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로스 아비넷
역자 - 김정환, 김해원, 전경모
출판사 - 돌베개
쪽수 - 442쪽
가격 - 33,000원 (정가)
자명한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신자유주의적 상상’의 계보학을 구축하다
한때 신자유주의는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공공서비스가 민영화될 때도, 노동자들이 파편화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날 때도, 무한경쟁에 시달려 번아웃이 일상화될 때도 이게 다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는 누구도 신자유주의가 문제라고, 신자유주의를 막아내자고 말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다양한 사태에 대한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을 만큼 단일한 성격을 가진 실체가 아니라 종적 다양성과 내적 이질성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무언가이고, 온갖 것의 원인으로 겨냥되는 과녁의 한 지점이 아니라 도처에 퍼져 있어서 비판의 대상으로 수렴되지 못하는 무언가이며, 모든 현상의 배후에 음험하게 도사리고 있는 낯설고 생경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자신과 한 몸이 되어 있어서 너무나 일상적이고 친숙한 무언가”(‘옮긴이의 말’ 중에서)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상상』은 정치철학과 미학적-기술적 관점에서 신자유주의를 해부하는 책이다. 가장 핵심적으로는 ‘상상’의 차원에서 신자유주의를 다시 분석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상이란 담론, 표상, 그리고 미학의 복합체로서, 기술적 양식을 통해 매개되고 생태학적 사건들과 함께 변형되는 인간 경험의 총체이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관점이나 전망인 동시에, 그러한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며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풍경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다루는 신자유주의적 상상 혹은 세계상의 가장 문제적인 점은, 그것이 계속 자신의 형태를 변형하며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이 정상적인, 유일한 삶의 방식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전에는 문제가 없었나? 자유주의의 원류로 지목되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신의 손길에 의해 공감이라는 미적 감각이 인간에게 분배되었다고 말한다. 이 입장에서는 경제와 사회의 세속적 질서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궁극적 목표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로스 아비넷은 1970년대 일어난 신자유주의적 혁명이 이들 요소 사이를 파고들어, 자유시장의 기적이 외부의 도덕적 전제가 필요하지 않고, 계약의 공정성만으로 평화와 번영을 보장했다고 지적한다. 유일한 원칙은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왜곡으로부터 시장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태동하고 발전하는 경로를 니체가 말한 계보학을 통해 구성한다.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는 서구 근대성의 진화가 매끄러운 변증법적 이행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세계관을 탄생시킨 핵심적인 모순과 갈등, 공모의 지도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자유주의와 계몽주의에서 시작해, 19세기와 20세기의 주요한 사건, 예컨대 1ㆍ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를 거치며 어떻게 신자유주의라는 상상의 토대가 만들어졌는지 추적하고 분석한다.
2부에서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상상이 형성된 쟁점들, 네트워크화된 소통, 인간 생명의 생명기술적 조작, 글로벌 문화의 확산, 지구적 생태 위기의 도래에 나타난 개인주의의 미적 형상화를 살펴보면서, 신자유주의적 상상이 네오-파시스트, 초민족주의, 근본주의 운동 같은 반작용을 일으켰는지 고찰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의 대안적 상상은 가능한가?
이 책의 2부는 인류세라는 위기에 맞서 신자유주의가 특정한 종류의 기술적 메시아주의로 출현한 과정에 주목하면서 시작한다. 인류세라는 개념은 격렬한 이념 투쟁의 장인데, 기술자본주의의 환경적 영향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신자유주의 세계관을 이루는 모델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항하는 신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인류 역사는 끊임없는 기술적 극복의 역사였으므로, 기술 발전의 ‘대가속’을 통해 지구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킬 거대 기술에 대한 민간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에 따르면 이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우주선으로 조망하는 글로벌 미학으로 발전하는데, 그에 입장에서 이는 지구온난화ㆍ과잉 착취ㆍ환경 파괴 등의 고질적 문제를 단순히 미래의 기술이 해결할 것으로 상정하는 기술적 메시아주의에 다름 아니다. 결국 인류세 개념은 생태ㆍ글로벌 민주주의라는 장기적 목표와, 소유적 개인주의ㆍ대량 소비ㆍ극단적 자본화ㆍ기술 혁신이 양립 가능함을 표상하는 미적-담론적 복합체가 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에 통합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다가오는 위기마저 자기-극복을 위한 인류 능력의 시험대로 미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 책은 저자인 로스 아비넷은 신자유주의 바깥에서 대안적 상상을 찾을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저자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적 전통에 자신을 위치시키면서 프레드릭 제임슨,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티머시 모턴 같은 연구자들의 작업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자신의 입장을 펼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니체, 마르크스, 하이데거, 아도르노, 하비, 보드리야르 등 주요한 근현대 사상가들의 지적 유산을 활용하며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발전, 심화되는 문제들을 살펴보며 대안적 상상계의 가능성을 가늠한다.
