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x 블랙 록 슈터 6화
안녕하세요! 기존 6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미니의 도움을 받아 수정해 보았습니다.
내용이 길어져 6화와 7화로 나누어 올립니다.
8화부터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스토리 마무리 작업이 쉽지 않아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구상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언제 올릴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고, 이대로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쓴 이야기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스텔라 블레이드에 스텔라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의아해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 팬픽은 스텔라 블레이드와 블랙 록 슈터 세계관의 크로스오버입니다. 블랙 록 슈터 더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 스텔라이고 그녀의 무기가 블레이드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세계관을 엮어보았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X BRS 3화 (스포)
스텔라 블레이드 X BRS 4화 (스포)
※ 주의사항:
본 팬픽은 스텔라 블레이드 및 블랙 록 슈터 더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내용이므로, 원작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x BRS 6화
알현실 지하 1층 감옥실
묵직한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혔던 감옥 문이 열렸다. 천사의 힘을 아직 되찾지 못한 이브는 복잡한 표정으로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그녀 옆에는 늘 무표정한 스텔라, 그리고 불안한 듯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 릴리가 서 있었다.
릴리의 시선은 감옥 의자에 앉아 있는 레이븐에게 닿았다. 그의 온몸은 릴리가 직접 제작한 검은색 봉인 슈트에 빈틈없이 감싸여 있었다. 피부처럼 밀착된 슈트를 보며 릴리는 그 견고함에 만족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손가락, 발가락, 심지어 목덜미까지 완벽히 봉쇄된 슈트였다. 이 봉인 슈트는 릴리의 강하부대 전투 데이터와 '노란 눈의 소녀'가 남긴 생체 아머먼트 기술을 융합해 만든 특별한 장비였다. 압도적인 레이븐의 힘을 이렇게 완벽히 봉인해냈다는 사실에 뿌듯했지만, 동시에 그의 본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깨달으며 묘한 감회에 젖었다.
얼굴은 대부분 가려져 있었지만, 코와 왼쪽 눈, 그리고 입술만이 드러나 있었다. 노출된 얼굴은 그의 조롱 섞인 표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슈트는 단순히 몸을 묶는 것을 넘어, 레이븐의 메인 프레임 신경섬유와 엑소스파인을 끊어 그의 막강한 힘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의자에 앉은 채 팔은 팔걸이에 놓인 릴리의 견고한 붕대에 단단히 묶여 있었고, 상체 또한 등받이에 밀착되어 고정되었다. 오직 날카로운 칼날로 슈트를 잘라내야만 봉인이 풀리고 힘이 돌아올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레이븐은 희미하게 빛나는 눈으로 이브를 응시했다. 그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비틀려 있었지만, 릴리는 그에게서 더 이상 과거의 압도적인 위협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지금, 그는 완전히 무력화되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덤벼들었을 텐데, 의외로 얌전하네, 이브." 레이븐의 목소리가 감옥의 냉기처럼 차갑게 퍼졌다. "네 발로 다시 찾아오다니,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이브는 레이븐의 조롱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에게 다가섰다. 릴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스텔라는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 이브는 기억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1편 때 네스트에서 아담에게 들었던 레이븐의 비극적인 과거, 그 또한 마더 스피어의 피해자였다는 것을.
"레이븐." 이브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네 힘이 필요해."
레이븐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묶인 몸이 흔들렸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 힘이라고?' 웃음을 멈춘 그의 눈빛이 이브를 꿰뚫어 보는 듯 섬뜩하게 변했다. '날 이렇게 묶어놓고, 이제 와서 내 힘이 필요하다고? 엉터리 같은 소리 집어치워.
"지구를 구할 기회가 왔어." 이브는 그의 비웃음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야. 네 힘이 있다면…"
레이븐은 다시 한번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지구를 구원해? 가소롭군. 너희 인간들이 자초한 멸망 아닌가? 이제 와서 구원이라니. 역겨워서 토할 것 같군."
"네게도 증오해야 할 대상이 있지 않나." 이브는 레이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더 스피어…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적이야."
레이븐의 웃음이 뚝 끊겼다.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듯했으나, 곧바로 차가운 가면을 썼다. "마더 스피어? 흥, 너희 인간들과 손을 잡으라고? 내가 미쳤나? 차라리 이대로 멸망하는 편이 훨씬 더 흥미로울 거다."
