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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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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알려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대장? 있는 거죠? 계획.”
메이의 방.
나앤은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말했다.
“후후, 알고 싶어?”
메이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만은 다르다. 이번만큼은 메이 대장도 진심을 다할 생각이다.
나앤과 둠브링어 대원들은 제발 좀 그렇기를 바라고 있었다.
“잘 되는 거겠죠? 더 이상 다른 부대원들에게 아다 부대라고 놀림받는 건 사절이라구요.”
“뭐, 뭐? 누가 그래? 당장 다 데려와!”
“그런 것보다... 진짜 이번엔 잘 할 수 있죠?”
“걱정하지 마. 나의 천재적인 전술 능력을 활용한 완벽한 작전을 다 세워놨으니까.”
자신만만한 메이.
하지만 나앤의 뇌리에는 지난 발렌타인의 악몽이 떠오른다.
“일단 들어나 보죠. 닥터의 협력도 얻었다던데?”
“다른 부대원들도 오는 바람에 조금 수정되었지만 큰 틀은 똑같아. 우선은 사령관을 밤에 해변으로 불러 낼 거야.”
“흠흠, 좋군요. 그런데 어떻게요?”
“어?”
“...그것도 생각 안 해본 겁니까?”
“그, 그냥 산책하자고 부르면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한밤중에 산책하자고, 그것도 해변가로 사령관을 부른다고?
그건 수상하다거나 흑심이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너무 대놓고...
하지만 나앤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뭐, 그 정도면 좋겠군요. 그 다음은 뭐죠?”
메이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완충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스펀지와, 그 가운데에 꽂혀 있는 유리병이 있었다.
“해, 해골마크?”
“닥터의 회심작, 인스띵티브X야.”
“뭐하는 건데요?”
“본능의 극대화. 평소에 원초적 본능을 억제하는 의식적, 무의식적 억압을 제거해서 있는 그대로의 본능을 드러내게 해주는 약이지. 이걸 사령관에게 먹일 거야.”
“...그게 소완이 했던 짓과 뭐가 다르죠?”
“완전 다르지. 소완은 먹는 사람을 조종하는 약물이었지만 이건 그냥 본능대로 행동하게 할 뿐이라구.”
나앤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 메이가 그걸로 좋다면 그렇다 치죠. 그럼 어떻게 먹일 생각이죠?”
“이런 수상한 약물을 마셔주진 않을 테니 다른 것에 타야지. 그러기 위해 사령관이 제일 좋아하는 와인도 가져왔지.”
그러니까, 한밤중에 사령관을 해변으로 불러내서, 와인을 권하겠다고?
누가 봐도 그건... 노골적인...
메이는 아무래도 그 행동들에 담긴 의미를 모르고서 하는 말인 것 같다.
나앤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의 허접한 계획이야 어찌되었건 이런 상황만으로도 충분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아마.
“좋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요?”
“그 다음은 당연한 거 아냐? 내 수영복 차림을 본능만 남게 된사령관이 본다면 어떻게 되겠어?”
“음... 어떻게 되는데요?”
“그, 그야 당연히 자, 잔뜩 사랑해주지 않겠어? 에헤헤...”
“...정말 끝내주게 완벽한 계획이네요.”
나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 츤데레 대장에게 필요한 것은 사실은 계획이 아닌 것이다.
단지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 솔직해 지는 것.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갖고 싶다고 말하는 것.
그 사소한 솔직함이 이 자존심 강한 소녀에게는 어렵기 때문에 메이는 이런 어설픈 계획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거면 되지 않을까? 나앤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령관은 결국 알아줄 것이다.
그, 우리의 사령관이라면. 나앤은 사령관과의 지난 나날들을 돌이켜 보았다.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어떤 사랑도, 멸망 전 인간의 과오와 앞으로의 인류 재건의 무거운 책임까지 모조리 짊어지고 가는 그라면.
메이의 허세와 자존심, 어설픈 부분까지 그라면 전부 통틀어서 받아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앤은 그만 소리 내서 쿡쿡 웃고 말았다.
“뭐야, 왜 웃어? 뭐 잘못 됐어?”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메이.”
나앤은 조용한 미소로 말했다.
“잘됐으면 좋겠네요. 메이.”
밤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생각해보면 밤 시간에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접근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워울프와 레오나까지 와 있는 상황이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미리 약속을 잡아 두는 것이 필요하겠지.
메이는 사령관의 방으로 향했다.
“어, 메이? 무슨 일이야?”
사령관은 반팔 반바지의 가벼운 차림새였다.
“어, 그게... 호, 혹시 밤에 시간 있어?”
“밤? 워울프가 같이 술 마시자고 하긴 했는데... 사실 워울프는 감당하기 어렵거든.”
사령관은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ㅡ그래서 거절할만한 적절한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지.”
“그, 그그그럼 나랑 선약이 있었다고 하면 어때? 사, 사령관이 곤란하다면 특별히 어울려줘도 좋은데?”
