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너머에서 고양이 귀를 쫑긋거리며 페로가 걸어 나온다.
특유의 도도한 고양이 발걸음과 매혹적인 눈웃음.
입고 있는 분홍 비키니의 가슴 부분에는 고양이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며 무대 끝에 도착한 페로는 사령관을 지그시 바라본다.
양손을 고양이 손처럼 쥐고 얼굴 옆에 가져다 놓는다.
"주인님은 내가 가질 거다. 냥!"
심장을 강타하는 냥냥어택에 사령관은 그만 책상에 쓰러지고 만다.
당연히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고양아!"
오히려 무대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붉은 천막을 가르고 블랙 리리스가 켈베로스 셋을 질질 끌며 무대 위로 등장한다.
"어어. 블랙 리리스 씨! 무대 위로 올라오시면 안 돼요!"
자신을 막으려는 스프리건을 총을 위협하면서 페로에게 다가간다.
스프리건은 사령관을 바라보며 이 상황을 처리해주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사령관은 해롱해롱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령관을 대신하여 무적의 용이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고양아! 네가 왜 여깄어?"
붙잡고 있던 켈베로스를 완전히 뿌리친 리리스가 페로와 마주 선다.
"날 도와주는 거 아니었어? 왜 대회에 참가한 거야?"
리리스는 울기 직전의 표정을 짓고 있다.
페로는 그런 맏언니의 모습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다.
"언니.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페로는 리리스의 두 손을 붙잡고 입을 연다.
"유일한 인간이신 주인님의 곁을 노리는 바이오로이드는 참으로 많아요."
침착하게 설명을 시작하는 페로.
리리스는 아무 말 없이 페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도 말이죠. 언니는 너무 느려요. 주인님을 사랑한다고만 말하고 노력은 하나도 안 하죠."
"아니. 그게 나도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페로는 리리스가 대답을 하게 두지 않는다.
"그래서요? 주인님과 같은 침대에 누우신 적이 있나요?"
리리스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렇게 늦장을 부린다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주인님의 곁을 차지할 거에요."
페로는 리리스의 손을 놓고 지나쳐 천막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작게 속삭인다.
"제가 차지하거나요."
페로는 도도한 발걸음을 옮겨 무대 뒤로 사라진다.
스프리건은 인터뷰를 위해 붙잡지 못한다.
무대 위에 남은 리리스는 굳어버린 몸을 천천히 돌린다.
"고양아! 그게 무슨 말이야!"
리리스는 크게 소리치며 페로가 떠나간 곳으로 달려간다.
"말 그대로 캣-파이트의 현장이네."
그사이 정신을 차린 사령관이 방금 현장을 한 단어로 일축한다.
"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군."
"둘 다 서로를 아끼니까 금방 화해할 거야."
리리스와 페로를 잘 알고 있는 사령관이 말한다.
"스프리건 계속 진행해 줘."
"네! 그럼 자음 참가자를 모시겠습니다. 미스 수영복 대회의 마지막 참가자! 열한 번째 참가자는! 바로!"
무대 뒤에서 북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개합니다! 매지컬 뽀끄루!"
붉은 천막이 화려하게 열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뽀끄루의 모습이 드러난다.
천 조각 하나 없이 부적이 가슴과 국부를 겨우 가린다.
뽀끄루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몸을 가리지 않는다.
"어……. 저거 수영복 맞지?"
사령관은 뽀끄루의 수영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차마 뭐라 말할 수 없는 디자인이다.
뽀끄루는 경악에 젖은 침묵을 이겨내고 무대 위를 걷는다.
얼굴을 가리는 손은 치우지 않고.
무대 끝에 도달한 뽀끄루는 슬며시 손을 내리고 사령관을 바라본다.
"사장님……. 저 어때요?"
부끄러움을 무릅쓴 뽀끄루의 질문에 사령관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정말 최고야."
곧 미호가 사령관의 뒤통수를 후려치지만, 엄지손가락은 꺾이지 않는다.
"그럼 전 이만!"
뽀끄루는 재빨리 몸을 돌려 무대를 달려나간다.
안타깝게도 스프리건에게 앞길이 막힌다.
"마지막 참가자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죠! 뽀끄루 씨! 왜 그런 복장을 하고 참여하셨나요?"
뽀끄루는 빨개진 얼굴로 더듬더듬 설명을 시작한다.
"그게…. 백토 씨가…. 사장님과…. 이어주는 부적이라고……."
"결국, 사령관님과 이어지고 싶다는 거군요!`
스프리건의 말에 뽀끄루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들어가도 되나요?"
여름 태양보다 붉은 얼굴의 뽀끄루가 질문한다.
"네. 이제 들어가셔도 돼요."
스프리건의 대답에 뽀끄루는 재빨리 무대 뒤로 달아난다.
"자! 지금까지 매지컬 뽀끄루였습니다!"
브라우니들이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것으로 대회의 모든 참가자를 만나 보았습니다. 이제 대회의 우승자를 뽑을 시간만 남았습니다!"
스프리건은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사령관과 두 부인을 바라본다.
"우승자는 정해지셨나요?"
사령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지금부터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총 열한 명의 참가자 중 사령관의 세 번째 부인이 될 바이오로이드는 누구!"
- #5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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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미스 수영복 선발대회의 우승자를 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댓글로 번호 또는 이름을 남겨 주세요. 약칭도 가능합니다.
1. 스프리건
2. 블러디 팬서
3. 시저스 리제
4. 블랙 리리스
5. 네레이드
6. 발키리
7. 피닉스
8. 나이트 앤젤
9. 메이
10. 페로
11. 뽀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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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워킹도 하지 않은 리제! | 20.08.22 21: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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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고 했었는데 페로랑 겹쳐서 빠졌습니다. 저는 페로가 더 좋습니다. | 20.08.22 2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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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리리쮸가 조아요? 아니면 나쁜 리리쮸가 조아요? | 20.08.22 23:51 | |
(IP보기클릭)180.66.***.***
착한 맛이든 나쁜 맛이든 어느 쪽이든 리리쮸 아니겠슴미까 둘다 조습니다 | 20.08.23 0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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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진 선택이십니다. | 20.08.23 0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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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 좋아하는 사람 많네. | 20.08.24 06: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