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를 좋아하고 있다, 라고. 에드가는 그렇게 우에게 말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우의 반응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앞에 서면 온 몸이 경직되듯 긴장하고, 가슴을 무언가로 맞은 것 마냥 멍이든 듯 아려오고, 또 자기도 모르게 막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풋풋한 10대의 첫사랑의 반응이렸다. 그걸 옆에서 누가 안 가르쳐줬으니 모를 뿐이지.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온전히 깨우쳐야만 알 수 있을 감정이었다. 이론으로 가르쳐서 안다면 이게 사랑이라는 것을 누가 뭔들 모르겠는가.
에드가의 대답에, 우는 얼떨떨해 하면서 물었다.
“이성으로...좋아하는 거라고...?”
“내가...?”
“그, 토끼 엄마를...??”
“지금 니가 딱 그거 아니냐, 그거? 사모하는 마음.”
“아무리 봐도 그거 아니면 답이 없는데...”
“그게 아니면 너 뭐... 혹시 너 유모한테 잘못한 거 있냐?”
“글세...”
“뭐, 기억이 안 난다면, 예를 들어서 유모 지갑에서 참치를 훔쳐간 적 있다던가?”
“아니.”
“너네 유모한테서 카드 훔쳐서 몰래 쓴 적은??”
“없어.”
“유모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훔쳤다던가, 아니면 실수로 부숴버렸다던가???”
“아니, 없어! 없다고, 그런 적!!”
“이 새낀 갑자기 왜 애꿎은 사람을 범죄자 만들고 있어.”
“아, 미안, 미안.”
“근데 그게 아니라면 결국 니가 니 유모한테서 지금 그렇게 느끼는 감정은 유모를 사랑하고 있다라는 말 외에는 전혀 설명이 되지가 않는데...”
“그런가...?”
에드가의 말에 우는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지금 유모인 나빈을 향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사모하는 마음, 즉 사랑이라는 에드가의 말에 우는 자신의 고민이 해결되어 속시 시원해지기는커녕 되려 더욱 복잡해져버리고 말았다. 에드가의 말대로 자신이 지금 유모를 사모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과연 올바른 행위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유모였다. 차라리 다른 유모가 아닌 다른 이성의 여성이었다면 “옳다구나!” 하고 말았을 성격의 우였지만, 유모라면 그 이야기가 매우 달라진다.
유모들은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보살펴준, 또 다른 엄마의 개념. 사실상의 가족이나 다름 없는 존재들이었다. 특히나 나빈의 경우에는 우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자신의 대모(代母)였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장성할 때까지 친엄마처럼 자신을 곁에서 보살펴주고 길러주신 유모를, 과연 이성의 상대로서 사랑하여도 되는지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이었다. 피가 이어지지만 않았을 뿐, 토끼 엄마는 자신이 사랑하는 또 다른 엄마였으니 말이다.
에드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이번엔 또 다른 고민에 빠진 우를 보며 에드가가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 아아~ 너 지금 뭔 생각하는 지 알겠다.”
“유모인데, 이성의 대상으로 봐도 되느냐고 지금 그러는 거지, 응?”
“근친인지 아닌지 고민하고 있네, 어?”
“아, 아, 아, 아,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옛날부터 생각하는 거 표정으로 다 드러났다는 거 모르냐. 다른 애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 그러냐...”
“그래도 상관없지 않냐. 어차피 유모들이랑 피가 이어진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우리도 따지고보면 아빠들 따라서 「인류 재건 계획」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하잖냐.”
“그럼 그 대상이 누구던지 상관없는 거 아니냐? 너가 진짜 진심으로 유모를 사랑하고 있다면.”
통칭, 「인류 재건 계획」.
철충과 휩노스병으로 인해 멸망해버린 인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인류 저항군 오르카의 가장 궁극적인 숙원 사업이자 저항군의 핵심 가치이며 목표였다. 최초 라비아아 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이 계획은 인간 남성과 바이오로이드 인간 여성 사이에서 대를 이어서 자손을 낳아 인류를 번영한다는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었다. 마치 성경에 나온 아담과 하와가 자식을 낳아 최초의 인류 번영을 이룬 것처럼. 물론 기술으로도 정자 은행 등의 방법 등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엄마와 아빠 모두가 존재하는 가정을 이루어 인류를 번영한다는 것이 인류 재건 계획의 주요 골자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아버지들이 그러했듯, 자신들도 그 인류 재건 계획을 뒤이어서 이끌어나갈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
때가 되면 자신들도 반려를 찾아 자신의 아버지들이 그러했듯 누군가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가정을 꾸려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리에서 은퇴하실 아버지들을 대신하여 아버지들의 자리에 올라서서 저항군을 이끌고, 이모, 누나들을 대신하여 오르카를 이끄는 형제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냉정히 따지고보면, 채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전 인류의 번영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지면서 태어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잔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자신들이 왜 이런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태어났는지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정해진 책임과 의무라는 큰 틀 속에서 어떻게 방향을 잡고 나아갈 지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위임되어져 있었으므로 별 다른 불만은 없었다. 사실 유모의 역할도 인류 재건 계획과 완전히 관계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비단 엄마들의 부재를 대신하여 아이들을 양육하여 줄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일찍이 여성에 대해 좀 더 빠르게 접근하여 이성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로 유모들의 역할이었다. 물론 아이들은 이 부분까지 완전하게 알지는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만큼 오르카 안에서 자신들의 존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이었다.
언젠가 라비아타 통령님께서 말씀하시길, 멸망 이후 처음으로 태어난 새로운 인류라는 말은 결코 한 치의 거짓된 말이 아니었으리라.
“정 그래도 모르겠으면...”
