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계약을 완전하게 기한을 맞춰 드디어 1년 남짓만에 농장을 나오게 되었다.
그러고나서 생각했다.
"뭘 하지?"
당시 같이 살았던 멕시칸인 "레지나"의 친척 "호수에"는 일단 쉬면서 천천히 알아보라고 했다.
(맨 왼쪽이 호수에 그리고 오른쪽은 그의 동생인 마틴)
내가 그의 집에서 살면서 그가 밤 늦게 퇴근한 후에 약 1년간 Free Ride를 해준 결과, 그는 무려 한달치 방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우버 타고 다녔으면 몇백불 나왔을 거리야. 고마워, 제임스." 라고 흔쾌히 말하며 나를 북돋아주었다.
(그는 취업 비자는 있었지만 영주권은 없는 멕시칸인으로 "La 뭐시기"라는 멕시칸 레스토랑의 매니저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었다 - 그는 가끔씩 나에게 다른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멕시칸 요리를 사주거나 직접 만들어 대접해주기도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던 중 갑자기 피자가 먹고싶어서 바로 지나가던 길에 있던 "Domino's Pizza" 가게에 들어갔고, 가볍게 페퍼로니+소세지 피자를 시킨 뒤에 카운터 테이블에서 좀 떨어진 뒤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카운터 위에 놓여진 이 피자집 구인 구직 페이퍼가 눈에 들어왔고,
나는 속으로, "Why not?"이라고 생각하고는 직원에게 말한 뒤, 곧바로 매니저와 면접을 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피자 딜리버리 생활.
일은 간단했다.
애초에 매장 내 테이블 따위는 없는 배달 전문 식당이었고,
할 일이라고 해봐야.
피자박스 접기, 청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로 피자 배달.
이 피자 배달 생활을 약 6개월간 경험하면서 나는 "미국 그 어느 곳이라도" GPS없이 지도만 보고 찾을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미국 시골 지역에서 피자 배달을 하다보면 진짜 별의 별 곳을 다 간다. 우편 번호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깜깜한 오밤중에 수많은 보트들이 정박되어있는 보트 선착장에 배달 가거나-수많은 보트 중에 하나를 찾아야 됨. 진짜 정말 깊숙히 위치한, 미국 공포영화에서나 볼법한 시골 농가로 배달 가거나-당연히 우체통에 번호 떨어져있음)
거기서 있었던 6개월 와중에 내가 만났던 한 중년의 금발 백인 여자 매니저(이름은 까먹음)는 나의 성적 가치관을 완전히 깨부셔주었던 멋진 여성이었다.
약간 높게 위치한 주방 쪽 등이 깜빡거리며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녀는 나에게 저쪽 뒤 창고에 가면 사다리와 형광등 새 것이 있으니 가져와 달라고 말했다.
나는 그 두개를 가져온 뒤, 아주 자연스럽게 내가 올라가서 갈아끼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내게 말했다.
"뭐해?"
나는 위험할지도 모르니 내가 갈아끼우겠다고 했고 그러자 그녀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그걸 왜 네가 해? 나도 할수 있는걸. 와서 사다리나 잡아줘."
당시 나는 한국에서 넘어온지 약 1년이 좀 넘은 "나름대로 한국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30대 한국 남자였고 지금 세대는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한국에 있었을 당시, 대부분의 "조금이라도 거칠고 위험한 일"은 "당연히" 남자가 나서서 해야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당시 여러번 도와주었던 교회 한인들의 이사에서 "한인 여성, 아줌마"들은 조금이라도 무겁거나 위험해보는 일에는 절대로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았으며,
한 한인 여성은(나이 40대 후반 정도) 이사가는 집에 전구가 나가있거나 에어컨 필터가 더러워져 있길래 내가 "홈디포 가셔서 새로 사신 다음에 갈아끼우시면 되요. 사다리 있으시죠?"라고 말하자 실제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이런거 한번도 해본적 없어요. 제가 힘이 없어서요."
.......................자기 나름에는 아주 가련하게 말한듯 싶다.
(당사자는 아니고 사진의 여성보다 조금 더 나이든 중년 여성=비슷한 느낌이다)
그랬던 나에게 살짝 높은 천장을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형광등을 갈고 있는 이 중년 백인 여성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었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이마와 눈가에 나있는 주름마저도 아름다웠으며 살짝 드러나있는 팔뚝의 근육마저도 환상적이었다.
그때까지도 한국에서처럼 작은 소동물처럼 귀엽고 깜찍하거나 섹시한 한국 여성이나, 화장이나 외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쓴 한국 스타일의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의 "성적 가치관"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그녀는 그다지 화장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안한걸지도)
꾸미지도 않았다.
(짧은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
그런데도 X나 멋있고, X나 아름다웠다.
내가 그녀에게 "이런 조금 위험하거나 거친 종류의 일"들은 한국에선 주로 남자들이 한다고 하자,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한국 여자들은 손이 없데, 발이 없데?"
참으로 그러하다.
물론 요즘에는 시대가 좀 많이 바뀌어서 한국 여성들도 많이 주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스스로 모든걸 알아서 하겠지요.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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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기 이전인 과거에도 독립적일 사람들은 늘 독립적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옛날분이시지만 독립적으로 스스로 모든걸 알아서 하셨고 자식을 모두 키워 내셨죠 환갑이 한참 넘으신 지금도 저보다 나은 판단과 자기주체적인 인생을 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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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머니들은 엄청나게 억척스러우셔서 다 했죠. 오죽하면 여자와 어머니는 다르다 라고..... 오히려 성별 불평등을 겪으신건 그분들이신데 말이죠....엄한 페미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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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기 이전인 과거에도 독립적일 사람들은 늘 독립적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옛날분이시지만 독립적으로 스스로 모든걸 알아서 하셨고 자식을 모두 키워 내셨죠 환갑이 한참 넘으신 지금도 저보다 나은 판단과 자기주체적인 인생을 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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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요? | 22.03.19 0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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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머니들은 엄청나게 억척스러우셔서 다 했죠. 오죽하면 여자와 어머니는 다르다 라고..... 오히려 성별 불평등을 겪으신건 그분들이신데 말이죠....엄한 페미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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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팩트임 | 22.03.22 1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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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는 터져요. 당시에도 아무리 시골이라도 Gps는 됐어요. 근데 매장 내부에 배달 전에 배달 루트를 보여주고 루트 끊어주는 지도 화상 맵이 있는데. 주로 그걸로 암기해서 가거나 하죠. Gps 켜고 살짝 늦어요. | 22.05.08 23: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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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요즘 한창 일할 시즌이라 글도 못쓰고 있네요. 일단 일하는 시즌 시작하면 다 접어두고 겨울 오기 전까지 미친듯이 일만하는 성격이라. | 22.05.08 23: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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