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는 이것도 저것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으니 볼살이 귀엽게 짜부라진다.
메이가 생각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지경에 이른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아니, 그 이유는 사실은 알고 있다.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일직선으로 표출하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달리, 솔직하지 못한 메이 자신의 방식이 문제일 것이다.
이제는 둠브링어 부대원들을 제외하고는 메이를 사령관을 차지하려는 라이벌로조차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조롱거리, 일종의 밈처럼 그녀의 이름은 사용되고 있었다.
“킹치만 대장이라고...? 큭...!”
오르카호 인트라넷 익명게시판에는 차마 보지 않는 것이 나을 글들뿐이었다.
처음에는 분통을 터트렸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다.
이제는 체념의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다그치고 쓴소리를 하던 나이트엔젤도 지난 주부터는 태도를 바꾸었다.
“괜찮아요, 메이. 나앤은 대장을 믿어요. 대장은 하려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쵸?”
그 어떤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보다 그 안쓰러움이 담긴 나앤의 따뜻한 미소가 메이의 마음에는 더욱 깊은 스크래치를 남겼던 것이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이번 여름만큼은.
리오보로스의 유산 때처럼 실패할 수는 없다.
메이는 그 때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해서 올해의 여름을 위한 새로운 작전을 세워놓은 것이다.
메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닥터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저것’만 있으면...
메이는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제발 이번엔 잘 되게 해주세요, 진짜 제발요...”
“오, 메이. 요즘 둠브링어의 전과가 대단하던데? 한 달 내내... 무슨 일이야?”
“흐흥, 이 몸이 맘만 먹으면 이 정도는 당연하지. 이런 걸로 놀라다니 실망이야, 사령관.”
둠브링어 대원들의 시선이 차갑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는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둠브링어 부대원들을 하트맨 상사라도 빙의된 것처럼 굴려댔던 것이다.
하지만 둠브링어 대원들은 참았다. 아무리 가혹한 전투도 견뎌냈다.
‘이렇게 해서라도 사령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겠지? 진짜 이번엔 잘 하십쇼, 메이 대장.’
그 일념으로.
하지만 모처럼 사령관이 칭찬을 하는데도 조금의 어프로치도 없이 튕기기만 하는 메이에게 차가운 시선이 꽂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흠, 그래도... 뭔가 바라는 것은 없어?”
둠브링어 대원들의 눈빛은 차가운 것을 넘어 살기라도 뿜을 것처럼 되어 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흥, 됐어. 지휘나 똑바로 하라고, 사령관.’ 따위 츤데레 대사라도 뱉으면 발가벗겨서 사령관실에 묶어둘 것 같은 눈빛들이었다.
“바라는 것... 그럼 다 같이 힘낸 둠브링어 전원에게 3일간 휴가는 어때? 남쪽에 휴양지로 딱 좋은 섬에서.”
“휴가라... 3일 정도는 괜찮겠지? 스카이나이츠와 내가 3일 정도라면 커버할 순 있으니까.”
“무슨 소리야? 사령관도 함께야.”
그렇게 말하며 메이는 사령관의 팔을 붙잡고 감싸 안았다.
묵직한 볼륨감의 부드러움과 따뜻한 체온이 사령관의 팔에 전해진다.
“우오오!”
큰 소리를 낸 것은 나앤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사령관. 그만 딴 생각을 하다가... 어서 계속하시죠.”
“그, 그래?”
사령관은 헛기침을 하고 다시 메이를 향해 말했다.
“그래, 알겠어. 메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메이는 후후, 하고 웃었다.
그것은 소녀의 각오가 담긴 빛나는 미소였다.
햇살은 파랗고 하얀 바다 위로 투명하게 부서지며 빛의 파편을 흩뿌린다.
해안에 곱게 깔린 모래알들을 밟으면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발바닥을 핥는다.
‘좋아, 바로 이런 경치를 원했어. 전부 계획대로야.’
메이는 둠브링어를 철저하게 굴리는 한편으로는 계획에 필요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이 섬.
이 섬의 이 아름다운 풍경과 분위기라면 틀림없이 가능할 것이다.
이른바 ‘소녀의 고백’ 작전이.
메이는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심지어 새로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바이오로이드마저 사령관에게 직설적인 유혹을 하는 동안에,
메이가 조급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단지 타협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령관에게 사랑받고 싶다, 사령관에게 안기고 싶다, 사령관의 몸을 끌어안고 그 향기를 맡고 싶다.
그렇게 절실하게 원하고 있으면서도 메이는 한편으로는 소녀의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말하자면 에로틱이 아닌 플라토닉, 범애가 아닌 순애.
사령관은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공통으로 모시고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사령관은 최대한 ‘공정’하게 바이오로이드들의 사랑을 ‘분배’하고 있었다.
메이 역시 그 대열에 끼어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필요한 만큼의 원료를 투입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메이에게는 느껴졌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메이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물론 메이는 물론이고 어느 바이오로이드가 혼자서 사령관을 독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 점은 영리한 메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분위기만이라도, 메이가 타협한 지점은 거기였다.
거짓말이라도 좋았다. 분위기에 이끌려서, 아니면 하다못해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좋다.
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달빛을 받으면서, ‘너만을 사랑할게’라며 입을 맞춰 주기만 한다면...
“왜 그래, 메이? 멍 때리고서.”
사령관이 부르는 소리에 메이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아, 아무 것도 아냐!”
상상 속의 여운에 잠겨있던 메이는 사령관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자, 어서 가자, 사령관! 저 쪽에 숙소도 준비했어!”
그 순간...
“와! 여기가 거김까? 경치 죽이지 말임다!”
시끄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브, 브라우니?”
아니, 브라우니뿐만이 아니었다.
레프리콘, 워울프, 스틸드라코, 그리고...
“흐음, 확실히 휴가를 보내기에는 딱 좋은 섬이네.”
철혈의 레오나.
“레오나? 네가 왜? 다른 애들은 또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응? 남쪽 섬으로 갈 거니까 휴가 있으면 쓸 사람은 쓰라고 사령관이 그러던데?”
사령관은 기운차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재밌게 노는 거 사람이 많을수록 좋잖아?”
‘썩을 사령관!’
설마 알면서 이러는 건가?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흔들려선 안 된다.
메이는 케이스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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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글인데 여러개로 써도 되는지 몰겟네요
안되면 나중에 다 쓰고 합쳐서 올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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