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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
“각하!”
“응…….”
“…서, 서방님?”
“으어으응?”
잠이 확 깨네.
마지막 꺼가 임팩트가 좀 크긴 했나보다. 나는 발딱 고개를 들고 애써 안 잔 척 했다. 내가 이러면 보통은 넘어가 줄 거다. 보통은…….
“깜빡 졸았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아무 얘기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내 앞에 있는 흰 제복의 아리따운 숙녀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얼굴을 붉게 물들인 그녀는 태블릿을 조작하더니 내 앞으로 슥 내밀었다. 윽, 이건…….
“저번에 저와 서약하실 때 말씀하셨죠? 업무 중에 세 번만 졸면 그날 업무는 모두 물리고 휴식을 취하시겠다고. 아까 하나 봐 드린 걸 넘어간다 치더라도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어서 쉬세요.”
“아니, 이것만 하고…….”
진짜 이것만 하면 된다! 그래야 내일이 편하다고! 난 재빨리 태블릿으로 손을 뻗었지만 아무래도 순발력으론 현역 바이오로이드들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하물며 그게 내 앞에 있는 무적의 용쯤 된다면, 아마 나는 브라우니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대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그건 그거고!
“잠깐만 줘 봐!”
“안 됩니다.”
하지만 용은 별 힘도 안 들이면서 내 손을 피하더니(솔직히 오기로 뺏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태블릿을 치마 뒤편에 슥 하고 밀어 넣었다. 헉, 이건 유미가 가끔 보여줬던 드라마에서 여직원들이 하는…이 아니고, 과연 거기까지 간다면 끌어안지 않는 이상 빼낼 도리가 없었다.
나는 양손을 든 채 엉거주춤 눈앞의 숙녀만 바라봤다. 잠시 우리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진정 제가 서방님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이라도 흘려야겠습니까? 절 걱정시키셔야지만 속이 시원하십니까? 아니면 저번처럼 다른 분들까지 대동해 와서 또 억지로 침대에 눕혀 드릴까요?”
“윽.”
나왔다. 용의 필살기. 저번에 용이 합류한 직후 조금 현기증 좀 났다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저 말을 들어왔다. 하필 용의 앞에서 쓰러…아니 비틀대서, 용이 직접 닥터에게 데려다줬고, 그날부터 간호 겸 관리감독 겸 여러 가지 기타 등등으로 용이 내 부관을 전담하게 됐다. 내가 너도 지휘관 급이니까 엄청 바쁘지 않냐고 가냘픈 저항을 시도해봤지만…….
[남에게 신경 쓸 정신이 있다면 먼저 자신부터 챙기는 게 어떻겠소?]
응, 깔끔하게 무시당하고 얌전히 간호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가까워졌던 게 계기가 돼서 서로 얘기도 좀 많이 했고, 부관 업무도 전담하다보니 자연스레 같이 있는 시간도 많아져서……어흠. 뭐 서약까지 했다는 거다. 허리에 손을 얻는 용의 왼손 약지엔 조그마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나랑 단둘이 있을 때만은 꼭 반지를 끼는 그녀였다.
“지금 몇 시나 됐어?”
“새벽 두 시 조금 안 됐습니다. 곧 불침번 교대 시간이니 누구 마주치기 싫으시거든 빨리 일어나십시오.”
“뭐 어때서 그래. 마주치면 수고했다고 한 마디 해줄 수도 있지.”
“서방님,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사령관은 늘 굳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사석에서 아무리 수하들과 친하게 지내셔도 말입니다. 서방님은 여기 모두에게 안식처이자 도피처이고, 절대자면서 곧 신이십니다. 그런 서방님이 업무에 치여 비틀대는 모습을 수하들에게 들킨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수하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 비밀로 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명령을 내리신다면야 누구든 입을 닫을 겁니다. 하지만 서방님, 그러실 수 있습니까?”
“…….”
용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용은 쓴웃음을 짓더니 제복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뺨을 닦아줬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단아한 그 모습이 순간 너무 예쁘게 보여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바로 그러한 점이 서방님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아직 완급이 익숙하지 못하신 것뿐이지요. 제가 천천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용은 손수건을 소중히 접더니 이번엔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멍하니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방님이 서방님의 역할에 충실하시듯, 저도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오늘 밤만큼은 제 어리광을 들어주셨음 합니다.”
“어……. 뭔데?”
“마침 조금 전에 오르카가 부상했습니다. 잠깐 갑판 위로 나가는 것 정도는 되겠죠. 바, 밤바람이 시원할 겁니다. 요 며칠 간은 날씨도 좋고……. 간단히 목욕이라도 하시고 잠깐 갑판에서 별이라도 구경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용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아하, 그러니까 데이트 말이지. 과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거절하기가 힘들어진다. 내가 모두를 위해 애를 쓰듯, 용은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하며 내 부관까지 해주고 있으니까.
솔직히 용이 부관을 안 해줬다면 아마 난 지쳐서 축 늘어진 해파리처럼 골골거렸을 것이다. 콘스탄챠나 아르망도 부관 업무를 잘 해주지만 그건 문자 그대로 보조를 잘 해주는 거고, 아무래도 용이 해주는 것처럼 해주진 못한다. 보는 시각이 다를 테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우리 부인이 어리광을 부리는데, 내가 보답을 안 해주면 안 되겠지. 난 업무 내용은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용의 손을 꼭 잡으며 빙그레 웃어줬다.
“정말 못 당하겠단 말이야. 방금 전까진 불침번 교대니 뭐니 하면서 들키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으면서.”
“씻는 시간에 갑판으로 나가는 경로까지 모두 계산해놨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용 역시 가볍게 내 미소에 답하며 말했다. “대신 씻는 시간이 좀 촉박합니다. 하지만……. 제가 서방님을 씻겨 드리면 전혀 문제없을 겁니다.”
“엑.”
난 따로 씻는 줄 알았는데? 내가 당황하기도 전에 용은 내 팔에 매달리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슬쩍 보니까 귀까지 빨개져 있다. 그런 주제에 날 끄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척척척 나를 끌고 함장실을 나왔다.
“가, 가시죠. 지금쯤이면 입욕제가 알맞게 녹아 있을 겁니다.”
“…이미 다 계획하고 온 거였구나.”
“당연합니다. 저는 당신의 부관이고…아, 아내이기도 하니까요. 아내로서, 서방님의 건강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의무입니다…….”
마지막엔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가늘었지만 그래도 자기 할 말은 마지막까지 다 했다. 정말 단둘이 있을 땐 태도가 너무 사근사근해서 이럴 때마다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게다가 머리카락에서 좋은 향기까지 나니 뭔가 속에서 불끈불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우리 아내 분은 너무 귀엽단 말이야. 무적의 용이 아니라 귀여운 용이라고 부르고 싶다. 씻으면서 한번 해봐야겠다. 벌써부터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괜찮다.
내 앞에서는, 지휘관의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들도 많이 보여줬음 한다. 다른 애들에게도 이 귀여운 숙녀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지만, 일단 오늘 밤은 참기로 하자.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아직까지는 나만의 자랑스러운 특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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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모애가 좋더라
무용이가 좋더라
아직 한발 더 남앗슴다
원래 매운 거 먹기 전엔 달달하고 순한 거부터 먹어서 위장을 보호해야 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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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변태끼가 있어서 달달8에 매운맛2 비율을 지키는 버릇이 있더라구요 가끔 비율이 역절되기도 합니다 | 20.08.20 13: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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