의 좋지못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직접 초대하는 것을 도모하는 것 자체로도 금향궁 내에서부터 비웃음이 들려올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당문의 차례로 넘어갑니다. 당문은 금향궁과 마찬가지로 조정을 등지고 다니며, 여러가지 뜻도 일치하는 바가 상통되는 부분이 많아 육대문파 중에서도 그 영향력만 따진다면 가장 유력하니, 본 궁이 초대할 문파 중 일순위인 셈이지요. 거리를 따진다면 상당히 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당문을 초대하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더불어 과거 당중령 장문인께 입은 은혜는 아직도 유효하니 그 어느 문파보다 우선시 하는 것이 타당한 이유입니다."
조활은 온부인의 명확하고 깔끔한 이유에 대하 듣고는 그제야 의문을 거두고 그녀의 발언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 논리적으로 완벽한 이유구나. 감히 내가 반박할 틈도 없이 언행과 의미가 유려하고 치밀하다. 실로 굉장하다. 이토록 빈틈이 없다니. 과연 대선배라 할 만하구나.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군. '
조활의 옆에 있던 용상 역시도 스승의 말에 감탄하고 있었다.
' 과, 과연 스승님. 이런 깊은 뜻이...! '
눈치없는 용상을 바라보던 온부인은 헛기침을 하며 그녀를 불렀다.
"흠... 상아는 스승의 옆에 서거라. 손님 옆에 있지말고."
용상은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앗! 조, 존명!"
조신히 몸가짐을 하고 살살 스승의 곁으로 간 용상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자신의 사저 옆으로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자리가 정돈이 끝나자 조활이 뒤이어 온부인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저희 당문만 초대해도 괜찮겠습니까? 다른 문파들이 시기하거나 노여워할 것을 생각한다면 너무 무모한 결정이 아니실지..."
괜한 걱정이었다. 온부인의 눈빛에는 흔들림 하나 없었고 오로지 곧은 길 하나 만을 바라보는, 당문 장문인과 같은 기개를 느꼈다.
"상관없습니다. 차피 사문의 눈치를 보았다면 가장 먼저 입장을 무릅쓰고도 상관이나 남궁세가를 초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는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니 그들의 눈치는 되려 금향궁으로서의 절개를 굽히는 꼴이 되겠지요. 허나 한가지 걸리는 점은 당문의 결정이군요. 반대로 묻겠습니다, 조 소협. 어째서 이러한 반향을 무릅쓰면서까지 금향궁의 초대에 응한 것 입니까?"
조활은 살짝 당황했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염두했던 이야기였기에 심호흡을 살짝 한 뒤, 온부인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현 무림계는 질서가 혼돈이며, 협이 껍데기 뿐인, 말 그대로의 아비규환입니다. 이는 비록 조정이 직접 주관하는 무림대회이긴 하나, 지금은 무림계의 협심을 위해 의(義)로서 움직여야 함입니다. 지금은 저희 장문인께서 몸저 누우셨지만 분명히 협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먼저 움직였을 것이 첫째입니다."
온부인의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 제법... 이군. '
조활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둘째로 저희 당문은 금향궁과의 관계가 과거부터 서로 두터울 뿐만 아니라 생각하고자 하는 뜻이, 궁주께서 말씀하셨듯 상통하니 손을 마주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지입니다. 혼란과 어두운 정세에 광명을 찾기 위해서 당문은 사문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누구보다 앞설 것입니다. 그들이 당문을 쉬이 여긴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는..."
조활은 잠시 시선을 용상에게로 보냈고,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 응? 날 왜 봐? '
조활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셋째는 제 일생에 처음으로 사문에서 몸소 달려와 직접 금향궁의 사절로 방문해온 상 누님이 이유입니다. 그녀 덕분에 저는 당문의 대표로서 금향궁에 당도할 때까지 못 누려본 강호를 누볐으니 제 일생의 꿈 중 하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모든 덕은 그녀에게 있음이지요."