“오, 정말? 그럼 고맙지. 진짜 메이밖에 없다.”
사령관은 웃으며 메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손이 닿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럼 이따 해변에서 봐. 산책도 같이 할 겸.”
“해변이지. 알겠어, 메이.”
메이는 자기 방까지 가는 동안 격렬한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만 했다.
그날 밤.
메이는 일찌감치 해변에 나와 있었다.
밤바다는 소리도 내지 않고 잔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별빛과 야자나무에 매달린 조명들이 은은한 빛을 던지고 있어 어둡지는 않았다.
메이는 평탄한 모래 위에 돗자리를 깔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 메이.”
사령관은 아까와 같은 차림이었다.
그는 메이의 수영복 차림을 보고 의아한 얼굴을 했다.
“어째서 수영복?”
“그, 그건... 가, 갈아입는 걸 깜빡했거든, 어, 그러니까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수영을 했거든...? 그, 그래서야.”
“엑... 그, 그래?”
사령관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메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별빛으로 뒤덮인 밤하늘이 덮은 밤바다를 사령관은 편한 자세로 바라보았다.
“예쁘네...”
그 말에 메이는 급격히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와, 와인 한 잔 정돈 괜찮겠지? 어때?”
“와인이라... 그래, 뭐 한 잔이라면.”
사령관의 눈이 와인병과 글라스로 향했다.
메이는 능숙하게 글라스에 와인을 따라서 사령관에게 건넸다.
이 와인 속에는 인스띵티브X가 들어있다.
이것만 마시면 사령관은 아마 본능뿐인 짐승으로...
하지만 그만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한 이번 계획이니까.
잔을 부딪히고 메이는 잔을 입에 갖다 대는 척을 했다.
하지만 사령관의 상태가 이상했다.
그는 와인을 마시는 대신 그 내용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ㅡ이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지, 메이?”
사령관의 그 한마디에 메이는 가슴 속이 싸해짐을 느꼈다.
얼어붙은 메이를 두고 사령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일련의 수작은 모두 이것을 마시게 위함이었나? 이걸 마시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메이.”
“아, 아니, 사령관... 그게...”
당혹감으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사령관은 잔을 들어올려 조명의 불빛에 그 안을 비추어 보았다.
그리고 메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대답을 하지 못하지? 설마 정말 독이라도 탄 건가?”
메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닥터에게 의뢰해 만들어낸 약물을 통해 사령관을 자기것으로 하고 싶었다고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죄책감이 끝없이 샘솟아 울먹이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냉철한 눈으로 와인잔을 굴리며 내용물을 바라보았다.
“독일리는 없겠지, 메이. 네가 독을 탔을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이 잔의 내용물은 대체 뭐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군. 메이, 네가 대답하지 않겠다면...”
사령관은 잔을 들어올리고 입을 향해 가져가기 시작했다.
“마셔서 확인할 수밖에.”
“안 돼!”
메이는 사령관의 팔에 매달렸다.
놓친 와인잔은 바닥에 떨어져 내용물이 모래에 스며들어 간다.
“미안, 흐윽, 미안해, 사령관...”
메이는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울기 시작했다.
“나, 사령관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말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닥터한테 부탁해서... 약을... 흐윽... 미안, 미안해, 사령관...”
사령관은 평소와 같은 모습의 사령관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 말해 볼래? 메이. 나를 어떻게 생각한다고?”
“좋아해, 사령관, 좋아해! 흐윽... 너무 좋아해!”
최악의 고백이다.
비겁한 수단을 쓰려다가 걸리고, 걸려서 창피함과 죄책감에 울면서 하는 고백이라니.
사령관은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메이, 나도 좋아해.”
그 말에 조금 전까지 차가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던 마음이 삽시간에 따뜻하게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해.
사령관이 나를 좋아해.
그 말을 듣자 온몸이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메이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하지만 나에게 수상쩍은 약물을 마시게 하려고 한 ‘벌’은 받아야겠지?”
“어?”
사령관은 메이의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었다.
“자, 잠깐, 버, 벌이라니 설마?”
“아, 너한테는 상인가?”
“그, 그치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게다가 누가 올지도 모르는데...!”
“이런 시간에 아무도 안 와. 그리고...”
사령관은 반팔 셔츠를 벗어던지며 말했다.
“건방진 메이한테는 누가 ‘주인’인지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겠어.”
그 무렵 근처 모래언덕.
몇 명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모여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 이런 바깥에서 저렇게 격렬하게...”
“브라우니, 제대로 찍고 있어?”
“화질, 초점, 조명 문제 없슴다!”
“어... 드, 들어올려서? 오..오우야...”
“메이 대장은 저렇게 짐승 같은 소리를 내는구나...”
그 날의 기록 영상은 오르카호 인트라넷에 ‘여름 바다에서 들박 ㅗㅜㅑ.avi’ 라는 이름의 영상으로 오래도록 전설처럼 남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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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가 행복해져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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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0.08.19 19: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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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재미있겠네요! | 20.08.19 19: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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