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그게 지금 무슨?"
쿄헤이 교단의 천사 아자젤은 지금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어떻게 안 될까?"
사령관은 당황한 아자젤의 모습을 귀엽다 생각하며 말을 이어간다.
"여름인데도 아이들은 제대로 놀지를 못했잖아. 그래서 좀 신나게 놀게 해주랴 하는 건데."
"그런데 왜 저와 베로니카입니까?"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면 다른 적임자도 있다.
마리아라든지, 베틀 메이드 자매들이라든지.
그런데도 사령관은 꼭 집어서 아자젤과 베로니카를 지명했다.
"이거 한 번 볼래?"
사령관은 책상에 놓인 패널을 돌려 아자젤에게 보여준다.
화면 가득히 자리 잡은 포스터에 적힌 것은 `쿄헤이 교회학교 여름 수련회`.
아자젤을 중심으로 신나게 웃고 있는 인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얼마 전에 찾은 정보인데, 너희 교단에서 이런 걸 운영 했더라고."
아자젤은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낀다.
과거의 조각 하나 때문에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다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아자젤은 흐트러진 호흡을 바로 잡으며 사령관에게 말한다.
"반려. 이것은 인간 아이들을 위한 행사입니다. 바이오로이드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논리를 전개한 아자젤의 말을 들은 사령관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럼 만들어보자."
"네?"
사령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아자젤이 반문한다.
"인간 아이 말이야."
사령관이 손뼉을 치자 사령관실의 불이 꺼진다.
"그렇게 된 겁니까."
검은 수녀복을 입은 베로니카가 얼굴을 붉힌 채 이야기하던 아자젤을 바라본다.
"응! 그리고 그 뒤에 나를 붙잡고 침대에 밀어트리더니……."
아자젤은 그 날 있었던 열락의 밤을 주절주절 늘어트린다.
`이런 게 우리 교단의 천사인 것인가….`
베로니카는 심각한 고민을 안은 채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 본다.
사령관이 친히 명령을 내려 만들어 준 작은 교회.
사령관의 미천한 지식답게 상당히 소박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장의자에 앉아 있는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은 기분 좋게 주변을 둘러 본다.
"후후훗. 이 교회라는 것은 진조인 나를 위해 건축된 성전이로구나!"
LRL은 착각에 빠져 즐거운 듯 크게 웃는다.
"코코는 이런 곳 처음이에요! 화성에 있는 다른 자매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요!"
화이트셸 없이 밖으로 나온 코코도 교회가 신기한지 연신 두리번거린다.
"아쿠아는 여기가 너무 좋아!"
날개 달린 아쿠아는 교회 안을 날아다니며 주변을 둘러본다.
"으응. 교회를 보니까 안 좋은 추억이 떠올라."
더치 걸이 주머니의 담뱃갑을 만지작거린다.
"왜 내가 여기에. 난 아이가 아닌데."
이프리트는 자신이 여기 섞여 있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다.
"하치는여. 민트미트파이가 좋아요. 음냐."
평소보다 어려 보이는 하치코가 엎드린 채 도로롱 코를 곤다.
"와. 이프리트 병장님도 있지 말임다."
"브라우니 좀 조용히 해요!"
왠지 모르지만, 브라우니와 레프리콘도 이 자리에 참석해 있다.
베로니카는 여름 수련회에 참여한 여덟 명의 바이오로이드를 바라본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베로니카는 수녀복을 입고 있지만, 결코 수련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베로니카가 아자젤을 바라본다.
"그래서 있잖아. 가슴도 막 주무르고 꼭 껴안아주고."
아직도 사령관과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
쿄헤이 교단은 내가 이끌어야 한다.
베로니카는 사명감에 몸을 맡기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단으로 향한다.
구원자가 부탁한 일이니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단상에서 바이오로이드들을 내려다보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어린이 여러분 모두 집중 할까요?"
모모에게 배운 어투를 따라 하며 무겁게 잠겨 있던 입을 연다.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일제히 침묵하며 베로니카를 바라본다.
"베로니카 씨. 혹시 어디 아파?"
심히 걱정된다는 말투로 더치 걸이 묻는다.
"제정신인 거 맞아? 수복실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이프리트가 한 마디를 덧붙이자 베로니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설마 지금 화내시는 검까?"
한계에 다다른 인내심은 브라우니의 한 마디로 폭발한다.
"다들 조용!!!"
베로니카가 눈에서 불을 뿜어내며 교단을 내리친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일제히 베로니카를 바라본다.
브라우니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만이 들려 온다.
"이곳은 신성한 교회입니다. 장난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모모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베로니카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다.
"흐에엥 베로니카 씨 무서워요."
베로니카의 선언에 아쿠아가 그만 울음을 터트린다.
흘러내리는 눈물은 순식간에 전염된다.
LRL도 하치코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으앙! 사령관이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하치는 그냥 같이 놀려고 한 건데."
근세 교회는 눈물바다가 되어 버린다.
교단에 선 베로키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눈동자만 이리저리 돌린다.
뒤에 앉아 있는 아자젤은 아직도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건 베로니카 씨가 잘못 했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른스러운 더치 걸이 코코를 달래기 시작한다.
"으아. 이거 어떻게 합니까?"
"그냥 닥치고 애들이나 달래 줘."
브라우니의 질문에 대답해준 이프리트도 LRL의 등을 두들겨준다.
쉽게 진정되지 않는 울음바다에 베로니카가 손을 떨기 시작한다.
그때 베로니카의 머릿속에 모모의 조언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는 웃음이 최고예요.`
밝게 웃고 있던 모모의 얼굴을 떠올리고 베로니카 숨을 들이쉰다.
"어린이 여러분! 사탕 먹을래요?"
절대 꺼내고 싶지 않았던 필살기.
사령관이 쥐여준 과일맛 사탕을 꺼낸다.
베로니카는 알록달록한 사탕을 가득 담은 손을 앞으로 뻗는다.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은 우물쭈물하며 다가가지 못한다.
베로니카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먹을래."
눈물을 그치고 코를 훌쩍인 LRL이 이프리트의 품을 벗어나 베로니카에게 다가간다.
어색한 미소의 베로니카에게 조심히 다가가 손을 뻗어 노란 사탕을 골라낸다.
여름의 더위에 녹아 끈적한 사탕이 LRL의 입으로 쏙 들어간다.
"맛있다. 레몬 맛이네."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LRL이 미소를 짓는다.
베로니카는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래. 어찌 되었든 이것도 구원자가 맡긴 일.
최선을 다해 임하리라.
그렇게 다짐한 베로니카는 울음을 그친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사탕을 하나씩 나눠준다.
수련회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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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련회 장면이 그려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안 그려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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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우리 교단의 천사인 것인가….` -베로니카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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