제법 당돌한 그의 대답에 온부인은 또다시 눈썹이 슬쩍 흔들렸고, 용상 마저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 호오? '
용상이 다급하게 조활을 향해 쏘아댔다.
"뭐, 뭐라는거야! 갑자기 이유에 날 들먹이다니, 지금 제정신이야??"
조활은 그런 그녀에게 조금은 속상한듯 시선을 피하며 말 할 뿐이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와서 설산파 당문지부 건물을 청소하고 있을 때 대련을 신청한다던가, 당문 만을 초대하는데 제대로된 이유도 못 들었잖소. 결국 이 사실을 궁주께 직접 들었으니 한시름은 놓았지만..."
그 이야기에 용상은 뜨끔했고, 온부인은 두 눈을 감을 뿐이었다.
"......상아."
용상은 스승의 부름에 허겁지겁 답했다.
"네, 넵! 제자가 스승님의 명을 기다립니다!"
"너는 무림대회 종료까지 타인과의 대련을 엄히 금한다."
용상은 너무나 놀랐다.
"스, 스승님?!"
온부인은 용상의 다급함에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입술을 막는 시늉을 하고서 그녀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구태여 말하지마라. 왜 갑자기 조 소협이 초대의 이유를 묻는가 싶더니, 좀 더 자세한 뒷 사정을 원하여 묻는 줄만 알았구나. 사절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잊다니... 지금 이자리에 조 소협이 있어 너를 혼내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거라."
용상은 억울했지만 억울해선 안되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용상에게있어 대련 금지는 생각보다 가혹하다 여겨 자신도 모르게 스승에게 대꾸를 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스승님의 말을 따르겠... 아니... 그래도 대련만큼은..."
온부인은 만년설의 얼음장보다도 차갑고, 뼛속까지 단호했다.
"용상."
용상은 스승의 단호한 부름에 아연실색하고 당황하여 그녀의 명을 결코 어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알겠습니다!! 상아, 스승님의 명을 거역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됐구나."
약속을 받아내고는 한숨을 쉬는 온부인. 그제서야 얼굴표정을 펴고 조활에게 말했다.
"금향궁까지의 여정이 제법 고달프셨을테니 본 궁은 이만 조 소협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조 소협의 안내역으로는 계속해서 상아를 붙여드리겠으니 당분간 궁에 지내시면서 그녀를 부리시지요."
조활은 그제서야 얼굴을 펴고 가뿐한 마음으로 그녀의 배려에 예의를 올렸다.
"선배님의 배려에 감복했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자, 그럼 돌아가십시오."
용상은 조활의 곁으로 다가가 스승에게 인사를 올린 뒤, 알현실을 떠났다.
온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옆에 있던 제자를 불렀다.
"설아."
"설아가 궁주님을 뵙겠습니다."
"저 둘을 어찌보느냐?"
설 이라는 제자는 그녀의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 했다.
"어떤 점을 말씀이신지...?"
살짝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생각을 제자에게 공유했다.
"상아의 반응이 재밌더구나. 조 소협은 용모가 안타깝지만 사려깊고 배려할 줄 아는, 보기드문 협도의 사내이다. 스승은 그의 행동거지에 용모마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실로 기이한 자 임이 틀림없다. 반면 상아는 검골이 선천적으로 뛰어나 금향의 현촉심경은 물론, 제 아비의 용연칠절마저 착실하게 수련해온 수준급의 달인이다. 하지만 사회성이 얕다. 아직도 보살펴줄 문제들이 하나가 아니니 이 점은 내 불찰과도 맞물리는 구나. 이 아이에게 우리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천운이로다."
그녀의 걱정어린 말에 제자가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
"하여... 스승님 께서는?"
"상아를 그에게 맡겨도 되겠구나."
망우협려전(忘憂俠侶傳) (6). 끝.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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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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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서 월영전입니다. 간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