“그래,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누구한테?”
“설마... 유모한테 직접??”
“그거 말고 더 있냐?”
“어우야, 그것 때문에 너 앞에서 고민 털어놓은 거였는데, 당사자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
“당근칼리버로 맞아 뒤질 일 있냐????”
“아니면 너네 유모랑 가장 가까운 다른 사람한테 한 번 물어보던가. 엄마라던가.”
“엄마? 우리 엄마한테?”
“응.”
“유모들은 앵간하면 전부터 엄마들이랑 아는 사이이거나 아니면 친구사이잖아.”
“거기다가 나빈이 유모랑 너네 엄마는 멸망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면서.”
“그럼 아예 나빈이 유모 모르게 너네 엄마한테만 한 번 슬쩍 물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은데? 내가 요즘 이런 고민이 있다, 하면서.”
“아들이 그런 고민 가지고 있는데 안 들어줄 엄마들이 어디있겠냐.”
“흐으으으음...”
우는 답답한 듯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에드가는 그런 우를 보며 잘 생각해보라며 말하곤 자리를 떴다.
“하여튼, 난 먼저 들어간다. 생각 잘 해보라고, 계속 고민하는 것도 좋은 거 아니니깐.”
“...”
에드가가 떠난 후 다시 홀로 남은 우는 주머니에서 곧잘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 거렸다. 밤 아홉 시를 넘어가고 있는 이 곳 하와이의 호놀룰루와 달리 부산은 아마 오후 여섯 시렸다. 지금 쯤 전화하면 아마 충분히 받을거라 생각하며 우는 조심스럽게 주소록을 열고 터치 패널에서 엄마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 “꿈과 희망~ 우정과 용기~ 그대의 하트에~ 연모의 매지컬~”
“으으... 컬러링 좀 바꾸라니깐...”
엄마의 전화기 너머로 유치찬란한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백토 시리즈의 오프닝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우는 진저리 치며 혀를 내둘렀다. 자고로 덴세츠의 작품은 역시 「바니 슬레이어」가 진리이거늘. 당근칼리버를 든 역바니의 히어로가 주변을 개발살을 내면서 악당들을 처치하는, 화끈한 안티 히어로 물이었으며, 무엇보다 주인공이 바로 토끼 엄마 임나빈이 나오는 바로 그 작품이었다.
이렇게나 재미있는 작품을, 엄마는 그냥 마법소녀 매지컬 모모&백토 시리즈를 제외한 덴세츠의 평범한 작품들 중 하나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바니 슬레이어 시리즈 말고도 비스마크르 코오퍼레이션의 「드래곤 슬레이어」시리즈도 상당히 걸작으로 평가받는 명작인데, 정작 엄마는 비스마르크의 작품이라면 아주 그냥 치를 떠실 정도였다. 어쩌다 비스마르크 이야기가 나오면...
“덴세츠의 작품성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일~!!!!!!!!!!!!!!!!!!!!!!!!!!!!!!!”
이러셨으니깐...
- “... 아들!”
“아, 엄마.”
컬러링이 한 번 들리고 또 다시 반복이 될려고 할 즈음이 되어서야 자신의 엄마인 세아가 전화를 받았다. 이역만리 먼 타지까지 나와서 훈련을 받고 있을 아들의 전화를 받은 엄마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고 활기찼다. 엄마의 제1순위 덕질이 덴세츠의 마법소녀들이라면, 0순위는 단연 아들인 최 우 자신이었으니깐.
아들을 향한 걱정은 어느 시대나, 어느 세계나 다 똑같았으므로, 오늘따라 유달리 늦게 걸려온 아들의 전화에 세아는 아들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 “오늘은 늦게 전화했네? 별 일 없고?”
“으응, 오늘 아침에 막 하와이에 도착했거든. 베이스 캠프 꾸리고 뭐 하느라고 좀 많이 늦었어.”
- “힘들었겠네... 그래도 할 만 하지?”
“이것도 힘들면 어떻게 임관하게... 아빠랑 유빈이 따라서 별 달려고 들어온 건데.”
- “으이구~ 너 임관하면 이제 겨우 소위야, 그건 아니?”
- “하여튼 니 아빠 닮아서 포부는 커가지고...”
“아하하...”
“저... 엄마.”
- “응? 왜?”
“다름이 아니고...”
“쓰읍... 아, 이걸 뭐라고 물어봐야 하지...?”
- “... 우리 아들 갑자기 뭔가 고민이 많아진 것 같네.”
- “엄마는 너가 뭘 이야기 하든 뭐든 들어줄테니, 준비되면 편히 말해보렴?”
“으응... 그러니깐...”
“토끼 엄마... 아, 그러니깐, 나빈이 유모 말인데...”
- “나빈이? 나빈이가 왜?”
“그... 저... 그으...”
“...”
“엄마.”
“나 아무래도 유모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 “...”
우도 엄마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에 대하여 완전한 확신이 차지 않아서인지 말 끝을 흐리며 불완전하게 마무리하였다.
새삼 아들의 사랑 고민 고백에 충격을 받은 듯, 수화기 너머의 세아도 잠시간 침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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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입니다. 드디어 흑츙이가 나옵니다.
그리고 사령관들의 아들들도 슬슬 활약을 해보이겠군용.
앞으로의 스토리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보다 제가 여지것 게시판을 잘 못 올리고 있었더라구요... 소설 게시판에 올렸어야 했는데 팬픽 게시판에 올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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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렀다, 저질렀어!! | 23.08.22 1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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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나 아다떼도 돼?" 라고 묻는 모범생... 는 이미 사실 아다 자체는 아이들은 다 뗐습니다. 성교육의 일환으로... | 23.08.22 11: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