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참가자 나와 주세요!"
붉은 천막이 양옆으로 열리고, 하얀 비키니를 입은 바이오로이드가 걸어 나온다.
"아머드 메이든의 대장! 제 상관이기도 한 A-1 블러디 팬서!!!"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보다 더욱 큰 목소리다.
스프리건의 손짓에 따라 블러디 팬서가 무대 위를 걷는다.
가슴과 국부를 겨우 가리는 반들반들한 하얀 비키니.
아주 작고 속이 비쳐 보인다.
단정하게 정리된 단발과 주황 선글라스.
평소의 강직한 모습은 온대 간대 사라지고 하나의 여성이 나타난다.
"완전 멋지시네요! 우리 대장님 이번 대회를 준비하느라 제모를 했다는 말도 있어요!"
곧바로 날아온 수건이 스프리건의 입을 막는다.
"이게 뚫린 입이라고."
블러디 팬서는 콧방귀를 뀌고 무대를 마저 걷는다.
끝에 도달해 사령관을 보고 손을 흔드는 것까지 잊지 않는다.
사령관은 그런 모습을 보고 헤실헤실 웃는다.
"코피 흘리게 생겼네?"
미호의 말도 들리지 않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브라우니들의 열렬한 환호성과 함께 블러디 팬서는 스프리건의 곁으로 돌아간다.
"네! 드디어 이번 대회 첫 인터뷰입니다! 대장님. 어떤 심정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셨나요?"
스피리건이 마이크와 함께 수건을 건네준다.
블러디 팬서가 수건을 받아들며 마이크에 대고 대답한다.
"당연히 사령관의 옆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가 있죠."
미호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진다.
무적의 용도 표정이 편하지만은 않다.
"인터뷰를 더 진행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끝내겠습니다."
"벌써 끝이야?"
고작 질문 하나만 했는데 끝이라니.
"뒤에 순서 엄청 밀려 있어요. 그러니 지금까지 A-1 블러디 팬서 였습니다!"
더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듯 스프리건이 소리친다.
블러디 팬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열려 있는 붉은 천막 뒤로 사라진다.
"그럼 바로 다음 참가자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스프리건이 크게 외치자 브라우니들이 소리친다.
"페어리 시리즈의 시저스 리제!"
곤충의 날갯짓 소리와 함께 리제가 천막 뒤에서 솟구친다.
날개를 파닥거리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무대를 향해 급하게 내려온다.
스피리건의 앞에 리제가 멈춰 서자 몰고 온 바람이 스프리건의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휘날린다.
"히히. 햇츙. 너도 주인님의 눈을 어지럽히는구나."
붉은 하이레그 수영복을 입고 있는 리제.
가습과 국부의 찢어진 부분이 하얀 무언가로 가려져 있다.
"어. 음…. 수영복 맞는 거죠?"
그 모습에 의문이 든 스프리건이 리제에게 묻는다.
리제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날카로운 가위를 꺼내 스프리건을 향해 겨눈다.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리제는 눈에서 붉은빛을 번뜩이며 스프리건을 쏘아본다.
위압감을 이기지 못한 스프리건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히히 햇츙.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스프리건은 공포에 질려 딸꾹질을 시작한다.
"가끔 나도 리제 양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소."
무적의 용의 고백에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리제는 확실히 무섭지."
스프리건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관객석을 가리킨다.
리제가 뿜어내는 기운에 마비된 관객들도 몸을 떨고 있다.
"일단 무대로 나가심이 어떨까요?"
목소리에도 공포가 잔뜩 담겨 있다.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리제는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겁에 질린 스프리건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번뜩이는 광기를 표출한다.
"도와주세요!"
공포를 참지 못한 스프리건이 소리 지르자, 무대 뒤쪽에서 켈베로스 여러 명이 걸어 나온다.
스파크가 파직 거리는 진압봉을 들고 조심스럽게 리제에게 다가간다.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주인님은 내 꺼야."
켈베로스들이 나타난 것도 모르는지 리제는 스프리건을 계속 압박한다.
"나쁜 사람 발견! 제압한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켈베로스가 소리치며 리제에게 달려든다.
위기를 느낀 리제가 날아오르려 했지만, 켈베로스의 진압봉이 더욱 빨랐다.
온몸을 관통하는 전기충격에 리제가 바닥에 쓰러진다.
"이이! 해츙!!!"
뭔가 말을 더 꺼내려 했지만, 켈베로스가 진압봉으로 두들겨 주자 입을 꾹 다문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공포에서 벗어난 스프리건이 켈베로스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럼 대회 잘 진행하세요."
켈베로스들이 쓰러진 리제를 바닥에 끌며 무대 뒤로 퇴장한다.
조금 마음을 가라앉힌 스프리건은 다시 관중들을 향해 돌아선다.
"조금 사고가 있었지만, 대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참가자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라우니들은 의구심 따위 느끼지 않고 그저 좋아라 환호한다.
"이번에 소개할 참가자는 컴패니언 시리즈의 맏언니자, 사령관의 경호대장인 블랙 리리스입니다!"