"네 과거를 알아." 이브의 낮은 목소리가 감옥에 울려 퍼졌다. "너 역시… 고통받았다는 것을."
레이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곧 차가운 가면을 썼다. "입 닥쳐.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 이브는 그의 격렬한 반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네 힘을 빌려준다면, 마더 스피어를 막을 수 있어. 네 복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레이븐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복수? 이미 모든 게 끝났어. 너희 인간들에게 기대할 건 아무것도 없다. 내 힘? 꿈도 꾸지 마라."
이브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녀는 레이븐의 깊은 절망과 냉소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이브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정말…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낼 셈인가?"
레이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림자 속으로 더 깊이 몸을 숨기며, 차가운 침묵으로 거절을 대신했다. 굳게 다문 그의 입술은 어떤 희망도 허락하지 않는 듯 완고했다.
이브는 릴리에게 스텔라를 데리고 나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릴리는 이브의 눈빛을 읽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스텔라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가자…" 릴리의 작은 손이 스텔라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감쌌다. 두 사람은 이브와 레이븐을 남겨둔 채 감옥 밖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븐은 묶인 채 이브를 올려다보며 비웃었다. "어째서 날 죽이지 않고… 고작 이런 허술한 감옥에 가두다니. 날 뭘로 보고 얕보는 거지?"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이해할 수 없다는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릴리의 손에 이끌려 감옥 밖으로 향하던 스텔라는 굳게 닫히는 문틈으로 이브와 레이븐을 잠시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스텔라가 감옥 밖으로 완전히 나가고, 문이 닫히자 이브는 침묵 속에 레이븐을 응시했다.
"나는 네가 그 아이를 찼을 때 널 진심으로 죽이려 했어." 이브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그녀의 눈빛은 한때 레이븐을 향했던 살기를 다시 떠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네가 쓰러졌을 때 그 아이가 널 안타까워했어. 그래서 살려준 거야." 이브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그녀의 뇌리에는 쓰러진 레이븐을 안쓰러워하던 스텔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뭐?" 레이븐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의 눈빛이 이브를 경멸하듯 훑었다. "그 눈이… 저주 같은 계집애가?" 그의 말에는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
그 순간, 침착함을 유지하려던 이브의 이성이 산산조각 났다. "그 아이를 모욕하지 마!" 그녀의 푸른 눈은 분노로 핏발이 서며 이글거렸다. 격렬한 분노와 함께, 이브는 머리 뒤에서 날카로운 엣지를 뽑아 들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들린 엣지가 불길하게 번뜩였다.
"젠장!" 레이븐은 당황한 듯 몸을 움찔했지만, 묶인 채 움직일 수 없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레이븐에게 달려들던 이브는, 마지막 순간 죽은 제8차 강하부대원들 앞에 무릎을 꿇고 슬퍼하던 스텔라의 얼굴을 떠올렸다. '죽음은 안 돼.' 그녀는 가까스로 살의를 거두고 엣지를 레이븐의 바로 옆, 감옥 의자의 목받이에 강렬하게 꽂았다. 엣지가 단단한 금속을 뚫고 박히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감옥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알현실 지하 1층 감옥실 밖
감옥 밖에 있는 릴리는 불안한 표정으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스텔라를 자신의 품에 안고, 작은 손으로 스텔라의 귀를 막아주었다. 스텔라는 릴리의 품에 안긴 채, 굳게 닫힌 감옥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알현실 지하 1층 감옥실
발을 의자에 대고 더욱 가까이 다가선 이브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레이븐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앞으로 내 말을 똑똑히 들어. 두 번 다시… 그 아이를 네 입에 담지 마." 그녀의 목소리에는 살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차갑고 단호했다.
레이븐은 비웃듯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소적이었지만, 엣지가 박힌 목받이를 흘끗 바라보는 표정에는 미세한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이브는 격렬한 감정을 억누르며 엣지를 거두었다. "역시… 널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 같았어."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녀는 감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알현실 지하 1층 감옥실 밖
감옥에서 나온 이브의 푸른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감옥 밖에 서 있는 스텔라와 릴리를 지나쳐 걸어갔다. 릴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브를 따라나섰다.
스텔라는 뒤돌아, 천천히 닫히는 감옥 문틈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레이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감옥 안의 레이븐 또한 닫히는 문틈 너머의 스텔라를 응시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짧게 교차하는 듯, 서로를 번갈아 비추는 클로즈업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감옥 문이 완전히 닫혔다.
