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총과 해충 파쇄기
3
감마 로봇의 공격을 맞고 구석에서 기절해 쓰러져있던 리제가 정신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감마 로봇과 리리스가 서로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둘의 전투를 보자 리제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꼈다. 태생적인 육체능력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더라도, 일방적으로 공격만 하다가 박치기와 복부에 맞은 주먹에 의해 아무것도 못하고 기절했었다는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졌다. 자신을 비난하면서 리제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반쯤 정신이 나가 미친 듯이 웃어댔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사령관을 지키지도 못하고 당했다는 자괴감과 무력함이 리제를 압박했다. 훈련을 지켜보는 관객들마저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리제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끼고 벽에 머리를 박았다. 얼마나 쌔게 박았는지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피를 느끼며 리제는 평정심을 되찾았고, 리리스와 감마 로봇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리제는 자신이 얼마나 멍청하게 싸웠는지 깨달았다. 리제는 가위를 이용한 자신의 공격만큼은 오르카 호에서도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도 상대방에게 맞을 때나 의미가 있는 법이었다.
둘의 공방은 리제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공격하면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으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을 최대한 흘림과 동시에 반격을 하는 쉴 틈 없는 전투. 육체 능력뿐이 아니라 오로지 무기로 공격을 하려고 집착하던 자신은 절대 혼자서는 감마 로봇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리제는 주먹이 피가 나도록 쥐었다. 시간이 흘러 몸이 어느정도 회복된 리제는 가위를 지팡이 삼아 일어났고, 육탄전을 하고 있는 리리스에게 다가갔다.
리리스는 난관에 부딪혔다. 감마 로봇의 오른쪽 무릎에 공격과 왼팔의 관절기를 성공해서 기동성과 은폐기능을 무력화 시키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적은 로봇이었고, 통각과 체력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육탄전을 하면서 완전히 피하지 못한 건틀릿의 충격파에 노출이 되면서 체력만 깎이는 소모전이 계속 이어져서 리리스는 싸울수록 불리해졌고, 이 상황을 벗어날 변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생각과 동시에 변수인 리제가 나타났다.
“멍청아. 정신 차렸어?”
“시끄러 리리스.”
리제는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 배를 만졌다. 위액을 토하면서 쓰러진 굴욕. 이 굴욕을 만회해야 했다. 리제는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느끼면서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처음과 같이 흥분해서 뛰쳐나가는 일은 없었다.
“리리스. 부탁할게 날 지켜줘.”
“뭐라고? 다시말해봐”
“다시 말 안 해. 해충!”
말이 끝나자마자 동시에 리제는 감마 로봇을 향해 날아갔다. 리리스의 입 꼬리가 올라갔고, 쌍권총으로 리제를 엄호하기 시작했다.
처음과 같이 감마 로봇을 향해 마구잡이로 리제는 공격했다. 빈틈이 많은 리제의 공격은 리제 혼자였으면 이미 감마 로봇에게 당했겠지만 리리스가 공격의 빈틈을 채우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계속되는 쉴 틈 없는 리리스와 리제의 연계 공격에 감마 로봇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반격도 못하고 계속 밀린다고 판단한 감마 로봇은 피해를 감수하며 과감히 행동했다. 감마 로봇은 건틀릿의 출력을 최대로 높여 리리스를 향해 공격했다. 훈련장 바닥을 부수면서 날아가는 충격파는 리리스가 리제를 엄호하는 것을 막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잠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리제를 완전히 제압하려고 감마 로봇은 움직였다. 충격파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리제는 순식간에 자신을 제압하려고 다가오는 감마 로봇을 보고 도망 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망설임 없이 리제는 정면으로 감마 로봇에게 날아들었다. 감마 로봇에게 정면으로 날아가는 리제는 더 빠르게 날기 위해 가위를 버리고 감마 로봇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가위까지 버린 리제에게 다가오는 것은 건틀릿의 공격. 날개의 각도를 살짝 바꿔 아슬아슬하게 피한 리제에게 다가오는 것은 감마 로봇의 남은 왼손이었다. 그러나 가위까지 버린 리제의 속도는 생각이상으로 빨랐고, 왼손의 공격마저 속도를 이용해 피했다. 리제는 속도를 유지하며 왼팔로 얼굴을 보호했고, 동시에 오른팔 팔꿈치를 들어 감마 로봇의 인중을 공격했다. 부족한 신체능력을 속도로 보완한 예상치 못한 리제의 공격에 감마 로봇의 인중은 함몰되었다. 공격한 리제도 무사하지는 못했고 부딪힌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뒹굴었다. 리제의 오른 팔은 감마 로봇을 공격한 충격으로 인해 팔꿈치가 탈골되었다. 리제는 고통을 참으며 일어서서 다리에 팔을 끼우고 고정시켜 억지로 탈골된 팔꿈치를 끼워 맞췄다. 탈골된 팔꿈치가 끼워지는 고통을 참은 리제는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 고통을 참으며 충혈 된 눈으로 감마 로봇을 노려보고 있었다.
