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관
용이 해양 플랜트 작업 관련으로 떠난 지 몇 주가 흘렀다.
“끙…….”
설마 이런 문제로 골치를 썩일 줄이야. 나는 패드에 떠 있는 수많은 신청서 목록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다.
“또 고민하시는군요, 폐하.”
“아르망…….”
“부관을 정하시는 건 어디까지나 폐하의 뜻.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내치시면 됩니다.”
“아니, 그래도……. 이미 할 준비 만만인 애들한테 어떻게 그래?”
매정하게 말이야. 내가 곤란해 하며 손이 놀고 있을 동안 아르망은 내게 말참견을 간간히 하면서도 척척 업무를 처리해내고 있었다. 혹시 손에 뇌가 두 개쯤 더 달려 있는 건 아닐까?
“제 뇌는 하나뿐이랍니다.”
“엑, 내 생각 읽었어?”
“그런 기능은 없습니다. 하지만 폐하의 일은 이제 쉽게 예측할 수 있답니다.”
아르망이 작게 웃더니 정리된 문서부터 차례로 내게 건네주기 시작했다. 와, 오늘도 역시 많구나. 각 지휘관들에게서 1차, 아르망에게서 2차로 걸러서 오는 건데도 엄청난 양이 밀려들어왔다. 휴우, 어찌 됐든 일할 시간이다. 일단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아르망, 이것부터 좀 도와줘.”
“네, 폐하. 우선 첫 번째 안건부터 보시면…….”
그렇게 아르망과 나는 업무 속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내가 옆으로 밀어 둔 안건에는, ‘부관 순번제 건의안’이라는 제목의 서류가 무수한 바이오로이드들의 서명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다.
***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평안하셨는지요, 폐하. 아르망, 다시 폐하의 곁에 설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하하, 아르망. 또 엄청 부려먹게 생겼네. 한동안 신세 좀 질게.”
“폐하를 돕는 게 바로 제 기쁨입니다. 이전의 ‘무적의 용’ 님처럼 말이죠, 후후.”
“…….”
“후후후.”
생글생글 웃는 아르망. 근데 분위기는 안 웃고 있었다. 화났구나……. 하긴 이전부터 쭉 부관 해오다가 용이 합류하면서부터 내가 용에게 부관을 시켰으니 아르망 입장에선 서운할 만도 했다.
아니 근데 그동안 충분히 일해줘서 좀 쉬라고 한 의미도 있고, 그래도 아직 어린애인데 맨날 밤늦게까지 혹사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안 좋기도 하고…….
“폐하께서 저희를 아끼시는 마음은 정말 잘 알고 있으나, 제 앞에서까지 마음을 숨기실 필욘 없으십니다.”
“끙, 그래. 용하고 같이 있을 시간 많이 벌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어. 미안해, 아르망.”
“그 마음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분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단지 제 앞에서 마음을 숨기시는 게 서운해서 그렇습니다.”
아르망이 쓴웃음을 짓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연산에 최적화된 아르망은 거의 미래 예지가 가능할 정도의 연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저번 ‘세인트 오르카’ 때 신세를 엄청 크게 지기도 했으니까……. 아마 아르망이 서운하다는 건 자기 연산과 내 행동이 어긋날 때 서운하다는 것일 터였다.
아마 아르망에겐 그게 소소한 자부심 중 하나겠지.
“다음부턴 안 숨길게, 약속이야.”
“감사합니다, 폐하. 믿겠습니다.”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냐?”
“보이니까요.”
아하, 벌써 예지한거구나. 아르망은 기분이 훨씬 나아졌는지 방긋방긋 웃으며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엑, 오늘 처리해야 할 일. 벌써 다 정리 끝냈구나……. 슥 훑어보니 다행히 큰일은 없다. 빨리 끝낸다면 오늘은 그 뒤론 별일 없을 것 같다. 다행이다. 복귀 첫날부터 밤샘시키진 않아서.
똑똑
그때 누군가가 사령관실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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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망은 14살밖에 안 됐어요! | 20.09.10 14: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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