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자체는 간담회 보스 클리어 이벤트 보상으로 발매일에 받았지만, 조이콘이 망가져서 수리를 보냈기 때문에 오프닝 영상과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손가락을 빨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스팀 평가를 둘러보러 갔다가 '평가 복합적'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수리된 조이콘을 받고 게임을 직접 해 보니 씁쓸하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과 예산.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열의를 가진 제작진이라면 이런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고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소극적인 플레이를 강제하는 진행방식.
간담회 기념 리뷰에서 드러내지도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었던 멸망의 시계 발동조건은 던전의 모든 것을 처리해 '풀방을 도는' 것이었는데, 풀방을 돌려면 원정 한 번이 30분-1시간 이상 길게 늘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아주 비싼 식량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무리를 하겠다고 식량이나 기타 보급품을 적게 가져가거나, 고레벨 던전에 잘못 도전하면 식량보다도 더 비싼 파티원이 사망하게 된다.
원정 하나하나가 절벽길이고 조금만 실수를 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니, 플레이어는 새로운 대원을 육성하거나 고레벨 던전에 도전해서 새로운 장비를 얻기보다는 풀템을 둘둘 두른 고레벨 파티를 이끌고 가능한 한 낮은 단계 던전에서 만만한 잡몹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마치 1류 게임회사보다도 7급 공무원을 더 선호하는 오늘날 대졸자들처럼 말이다. 이런 진행은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이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전술을 갈고닦는 로그라이크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딱딱하게 제약된 기술 배치.
기술 종류는 꽤나 다양하지만, 초반부에는 파티원 영입이나 기술 세팅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
파티원이나 기술 세팅에 따라서는 최후열에서 죽치고 있는 몬스터를 두들겨 줄 방법이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 던전' 처럼 전열 몹을 처리하면 후열 몹이 앞으로 끌려오거나, 돈만 내면 기술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특히 더 와닿는 문제. 또한, 캐릭터의 기술들 역시 종류는 많지만 초창기 RPG처럼 구성이 투박하면서도 난잡하다. 회피/명중 디버프 중 하나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그림리퍼와 회피/명중 디버프를 동시에 거는 위치 프로스트☆바인드. 출혈회복 하나밖에 없는 시스터와 출혈+회복 부스트가 있는 음양사 등등 아예 상하관계에 있는 열화판 스킬들도 지나치게 많다.
낙인을 찍을 수 있는 캐릭터는 많지만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웨어울프 하나밖에 없거나, 도트 피해 스킬은 하나같이 계수가 낮아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등, 90년대 게임에서나 보일 법한 허술함이 많다. 이는 여러 변수를 통해 복잡한 전술적 도전을 추구하는 21세기 초의 유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난 이후에는 스킬들의 전면적인 리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MP 스톨링에 대해서.
MP 스톨링은 제작진 측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비전투 상황에서 MP 회복량을 높이는 패치를 했다고 하지만, 나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턴을 통째로 사용하는 방어 외에는 전투 중에 MP를 채울 수단이 없다는 것. 파티원의 MP가 바닥나는 '공세종말점'이 오면 방어와 기술을 번갈아가며 쓰며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전투가 정말 길고 재미없게 늘어지게 된다. 전투 외 패널티(탐험당 사용회수 제한, 멸망의 시계 카운터, 만복도/광원 소모 등이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로 전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MP를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추가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기타 등등
시연회 버전에서는 도주시 몬스터가 스턴 상태에 빠졌는데, 정식판에서는 이를 없애 버렸다. 따라서 특정 탐색 스킬(과 만복도)가 없으면 다시 잡힌다. 이래서는 전투 도주가 의미가 없다. 특히 마비를 거는 몬스터에게서 도망치면 마비 때문에 못 움직이고, 마비가 풀리는 다음 턴에 다시 잡힌다. 플레이어는 제갈량에게 칠종칠금을 당하는 맹획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된다.
캐릭터 대사 패턴이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으며, 턴이 왔을 때 외치는 대사 과반수가 '내 실력을 보여주마'로 일관(웨어울프, 로닌, 위치, 음양사, 팔라딘)되어 있던 점은 몹시 아쉬웠다. 비싼 성우까지 썼는데 좀 다양한 대사를 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 던전' 에서 캐릭터가 여러 상황(치명타, 캠핑, 붕괴 상태 등등)에서 하는 다양한 대사로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과 대조되어 특히 더 그랬다.
원래는 게임을 완전히 클리어하고 쓸 예정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스팀 평가 복합적' 에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빨리 문제들이 수정되어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IP보기클릭)211.197.***.***
(IP보기클릭)183.100.***.***
광역회복도 계륵처럼 느껴지는 게, 광역회복 효과를 보겠다고 방치하기에는 출혈딜이 너무 셉니다. 출혈 저항이라도 같이 올려주면 모를까. | 19.10.14 13:04 | |
(IP보기클릭)175.223.***.***
그니까요. 출혈 해제 범위가 늘어나서 더 많은 캐릭의 출혈을 해제할 수 있어요. | 19.10.14 13:36 | |
(IP보기클릭)183.100.***.***
그것도 출혈 해제범위가 십자형이 되는 4레벨부터 좀 쓸모가 있어지는데, 거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해 보면 영 좋질 않죠. | 19.10.15 12:09 | |
(IP보기클릭)218.157.***.***
(IP보기클릭)183.100.***.***
얼리는 중소개발사가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개발중인 게임을 미리(얼리) 내놓는(액세스) 것이라, 대기업 크래프톤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도 얼리였으면 욕은 훨씬 덜 먹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19.10.14 13: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