육체 능력이 좀 더 뛰어났으면 입지 않았을 부상이지만 처음으로 리제는 감마 로봇에게 유효한 타격을 줬다. 인중이 함몰된 얼굴을 왼손으로 부여잡은 감마 로봇은 부상에 아랑곳 하지 않고 건틀릿으로 리제를 공격했다. 그러나 충격파에 벗어난 리리스의 견제 사격에 의해 공격 궤적이 바뀐 건틀릿은 리제를 빗 맞췄고, 리제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에 날아오르는 가속을 이용해 왼쪽 무릎의 니킥을 감마 로봇의 턱에 적중시켰다. 완벽하게 턱에 꽂힌 니킥에 감마 로봇의 목이 반쯤 꺾였다. 그러나 감마 로봇은 쓰러지지 않았고, 얼굴의 보호를 포기한 채로 리제의 오른쪽 발목을 잡았다. 그대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려는 순간 리제는 니킥을 날렸던 왼쪽 무릎을 그대로 뻗은 발차기로 감마 로봇의 턱을 또 다시 공격했다. 리제가 날린 공격을 연이어 턱에 공격을 허용한 감마 로봇의 턱의 골격은 산산 조각났다. 하지만 감마 로봇은 쓰러지지 않고, 리제의 오른쪽 발목을 잡았던 손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 리제의 완력으로는 감마 로봇에게 탈출은 불가능 했고,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훈련장 바닥이 부서질 정도의 힘으로 내려쳐진 리제는 아무런 부상이 없었다. 자신을 확인하던 리제는 리리스가 보호 대상을 방어하는 용도로 쓰는 방어막이 자신을 보호해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런 피해가 없는 리제는 빠르게 일어나서 그대로 감마 로봇에게 달려들었다.
감마 로봇이 부상당한 부위를 노리고 리제는 발차기를 날렸다. 리제의 공격을 예상한 감마 로봇은 발차기를 막음과 동시에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리제는 발차기를 공격 도중에 멈췄고 정직하게 공격만을 하는 것이 아닌 공격 패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공중에 날면서 몰아치는 리제의 발차기를 막으며 반격하는 감마 로봇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는 리제는 공격에 또 다른 변화를 주기 위해 치마를 강하게 펄럭였다. 치마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변화됐고, 감마 로봇은 변화된 공기의 흐름에 리제의 공격을 읽지 못했다. 타점을 속인 리제는 그대로 공중에서 원심력을 이용한 니킥을 수평으로 회전하면서 감마 로봇의 목에 꽂아 넣었다. 공격이 끝남과 동시에 이어서 목을 다리로 감싸면서 체중을 실어 등 뒤로 매달려 움직임을 제한 시켰다.
목을 압박당해 움직임이 제한 당한 감마 로봇의 정면에는 리리스가 다가와 있었다. 무방비 상태가 된 감마 로봇을 향해 리리스의 주먹이 꽂혔다. 감마 로봇을 향해 때리는 리리스의 주먹은 공기를 찢는 소리가 훈련장에 퍼졌따.
리리스의 온힘을 다한 공격에 갈비, 쇄골, 무릎, 명치 등의 급소에 치명상을 입은 감마 로봇은 검은 오일을 토했다.
