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중국 음식점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리 조그만 동네라도 중국집이 하나씩은 있고, 중국식으로 요리한 고기나 면 요리, 만두 등을 팔고 있습니다.
이 풍경에 적응하기 전에는 서양인이 능숙한 젓가락질로 만두를 간장에 찍어 먹는 걸 보며 '여기가 미국 맞나'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중국 음식이 미국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요.
미국 동부와 서부를 잇는 대륙횡단철도의 공사가 시작된 것이 1860년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공사에 동원되면서 고향 음식을 해 먹은지 160여년이 흘렀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소방차 운전사가 싸구려 중국집에 한 번 데리고 가고부턴 늘 머릿 속으로 호화로운 것만 생각하는구나. (중략) 내가 만나는 사람은 저녁을 산다고 해도 변발을 한 웨이터가 주문을 받는 식당이 아닌 것 만은 틀림없어."
- 오 헨리, "구두쇠 연인"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0센트짜리 동전 한 닢이나 싸구려 찹수이(미국식 중국 볶음밥) 한 그릇을 대접 해 주지요. 임금님 행세를 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스테이크를 사 주지만요."
- 오 헨리, "메디슨 광장의 아라비안 나이트" 중에서
이렇게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오 헨리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중국 식당이나 요리가 그렇게 이상하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니까요.
물론 소설에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중국 음식이 갖는 이미지란 그렇게 고급 요리는 아니고, 실제로도 대다수는 멀끔한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골목길 구석의 백반집마냥 허름한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으니, 우리나라에서 짜장면 시켜먹듯 네모난 배달용기에 담긴 중국 음식을 퍼먹는 모습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요리도 많이 변했으니, 미국의 중국집에서 팔고 있는 음식들은 대부분 정통 중국 요리와는 꽤나 거리가 있습니다.
이번에 만드는 쿵파오 치킨 역시 그 중 하나.
재료로는 간장, 현미식초, 설탕, 닭육수, 참기름, 레드와인, 타바스코 소스, 옥수수 전분, 견과류, 쪽파, 고추, 닭튀김 등이 들어갑니다.
얼핏 보면 재료가 많아서 '저걸 언제 다 요리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재료들이 소스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는지라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간장과 참기름, 설탕, 식초, 와인, 타바스코 소스를 분량 맞춰서 다 섞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섞은 소스는 약간 덜어내서 옥수수 전분을 넣은 후 멍울이 지지 않도록 잘 풀어서 다시 합쳐줍니다.
전분은 찬물에는 잘 녹지만 끓는 물에 넣었을 때는 바로 덩어리채로 익어버리기 때문에 미리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스턴트 수프도 수프 가루를 찬 물에 푼 다음 끓이라고 설명하지요.
처음에는 전분 때문에 뿌옇게 보이지만 끓이다 보면 점성이 생기면서 조금씩 맑아지다가 마지막에는 탕수육 소스처럼 반투명하게 변합니다.
미산플라스(mis en place: 제 위치에 준비) 완료. 보통 가게라면 이런 식으로 준비를 해 놓고 영업을 시작합니다.
주문 받고 하나씩 준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대응하는 게 불가능 하니까요.
다만 이번 쿵파오 치킨 요리는 두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하나는 고추기름 대신 타바스코 소스를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닭고기 조각을 튀김 반죽 입혀서 튀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초벌 튀김이 된 상태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쿵파오 치킨 요리의 고객은 타바스코 회사이기 때문이지요.
타바스코 컴퍼니에서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부스를 내는데, 거기서 사람들에게 맛보기 메뉴로 제공할 음식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임무입니다.
그래서 고추 기름 대신 타바스코 소스를 듬뿍 사용하고, 전시장에서는 간이 스토브 같은 간단한 조리도구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 닭튀김도 간단 버전을 활용해야 합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늘게 썬 파 약간과 마늘을 볶다가 닭고기를 넣고 바삭하게 조리합니다.
땅콩이나 캐슈넛 등의 견과류도 함께 넣어서 고소하게 볶고, 얼추 되어간다 싶으면 만들어둔 소스를 붓습니다.
탕수육을 먹을 때 소스를 부어 먹는 것이 옳으냐, 찍어 먹는 것이 옳으냐로 논쟁이 많지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볶먹이라는 말처럼
갓 튀긴 고기를 소스와 함께 볶으면 바삭한 질감은 유지하면서 소스가 잘 배어든 요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굉장히 빨리 눅눅해지기 때문에 배달음식 메뉴로 내놓기엔 부적절한 방법이기도 하지요.
다 볶아진 고기는 접시 위에 옮겨담고 마지막으로 가늘게 썬 파와 고추 플레이크를 살짝 뿌리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쿵파오 치킨.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소스와 바삭한 닭강정 튀김, 그리고 고소한 땅콩이 한데 어우러져 맛있습니다.
원래 이름은 궁보계정(宮保鸡丁). 이 중에서 계는 닭을 의미하고 정은 음식 재료를 주사위 모양으로 썬 덩어리를 의미합니다.
'궁보'는 옛 사천 지방의 관직명이니 풀어서 해석하자면 '고위 관리를 위해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요리한 닭 요리' 쯤 되겠네요.
제너럴 쪼 치킨 (General Tso's chicken: 중국 장군 좌종당을 위해 만든 닭요리인 좌종당계), 오렌지 참깨 치킨과 함께 미국에서 팔리는 중국 닭요리 삼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천 요리답게 매콤한 맛이 특징인데, 고추기름 대신 타바스코 소스를 써서 그런지 먹다보면 중국계 이민 2세나 3세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료가 따로 논다거나 소스가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 없이 잘 어우러집니다.