스텔라는 굳게 닫힌 감옥 문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스텔라, 가자." 릴리가 조심스럽게 스텔라의 손을 잡아끌었다.
스텔라는 릴리에게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다, 다시 한번 닫힌 감옥 문을 흘끗 보고는 릴리를 따라 걸어갔다.
이브, 스텔라, 릴리가 간 후
레이븐은 어두컴컴한 감옥 안에서 목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뇌리에는 황무지에서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때, 이브와 스텔라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낯선 스텔라에게 "누구야,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었다. 그러자 이브는 스텔라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며 "그렇게 묻지 마라"고 질문을 차단했었다. '그렇게 약해 보이는 그 계집애를 왜 그리 보호하는 거지… 그때도 이해가 안 됐지.'
그리고 전투 중, 자신이 스텔라를 강력한 발차기로 찼을 때 보았던 이브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 살기 넘치는 눈빛은 이브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순간과 다를 바 없었다. '감히 내 스텔라를 건드려?'라는 살기 어린 표정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방금 전 이브가 했던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렸다.
"그 아이 때문에 살려준 거야."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를… 살려줬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당혹감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는 굳게 닫힌 문 너머, 방금 전 자신을 싸늘하게 응시하던 스텔라의 푸른 눈을 떠올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각이 그의 오랜 증오심에 미세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 계집애는… 정체가 뭐지…'
자이온에서
감옥실에서 봉인된 레이븐과의 대화가 끝난 후, 자이온에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스텔라는 카페 앞 의자에 말없이 앉아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 위로 멀고 먼 황무지의 하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브는 자이온 입구 앞, 지난 전투의 충격파로 절벽을 무너져 내린 다리 종점을 매섭게 지켜보았다. 혹시라도 남아있는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그녀의 눈은 경계로 가득했다.
자이온의 릴리 정비실에서
릴리는 스텔라의 망가진 슈트와 특제 부츠를 고치며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자이온 방어전… 그때 이브와 스텔라가 그 거대한 네이티브와 싸울 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저 지켜볼 수밖에….' 릴리는 심하게 망가진 슈트를 보고 속상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손은 기계를 만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과거의 무력감에 갇혀 있었다.
그때, 정비실 문이 열리고 카일이 들어섰다. 그는 릴리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단번에 알아챘다. 조심스럽게 다가선 카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릴리 씨는… 최선을 다했어요."
릴리가 고개를 들었다. 카일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직접 싸우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서 지원하고, 이브 씨와 스텔라 씨의 장비를 완벽하게 정비해 줬잖아요. 당신의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릴리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카일은 그녀의 눈을 부드럽게 마주하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피하지 않고 싸우는 곳에 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어요. 당신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됐어요."
카일의 진심 어린 격려에 릴리의 얼굴에서는 조금이나마 우울감이 걷히는 듯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풋, 하고 작게 웃었다.
카일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뭐…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릴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위로 고마워요. 그렇게 진심 어린 위로를 받아본 적 없어서요." 그녀는 고마움이 담긴 눈으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일 씨 덕분에… 힘이 났어요." 릴리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정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시 정비에 몰두하던 릴리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카일 씨! 뭐하세요?"
"네?" 카일이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
릴리는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정비를 도와주세요."
"아… 아아! 네!" 카일은 황급히 허리에 매고 있던 라이플을 벗어놓고 릴리 옆에 앉아 그녀를 돕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함께 스텔라의 슈트와 특제 부츠를 고치기 시작했다.
릴리와 함께 작업하며, 카일은 문득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뇌리에 오래된 기억들이 떠올랐다.
[카일의 회상]
카일은 자이온의 지하 깊숙한 곳, 자신만의 비밀 연구실에서 엔지니어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에 필요한 재료가 부족해 밖으로 나섰을 때, 그는 자이온에 처음 온 이브와 릴리를 멀리서 발견했다. 그 옆에는 자이온의 스캐빈저였던 아담이 그들에게 자이온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릴리의 존재가 카일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그 후로 카일은 자이온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아지트에 있는 이브, 릴리, 그리고 아담을 몰래 지켜보곤 했다. 알파 코어를 찾으러 이브 일행이 자리를 비운 사이, 카일은 몰래 아지트로 들어와 릴리가 정비하던 곳을 꼼꼼히 살폈다. 함부로 만지거나 가져가지 않고,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카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엔지니어링에 조예가 깊었던 카일은 릴리의 정비를 관찰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고, 자신의 실력 또한 일취월장했다.