추천사를 쓴 박승일과 배세진 연구자가 밝혔듯, 이 책은 곱씹고 질문하며 읽어야 해서 쉽지 않지만 신자유주의와 미학적-기술적 논의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탁월하다. 신자유주의가 단순한 경제학적 독트린이나 통치합리성에 불과하다면, 정치철학이나 미학적-기술적 논의는 불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상상, 그러니까 세계 자체가 되어 우리 삶을 지배한다.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다시 성찰하고 다른 상상을 모색하려는 교양대중에게 권한다.
- 추천사
한국어판 서문
서론_ 신자유주의적 상상이란 무엇인가?
1부 자유주의와 근대성
1. 자유주의, 계몽, 그리고 부르주아 사회
2. 자본주의와 세계의 진보(1840~1918)
3. 자본 그리고 ‘파괴의 자연사’(1918~1948)
4. 소비, 개인주의, 대중사회(1950~1979)
5. 신자유주의와 탈근대적 순간(1980~1995)
2부 신자유주의적 변형들
6. 세계화 그리고 인류세의 미학
7. 포스트휴머니즘과 가속주의
8. 권력, 주권, 그리고 억압된 것의 귀환
결론_ 대안적 상상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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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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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자본주의는 단지 이미지를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미학적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주의와 기억, 나아가 미래를 향한 상상력의 회로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 책이 말하는 ‘신자유주의적 상상’은, 그런즉 관념이 아니라 실재다. 그것은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기술적 미래주의로 재조직하고 우리의 인생을 부단한 자기 극복의 과정으로 몰아넣는 초산업주의의 미학적 지배 체제다. 아날로그 미디어 기술이 이미지 과잉으로 우리를 방향 상실에 빠뜨렸다면, 디지털 네트워크는 우리의 노에시스적 시간을 탐욕스럽게 소진하면서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계산 가능한 확률 안으로 가두어버린다. (…)
이 책의 이론적 밀도는 하나의 선택이며, 동시에 저항이다. 천천히 곱씹고 질문하고 저자와 겨루면서 복잡한 분석의 층위를 따라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본-기술-미학이 재구성한 이 현실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작동 원리를 읽어낼 때, 그것을 다시 쓸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마주하게 된다. 상상은 다른 상상으로만 극복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상상을 상상해보길. -
『신자유주의적 상상』에서 저자 로스 아비넷은 신자유주의 전체를 일이관지하는 바를 ‘상상’이라는 관념으로 설정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계보학을 수행한다. 신자유주의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가 각 분과학문 또는 방법론에 갇혀 신자유주의의 파노라마를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면, 이 저서에서 아비넷은 놀랍게도 그리고 설득력 있게도 계몽주의에서 출발해 오늘날의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에 당도하면서 상상이라는 관념을 중핵으로 신자유주의의 계보를 재구성한다. 아비넷은 정치철학에서부터 역사학을 거쳐 미학과 기술철학에 이르기까지, 경탄스러운 박학을 수단으로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범위를 기존의 논의보다 훨씬 더 길게 잡으며 그 영향력의 범위 또한 훨씬 더 넓게 잡는다. 단순한 경제학적 독트린을 넘어, 단순한 자유지상주의적 정치철학을 넘어,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상상 그 자체를, 결국 ‘세계 그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미학적-기술적 기획이다. 아비넷은 이 테제를 각 분야의 관련 논의들을 정교한 발걸음으로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이 저서는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인문사회과학계가 그리고 교양대중이 신자유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노작일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황혼’에 이를 전체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규정할 수 있게 해주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적 상상]: 계몽주의에서 포스트휴머니즘까지_1.webp](https://i3.ruliweb.com/img/26/02/21/19c7de9f9d238908.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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