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간 지인이 잠시 귀국한다고 해서 서울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왕 모이는 거 다들 오타쿠이기도 하니 사두고도 막상 들고 나가기 힘들었던 쿠마린 가방을 메고 가기로 했습니다.
2026-01-24 부산역
오전 8시 5분 KTX를 타고 서울로 출발합니다.
수면장애가 있어 전날 일찍 잠드는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이것저것 챙기지 못하고 집을 나섰더군요.
특히 이어폰을 두고 오는 바람에 결국 역 안 편의점에서 만 원짜리 이어폰을 급하게 샀습니다.
(막상 이것저것 하다 보니 생각보다 쓸 일은 없었지만...)
역 중앙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여기 앞에서 사진 좀 찍어줘요. 바쁜데 미안해요"라고 하시며 제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셨습니다. ㅋㅋ
딱히 할 일도 없던 터라 찍어드리긴 했지만 속으로는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으시네?'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열차가 도착해서 승강장으로 가려다가 옆으로 보이는 붉은 빛에 이끌려 다시 역 밖으로 나와 해 구경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직 꽤 이른 아침이구나 싶더군요. ㅎㅎ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음... 아직 밖으로 꺼내긴 힘든 쿠마린... 가방 안에서 좀 더 자렴...
열차에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도와달라고 외치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히 가보니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께서 의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쓰러져 계셨고 얼른 부축해 올려드렸습니다.
2026-01-24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춘풍 양조장
그렇게 첫 서울 정모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KTX는 예상대로 지연되었고 도착한 서울에서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손이 얼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먼저 도착한 멤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1차를 시작했습니다.
번암 6도와 춘풍 6도, 9도, 그리고 12도 잔 술을 하나씩 주문해서 조금씩 나눠 마셨습니다.
지인이 구해온 두쫀떡(두쫀쿠 아님)을 꺼냈습니다.
가게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함께 맛만 보았습니다. (가게 직원분들께도 나눠 드렸습니다.)
2026-01-24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약수터
탁주로 목을 축인 뒤 바로 2차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각자 원하는 술을 주문했습니다.
저는 하우스 레드 와인을 한 잔 주문했습니다.
안주로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봄내음 말아말아를 주문했습니다.
메뉴판에는 계절에 따라 여름, 가을, 겨울 내음으로 적혀 있기도 하던데
일단 영수증에는 봄내음으로 찍혀 나오고 구성에 큰 차이는 없는 듯합니다.
리코타 치즈와 비름, 방풍나물을 곁들인 한국식 라자냐인데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었습니다.
히든 메뉴로 약수물이라는 커피가 있어 주문해 보려 했으나
그사이 사장님이 어디 가셨는지 주문할 수 없었습니다.
2026-01-24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하이디하우스
3차는 근처에 있는 디저트 카페로 향했습니다.
불과 2시간 전만 해도 얼어 죽겠다며 난리를 쳤지만 결국 선택은 얼죽아. ㅎㅎ
디저트로는 바닐라 커스터드푸딩을 주문해 다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4차로 이동하는 길
쿠마린을 안 멜 거면 자기가 메겠다며 결국 지인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눈빛이 왠지 원망스러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2026-01-24 서울특별시 중구 신당동 왕놀부네 포장마차
4차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모님의 설명을 듣고 대표 메뉴인 육회 낙지를 먼저 주문했습니다.
사실 저는 육회와 낙지탕탕이가 섞인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와... 여기는 매콤달콤하니 정말 맛있군요.
또 다른 추천 메뉴인 오두리치기도 시켜봤습니다.
오징어와 두부가 들어간 국물 자작한 스타일의 두루치기입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백세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모님께서 이 집은 슬러시 소맥도 유명하다고 추천해 주셔서 한번 주문해 봤습니다.
별건 아니지만 또 이런 퍼포먼스를 보며 마시는 게 나름의 별미죠.
마무리로는 잔치국수를 주문. 양도 푸짐하고 맛도 정말 좋았습니다.
먹고 있던 오두리치기에 잔치국수를 넣어 먹어도 맛있다고 해서 한번 볶아 보았습니다.
이게 또 별미더군요.