이브 일행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카일은 몰래 릴리의 새 정비를 관찰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혼자서 아지트에 도착한 스텔라에게 들킨 것이다. (이미 스텔라가 이브 일행에 합류하고 그들을 신뢰하게 된 시점이었다.) 카일은 스텔라와 눈이 마주치자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스텔라는 아무 말 없이 카일을 지나쳐 푹신한 소파에 앉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스텔라는 카일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이다. 카일은 '어… 어…?' 하며 당황하다가도 조심스럽게 릴리의 새 정비를 다시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르칼이 죽은 후, 자이온 입구 앞에는 이브, 스텔라, 릴리를 응원하는 수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카야, 엔야, 수, 카심, 록산느, 리암, 라일, 아린, D1G-g2r, 하나, 소미, 배리 등등… 그리고 그들 멀리 뒤에 카일도 서 있었다. 그때 릴리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본 카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주먹을 쥐었다. 그때 그는 자이온 방어전에서 파수대 대원이 될 것을 결심했다.
[카일의 회상 끝]
카일이 릴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릴리 씨!"
릴리가 고개를 들어 카일을 바라보자 "네?" 하고 되물었다.
카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 말했다. "릴리 씨한테… 보여줄 게 있어요."
카일의 지하 비밀 연구실
릴리는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압도당했다. 수많은 설계도와 부품, 온갖 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카일이 얼마나 오랜 시간 이곳에서 엔지니어링 작업에 몰두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노력의 흔적이 역력했다.
카일은 방 한쪽의 커튼을 걷었다. 릴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인간형보다 훨씬 거대한 슈트였다. 흡사 아이언맨 MK1을 연상시키는 투박하지만 웅장한 모습이었다. 그 옆에는 아직 뼈대만 남아 있는 또 다른 슈트가 놓여 있었다.
"와…." 릴리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카일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누구한테도 보여준 적 없어요… 아직 미완성이라서요. 제 경험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아요."
릴리는 슈트를 조심스럽게 만져보며 턱을 잡고 생각에 잠겼다. "음… 뭔가 잘만하면 될 것 같아요." 그녀는 카일을 바라보았다.
카일은 릴리를 응시했다. "사실은… 릴리 씨를 존경했어요."
"에?" 릴리는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존경받는다는 것이 낯설었다.
카일은 자신의 스텔라 블레이드 1편 시절 과거를 릴리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때… 죄송했어요. 허락 없이 아지트에 있는 릴리 씨의 정비를 관찰만 했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제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슈트를 점점 만들어 나갈 수 있었고요. 하지만 역시… 제 경험만으로는 완성하지 못하고 있어요."
카일은 릴리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요, 릴리 씨."
릴리는 카일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 덜덜 떨었다. 감동받아서였다. 살면서 이렇게 존경받는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카일의 두 손을 맞잡았다. 눈에는 물기가 촉촉하게 맺혔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고마워요…"
카일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릴리는 거대한 슈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이름을 정했어요?"
카일은 턱을 잡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눈을 뜨고 말했다. "가디언…이요! 이름이 좀 이상하죠…"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릴리는 "좋은 이름이네요! 같이 해보죠! 가디언을!"
카일은 웃으며 "네!"라고 답했다.
그날부터 릴리와 카일은 함께 미완성 슈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릴리는 카일과 함께 작업하며, 그의 작업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며 기술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 나갔다.
자이온 알현실 지하 2층, 오르칼의 방 앞
묵직한 강철 테이블을 둘러싸고 이브와 만, 퀴엘, 샤엘, 그리고 수가 비장한 얼굴로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브의 뒤에는 스텔라가 언제나처럼 묵묵히 서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브, 입구 앞의 다리를 부수는 게 낫지 않을까? 적의 진입을 늦출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죽은 오르칼의 경호원이었던 만은 즉시 반대했다. "다리를 부순다면 아군 이동 경로가 차단될 수 있고, 자칫 고립될 수도 있다. 그건 너무 위험해."
이브는 턱을 잡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녀의 눈앞에 자이온 방어전 1차 때 수많은 파수대 대원들이 희생되었던 끔찍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손이 저절로 주먹을 쥐었다. '이번엔… 한 명도 죽게 할 수 없어.' 스텔라는 그런 이브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얼굴을 숙였다.
