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룸] 자취방 내창 타공판 설치 작업기(사진 多)

[돌사탕]

안녕하세요 작년부터 자취를 시작한 사회초년생 직장인입니다. 

구축 빌라에 살게 된지 어언 1년, 처음으로 정착하게 된 나만의 공간인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른스럽게 꾸며보자고 결심했..지만

하나 둘 사모으던 장난감이 어느샌가 너무 불어나 책장에 모아두기엔 모자란 수준이 되었습니다. 자취를 시작하며 눈치를 볼 사람이 없어 취미에 대한 고삐가 풀린건지, 아무래도 점잖은 어른이 되려먼 아직 멀었나 봅니다

이참에 취미용 장식이라도 하나 둘까 생각해봐도 이미 다른 곳 공간은 다 차버렸고, 그나마 공간으로 쓸만한 곳이 이 거실 벽뿐이었습니다. 

벽면의 블라인드를 올려보면..

화려한 고흐그림이 저를 감싸줍니다.딱히 고흐 너무좋아맨이라서는 아니고 내창을 가릴 용도로 걸어놓은 그림입니다.

부억 옆 큰 방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거실이다보니 방이었던 때의 흔적이 살짝살짝 남아있습니다

창 밖은 바로 이렇게 복도로 연결됩니다. 이곳도 평소에는 고흐 그림으로 가려놓습니다.

1. 구상

간단하게 전시장을 더 들여 놓을까도 고민해봤지만,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최대한 현재 인테리어에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을 찾게 되었습니다. 

 1. 입주 초기 미적감각을 풀가동해 배치한 인테리어에 가능한 한 추가로 손을 대고 싶지 않아서 

 2. 공간이 협소해져 VR 플레이에 제한이 더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3. 너무 대놓고 전시되어 있으면 놀러오는 사람들한테 10덕같이 보일까봐

이렇게 글로 정리하니 참 따뜻한 냉커피같은 모순입니다. '눈에 띄게 전시'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눈에 띄게 하고 싶지 않다'니

이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하는 답이 있기는 할까요? 

다행히도 답은 있었습니다. 창문을 떼네고 타공판을 창틀 안에 설치하고 평소에는 블라인드로 가리는, 그야말로 슈퍼 겁쟁이 최적화 전시방식 방식입니다. 물론 전시물 폭이 (창틀 깊이+ 블라인드와 벽면거리)만큼으로 제한되겠지만 다행히도 제 취미에는 적격이었습니다. 다만 몇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가. 거치방식

타공판은 기본적으로 벽면에 거는 것을 전제로 제작됩니다. 수평을 잡은 뒤 벽에 못을 박고 그 못 위에 타공판을 거치하는 방식인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수평이기 전에 못질을 할 벽이 없다보니 거치방식부터 새로 고안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1)창틀 윗면에 나사못+수직브라켓을 달고, 타공판을 매달기

장점: 구조가 단순하다(=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단점: 나사못이 힘을 못이 박힌 방향으로 받는다(=뽑히기 쉽다)

처음으로 고안한 방식입니다. 주변 지인 및 철물점 주인분께 보여드리고 어떤지 물어봤으나 하나같이 구조적으로 불안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저도 콩깍지를 벗고 보니 타공판만으로도 불안불안한데 앞으로 거치할 물건을 생각하면 사실상 시한폭탄이라 생각해 포기했습니다.

2)창틀에 수평으로 압축봉을 설치하고 케이블타이(..)로 고정하기

장점: 견고함(아마도), 벽에 못질을 하지 않아도 됨

단점: 압축봉 폭만큼 전시공간 폭이 좁아짐

친구에게 들은 얘기에서 고안한 압축봉 고정방식입니다. 원래 압축봉이 커텐, 빨래도 걸 만큼 허용되는 힘에 있어서는 검증이 된 녀석이니 문제없고, 케이블타이도 여러 매체(..)로 그 견고함이 증명된 물건이니 재료 자체에 불안함은 없었습니다. 다만 예상되는 전시공간 폭이 넓은 편이 아닌데(18cm) 압축봉 두께가 추가된다면 그만큼 폭이 줄어드니 100%만족스러운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떠올려낸 방법 중 가장 신뢰도 높은 방식이었고, 더 나은 방법을 결국 생각해내지못해 이 방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나. 사이즈

안맞습니다..

쿠X기준 기성품 사이즈는 가로세로가 1200,1000,800,600 으로 컷팅되어 판매되는데. 1395*1160mm의 우리집 애매한 창틀 사이즈로는 어떻게 주문해도 꽉 차게 주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문제작으로 한다면 어떻게든 맞출 수야 있겠지만,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고 물건을 직접 가져가야 하는 모양이라 자가용이 없는 저에게는 그림의 떡이어서 포기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비싸요.

그나마 앞의 문제에 비하면 쉬운 수준이죠. 가장자리 비는 부분을 가릴 장식물을 직접 만들어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2. 설치

계획도 다 짰겠다, 남은 건 구매& 설치입니다. 실제로도 기간 중 구상 3/ 구매&배송 5/ 설치2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은 배송 기다리는데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한번에 정리해서 그렇지 위의 물건들을 전부 한번에 구매한 게 아니고 중간중간 필요하다고 깨달을 때마다 구매한지라 예전같았으면 물건 받는데에만 몇 주는 더 썼을 것 같습니다. 새벽배송이 일상화된 시대라 참 다행이네요. 현대사회 최고! 현대사회 최고!