이것저것 먹어보니 이모님 손맛이 워낙 좋으셔서 다른 메뉴들도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4차를 마치고 아직 합류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용산 아이파크몰로 이동했습니다.
이때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한참을 걸어 다녔는데
다행히 화장실로 들어가시는 기사님을 발견하고는 얼른 쫓아가 택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이 볼일을 보시는 동안 공원에 놓여 있던 귀여운 고양이 눈사람을 발견했습니다. ㅋㅋ
일행과 합류해 짧게 아이파크몰을 구경하고 다시 이동했습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하늘이 아주 깨끗해 밤하늘이 무척 멋져서 사진으로 한 장 남겨보았습니다.
2026-01-24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아라베크 나이트
이제 일행이 모두 모였으니 제대로 저녁을 시작해 봅니다.
5차는 Arabic Night라는 곳입니다.
간판은 그렇게 적혀 있는데 왜 아라빅이 아니라 아라베크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첫 메뉴는 후무스였습니다.
병아리콩 페이스트인데 짭짤하게 간이 된 걸쭉한 콩국을 떠먹는 듯한 느낌이더군요.
다음은 만디 치킨.
훈제 화덕 닭구이라 그런지 이건 인도 카레집에서 가끔 먹는 탄두리 치킨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닭 요리인 주르비안 치킨도 도착했습니다.
전통 향신료 닭구이라는데 화덕 구이보다 좀 더 촉촉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맛있더군요.
후무스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다른 딥 요리인 무함마라와
바바 가누쉬도 추가로 주문해 봤습니다.
무함마라는 예전에 직접 만들었던 무수분 토마토 카레와 비슷한 풍미가 느껴졌고
구운 가지로 만든다는 바바 가누쉬는 가지 특유의 느낌보다는 새콤한 양파에 가까운 맛이었습니다.
아삭아삭하고 상큼해서 이것 역시 아주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온 목적 중 하나인 물담배 시샤를 해봤습니다.
사과와 레몬 향을 섞어 주문했는데 예전에 경험했던 물담배와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비흡연자라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ㅎㅎ
식후에는 블랙티와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는 태운 커피콩을 갈아 그대로 물에 섞어 마시는 듯한 느낌... 그리고...
음식을 많이 주문했더니 서비스로 하리사라는 디저트를 주셨습니다.
식감도 그렇고 깨가 올라가 있어서 그런지 한국의 한과와 꽤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술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었습니다.
2026-01-24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콜리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6차는 다시 술입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칵테일 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메뉴판은 따로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한 명 한 명 취향을 물어보고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해 주시더군요.
저는 향은 프루티하면서 맛은 드라이한 술이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녀석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름을 말씀해 주셨는데 뭐라고 하시는지 잘 못 알아들었네요...
다른 사람들의 칵테일이 준비되는 동안 잠시 쿠마린이 등장했습니다.
모두의 술이 준비됐으니
짠~!
감성 샷을 찍으려고 했는데
웬 재즈 앨범 커버가...
뭐 어찌 됐든 감성 샷이니까 좋았쓰!
한참이나 가방 안에서 자고 있던 쿠마린이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돌아가면서 쿠마린과 인증샷을 남겼네요.
일행들에게 귀엽다고 호평을 받으니 쿠마린이 더 귀여워 보이네요.
역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 마실 땐 다시 들어가 있으렴...
바로 뒤에 난로도 있어서 따뜻하고 아주 좋습니다.
피자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방금 식사를 마치고 온 참이라 이번에는 패스하는 걸로... ㅠ
2026-01-24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네키드윙즈
7차는 치킨집으로 향했습니다.
버팔로윙 맛집이라는 소개에 윙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확실히 맛집이 맞더군요.
소스 없는 노 소스도 훌륭했고 기본이 탄탄하니 여러 가지 양념 맛도 다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메인이 아닌 비프칠리가 정말 맛있어서 놀랐네요.
이곳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제가 가져온 일본주를 마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콜키지 비용 2만 원을 지불하고 다 같이 나눠 마셨네요.
술을 감싸고 있던 금박 종이로 학을 접어봤습니다.
다행히 아직 접는 법을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ㅋ
정모 때마다 단체 사진 남기는 걸 까먹어서 단체 사진이 몇 장 없는데 이번에는 잊지 않고 제대로 찍었습니다.