그때, 오르칼의 방에서 카야가 조심스럽게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혹시 물어봐도 될까요?"
이브는 고개를 돌려 카야를 보며 "카야?" 하고 나직이 불렀다. 그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카야… 그 자매 고물상 말인데…." 자이온 방어전 당시 네이티브와의 싸움으로 인근 마을(자매 고물상 포함)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브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카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알고 있어요… 천사 님…."
이브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혹시 마을도 신경 쓰이는 건가요?" 카야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배려가 느껴졌다. "아까까지 저분들(대피한 주민들)에게 여쭤봤거든요. 자기 집이 불타도, 무너져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브는 여전히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괜찮아요, 천사 님." 카야는 오히려 이브를 위로하듯 말했다. "천사 님과 스텔라 님이 진심으로 자이온을 지키는 것을 들었어요. 저희는 천사 님을 항상 믿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옆에 선 스텔라를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스텔라 님도 믿어요."
그때, 오르칼의 방에서 나온 주민들이 회의실 문가로 들어섰다.
"엔야? 왜 들어왔어?" 수가 엔야 옆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엔야는 수를 보고 이브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브님… 제 집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이브님과 스텔라 님이 항상 믿고 있으니까요." 옆에 선 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브. 괜찮아. 무너져도 다시 지으면 되니까… 이브를 믿고, 스텔라도 믿어."
카심은 두 손을 허리에 짚은 채 당당하게 말했다. "그웬 헤어 살롱은 괜찮으니까, 다시 지으면 되지! 천사! 언제든지 머리를 봐줄게." 그는 스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가씨도 머리를 봐줄게!"
록산느는 팔짱을 낀 채 단호하게 말했다. "마을을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는 대로 하면 돼."
라일과 그의 딸 아린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천사님… 우리 잡화점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옆에 있던 아린은 밝게 외쳤다. "우리 잡화점은 괜찮으니까, 천사님! 항상 믿고 있어요! 스텔라 님도요!"
D1G-g2r은 삐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삐빅-삐빅. 천사님! 우리 SPO-tt2r 에너지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천사님! 스텔라 님! 필요하시면 재료를 쓰셔도 됩니다! 워킹!"
그때, 활발한 소녀 하나가 고양이 별을 안긴 채 손을 흔들며 다가와 외쳤다. "천사님! 스텔라 언니! 잘 지냈어요? 우릴 신경 쓰지 말고 최선을 다 하셔도 돼요!"
고양이 별이 응원하듯 야옹!
옆에 하나의 엄마 소미가 미소 지으며 꾸벅했다.
이브는 그들의 진심 어린 말에 목울대가 메이는 듯했다. "너희들…."
그때, 알현실 지하 2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리암과 파수대 대원들, 그리고 스캐빈저들이 들어섰다.
리암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천사… 회의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 파수대 대원들과 스캐빈저들이 천사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
파수대 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천사님, 우릴 신경 쓰지 말고 명령대로 해주십시오."
스캐빈저들은 그 뒤에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천사님… 우린 파수대 대원만큼은 아니지만, 참전하고 싶어요… 지켜보기만 하면 괴로워서 가만있을 수 없어요…."
퀴엘과 샤엘은 비장한 표정으로 이브를 바라보며 경례하듯 자세를 취했다. "이브… 네가 믿는다."
모두의 시선(이브와 스텔라 제외)이 일제히 만에게 향했다. 만은 놀란 듯 사람들을 번갈아 보다가 이브를 바라보며 어떤 기억을 떠올렸다.
[만의 회상]
알현실 지하 2층, 오르칼의 방
이브 일행이 우주에 알파 코어를 찾으러 뒤돌아서 나갈 때였다. 오르칼이 만에게 말했다. "만… 천사가… 변했지 않나…?"
옆에 팔짱을 낀 채 이브 일행을 보던 만은 덤덤하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오르칼은 이브가 처음 만났을 때 차가운 면모를 보였는데, 어쩌면 따뜻함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텔라 덕분인가… 신기하군..'
오르칼은 '내가… 처음에 스텔라를 의심했었지… 이브와 릴리에게 들었던 그녀의 언니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그동안 의심했던 것이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만은 나가는 이브 일행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오르칼은 만에게 말했다. "만… 만약에 내가 없어도…."
