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디게임개발자 우주오리입니다.
디아4 베타와 RE4가 핫 했던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GDC와 IGF가, 보스턴에서는 PAX EAST가 열렸습니다.
PAX EAST는 국내에서 거의 알려져있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쇼 중 하나로,
특이하게 시상식이나 B2B 없이 오직 게이머들과 개발자들이 소통하는 이벤트입니다.
Super Pixel Racers 때 한국부스로 전시한지 7년만에
신작 Chrono Sword 단독부스로 전시하게 되어서 감회가 컸네요.
그래서 후기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다들 밀린 일정과 주주총회, 퍼블리싱 계약, 지원사업 신청 등으로 바쁘던 2월 어느날,
평소처럼 나사빠진 저의 한마디로 시작됩니다.
"우리 다음달에 PAX 가지 않어?"
"헐 한달 남았네?!"
"근데 외람되지만 이번에 새 데모로 전시하고 싶음 ㅇㅇ"
"?!"
그렇게 주말 이틀 동안 맵툴과 이벤트툴을 뚝딱해서 제가 만들어온 데모는
게임의 첫장면인 프롤로그였습니다.
팀 테스트 결과, 너무 재미있고 프롤로그를 데모로 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우리 게임 프롤로그라면 전투, 탐험, 시간여행, 캐릭터가 모두 부각되고
쉽게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데모를 엎고 고치고 하다보니,
어느새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보스턴이었습니다.
<정말 넓은 전시장. 그리고 생각보다 넓은 우리 부스에 당황한 팀원들ㅋ>
21일. 행사장 현장을 확인합니다.
해외 행사이다보니 부스 꾸미기에 한계가 있었고
처음부터 제 계획은 현수막 등 가볍고 이동이 쉬운 아이템들만 가져가서
현지조달로 부스를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스턴은 정말 좋은 도시입니다.
깨끗하고, 넓고, 공기도 맑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유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울이나 근교에 사시던 분들에게 매우 친숙한 느낌일 거 같습니다.
아주 사소한 차이가 몇가지 있는데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 다는 점과 모든 인프라가 뿔뿔이 퍼져있어 차가 필수라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현장 확인 후 월마트에 다녀왔더니 5시라고 전시장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ㅋ
숙소로 돌아오면 두세시간 자고, 마무리 못한 구현, 밸런싱, 디버그, 번역...
그나마 Switch도 들고 온다고 최적화는 미리 해놔서 다행이었습니다.
22일, 행사 전날.
월마트에서 사온 폼보드에 메인 현수막을 붙이고 자르고 자릅니다.
<나름 정리가 되어가는!>
규정 높이 최대까지 올렸더니 눈에 띄는 디오라마처럼 되었습니다.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 특성상
역대급으로 짧은 이번 데모조차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 1시간이 될 수 있어서
역시 월마트에서 산 스툴과 테이프로 앉아서 구경할 수 있게 대기줄을 만들어줬습니다.
<목요일 평일 오전에 이 인파 실화냐...>
23일 행사 첫날.
시작부터 버그가 터집니다.
2시간 동안 모니터를 꺼놓습니다.
성능 좋은 맥들은 다 전시 세팅을 해놔서, 서피스와 15년 맥북으로 느릿느릿 디버깅하고,
서울팀은 윈도우 크래쉬로 밤 새면서 원격으로 Switch 빌드 만들어주고,
인터넷이 느려서 페덱스에서 USB 사다가 뛰어다닙니다.
아 우리 망했구나...
그래도 서로 응원하면서 새 빌드를 설치해서 맥 켜고 Switch 켜고 전시를 시작합니다.
인파.
사람들이 몰려와서 줄을 서고, 게임을 하고, 작은 발견과 승리에 흥분하고,
1시간이 넘은지 몰랐다며, 너무 재미있다고 언제 나오냐고 물어봅니다.
4년 동안 개발하면서, 사소한 디테일 하나에 시간 갈아넣으면서 항상 마음 속에 있던
"우리 게임 관심 없으면 어떡하지"
"우리 게임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들을 게이머들이 알아줄 수 있을까"
그 모든 고민이 사라집니다.
24일 행사 둘째날.
어제 피드백을 반영해 좀 더 개선된 빌드를 설치합니다.
부스 운영에도 익숙해지고 맘에 여유가 생겨서
코스플레이어들이 지나갈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리건, 글라도스, 2B, 만달로리안, 마지마 형님...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정말 멋집니다.
저 코스프레 상태로 시내 호텔부터 행사장까지 줄서있는 인파를 볼 수 있는게
PAX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많이 즐겨주시는. 뒤에 보이는 Eidolons 역시 한국 게임!>
25일 행사 셋째날.