이대로는 손쓸 방도가 없이 당한다는 것을 깨달은 감마 로봇은 건틀릿을 최대 출력으로 자신을 포함한 채로 충격파를 방출했다. 리제와 리리스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무방시 상태로 충격파를 맞고 날아갔다. 리제는 리리스의 방어막이 한계에 달해 없어졌지만 비교적 부상 없이 멀쩡했고, 리리스는 아무런 대비를 못해서 그대로 충격파를 맞고 날아갔다. 자신을 포함한 공격의 피해는 감마 로봇도 컸다. 충격파로 인해 부상이 더욱 심각해졌고, 관절은 너덜거리고, 근력을 보조하던 슈츠도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리리스는 벽을 짚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피해를 감수한 감마 로봇의 충격파를 대비하지 못해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싸우는 인원 전부 부상과 체력이 다했다. 훈련의 끝을 보기 위해 리제는 바닥에 버려진 자신의 가위에 다가가 주웠다. 가위를 분리시킨 리제는 가위의 반쪽을 리리스에게 던졌다. 리제가 던진 가위의 반쪽을 낚아챈 리리스는 가위를 훈련장 바닥에 끌면서 감마 로봇에게 걸어갔다.
앞에는 리리스, 뒤에는 리제가 감마 로봇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감마 로봇은 정면으로 다가오는 리리스를 먼저 막으려고 건틀릿을 휘둘러 공격했지만 리리스는 정면에서 가위로 막으면서 버텼다. 그리고 뒤에 있던 리제가 빈틈을 놓치지 않고 가위를 휘둘렀다. 리제의 공격에 건틀릿을 휘두르는 오른팔이 잘렸다. 이어지는 리리스의 공격에 척추를 포함한 허리의 반이 잘리면서,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쓰러졌고, 마지막으로 쓰러진 상태에서 리제의 공격에 반응도 못하고 목이 잘렸다.
감마 로봇의 잘려진 몸에서는 뼈대에 흐르던 검은색 오일과 인공 근육에 사용된 붉은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오일과 피를 뒤집어쓴 리리스와 리제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소리와 함께 훈련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났다. 훈련이 끝나는 소리를 들으며, 리리스와 리제는 힘이 풀려 쓰러져 잠이 들었다.
에필로그 - 리제
일주일 동안 수복실에 지내면서, 리제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너무 과격한 훈련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사령관이 매일 짬짬이 시간을 내서 방문해줬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령관과 만나기 위해 매일 수복실에 눕고 싶었지만 일주일이 넘어가자 리제의 꾀병을 알아챈 레아가 리제를 수복실에서 끌어냈다.
레아에게 강제로 끌려나와 수복실의 행복한 나날을 빼앗긴 리제는 간호사 업무로 돌아갔다. 그런 리제에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방문했다. 티에치엔하고, 마이티R이었다. 티에치엔은 훈련장에서 보았던 리제를 보고 무술을 배워서 강해지자고 회유했고, 마이티R은 근육 트레이닝을 통해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강해지자고 회유했다. 둘의 제안을 거절한 리제는 간호사 업무를 계속했지만 매일 찾아오는 둘에게 항복한 리제는 무술 훈련과 근력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에필로그 - 리리스
리리스는 3일 만에 수복실에서 나왔다. 빠르게 회복한 리리스는 다시 사령관의 경호 업무에 투입되었다. 리리스는 그동안 밀렸던 경호 임무를 만회한다는 핑계로 사령관을 밀착 경호를 한다고 주장했고, 사령관은 리제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사령관을 호위하면서 임무와 사심을 동시에 채우던 리리스는 아무도 모르게 아자즈에게 접촉했다. 그동안 봉급으로 받았던 수많은 참치캔을 박스채로 아자즈에게 내밀며, 손을 내밀었다. 갑작스런 리리스의 행동에 아자즈는 의문을 품었다.
“아자즈. 나와 같이 로봇하나 만들자.”
리리스의 말에 아자즈는 웃으며 리리스의 손을 잡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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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쓴 팬픽이라서 캐릭터 성격 묘사나 전투 묘사도 매우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노력해서 좀 더 잘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22.05.23 0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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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름대로 파워 밸런스를 맞춰보면서 쓴다고 써봤고,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라비아타가 바이오로이드 중에서는 제일 강하다고 또 언급이 되니 라비아타를 기준으로 아래는 레아 또는 감마, 칸, 리리스 정도를 생각했고, 9지역 메인에서는 리리스의 총을 감마가 가볍게 피하니 기본적인 무력은 리리스보다 감마를 위로 잡았습니다. 리제는 상대적 약체이니 리리스 + 리제는 감마보다 우위에 있다고 가정하게 썼는데, 글을 잘 못쓰다 보니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썼었습니다. 또 다른 팬픽을 쓸지는 모르겠는데, 쓰게되면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 22.05.23 15: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