만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오르칼은 고개를 들라며 만의 옆에 있었다. "자네 내 옆에 있지 않았나… 만… 내가 하는 걸 계속 보았으면서… 자네가 잘할 걸세…" 오르칼은 웃으며 말했다.
만은 오르칼을 바라보았다.
그 후 이브 일행은 오르칼의 방에서 검은 형체의 네이티브와 전투를 마친 후
오르칼의 방의 하이퍼 드라이브 안에서
죽어가는 오르칼 앞에 무릎 꿇은 심하게 부상당한 만이 슬픔에 잠겨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쥐고 있었다.
오르칼은 도착한 이브 일행을 보았다. 릴리(드론)는 "오르칼 님…!" 하고 외쳤다.
오르칼은 "…늦지 않게 도착했군…" 하고 말했다.
이브는 "이… 이건?" 하고 놀라 물었다.
스텔라는 약간 입을 벌리고 놀란 듯 오르칼의 모습을 보았다.
릴리(드론)는 "오르칼 님 몸이…." 하고 말했다.
오르칼은 "…이게 내 진짜 모습이라네." 하고 말했다.
릴리(드론)가 되물었다. "네?"
오르칼은 "난… 인간이 아닐세… 안드레-에이도스와 네이티브 그 첫 융합체… 말 그대로 최초의 알파 네이티브라네." 하고 고백했다.
릴리(드론)는 "그… 그런…." 하며 충격받았다.
오르칼은 "…과거의 난, 무수한 살상을 저질렀었지. 그런데 클로니 폴의 여파에 휩쓸려 죽어가던 나를… 사람들이 보살펴 주었네. …싸워야 할 의미를 잃어버린 순간이었지." 하고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알파의 힘을 봉인한 나는 지상에 남은 사람들을 규합해 자이온을 건설했네. 이들을 지켜주고 쉴 곳을 만드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마지막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었네만, 레이븐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네."
이브는 침묵했다.
오르칼은 "알파 코어는 전부 모았는가?" 하고 물었다.
릴리(드론)는 "하나만 못 구했어요…" 하고 대답했다.
이브는 "우주에서 잃어버렸어." 하고 말했다.
오르칼은 "그런 게로군… 고맙네. 내 역할을 하나 남겨줘서…" 하고 말했다.
만은 "오르칼 님! 안 됩니다!" 하고 소리쳤다.
오르칼은 만을 향해 손바닥을 뻗으며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은 입을 다물고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오르칼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스텔라를 보고, 릴리(드론)에게 "스텔라를 데리고 나가주겠나…." 하고 부탁했다.
릴리(드론)는 슬픈 듯 망설이다가 스텔라를 보고 말했다. "스텔라… 가자. 따라와…." 밖으로 이동했다.
스텔라는 릴리(드론)를 보다 오르칼을 뭔가 슬픈 눈으로 보았다.
오르칼은 그런 스텔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 "마음이 많이 놀랐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구나. 자이온을 지켜줘서.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이제 나가주겠나?"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일이 있어서 말이지...
스텔라는 그런 오르칼을 미리 애도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오르칼은 그런 스텔라를 보며 놀라며 미소 지었다. "고맙구나… 스텔라..."
스텔라는 뒤돌아 릴리(드론)를 따라갔다.
오르칼은 스텔라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가슴 속에 뚫어서 알파 코어를 뽑았다. 이브는 놀라며 일어났다.
"마침내 네 개의 코어가 이곳에 모였군." 공중에 뜬 알파 코어 네 개가 합쳐져 마스터 코어가 되어 이브에게 건네졌다. "…여기, 마스터 코어일세. 이걸 가지고 엘더를 만나게…."
이브는 오르칼을 슬픈 눈으로 보았다.
오르칼은 "그 뒤는 자네… 몫이야." 하고 말했다. 그는 만을 고개로 보며 마지막 말을 건넸다. "지금까지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다네… 만… 자이온을… 부탁하네…" 말하며 숨을 거두었다.
만은 "오르칼 님!!!" 하고 절규했다.
[만의 회상 끝]
만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르칼 님 말씀하신 대로 여기까지 왔군… 천사… 아니 이브라고 불러도 되겠지?"
그는 이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입이 살짝 벌어졌다가 닫히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 앞
알현실 지상 1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그곳에서 이브와 스텔라가 내렸다. 이브는 누군가를 보고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그곳에는 카일이 정비하고 있는 거대한 슈트가 있었다. 거대한 손으로 헬멧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브! 스텔라! 저도 싸울 수 있어요!" 릴리가 외쳤다.