스피리건의 소개에 브라우니들이 박수를 치며 블랙 리리스를 반긴다.
"왠지 컴패니언 자매들이 보이지 않더라니."
미호는 자극적인 수영복으로 사령관의 마음을 홀리려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를 보고 한숨을 쉰다.
"다들 리리스를 도와주러 갔어."
그렇게 말하며 사령관은 다시 무대에 집중한다.
"나와주세요! 블랙 리리스!"
스프리건의 외침과 함께 리리스가 천막 뒤에서 앞으로 걸어 나온다.
중요 부위를 겨우 가리는 기다란 천.
흔히들 슬링샷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런 수영복이다.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몸을 감고 있는 저 밧줄이리라.
"우와."
리리스의 수영복을 본 스프리건은 말을 잃고 입을 벌린다.
리리스는 그런 스프리건을 지나쳐 무대를 걷는다.
관객석의 브라우니들이 숨을 죽이고 리리스의 모습을 바라본다.
고혹적인 걸음걸이와 매혹적인 눈빛.
그 모습을 본 사령관은 침을 꼴깍 삼킨다.
무대의 끝에 다다른 리리스는 사령관을 향해 손짓한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술을 혀로 핥는다.
"주인님. 나의 사랑하는 주인님. 당신의 옆자리는 반드시 제가 쟁취하겠어요."
사령관의 두 부인에 대한 강한 도발을 남긴 리리스.
리리스는 그대로 몸을 돌려 무대 뒤쪽으로 걸어간다.
"저기요. 리리스 씨. 인터뷰하셔야 되는데…."
붙잡는 스프리건의 말에도 리리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무대 위에 홀로 남은 스프리건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네 명의 참가자를 만났는데 인터뷰는 한 번밖에 못 했다.
뭔가 상당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숨기며 스프리건은 대회를 진행하기로 한다.
"다음 참가자를 소개하겠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네요. 호라이즌의 멤버입니다! AG-1 네레이드!"
스프리건의 외침에 놀란 사령관이 옆자리의 무적의 용을 바라본다.
"네리도 참여한 거야?"
사령관의 물음에 무적의 용이 은은하게 미소 짓는다.
"서방님께 말하지 않은 것은 용서해 주시오. 그저 나는 네레이드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을 뿐이오."
딱히 나무랄 생각이 없는 사령관은 말없이 무대 위로 뛰쳐나오는 네레이드를 바라본다.
"네리네리 등장!"
골반이 드러나는 푸른 경기용 수영복을 입은 네리가 기다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무대를 가로지른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머리카락이 스프리건의 안면을 때리고 지나간 것은 사령관만이 보았다.
두다다다 무대를 달려온 네레이드다 끝에 멈춰 서서 사령관을 바라본다.
"사령관 안녕!"
힘차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사령관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미호랑 무적의 용 함장님도 안녕!"
이제는 양팔을 흔들며 사령관의 두 부인에게도 인사한다.
무적의 용은 온화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주지만, 미호는 팔짱을 끼고 네리에게 눈을 흘긴다.
"무적의 용은 세 번째 부인이 부하여도 상관 없나 봐?"
비꼬는 듯한 말투에도 무적의 용은 잔잔한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어차피 서방님은 인류의 부흥을 위해 많은 여인과 관계를 해야 하오. 기왕이면 내가 아는 사람이 좋지 않겠나."
사령관의 두 부인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네리는 몸을 돌려 스프리건에게 걸어간다.
드디어 돌아온 인터뷰 시간에 스프리건이 네리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댄다.
"네리 씨.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목적이 무엇인가요?"
"함장님이 참가해 보라고 했어! 여기서 1등 하면 사령관이 귀여워 해준다고 했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한 대답에 스프리건이 잠시 할 말을 잊는다.
"사령관에게 반지를 받는다는 게 무슨 의미신지 아시죠?"
스프리건의 질문에 네리가 눈을 반짝인다.
"사령관이랑 재미난 놀이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스프리건은 이 순진한 바이오로이드를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심사위원석을 바라본다.
"괜찮소. 그대로 진행하시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사령관의 질문에도 무적의 용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아무런 문제 없으니 걱정은 접어두시오. 서방님."
무적의 용도 생각이 있겠지. 그런 속 편한 생각을 한 사령관은 스프리건에게 진행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답을 들은 스프리건은 네리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싹 지운다.
"자! 지금까지 AG-1 네레이드였습니다!"
그저 다음 참가자를 부를 준비를 할 뿐이다.
"안녕! 잘있어!"
네리는 마지막으로 관객석에 인사를 하고 붉은 천막 뒤로 사라진다.
"그럼 다음 참가자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여섯 번째 참가자 나와주세요!"
- #3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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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가 리제 수영복을 봤으면 뒷목 잡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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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가 리제 수영복을 봤으면 뒷목 잡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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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실에 가 있느라 못 뵈서 다행입니다 | 20.08.21 21: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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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는 수영복이 없어요 | 20.08.22 08: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