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막 : 지구를 지켜라! -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발달&보급화와 함께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온갓 이상한 합성 사진과 동영상, 짤들을 공유하며 재미를 추구하는, 일명 '엽기 문화'라는 게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 게임 업계도 그 영향을 다소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내 게임계는 장르의 편향성이 심했고 주제의 다양성 또한 일본에 미치지 못했기에, '엽기'라는 코드는 게임 내에 하나의 개그 정도로 활용될 뿐 메인이 되지는 않았죠.
그런데 2001년, 괴작이라고 불릴 법한 국산 게임이 하나 등장했으니 바로 "여신의 머리통을 키운다."는 기상천외한 컨셉의 육성시뮬레이션 [토막 : 지구를 지켜라!]입니다.
발매 당시 토막의 패키지 디자인은 국내 게이머들에게 굉장한 충격을 줬습니다.
사람 목만 화분에 달랑 꽂혀있는 호러스러운 일러스트, 귀엽고 예쁜 폰트와 상반되는 섬뜩한 게임 제목, 대체 무슨 뜻인지 감도 안 잡히는 부제 (참고로 동명의 영화보다 이 게임이 먼저 발매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러브 스토리라고?
그야말로 당시 유행하던 엽기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었죠. 하지만 당시 국산 게임치고 낮은 가격으로 발매했음에도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보따리상들이 이걸 일본에 가져다 몇 배가 넘는 가격에 파는 걸 개발사 대표가 우연히 목격합니다. 그 즉시 현지 유통사와 계약을 맺고 일본에 정식 유통을 했는데, 이게 일본 서브 컬쳐계에 예상 외의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온갓 '바카계', 그러니까 병맛 게임들이 넘쳐나는 일본에서도 이런 독특한 컨셉의 게임은 찾기 어려웠는지 게이머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죠.
당시 일본 게이머들의 반응은 대략 "와, 이거 쉽지 않다...;;", "한국애들은 정상이라고 한 놈 누구냐."
다만 소재가 엽기적일 뿐 플레이 방식 자체는 의외로 평범한 육성시뮬게임이라 진성 병맛 게이머들은 실망했다고 합니다. 왜 여신의 머리통을 화분에 키우는지 스토리도 의외로 설득력(?)이 있고.
하지만 그 소재라는 것이 게임 대국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유니크했기 때문에, 다른 서브컬쳐의 유명 IP들과 콜라보 한 동인지들이 여럿 나왔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토막은 풀음성 더빙이 된 게임이지만 국내판은 일반인을 성우로 썼기에 더빙 퀄리티가 최악인데, 일본판은 일본의 전문 성우들을 기용해 더빙 퀄리티를 대폭 올렸습니다.
그 후 이 일본 성우 버전의 [토막 J에디션]을 국내에 재출시 했고 (첫번째 사진의 우측 패키지), 예상 외의 흥행에 고무된 일본 유통사가 주도하여 플스2로 이식한 콘솔판을 한일 동시 출시를 하는 등 일본에서 더 호평을 해줬죠.
토막 출시 이후 개발사 씨드나인이 온라인, 모바일 개발에 주력하면서 후속작은 [토막 어게인]이라는 슈팅게임만 하나 나오고 끊겼습니다.
일본에서 이 정도로 화제를 일으킨 국산 게임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만약 이 토막이란 IP가 계속 이어져 나갔다면 어땠을지 지금도 상당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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