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정도 되었으려나.
친우 A가 갑자기 "나 혼자 여행간다"라는 말을 꺼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디카를 당장이라도 쓰고 싶었던 거겠지.
나는 별 생각없이 "잘 갔다와"라는 말을 하며 보냈다.
그런데 3일 정도 예정이었던 여행이 4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도 돌아오기는커녕 연락도 없었다.
결국 A의 가족은 경찰에게 찾아달란 요청을 했다.
1주일 후, A는 발견됐다.
익사체가 되어 해변에 올라온 A.
메고 있던 가방 속의 내용물로 신원이 판명되었다고 한다.
며칠후 A의 장례식 날, 갑자기 경찰이 날 불러세웠다.
무슨 일인가 하니 어떤 사진을 보여주며 "이 남자를 모르는가"라고 물었다.
거기에 찍혀있는 건 웃는 얼굴을 한 A와 본 적도 없는 30대 정도의 수염난 남자.
이 사진은 아무래도 A의 디카 메모리에서 복원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 사진은 A가 죽기 직전에 찍은 것이 된다.
그밖에도 여럿 비슷한 사진이 있었다.
혹시 이 남자가 A를 죽인 건가?
그 남자와 전혀 면식이 없다는 걸 경찰에게 고하자 "역시 그렇습니까..."라는 반응.
"대체 이 남자는 누굽니까?"
나의 물음에 경찰은 알려줬다.
이 남자는 십 몇 년 전에 A가 간 여행 장소에서 행방불명이 된 남자고 지금도 경찰이 행방을 찾고 있다고.
이 남자가 누군가, 애초에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도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건 A가 이 남자와 만난 직후에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