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레오나는 흐르는 땀을 닦았다. 땀을 닦는 동안 레오나의 입은 불평을 멈추지 않았다.
“진짜 이 섬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섬이야? 너무 더워...”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북방의 추운 지역에서 활약을 전제로 만들어진 집단이기 때문에 몸에 지방이 많고 열 배출이 별로 좋지 않았다. 도대체 과거의 레오나는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지대에서 어떻게 활약을 한 것일까?
하지만 더위 탓만 하기도 뭐한 것이. 이건 어느 정도 레오나의 탓도 있었다. 엘븐 포레스트메이커의 다이어트 용 우유라는 말에 낚여 10kg이상 지방이 불어나. 몸의 열 배출이 더 더뎌졌기 때문이었다.
“그 엘프... 다음번에 만나면 총살시켜버리겠어.”
여자의 몸무게를 늘어나게 만든 죄는 무겁다. 레오나는 더위 때문에 몰려오는 짜증과 분노를 엘븐 포레스트메이커를 날카롭게 세웠다. 그렇게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를 토해대다가.
발할라 소속, 그렘린의 방의 에어컨이 빵빵하다는 정보를 떠올렸다. 너무 더운 나머지 그녀가 더 시원해지도록 개조를 했었다고 했었나? 그녀는 더위와 땀에 눅진해진 몸을 이끌고 그렘린의 방으로 향했다.
“...야! 아니, 왜 그딴 쓰레기를 픽하는데!”
한 동안 걸어가 그렘린의 방에 가까워지자. 그녀의 열린 방문 사이에서 시끄러운 게임소리와 함께 그렘린의 분노어린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 쟤는 게임 좀 줄이라니까... 도대체 왜 저리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게임을...’
“아니 도대체! 왜 레오나같은 쓰레기를 픽하는데!? 너 브지? 브냐? 이 지능이 보리만도 못한 게!”
레오나라는 이름에 순간 방으로 향하던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레오나..? 지금 레오나라고 한 건가?
“진짜! 내 승급전 망치려고 작정했냐고오오오오!!! 야이 보리만도 못한 년아아아! 너 만들어질 때 유전자 씨앗에 문제 있어? 어!? 유전자 배양기에 유전자 씨앗이 아니라 개똥을 넣고 만들었냐!? 그래서 개똥같은 레오나를 픽한 거야? 아 그렇구나! 그래서 똥캐를 그렇게 사랑하시는 구나?! 아 도대체 왜 똥 찌그레기같은 얘를 왜! 왜 픽하는데에에!!!”
에, 에이 설마 나를 부르는 건 아니겠지. 레오나는 철저한 자기부정에 들어가며 자신도 모르게 그렘린의 방문에 조용히 걸어가 슬쩍 그녀가 게임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렘린은 레오나가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욕설을 입에 담으며 분노를 담아 키보드를 부서질 듯 두들겼다. 그녀가 바라보며 분노를 토해내는 화면에는 아름다운 금발이 찰랑거리며 권총을 들고 있는 게임 캐릭터가 보였다.
그렇다, 그녀 자신. 철혈의 레오나라고 적힌 화면을 보며 그렘린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니이이!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를 하고 싶으면 사기캐인 발키리를 하라고오! 딜도 좋고 생존력도 좋은데! 왜 딜도 안되고 탱도 안되고 서폿도 안 되는 결함 그 자체인 레오나를 왜! 왜 하냐?! 어?! 너 인성 문제있어?! 차라리 마리를 픽하라고! 마리를! 그것도 아니면 무용이를 픽하던가! 안정적인 OP캐릭터 놔두고 방사능 찌꺼기 같은 캐릭을 왜 픽하는데! 이 대가리가 토모보다 못한 년아아아아아!!!!”
이윽고 픽 화면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자. 그렘린을 울분을 참으며 플레이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레오나는 떨리는 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몰래 게임 플레이를 지켜보았다.
