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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와줄 게 대체 뭔데?”
공방 옆에 딸린 응접실 비슷한 곳에 용을 밀어 넣어둔 나는 오드리에게 따지듯 물었다. 오드리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미안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사령관. 사령관에겐 물론 미스 드-하고에게도 좋은 일이 될 테니까.”
“그거 진짜 기대되네.” 방금 전 있었던 난리를 떠올리자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 정말이라니까요? 자, 보세요. 쟈잔~”
오드리가 휘장을 쫙 걷으며 보여준 건 옷이었다. 아니 뭐 당연히 옷이겠지만……. 문제는 휘장을 반만 걷어서 한 쪽만 보인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걸린 건 이전에 레오나가 가져왔었던 남성용 정장이었다. 물론 모양만 비슷하다는 거지 뭔가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이쪽이 훨씬 위였다. 마치 장인이 한땀한땀 열을 내며 마감질한 듯한 느낌으로……. 아, 오드리가 만들었을 테니 장인이 만든 건 맞겠구나.
“진짜 멋지네. 나 주는 거야?”
“사령관 말고 남자는 없으니 당연하겠죠? 어머, 후후…….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가벼운 조크에요. 당연히 사령관을 위해 만든 거랍니다. 세세한 치수는 물론이고, 사령관의 취향, 피부에 닿는 마감 처리 등등. 입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지실 거예요. 자, 어서 입어보세요.”
“도와달리는 게 이거였어?”
난 좀 어이없는 목소리가 되물었지만 줄자에 시침핀까지 든 채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는 오드리를 보고 입을 닫아야 했다. 소완 왈,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던가. 그럼 오드리 입장에선 자신이 가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옷을 입혀 주고 싶을 터였다.
“사령관에게 좋은 옷이 없었다는 게 늘 맘에 걸렸거든요. 그 전에는 전투다, 파티 준비다 뭐다 해서 사령관의 옷을 만들 짬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마침 좋은 모델이 있기도 하고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죠!”
“그래, 이런 차림 보여주면 좋아하긴 하겠네…….”
그래도 굳이 도발할 필요까진 없지 않았나, 싶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가지고 뭐라 하기도 그랬다.
“보여주기만? 어머, 사령관. 제가 미스 드-하고를 단순히 제 빠숑 스테이지의 관객으로 모실 거였다면 이 자리에 부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오드리는 내게 아직 멀었다는 듯 손가락을 흔들며 다른 쪽 휘장을 걷었다. 그리고 내 입은 딱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령관의 표정을 보아하니 제 판단이 맞았단 확신이 커져서 기분이 좋네요.”
“아니, 하지만……. 굳이 이렇게 부를 필욘 없었잖아. 그냥 와 달라고 해도…….”
“사령관, 전 최고의 작품을 원해요. 제 최고의 작품의 핵심은 바로 당신이고요. 그런데 그런 작품의 장식이 될 분을 아무나 데려와선 안 되겠죠?”
오드리가 느긋하지만 좀 사무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대체 그녀가 어떤 기준으로 용을 도발했는진 아직도 미지수다. 그런 나를 보고 오드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옷을 입혀 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 옷만이 아닌 그 옷을 입은 상황 자체도 제 작품으로 봐요. 자, 어쨌든 이리로 오세요. 상대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아차, 밖에 용이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별 수 없이 오드리의 도움을 받아 옷을 입어야 했다. 오드리의 정성도 정성이었지만…….
나도 남자인데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진 모습 정돈 보여주고 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