역시 피드백을 반영해 좀 더 개선된 빌드를 설치합니다.
이제 끝인가 싶어도 아직 한두군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아 개선된 데모가 잘 작동하는지 볼 수 있는 점이
게임쇼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저희 팀은 늘 이런식으로 밤을 새는 패턴입니다ㅋ
바로 옆 부스 Eidolons도 한국팀이더군요.
너무 반가웠고, 저희 게임 Switch 버전도 재미있게 즐겨주셨습니다ㅎㅎ
26일 행사 마지막날.
마지막 빌드를 올려봅니다.
사소한 버그들은 있지만 플레이가 정말 매끄러워졌고,
더 즐겁게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을 보며 팀도 힘이 납니다.
마지막날이 일요일이라 다음날 출근 때문인지 방문자가 훨씬 적습니다.
여전히 저희 부스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교대로 다른 부스들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7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PAX는 크게 메이저 업체 절반, 인디 및 보드게임 등이 전시장을 절반
나눠서 사용하는 구성인데요.
이전에는 Indie MegaBooth라는 곳이 크게 부스를 사서 인디팀들에게 싸게 나눠줬기 때문에
부스는 작지만 더 부담없이 많은 개발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기간 동안 행사가 열리지 않으면서 Indie MegaBooth가 사라졌고
그 자리를 Devolver, ChucleFish 등 큰 인디 퍼블리셔들이 차지하면서
개별 인디 부스의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다른 인디 팀 개발자들과 인사하거나 신작을 해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입니다.
<행사 내내 큰 도움이 되었던 스툴과 테이블. 작지만 아이들을 위해 기부>
행사가 끝났습니다.
부스에 쓰였던 현수막과 스툴, 테이블만 철수하면 됩니다.
작은 친구들이 나흘 동안 부스를 꽉 채워주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스툴과 테이블은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랍스타도 뜯어주고>
<퀸시마켓도 털고. 스타벅스도 조금 다른 분위기>
다음날, 그동안 못 즐겼던 보스턴을 즐겨봅니다.
항구도시니까 2킬로짜리 랍스터도 먹어보구요.
유명한 퀸시마켓도 방문해봅니다.
MIT도 가보고 싶었데 너무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와서 자다가 비행기 놓칠 뻔 합니다ㅋ
<시속 60킬로가 넘는 강풍과 폭우>
보스턴에서부터 비가 슬슬 오더니
샌프란시스코는 폭우와 강풍으로 비행기가 2시간 동안 못 떴습니다.
그래도 어케어케 돌아와지네요.
사진은 없지만, 한국 참 인프라 대단하고 음식 맛있는 좋은 나라입니다.
미세먼지만 어케 좀...
돌아와서도 밀린 서류 업무 하느라 후기가 늦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ps. 게임도 전시부스도 직접 만들었으니까 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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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이네요 로망이야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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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해보고 싶고, 해보면 더 만족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 23.04.02 13: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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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음식이 식고 수분이 없어서 더 짜게 느껴지나봐요 ㅎㅎ | 23.04.02 13: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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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데모 훨씬 재미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출시일은 조만간 발표하지 않을까 싶어요 | 23.04.02 13: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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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도 아는 분들 반, 모르는 분들 반이더라구요. 아무래도 서울에서 하는 행사들도 일반 시민들이 잘 모르니까, 비슷한 거 아닐까요 ㅎㅎ | 23.04.02 13: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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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이네요 로망이야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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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사실 로망으로 다녀온거죠! | 23.04.02 13: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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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PAX의 열정적인 분위기는 한번쯤 접해볼 가치가 있는 거 같아요:) | 23.04.02 13: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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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생중계를 하고싶었으나 너무 바빠서 이제야 후기를 ㅎㅎ | 23.04.02 13: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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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3.04.02 13: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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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너무 이국적이라 그래픽인줄 아셨단 얘긴가요?ㅋㅋㅋ | 23.04.02 14: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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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대장
스팀, 스위치, 엑박, 플스는 일단 준비하고 있어요 :) | 23.04.02 16: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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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대한 후기로 작성한 내용이라 게임 내용은 뺐어요. 감사합니다! | 23.04.02 1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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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3.04.04 20: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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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심히 다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3.04.06 07: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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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라말라이쿰 감사합니다! | 23.04.06 07: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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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건이 되시면 플스판도 발매를 부탁드립니다. | 23.04.06 0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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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ㅂ=) 잘 돌아갑니다 ㅎㅎ | 23.04.06 11:34 | |