압축봉이 도착하자마자 벽에 한번 걸어봅니다. 예상한것보다 고정하는 힘이 약한게 2개 말고 3개 구매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타공판을 10cm정도 들어올려줄 받침대는 벽돌 대신 [가구 다리 높이조절발]이라는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안알아봤으면 이런 제품을 판다는것도 몰랐을텐데 참 별의 별 물건이 다있네요.

 구멍에 잘 들어가는지 체크해둔 케이블타이를 타공판 6군데에 설치합니다. 이건 생각한 것보다 짱짱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지탱하는 골조는 완성입니다. 여기서 충분히 튼튼한 것을 확인한 후 가림막 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옆면을 채워줄 구조물을 폼보드로 만듭니다. 1400mm 길이를 동네 문구점에선 팔지 않아 이어붙이다보니 좀 누덕누덕합니다

당초 구상했던 부분까지 완성

처음 구상했던 부분까지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만들고보니 구상 단계에서 놓쳤던 부분, 만들다보니 좀 더 욕심나는 부분 등 보완할 사항들이 생기더군요. 구조물 테이프 자국을 가릴 화이트 색상 나무무늬 시트지 등 추가 부속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주광색 1200mm led를 2개 구매해 타공판 위아래에 설치합니다. led도 규격이 생긴건지 회사 안가리고 호환이 되더군요. 신기합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로 덮기 전에 뽁뽁이 단열재를 채워넣습니다. 방 밖이 복도다보니 단열이 안돼서 추워요.. 

3. 완성

완성입니다. 원하던대로 블라인드를 내린 상태에선 이전과 똑같은 상태지만..

블라인드를 걷으면 거실이 바로 취미생활용 놀이방이 됩니다.

불을 끄고 led를 켜면 제법 분위기있는 장식장으로 변합니다. 생각하던 모습 이상의 비주얼이 나와 참 만족스럽네요

평소에는 거실 간접조명으로 사용중입니다. 

예전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지만 이렇게 벽면 일부를 장식할 만큼 큰 규모로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고, 위에선 고통처럼 묘사했지만 사실 벽면이 없는 곳에 타공판을 어떻게 설치할까 고민하는, 흔히 말하는 안되는걸 되게 하도록 이리저리 창의력을 요구하는 작업은 오랜만인지라 참 재미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뒤 어느순간부터 취미생활에서조차 힘들거나 귀찮으면 돈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그런 저에게 시행착오의 재미와 생각하는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줘서 결과물로도 과정으로도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으으음 크나큰 성원 감사합니다

[콜라마시는독수리]

아메리카 총기상?

[잇힝읏흥]

이 취미가 필연적으로 타공판 처음 달때 생각하던 무게랑 막상 나중에 걸려있는 무게가 달라질텐데,
나무창틀에 다신거보니 와장창 엔딩 안되게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지지기둥 이동 상태 확인하는게 좋겠군요.

[돌사탕]

확실히 고정부가 눈에 바로 안보이는 곳에 있으니 의식적으로 정기확인은 해야겠죠ㅜ.. 감사합니다

[로지온 '로쟈'로마노비치]

타X판 닷컴 가면 주문제작한 사이즈의 타공판 그냥 택배로 보내주는데..

[돌사탕]

헉 진짜요
거기 회원가입하려고 했더니 가입승인제에 승인은 또 오질라게 안나서 포기하고 딴 곳에서 구매한건데 좀 더 기다려볼걸 그랬네요
뭐 그래도 여백 덕분에 led설치할 공간이 나왔으니 결과적으론 다행으로 보렵니다ㅋㅋ

[oldbutgold]

압축봉을 수직으로 설치하는것 어땠을까요?

[Mr X]

레버액션 라이플이라니 뭘 좀 아시는 분이시군요

[다이죠부냥]

ㅋㅋ 남자의 로망 가득한 디스플레이네요 멋집니다

[톰냥이]

와~여기가 컨티넨탈 호텔 코리아!

[루리웹-7484157859]

오오 윈체스터 뭘 좀 아시는 분이군요 ㅎ

[GunParadeMarch]

헉 아뮤네이션

[rule-des]

손재주 좋으십니다!

[Kssoe]

타공망을 검은색으로 칠하시면 걸려있는 물건들과 분위기가 더 어울릴거 같에요

[펜서야 나지금되게신나]

검은색 타공판도 팝니다 ㅋㅋ
크기도 주문제작 가능하구요 ㅋㅋ

[gunpowder06]

와우~

[체리나무공장장]

기술적인건 떠나서 센스가 좋네요

[프라이머리스]

텍티컬~~~

[allez-y]

저는 바이오하자드에서 산탄총 얻는거 생각나네요 대단하심

[Shoorooph]

꾸미는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움입니다

[펜서야 나지금되게신나]

핸드건은 글록 17,19인가요?
저도 가스건 찾아보고 있는데 한개로 안끝날것 같은 느낌이...

[백멍]

아이디어 진짜 좋으시네요. 다만 윗댓 말씀처럼 세로로 하시면 안정적일 것 같습니다 ㅋㅋ

[김츄럴]

수평보다 수직이 나았을거 같은데... 저거 생각보다 튼튼하지 않습니다.

[자칼의날]

크으 완벽하군요 이제 좀비만 쳐들어오면 완성(?) ㅋㅋㅋ

[홍키통키99]

두 엔조이 유어 파티, 미스타 윅!

[세일러룸]

와 저 샷건들을 보니깐 자꾸 요즘 재미나게 했떤 바하리멬4 생각이~ 암튼 깔끔하게 잘 하고 사시네요 잘보고 갑니당~

[루리웹-9198654063]

웰컴 ~~~

[회색뇌세포]

크 멋지네요 이런글은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