이브는 살짝 입을 벌렸다가, 릴리의 굳은 각오에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잘 부탁해! 릴리!" 스텔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는 그들의 믿음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이 옆에 선 카일에게 향했다. 카일 또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릴리의 회상]
카일의 연구실에서
릴리는 자신의 도움으로 완성된 가디언을 망설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카일이 그녀의 옆에 서서 입을 열었다.
"릴리 씨! 릴리 씨가 타보는 거 어떠세요?"
릴리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에? 아니… 이건 카일 씨의 슈트인데요!"
카일은 부드럽게 웃었다. "알아요. 릴리 씨가 항상 우울해하는 걸 봤어요. 이브 씨와 스텔라 씨를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힘들어하는 걸요. 그러니… 이 가디언은 릴리 씨에게 가장 필요한 거예요."
카일의 진심 어린 말에 릴리는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릴리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릴리의 회상 끝]
릴리는 카일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아. 맞다. 스텔라! 할 말 있어." 가디언에서 내린 릴리가 말했다.
릴리는 스텔라에게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스텔라, 미안해. 특제 부츠는 고쳤지만, 슈트는… 시간이 상당히 걸려서 고치지 못했어…"
스텔라는 릴리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릴리는 고개를 들어 스텔라를 보았다. 스텔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끄덕였다. 그리고 미세하게 고개를 숙이며 눈으로 릴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으로 말했다. "괜찮아. 이것으로 충분하니 언제나 고마워."
릴리는 스텔라의 눈빛에서 진심을 느꼈다. 스텔라를 와락 포옹했다. 스텔라의 뺨을 장난스럽게 꼬집으며 "상냥해! 스텔라!" 하고 말하고는 스텔라의 얼굴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렸다.
[릴리의 회상]
자이온의 아담의 아지트에서.
릴리는 이브와 아담과 함께 '노란 눈의 소녀'의 태블릿을 통해 스텔라의 기억이 소거된 이유, 스텔라의 고통스러운 과거, 그리고 '우리 동생 스텔라를 부탁한다'는 유언을 듣고 알게 되었다.
푹신한 소파에 앉은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히 잠든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릴리는 촉촉한 눈으로 스텔라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이브에게 소곤거렸다. "안쓰러워요, 이브…"
이브는 안쓰러운 눈으로 스텔라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과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하고 중얼거렸다.
스텔라가 얼마나 오래 못 잤는지, 이브와 릴리의 손에도 여전히 입이 벌린 채 푹 자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아담은 스텔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동안 혹시라도 스텔라를 마더 스피어의 숨겨진 부하로 의심했던 것이 미안한 듯, 할 말을 잃었다. 그 후 그는 스텔라를 자주 보살피고 잘 대해주었다.
릴리는 계속해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릴리는 처음에 스텔라에게 존댓말을 썼었지만, '노란 눈의 소녀'의 유언을 통해 스텔라를 동생처럼 여기게 되면서 반말을 쓰고 보살폈다. 스텔라에게 자주 포옹하거나, 손잡거나, 볼을 꼬집기도 했다.
[릴리의 회상 끝]
"그리고 두 손으로 스텔라의 손을 잡으며 조심해! 스텔라!"
스텔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는 이브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스텔라, 가자!"
자이온의 입구에서
자이온의 입구에 도착한 이브와 스텔라. 이브는 다리의 종점에 무너져 내린 곳을 멀리 보았다. 그곳의 무너진 큰 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브는 스텔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스텔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스텔라는 고개를 들어 이브를 보았다.
이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와 네가 함께 있어보니까… '하나'를 구할 때와 대사막 폐공장을 생각나게 하네. 그때 처음으로 너와 함께했던 거 기억나지? 그치?"
스텔라는 기억이 난 듯 이브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미소 지으며 '스텔라… 모든 일이 끝나면 반드시 널 행복하게 해줄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다리 종점에 무너진 큰 돌이 떨어지면서 네이티브에 감염돼 조종당한 변이된 강하부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이체들은 자이온 입구를 향해 출발했다. 이브와 스텔라는 전투를 준비했다.
이브는 "준비됐어? 스텔라" 스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태세를 갖춘 이브와 스텔라는 다가오는 변이된 강하부대원들에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6화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