쿠마린도 함께~
2026-01-24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로즈 앤 크라운
다음 날 일정 때문에 한 명은 먼저 들어가고 남은 인원끼리 8차로 이동합니다.
런던 프라이드 맥주와 스네이크바이트 앤 블랙 칵테일
그리고 버터 맥주까지 가게의 시그니처 술을 종류별로 다 시켜보았습니다.
안주로는 페퍼로니 피자를 시켰습니다.
도우가 특이하게 페이스트리로 되어 있더군요.
양은 좀 적었지만 바삭바삭하고 아주 맛있었습니다.
2026-01-24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더 크랙 하우스
9차는 바로 건너편에 있는 펍으로 정했습니다.
펍으로 가는 길에 도로 위 쓰레기들이 굴러다녀 통행에 방해되는 것 같아
발로 대충 슥슥 치우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냥 손으로 제대로 치울 걸 그랬나 싶군요. ㅎㅎ
흑맥주의 양대 산맥인 머피스와 기네스를 주문했습니다.
안주도 곁들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주방이 이미 마감된 상태였네요.
일행은 도쿄 아이스티 칵테일을 주문했습니다.
2026-01-25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2F
자정을 넘겨 다음 날인 25일이 되었고 우리는 10차를 이어갑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쇼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과 시그니처 샷입니다.
맛은 밀키스와 깔루아를 섞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위에 반짝거리는 가루가 뿌려져 있고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더군요.
서서 술을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새벽 1시부터 차례대로 쇼가 진행됐습니다.
드랙쇼를 보러 간 건데 바로 앞에서 너무 부비적대는 남자 둘 때문에 좀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2026-01-25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샘 라이언스 스포츠 펍
어느새 꽤 늦어진 시간. 11차 장소를 정해야 했습니다.
문을 닫았거나 마감 직전인 곳이 많아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스포츠 펍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파울라너.
안주로는 감자튀김을 주문했는데 소금이 좀 과한 편이었지만 맛은 좋았습니다.
저는 평소 축구를 보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가게 분위기 덕분인지 여기저기서 함성과 비명이 터져 나와 생각보다 아주 재밌었습니다.
감자튀김이 맛있어서 추가로 피자를 주문했는데...
와, 근 몇 년간 먹어본 페퍼로니 피자 중에 단연 최고였습니다.
2026-01-25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에머이
축구가 끝나고 마무리를 위해 12차는 쌀국수집으로 정했습니다.
숙소를 잡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안 잡길 잘했네요.
주문은 양지 쌀국수로 했습니다.
쌀국수치고는 꽤나 비싼 가격이었지만
맑은 탕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먹어도 진하다고 느낄 정도로 육수가 잘 우러나 있더군요.
면은 거의 다 남겼지만 맥주를 홀짝이며 육수만큼은 계속 들이켰습니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어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직행버스를 탔는데 역에서 꽤 먼 곳에 내려주는 바람에 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체온을 많이 빼앗겼네요.
'다음 정모는 꼭 따뜻할 때 해야지...'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ㅋㅋ
정말 피곤했는데 부산으로 내려가는 열차에서 2시간 집에 돌아와 다시 3시간 정도 푹 잤더니
생각보다 금방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모 전날에 했던 헌혈 검사 결과도 양호하게 나왔군요.
착한 여러분은 헌혈하고 다음 날 이렇게 달리면 안 됩니다.
여하튼 그렇게 즐거웠던 정모는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한 번의 서울 여행에서 맛집을 몇 군데나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가게를 잔뜩 발견할 줄이야! ㅎㅎ
이번 먹부림 여행의 BEST 3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 왕놀부네 포장마차의 육회 낙지
2위 - 샘 라이언스 스포츠 펍의 페퍼로니 피자
3위 - 네키드윙즈의 더블 플래터 (대왕 양파링 크로켓, 비프 칠리, 노 소스, 양념, 허니버터, 스모크 하우스)
여행기를 쓰다 보니 또 배가 고파지네요.
사실 쿠마린뿐만 아니라 겉옷 안에 폴카 티셔츠도 입고 갔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공개하진 못했습니다.
어이, 다음 정모엔 진짜 꺼낸다... 맛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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