굉장히 맛있어서 셰프가 며칠 뒤에 레시피 정리하면서 "이런 젠장, 쿵파오 치킨 레시피 보니까 또 먹고 싶네"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테마가 "스타디움 푸드", 즉 스포츠 관람하면서 경기장에서 스낵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부담없는 음식을 만드는 것인데 그 목표에 잘 맞는 메뉴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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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너무 맛있을것같네요 ㅠㅠ 저도 한번 도전해보고싶습니다. 유학기간에 맨날 친구들이랑 중국음식시켜먹고 골아떨어지곤하던 기억이...ㅋㅋ 근데 윗분 말마따나 컹파오는 제 기억으로는 새콤달콤한 맛의 튀긴닭이라기보단 좀더 짭짤+매콤한 닭볶음 느낌이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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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며 맛을 상상해보니 정말 맛있겠네요 !! 77ㅓ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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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기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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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보통 쿵파오 치킨은 궁보계정으로 알고 있는데, 튀긴 닭을 사용하시네요. 제 경우 쿵파오 치킨은 닭고기를 볶은 요리로만 먹어봐서 닭튀김으로 만든거는 상당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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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w mein/ lo mein 둘다 계란면이고요. 아마 제가 알기로는 똑같은 계란면인데 chow는 튀긴 것처럼 바삭바삭 까지는 아니지만 식감이 있고 Lo mein은 볶음면 처럼 부드러운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뉴욕 살면서 루메인은 두꺼운 면/ 차우메인은 얇은 흰색면으로 알고 항상 시켰었죠 ㅋㅋ 하이! 원 에그두랍숩, 원 완딴숩~ 원 띠따메 치킨~ 원 오렌지 치킨!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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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기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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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기랑 거의 비슷합니다. 소스가 많이 들어가느냐 마른 튀김이냐 정도의 차이라더군요. | 19.05.02 09: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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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며 맛을 상상해보니 정말 맛있겠네요 !! 77ㅓ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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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류켄
chow mein/ lo mein 둘다 계란면이고요. 아마 제가 알기로는 똑같은 계란면인데 chow는 튀긴 것처럼 바삭바삭 까지는 아니지만 식감이 있고 Lo mein은 볶음면 처럼 부드러운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뉴욕 살면서 루메인은 두꺼운 면/ 차우메인은 얇은 흰색면으로 알고 항상 시켰었죠 ㅋㅋ 하이! 원 에그두랍숩, 원 완딴숩~ 원 띠따메 치킨~ 원 오렌지 치킨! 투고! | 19.05.02 12: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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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인데 소스에 오렌지가 들어가서 새콤한편입니다. 굉장히 대중적인 요리에요 참고로 3년전인가? 네네치킨에서도 오렌지치킨팔았는데 꽤 괜찮았는데 지금은 단종된듯.. | 19.05.02 23: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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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보통 쿵파오 치킨은 궁보계정으로 알고 있는데, 튀긴 닭을 사용하시네요. 제 경우 쿵파오 치킨은 닭고기를 볶은 요리로만 먹어봐서 닭튀김으로 만든거는 상당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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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중화요리집에선 볶음요리에 쓰는 고기류를 보통 '양'해둔뒤 '화'해서 사용합니다. '양'은 손질한 고기들을 전분, 계란, 후추, 소금, 설탕, 물 등으로 재워두어 밑간, 연육등의 작용을 하게 해주며 보관하는 방법이고 '화'는 '양'해두었던 재료를 볶음 요리에 들어가기 전에 기름에 삶듯이 미리 익혀놓는 조리법입니다. 튀겨지지 않도록 세심한 불조절이 관건이고 이 작업을 끝낸 고기만 그냥 맛봐도 꽤 맛나죠. 궁보계정도 보통 요런 닭고기를 이용한 요리고 글작성자님은 아메리칸퓨전이니 옳고 그르다기보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볼 수 있죠^^ 제 스승님도 옳은 요리가 있는게 아니고 다른요리가 있을 뿐이며 서로 공유하고 배워나가면 더 발전할꺼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 19.05.11 0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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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너무 맛있을것같네요 ㅠㅠ 저도 한번 도전해보고싶습니다. 유학기간에 맨날 친구들이랑 중국음식시켜먹고 골아떨어지곤하던 기억이...ㅋㅋ 근데 윗분 말마따나 컹파오는 제 기억으로는 새콤달콤한 맛의 튀긴닭이라기보단 좀더 짭짤+매콤한 닭볶음 느낌이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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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오장군 치킨이 튀긴거고 쿵파오는 안튀긴 것이 가장 큰 틀린점 입니다 | 19.05.10 2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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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 머지 정의가 이미 그렇게 내려졌는데 General Tso's chicken is battered, deep fried, and tossed with a spicy sauce. Kung Pao chicken, on the other hand, is not deep fried and instead is wok seared and tossed with a marinade. The choice here depends on the restaurant, but in most cases Kung Pao chicken is the winner. | 19.05.11 1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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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즈 라는 미드에선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파견된 소련 간첩이 이걸 맛있게 먹죠 | 19.05.10 2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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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기준으론 그런데 몇년 살다보면.... 오히려 우리나라식 중국요리가 향이 너무 약해서 아쉬워지죠...... 마라탕 땡기네요 ㄷㄷㄷㄷ 중국에서 먹으면 25~30위안에 저녁겸 안주로 마라탕이랑 뉴란샨 한병 마실텐데.... | 19.05.11 15: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