“아... 아아아아! 진짜...! 진짜... 왜 레오나같은 거어어얼! 레오나는 픽=트롤이라고! 매칭 시스템 왜 이래 진짜... 나 골드... 골드 가고싶다고오오오!!! 이... 빌어먹을!!!”
-퍼스트 블러드!
게임 속의 아나운서가 경쾌하게 외쳤다. 그렘린은 그 화면을 보며 분노에 차 가슴을 팍팍 쳤다. 거기엔 레오나의 게임 캐릭터가 정말 꼴사납게 누워 있었다.
-...실수일 뿐이야.
“실수는 개뿔! 네가 만들어진 게 실수겠지이이이!!! 제발 유전자 씨앗으로 돌아가라! 이 더러운 사탄아!”
레오나의 게임 캐릭터가 되살아나고 도도하게 실수일 뿐이란 대사를 치자. 그렘린은 분노에 차 키보드를 쾅하고 내려쳤다. 그렇게 20분 정도 게임이 이어지고 결국 그렘린의 게임은 처절하게 패배했다.
그렘린이 플레이한 신속의 칸의 스코어는 15킬 2데스 9어시라는 어마어마하게 캐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였지만. 그녀의 억제기라 할 수 있는 레오나의 스코어는 0킬 28데스 3어시. 정말 말도 안 되는 트롤 덕분에 패배했다.
레오나를 픽한 사람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바로 나갔다. 그리고 상대편은 승급전을 떨어진 그렘린을 신나게 놀리기 시작했다.
-나무가너무조아: ㅋㅋ~ 승급전 떨어졌죠~ 실따기~ 실따기~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쿵쿵따리 쿵쿵따!
-우주체강탑돌이: 이 라인전도 발린 ㅈ밥 새끼가! 야, 너 번호 까! 제조 번호 까라고! 내가 너 찾아간다! 너 찾아간다고 이 개...
-나무가너무조아: 응~ 네, 다음 씰딱이~ 나는 골든데~ 어유 은색 넘나 촌스럽고~ 그래서 님 티어가? 실따기~ 실따기~ 신나는 노래~
온갖 욕설로 점철된 키보드 배틀을 뜨던 그렘린은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쳤고. 키보드 하나를 박살냈다.
“아, 진짜 정신병자 겜! 허흐흐흐흙...! 내 골드! 내 골드으으으.... 진짜 레오나 삭제 좀! 과학 그 자체네 과학 그 자체야! 패배의 과학 그 자체라고오오!!! 차라리 저번 버전으로 업데이트 할 걸! 저런 똥찌꺼기같은 거 없는 버전으로 업데이트 할걸 그랬어!”
한동안 레오나에 대한 욕이란 욕을 다 내뱉던 그렘린은 너무 열이 뻗쳤는지 냉장고로 향해 물을 꺼내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다가 자신의 방문이 살짝 열린 걸 확인한 그렘린은 짜증을 내며 문을 닫기 위해 문 가까이 다가섰고.
“푸흐으으으읍!!!”
문틈 사이로 자신을 노려보는 레오나의 눈동자를 확인하고 그대로 물을 뿜었다. 레오나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며 그렘린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뭐 됐다는 걸 깨달았다.
“저, 저기 대장... 이, 이건 게임 캐릭터 이야기일 뿐이에요. 저.. 저는 대장한테 절대 불만 없어요... 게임 캐릭터에 너무 감정 이입하지 마세요... 스... 스틸라인 온라인에선 저도 똥캐라고요! 뉴비가 잠깐 하다 버리는 캐릭터에요! 하, 하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니까요... 아, 아셨죠?”
처절한 변명에도 레오나의 악마처럼 일그러진 얼굴에 깃든 살기를 깨달은 그렘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 동안, 그렘린의 방에선 그녀의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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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인 온라인이 묘사가 살짝 롤 같아서. 롤 했던 경험을 살짝 되살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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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서폿들이 활용 못하면 짐덩이가 되는 경우가 많긴 하죠;; | 20.08.22 15: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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